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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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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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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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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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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3. 낙수 (3)

안녕하세요~




DUMMY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놈의 주먹이 프리드가 있던 장소를 강타했다. 로레인은 몇 보정도 뒤로 빠져서 마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하이씨, 덩치는 산만해서 왜 이렇게 빠른 거야?”


급히 자리를 피한 그곳에는 루아리가 있었다. 그녀 역시 방금까지 놈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기에 숨을 고르고 있었다.


“허억... 하아... 당신, 생각보다 부진한데요? 분발해요. 리더의 신뢰에 부흥하라구요.”


“분발하래도... 이크!”


타고난 육체 자체가 흉기인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보다 높은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유효타가 필요했다. 이리저리 피하기만 하던 프리드의 눈에 들어온 것은 놈의 무릎이었다.


정확하게는 그 뒤쪽이었지만.


“놈도 결국에는 인간형 몬스터 아니야?”


“맞죠. 덩치가 좀 많이 크긴 하지만.”


물론 자세한 신체 구조는 모른다. 하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하지 않을까?


‘에라이~ 안 되면 그때 생각하자.’


프리드가 벰벨에게 붙었다. 그 역시도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탱커인 그는 이곳의 그 누구보다 녀석의 공격에 많이 노출되었던지라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뭐지?”


“내게 놈을 끌어내릴 방법이 있어.”


쿵!


“아마도!”


프리드의 짧은 설명을 들은 그의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결국 내게 버티라는 말이군.”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만 하면 돼.”


벰벨이 그의 클레이모어를 들고 앞으로 가서 소리쳤다.


“루아리! 알랭! 잠시 뒤로 빠져! 당분간 놈의 공격은 나 혼자서 받는다!”


그의 발을 타고 대지의 마나가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알랭과 루아리는 그의 의사를 존중했다. 의외로 셋 중에 가장 차분하고 신중한 게 그였기에.


그 둘로부터 빠져버린 어그로가 이제 온전히 벰벨에게 쏠렸다.


퍽!


처음의 둔중한 타격음을 시작으로 키클롭스의 맹렬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가만히 서있는 인간? 놈에게는 그저 샌드백에 불과했다. 놈은 그 자리에 하체를 굳건하게 고정하고 노도와 같이 몰아붙였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루아리가 난색을 표했다.


“그런데 벰벨이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우리가 쉴 시간이라도 마련해보려는 건가?”


“아니, 비장의 한 수를 쓰려는 거야.”


그런 그와 그녀의 옆을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잽싸게 전장에 난입한 프리드는 놈의 뒤편으로 날아들었다.


“휴우... 어떻게 시간은 잘 맞은 걸까요?”


‘으음? 이 아이는? 프리드 씨와 함께 있던? 그럼 저건?’


뒤따라온 로레인을 바라본 루아리가 키클롭스의 발치를 주목했다. 키클롭스는 벰벨에 정신이 팔려 그 뒤를 신경쓰지 못한 것이다. 단숨에 대지를 박차고 놈의 무릎까지 뛰어오른 프리드가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어느새 무장을 바꾼 그의 손에는 검은 대검이 아닌 새하얀 롱소드가 들려있었다.


“깊다! 저 정도면!”


루아리가 보고 소리를 질렀을 때에는 이미 키클롭스의 그 거대한 신형이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그 모습을 본 벰벨이 씨익 웃었다.


“좋았어! 통한다!”


중심을 잃고 떨어지는 프리드가 크게 소리쳤다. 벰벨이 육체에 고르게 퍼져있던 마나를 클레이모어에 모았다.


“으아아아!”


“저 녀석만큼 수호자에 적합한 친구도 또 없지.”


벰벨이 놈의 공격을 전부 받아낸 것도 모두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그가 검을 강하게 내리치자 대지가 갈라지며 놈의 신형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그의 마지막 일격이었다. 그 공격을 끝으로 그는 넘어갔다.


“다음부터는 이런 무리한 탱킹은 삼가도록.”


“리더, 명령인가?”


“아니, 동료로서 하는 부탁이지.”


“...뒤는 맡기지.”


시기적절하게 뒤에서 받쳐준 알랭 덕분에 쓰러지는 것 정도는 면할 수 있었지만 입은 데미지와 공격의 반동으로 당분간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할 것이다.


“이 정도로 해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최고의 탱커잖아?”


루아리와 로레인이 프리드가 떨어진 곳으로 달려갔다. 3명의 남녀가 놈을 바라봤다.


“낮은 곳의 공기는 어때? 거인?”


놈의 무릎 뒤에는 여전히 콘쿼러가 박혀 있었던 것도 있었고 벰벨의 공격으로 인한 충격이 쉽게 가시질 않는 건지 한쪽 무릎을 꿇고 그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놈의 머리는 까마득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전과 다른 게 있다면 이제는 충분하다는 점이었다. 밟고 도약할 수 있는 놈의 반대편 무릎에서 아슬아슬하게 거리가 닿을 것 같았다.


“그렇게 노려보지 마. 널 올려다보는 내 심정은 어떻겠어?”


그리 말한 그가 새벽을 들지 않은 반대편 손을 높이 들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제 그만 떨어져. 목 아프니까.”


그는 굳게 쥔 주먹을 그대로 아래로 끌어당겼다.


“뭐 하는 거지?”


멀찍이서 벰벨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돌아오던 알랭이 때마침 프리드의 모습을 봤다. 그 행동의 의미를 알 수 없었기에 그는 열심히 달렸다.


곧, 그는 본인이 달릴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행동 이후에 나타난 변화에 그는 숨을 크게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키클롭스의 고개가 아주 느린 움직임이지만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더욱 높은 곳에 있는 어떤 존재가 손바닥으로 지그시 누르고 있는 것처럼.


쿠웅!


놈의 머리가 거의 바닥에 닿기 직전의 순간이었다. 놈은 두 팔을 쭉 뻗어 땅에 세우고 버티려고 했다.


“오? 그래도 덩치 큰 값은 하는 건가? 버틴다 이거지?”


지능은 낮을지 몰라도 본능이라면 충분했다. 한낮 피식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다는 포식자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였다. 프리드가 주먹을 더욱 강하게 쥐자 놈은 다시 앞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이내 그 거대한 머리가 바닥에 완전히 닿고 말았다.


“지금은 어때? 그 누구보다 낮은 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놈은 그 거대한 눈동자로 프리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프리드는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둘의 시선은 허공에서 맹렬하게 충돌했다.


“눈.”


키클롭스의 시선이 서서히 바닥을 향했다. 아마 이 언저리였을 것이다. 뒤에서 그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던 알랭과 루아리가 다가온 것이.


“프리드, 속히 마무리를. 대단하잖아!”


알랭은 진심으로 그의 능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이제 무방비상태의 놈을 그대로 베기만 하면 되는 상황인데도 그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봐? 프리드?”


그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프리드가 웅얼거리는 게 보였다.


“니들이...”


“뭐라고?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니들이 끝내라고. 지금 붙잡고 있는 것도 고작이니까.”


지금 이 거체를 제압하고 있는 게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당연히 프리드의 마나였다. 기술과 예술 모두를 잡았지만 마무리까지는 무리였다. 그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의 말을 이해한 알랭이 멋쩍게 웃으며 잿빛의 마나를 검에 모았다.


“루아리, 입구는 내가 열게. 뚫는 건 네가 하도록.”


“오케이!”


알랭이 그의 검으로 키클롭스의 눈을 갈랐다. 그렇게 벌려진 틈새를 루아리의 레이피어가 단숨에 꿰뚫었다. 깔끔한 연계였다.


“제대로 끝냈겠지?”


“아마요? 뇌가 엉망이 됐어도 살아나는 육체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요.”


그제서야 놈을 압박하던 거대한 마나가 흩어졌다.


“하아... 하아...”


“당신, 대체 정체가 뭐에요?”


루아리가 숨을 고르던 프리드를 발견하곤 잽싸게 그에게 다가갔다.


“내가 저 친구 장난 아니라고 했잖아. 너도 이제 봤지? 내가 뭐랬어?”


대답은 알랭이 대신 해줬다. 그는 어딘가 굉장히 뿌듯해 보였다.


“치, 누가 그쪽한테 물었어요?”


“수고했어요. 여기요. 기대세요.”


로레인이 다가와서 그를 부축했다.


“너도 수고했다. 나 혼자였으면 절대로 못 눕혔어.”


로레인이 프리드의 마나 위에 중력을 덧씌워준 게 없었다면 아마 그 정도로 압도적인 그림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퍼포먼스는 어디까지나 그녀의 머리에서 나온 그림이었다. 로레인은 애시당초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프리드에게는 이미지가 필요했다. 그 이미지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강렬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만들기에 최적화된 상대가 눈앞에 있었다. 결정적으로 그녀는 프리드가 무시당하는 게 싫었다.


“조금만... 쉴게.”


“넵.”


갑작스러운 키클롭스 사태 덕분에 초원을 끼고 양편으로 진영이 자연스레 갈라져 있었다. 의외로 여행자들 중에 가장 먼저 키클롭스를 무너뜨린 주인공들은 제국의 페르세우스였다.


그 뿌리가 레이드와 던전 탐사를 중심으로 한 길드였기에 다른 여행자들보다 대형 몬스터에 대한 대처법이 더 잘 정립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그 다음은 프리드네였고 아쉽게도 여행자들의 성과는 그게 끝이었다.


사실 이 두 팀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실패했다. 제국 측에 남은 키클롭스는 어느새 합류한 청기사들의 합격에 하나, 둘 쓰러졌고 왕국 측을 제집처럼 날뛰던 녀석은 미드레이의 검광과 블렌하임의 마법을 버텨내지 못했다.


이번 전투로 프리드에게 가장 와닿는 변화는 주변 여행자들의 인식이었다. 로레인의 의도가 어느 정도 들어맞은 것이다. 꽤나 화려하게 난리를 피운 탓에 그의 진정한 무력이 왕국을 넘어서 제국의 여행자들에게까지 인식되기 시작했다.


호재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시간이 자연스레 끌림에 따라 왕국군에 반가운 손님들이 하나, 둘씩 합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타렉 공자님께서 프리드 님 아래에서 뭐라도 좀 배워오라고 하셨습니다.”


허드슨과 그의 동료들이었다. 콘라드 후작가의 지원군과는 별개로 행동하던 그가 전장으로 달려온 것이다. 콘라드 본영의 강병들을 이끌고 온 것은 아니었지만 타렉을 호위하던 이들이었다. 적어도 어중간한 전력 이상이었다.


“카나! 아에리스 언니야! 나 왔어어~!”


웨인, 화란의 그녀도 도착했다. 무책임하게 떠나서 그들이 봉변을 당할 뻔했다는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요란하게도 귀환을 알렸다.


“크, 남부에서 우리가 활약하는 모습을 네가 봤어야 했는데.”


“얼레? 왜 댁이 죄다 한 것처럼 말하는 거요?”


“적장 모가지를 딴 것도, 지휘를 한 것도 콘라드 영감인데 너무 신난 거 아니요?”


헨릭을 위시한 용병들도 화란과 같이 도착했다. 남부전선은 완전히 밀어냈다는 정보도 함께.

제국군의 기세가 갑자기 누그러들어서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고.


“그런데 적병들 상태가 조금 이상하긴 했어. 누가 봐도 사지인 게 뚜렷하게 보이는데 달려들더라고. 꼭 뭐에 홀린 것처럼 말이야.”


개개인이 그렇게 강한 수준은 아니었다지만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갔음에도 움직이는 것에 솔직히 조금은 기겁했다고.


초원에 집결한 그들의 면면이 너무나도 화려했다. 사태 직후 이렇게 모든 전력들이 집결한 적이 없었기에 이리도 거대한 힘이 모여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블레임 환몽의 탑은 철검성이 대부분 잡고 있지 않아요? 왜 다들 화란을 저렇게 고평가하는 거죠?”


“그러게 웨인 말고 또 있나?”


“내가 봐도 다 어중이떠중이들인데.”


“우리 친구들의 경솔한 질문. 대답은 내가 대신해줄 수 있을 것 같군.”


불쑥 그들 사이에 난입한 알랭이 입을 열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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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4. 낙수 (4) +2 21.01.19 95 2 12쪽
» 123. 낙수 (3) +2 21.01.12 91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8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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