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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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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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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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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4. 비를 긋다 (14)

안녕하세요~




DUMMY

“내 위치는 이전에도 그랬었고 앞으로도 확실히 네 옆일 거야. 그건 몇 번이고 시간을 돌린대도 변하지 않을 거야. 더불어 네게 신뢰를 구걸하지도 않겠어. 네가 내게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줄게.”


“흐이잉! 그게 뭐예요!”


로레인은 눈물을 터뜨렸다. 기대한 반응은 이게 아니었기에 프리드는 쩔쩔맸다.


“야, 미안해.”


둘 사이에 키 차이가 조금 있었기에 고개를 숙인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무릎을 살짝 숙여 눈높이를 맞췄다.


와락.


로레인이 앞을 힐끔 쳐다보더니 프리드를 세게 껴안았다.


“미안해.”


“이제 말뿐인 약속은 안 믿어요. 이 온기 기억했어요. 앞으로는 절대 저만 두고 혼자 가지 마세요. 또 이러면 안 기다리고 죽어버릴 거예요.”


“협박 한번 살벌하게 땡기시네. 알았어요. 내가 다 잘못했어.”


이 아가씨, 몰랐는데 이제 보니 힘이 좀 세네. 두 번 안아주면 허리 나가겠어.


“그래서 이제 대답 좀 해줄래?”


“훌쩍... 거기에 관해서도 말할 게 있는데요.”


“뭔데?”


“대공님은 이미 전선으로 떠나셨어요.”


“뭐? 하아... 왜 그렇게 서둘러? 아니, 그 정도로 급한 건가?”


이러면 왕국 서부의 끝자락까지는 몇 날을 이동해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했다.


“그럼 얘기할 시간은 많겠네. 아저씨가 있는 곳까지 대략 며칠이나 걸어야 할까? 아 어떻게 가냐. 벌써 현기증이 오는 것 같아.”


“어... 훌쩍. 그건 아마 안 그래도 될 거예요. 서부는 이미 반 정도까지 밀린 상태에요. 남부는 괜찮은데 북부가 연일 패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듣기는 했어요.”


“하아... 그건 또 뭔, 두 달 사이에 얼마나 작살이 난 거야? 아무리 제국이라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네? 두 달이라니요?”


“얘가 왜 이래? 뭐 이상해?”


“아니, 프리드 님이 사라진 건 대략 이 주 정도였는데요?”


<생각보다 시간이 매우 빠르게 흘렀나보군. 내가 한 말을 기억하겠지? 애송이?>


“확실히... 그 일대는 시간의 축이 비틀려 있었다고 그랬었나.”


갑자기 자신을 내버려두고 허공에 떠있는 검 씨(?)와 대화하는 프리드를 보고 로레인의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었다.


“대체 뭘 하고 오신 거예요? 저 떠다니는 검님은 대체 어디서 데려오신 거예요?”


에고 마병이 그렇게 흔한 건가? 분명 극도로 희귀한 거라고 했는데.


“수련. 갑자기 끌려간 그날부터 내 기준으로 근 두 달간, 끔찍한 수련을 겪었다. 이쪽은 일단은 스승 같은 느낌인가? 대충 그쯤으로 생각하면 편해.”


<만나서 반갑네. 우둔한 제자의 여자 동료야.>


“우둔한은 이제 좀 빼죠?”


보통 사람끼리는 이럴 때 악수를 했는데 자신의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검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거지? 로레인은 심한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


“야, 딱히 어려워할 필요 없어. 이쪽은 진짜 그냥 검이거든.”


그 역시도 사람으로부터 파생된 자아였지만 결국 본질이 사람은 아니었다. 밀렌과는 약간 비슷하면서도 다른 케이스? 뭐, 정확한 건 본인이 제일 잘 알겠지만.


“네... 그런데 수련은 할만 했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지.”


그녀의 물음에 모든 수련이 끝나고 재차 트루드를 찾아갔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





“그래서 이제는 이길 수 있겠냐?”


“단순하게 육안으로 보이는 수준만 하더라도 전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정도니까... 한번 시도해볼 가치는 있지 않겠습니까?”


검은 단단한 목검으로 프리드의 머리를 내리쳤다.


딱.


하지만 머리를 치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프리드가 새벽을 살짝 들어올려 목검을 쳐낸 것이었다.


“이제 그런 건 안 맞아요.”


“쯧, 시도해본다가 아니야. 그냥 해라. 확신을 가지고 부딪히는 거다. 그런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 뭘 이루려고? 설령...”


“설령 여기서 저 덩어리를 잡는다고 해도 진짜는 동부 능선이나 작열 사막을 넘고부터다. 안주하지 마. 라고요?”


“쯧, 실력만 늘면 되는 것을... 애송이가 주둥이까지 늘었구만. 알아도 명심해라. 능선을 넘어가면 트루드가 하위 종족 취급을 받는다는 걸.”


지난날, 그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해라, 아니면 하지 말던가. 생과 사의 사이에서 해본다는 건 없어.”


어린 시절 TV에서 하던 별의 전쟁이라는 영화에서 거의 최고 수준의 무력을 가진 설정으로 나오던 녹색 고블린 영감의 대사가 떠오르는 말이었다. 원래 스승이라는 존재는 이리도 비슷한 건가?


“그럼 합니다. 유익한 시간이긴 했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버렸으니까. 슬슬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바보 같은 애가 하나 기다리고 있어서 분명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요.”


“좋아. 드디어 가로막은 벽을 베고 다음으로 넘어갈 준비가 된 것 같군. 어때? 검이 필요한가?”


그의 말에 감회가 새로워짐을 느꼈다. 이제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건 모두 배웠다. 가장 기본적인 마나의 운영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방식을 개척했고, 그저 둔기 같은 느낌으로 휘두르던 검술도 그가 손수 만져주었다.


“검? 말해 뭐합니까?”


인형의 허리춤에 걸려있던 백색의 검신에 변화가 일었다. 2m가 넘어가던 길이는 1m 60cm 정도로 줄었고 약간 두꺼워진 검신의 중앙을 따라서 파도와도 같은 얕은 홈이 길게 파였다.


<그렇다면 날 거머쥐어라. 이 정도면 네가 쓰기에도 거부감은 없겠지.>


새벽의 어두운 검신과는 반대의 새하얀 백색의 장검. 극히 일부이긴 하나 구시대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추측되는 강자가 깃든 무기.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지. 꼭 쥐어보고 싶었다고요.”


----------------------------------------------------------------

콘쿼러(Conqueror).


최초로 대륙에 정복왕의 이름을 알린 남자의 검입니다.

새하얀 검신은 날이 예리하게 서있고

검면에 파인 홈은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상대의 검을 받아내기 수월할 것입니다.


+@

----------------------------------------------------------------


“정복자인가... 누가 소싯적 정복왕의 검 아니랄까봐. 이름부터 정복자야? 네이밍 센스하고는.”


원주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복잡한 걸 싫어하는 성격일 게 눈에 선했다. 굳이 나쁘게 말하면 단세포.


“검을 쥔다고 갑자기 그쪽의 힘이 들어오거나 하지는 않네요.”


왜 그런 거 있잖아. 맞고 다니지 않게끔 이런 시련도 준비해주신 거잖아. 그렇다면 본신의 힘을 조금이라도 계승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보통 선인의 안배는 그렇게 후인에게 깃드는 법이었다.


<또 요령을 피우려고 하는군. 이제는 망상병까지 생긴 건가? 문은 내가 손수 열어줬으니 키우는 건 온전히 네 몫이다.>


“아, 다 좋은데 꼭 하나씩 아쉽네. 뭐, 이것도 내 팔자지만요. 그래서 지금 옵니까?”


<준비해라. 이 정도의 위압감이라면 저번보다 조금 더 강한 녀석이군.>


폭포 건너편에서 나타난 트루드의 신장은 대충 5m 정도였다. 크기는 더 작은데 뭐가 강한 거지? 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그럼.”


문답무용. 마치 서로가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오거와 프리드가 서로를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


“간결하게 가보자고.”





◎◎◎◎◎





486, 역시 숫자만으로는 가늠이 제대로 안 되지? 프리드는 현재 놈과 백중세를 이루고 있었다. 태고부터 그 피가 이어져 내려온 인외마경(人外魔境)의 생물의 공격을 이제는 그 자리에서 막아낼 수준까지 그 능력이 상승한 것이다.


<오른쪽!>


“오케이! 접수!”


물론 콘쿼러라는 치트키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런데 또 의외로 그가 정작 장비하고 있던 검은 새벽이었다.


<본검을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아무리 놈의 외피가 단단하더라도 결을 따라 베어낼 수 있다. 그럼에도 그 검을 고집하는 이유는?>


“익숙하지... 윽!”


역시 괴물은 괴물. 앞에 두고 여유로이 대화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날카롭게 쇄도한 주먹이 프리드의 복부로 곧장 빨려 들어갔다.


“커헉!”


“아으, 씨, 피는 또 더럽게 비리네. 익숙하지 않잖아요. 내가 검의 천재도 아니고!”


<사선! 얼간이! 왼쪽 아래를 봐라! 집중해라!>


녀석이 발을 쓰기 시작했다. 무투에 상당히 능한 것인지 본능적인지 놈은 방어하기에 애매한 위치를 집중적으로 노리기 시작했다.


“무튼 이게 익숙해서!”


구워어어!


콘쿼러의 보조를 받음에도 쉽사리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얼마나 단단해 먹은 육체인지 새벽이 충돌할 때마다 선명한 불똥까지 튀었다.


<나를 꺼내라. 분명 그 검의 마나 친화도는 나와 비슷한 수준이야. 오히려 그 검보라색 검이 정복의 마나에 더 어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정복의 마나를 완숙의 경지까지 단련한다면 새벽은 더욱 강해질 것이지만 지금의 미숙함은 오히려 마이너스. 자신이 더 낫다고 주장하는 콘쿼러였다.


“그럼 잠깐 길이나 들여보자고!”


프리드가 트루드의 머리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딱!


묵직한 핑거스냅과 함께 도대체 언제 선보일지 오매불망 기다렸던 그 기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칭, 레드 큐브. 이제는 인간의 신장 정도는 능히 가둘 정도로 커진 그 옅은 붉은색의 박스가 트루드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감쌌다.


“우리 친구는 가볍게 호흡곤란 상태로 시작해보자고. 솔직히 그대로 죽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는 않을 거 같아서 말이야. 시간이라도 적당히 끌려달라고.”


처음으로 녀석의 무덤덤한 표정에도 변화라는 게 피어났다. 얼굴에 거의 맞는 공간으로 폐쇄되었으니 정상적이라면 숨을 쉬면 쉴수록 정신이 몽롱해질 것이었다.


“#$%%%@#$@@#$”


짐승 같이 굴던 녀석이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포효하며 얼굴 부근을 마구 두드리고 긁어댔다. 갑갑할 게 뻔했다. 놈의 수준에서 물리적인 간섭은 불가능하나 그 자리에 존재한다는 건 확실했다.


<이 수준이라면 그래도 곧이겠군. 발상 자체는 좋았는데 상대가 너무 나빴어. 길어야 앞으로 수십 초다.>


“그 정도면 충분해.”


쩌적! 쩌저적!


큐브에 옅은 실금이 가고 있었다.


“아마도...?”


다급하게 검집에서 콘쿼러를 꺼내들었다. 새벽 같은 둔탁한 대검과는 다른 느낌의 유려한 백색의 롱소드. 일단 무게에서부터 너무나 큰 차이가 느껴졌다.


<음... 저기...>


“잠시만 기다려 봐요. 적어도 무게중심은 잡아야 휘두르든지 하죠.”


차례대로 자세를 잡으며 횡베기, 종베기, 사선베기 등의 기본적인 몇 가지를 취하던 그에게 콘쿼러가 다급하게 말했다.


<인마! 앞에! 앞을 좀 보라고!>


퍼억!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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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2. 낙수 (2) +2 21.01.05 97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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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8 2 11쪽
114 113. 카약스 공방전 (7) +1 20.11.03 103 2 11쪽
113 112. 카약스 공방전 (6) +2 20.10.27 9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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