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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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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4,157

작성
20.08.2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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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3. 비를 긋다 (13)

안녕하세요~




DUMMY

“아아아... 프리드 니이임...”


근래 들어서 힘이 부치기야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로레인은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 같은 그리운 목소리에 괜히 투정을 부렸다.


“뭐해? 손목을 잡고 비틀어 버리라고.”


“어? 잠깐만요. 진짜에요?”


뭐야? 로레인 마음속의 소리가 아니었을까? 그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것도 바로 그녀의 등 뒤에서. 그녀의 뒤로 공간을 격해서 왕도로 돌아온 프리드가 어느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로 녀석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행히 평소와 다르게 성질대로 움직일 분위기는 아니었다. 단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면 답지 않은 그 차분한 눈동자.


“프리드... 님? 맞아요?”


“상당히 곤란한 상황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할래? 도움이 필요하려나?”


“이 새끼가! 뭘 멋대로 끼어들고 지랄이야? 너 뭐야? 이거 안 보여?”


예의 둘 중 한 명이 프리드에게 달려들고자 했지만 몸이 쉬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전에 겪어본 적 없었던 육체의 구속감에 그들은 공포에서 기인한 기이한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등 뒤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우면서도 차가운 금속성의 감각.


꿀꺽.


<움직이지 말거라. 인간의 아이야.>


머릿속으로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경고.


<본검은 세상에 나온 게 오랜만이라 힘을 조절하는 데에 아직 미숙하거든.>


새하얀 발색의 장검.

허공에 둥둥 뜬 채로 그들의 등을 겨누고 있었다.


끔찍한 기운.

일전에 마스터 알랭을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고압적인 기운이 다른 어떤 것도 아니고 고작 검 하나에서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아가씨. 대답은?”


내심 스스로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랬다. 이번에는 특이한 케이스였지만 이런 잡스런 녀석들에게도 일일히 발목이 잡힌다면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는 없었다. 그런 프리드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그녀가 결연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프리드 님이 돌아오셨다면 제가 이 자리를 지킬 필요는 없겠죠. 제가 한번 알아서 해볼래요. 저도 참을 만큼 참았어요.”


로레인이 앞에 서자 프리드가 그들을 묶었던 마나를 풀어버렸다. 그러자 그들이 당장이라도 프리드에게 달려들 것처럼 공격적인 모션을 취했다.


“이...! 이이익! 무슨 짓을 한 거야!”


“워허. 아니지. 상대는 내가 아니야. 저길 보라고. 쟤 하나 상대하는 데에도 전력을 다 해야 할 거야.”


“미,,, 미안해요!”


눈을 질끈 감은 로레인이 들고 다니던 마법서로 그의 머리를 찍었다. 놀랍게도 마법서에 맞은 남자는 단 한 방에 기절해버렸다. 때리면서 사과라니. 어찌 보면 참 그녀다운 행동에 프리드는 은은하게 웃음을 지었다.


“커,,, 커헉.”


“뭐야! 너 왜 그래?”


“왜긴 왜야. 우리 꼬맹이가 니들보다 강하단 증거지. 쪽팔리게 마법사한테 물리적으로 맞고 뻗냐?”


솔직히 이런 터프한 그림을 기대한 건 아닌데 보여준 건 기대한 거 이상이었다.


“누, 누군데 철검성의 일에 멋대로 끼어드는 거냐!”


“그러는 넌 누군데 우리 꼬맹이를 건들어? 철검성이 대체 언제부터 이런 잡배 집단이었냐? 알랭이라는 녀석, 조금 귀찮게 굴기는 했는데 그렇게는 안 보였는데 말이야.”


“뭐야? 너, 알랭 님을 알아?”


로레인이 프리드에게 다가오더니 무언가를 속삭였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프리드의 표정이 그의 현재 심리 상태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뭐? 얼치기? 허세쟁이? 내가? 내가 언제 허세를 부렸다고 그러는데?”


속닥속닥.


“아, 그게 그렇게 된 거였어?”


아마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나락이던 여행자들의 평가가 더욱 나락을 곤두박질친 모양이었다.


“야, 내가 그 얼치기가 맞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뭐? 네가? 이런 미친 새끼가... 깔이라도 직접 챙기러 온 거냐?”


놈이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세우고 흔들며 프리드에게 물었다.


“깔? 얘가 내 깔이라고? 어쩜 쓰는 단어도 그렇게 천박하냐? 너희가 지금까지 염병할 때 내가 무서워서 피한 것 같아?”


“그럼 뭐 아니냐? 이미 빈키트 씨한테도 묵사발 났고 전쟁이 무서워서 도망쳤다는 것도 공연히 알려진 사실인데. 여기서 틀린 게 있냐?”


대체 얼마나 내부적으로 여론을 주물렀으면 생전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 녀석이 이런 인식을... 그냥 거리를 걷기만 해도 시비가 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네.


“하아... 너희 정말 멋대로 생각하는 거 좋아하네. 이번에는 나도 참아줄 수가 없어. 나는 몰라도 얘는 건들지 말았어야지. 주변인한테까지 피해가 가는 건 나도 별로라서.”


프리드가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마법서를 품에 안은 로레인이 멀뚱멀뚱 서있었다.


“그럼 새로 얻은 힘도 한번 보자고. 딱 좋은 테스트네.”


딱!


그의 손에서 맑은 핑거 스냅이 울렸다.


“뭐야? 무슨 짓을 한 거지?”


“뭐긴 뭐야. 이런 짓이지. 장난 좀 쳐볼까?”


그의 몸을 가둔 무형의 막이 생겨있었다. 크기가 작을 때는 그 농도가 짙어 꽤나 붉게 보였지만 인간의 체구를 가둘 정도로 키우니 아무래도 색이 많이 옅어져서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할 수준이었다.


“지금부터 그 안에 산소를 딱 2분 동안 없앨 거야. 난 이 결정을 절대 무를 생각 없으니까 벌은 달게 받아라.”


텅! 텅텅!


소리까지 차단시키자 입이 뻐끔거리는 모습만 보였다. 내부의 산소를 완전히 빼내자 놈이 큐브 안에서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어디, 백날 쳐봐라. 부서지나 보게.’


“괘, 괜찮을까요? 저러다가 잘못되기라고 하면 어떻게 하죠?”


“으이구~ 야, 너는 좀 냉정해져라. 저런 새끼들은 옹호해줄 필요 없어. 아무도 너한테 뭐라고 안 하니까. 그리고 애초에 죽일 생각도 없어.”


“그래도...”


“인간성이 좋은 거랑 호구는 다른 거야. 네가 늘 말하던 거잖아.”


1분이 지났다. 카슈미르 폭포에 최초로 강제 잠수를 당했을 때, 프리드가 버텼던 시간이 거즘 이 정도였다. 살기 위해 아등바등 버틴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제 슬슬이네. 몇 초만 더 버텨보자 친구야. 슬슬 몽롱해질걸? 생각보다 질식의 고통은 끔찍하다고.”


큐브 안의 그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벽을 두드리던 놈의 같잖은 기세는 이미 누그러들어 자리에 주저앉은 지 오래였다.


“아, 참고로 나는 가장 최근 기준으로 5분 정도 버텼어. 그냥 자랑이야.”


로레인은 이미 고개를 돌렸고 그렇게 2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으휴. 냄새! 더럽게시리.”


그 짧은 시간 동안 죽음의 공포를 느낀 것인지 놈의 다리 사이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이 정도 수준의 녀석들이 왕도에 있다고? 운이 정말 좋았네. 보나마나 이 세계로 넘어오고 정말 고된 경험은 해보질 못한 녀석들일 게 뻔했다.


“에휴, 아무리 잘 봐줘도 여기서 시작한 것 같은데 너희들이 고생이라는 걸 알기는 알겠냐? 내 반의 반 만큼이라도 고생해봤으면 나한테 이렇게 말 못 하지.”


“너...! 우리는 철검성이라고. 우리는 애초에 말단이다. 철검성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자신이 있는 거냐?”


책을 맞고 뻗어 있던 녀석이 정신을 차리고는 갇혔던 녀석을 부축하며 말했다.


“니들 입으로 말단이라고 했잖아. 고작 말단 둘이 가서 일러바친다고 길드가 움직여? 좆이나 까서 잡수셔.”


“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보겠다.”


“그래. 그러면 가서 제발 일러라. 알랭한테. 내 주변을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줄게. 그 진부한 대사는 좀 어떻게 해주고. 짜증나잖아.”


추가적으로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참고로 내가 철검성에 들어간다고 하면 알랭이 나를 더 반길까? 너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까? 나름 공적인 상황에서 스카웃 제의까지 받았었는데.”


“그게 무슨 소리지?”


“괜히 설치지 말라는 소리야. 같은 식구였어도 내가 너희들 보다는 위라는 소리고.”


놈들한테 더 할애할 시간은 없었다.


“철검성도 끝났네. 저런 양아치한테 엠블럼을 줄 것 같지는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세력을 불리려고 가입 조건을 크게 낮췄다고 들었어요. 제가 보기에도 영...”


뭐, 어디까지나 철저한 남의 일이었으니 딱히 관여할 입장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로레인, 지금 상황은 어때?”


“그렇게 좋지는 않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그럼 아저씨한테 먼저 가야겠네.”


그렇게 대략 두 달의 시간 만에 프리드는 왕도로 돌아왔다.


“진짜 장난 아니게 강해졌으니까. 이제 기대해도 좋아.”





◎◎◎◎◎





“그것보다 먼저 저한테 말해줄 게 있지 않아요?”


“아? 이따가. 일단 아저씨부터 만나고.”


“틀렸어요.”


프리드는 쉼 없이 로얄 로드를 향해 발을 옮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뒤따라오던 로레인의 발소리가 끊겼다.


“음?”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 또 왜?”


“제가... 흐윽.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는 알아요?”


가까이 다가가서 본 그녀는 울먹이고 있었다. 두 눈에는 큼지막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상태로 토해내듯이 말을 꺼냈다.


“왜 울고 그래.”


“어떤 망할 놈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무작정 기다리라고 해놓고... 훌쩍. 저 혼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시냐구요.”


프리드는 손가락을 그녀에게 향해 눈물을 닦아냈다. 하긴... 돌아오고 처음 본 모습도 그런 광경이었는데 근 두 달 동안 얼마나 시달렸을지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서웠어요.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혹시나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온갖 불안한 생각은 다 들고... 그리고 그 사람들이 프리드 님 욕을 얼마나 했는지 알아요?”


얼마나 그간의 시간이 분했으면 목소리와 더불어서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너, 그래도 나 기다렸잖아. 그거면 된 거지. 수고했어.”


“...훌쩍.”


“어찌되었건 네가 날 믿어주고 있다는 증거겠지. 그래서 기왕 끌려간 김에 노력했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네가 직접 기댈 수 있을 벽이 되기 위해서.”


“왜. 항상 프리드 님만 그렇게 침착해요? 왜 항상 저만 마음 졸여야 하고. 왜 항상 저만 기다려야 하고. 왜 항상 저만 초조해야 하는 거예요? 왜 항상 저만 손해를 보는 거예요?”


눈물은 점점 커져갔고 내뱉던 말들은 대포알이 되어 그의 가슴에 박혔다.


“그렇지 않아.”


“...네?”


“나라고 다를 게 어디 있겠어? 그냥 견디는 거야. 선택지가 없으니까.”


프리드는 콘쿼러를 뽑았다. 새벽이 줬던 묵직함과는 다른 유려함. 곧 검신을 타고 붉은 기류가 불꽃처럼 넘실거렸다. 그는 로레인의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거의 한보 가량으로 좁혀졌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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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4. 낙수 (4) +2 21.01.19 95 2 12쪽
124 123. 낙수 (3) +2 21.01.12 90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7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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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8. 카약스 공방전 (12) +2 20.12.08 86 2 12쪽
118 117. 카약스 공방전 (11) +2 20.12.01 136 2 11쪽
117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8 2 12쪽
116 115. 카약스 공방전 (9) +3 20.11.17 106 3 11쪽
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8 2 11쪽
114 113. 카약스 공방전 (7) +1 20.11.03 103 2 11쪽
113 112. 카약스 공방전 (6) +2 20.10.27 9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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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0. 카약스 공방전 (4) +2 20.10.13 102 2 12쪽
110 109. 카약스 공방전 (3) +2 20.10.06 114 2 12쪽
109 108. 카약스 공방전 (2) +2 20.09.29 114 2 11쪽
108 107. 카약스 공방전 (1) +3 20.09.22 141 3 13쪽
107 106. 2막 프롤로그 +3 20.09.15 152 3 7쪽
106 105. 비를 긋다 (15) +2 20.09.08 13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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