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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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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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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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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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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1. 카약스 공방전 (5)

안녕하세요~




DUMMY

“그 둘의 이름을 굳이 여기서 언급하시는 이유는 뭡니까?” 


블렌하임의 표정은 뭔가 복잡했다. 뭔가가 찝찝한? 그런 애매모호한 표정.


“일단 구동만 한다면 그 이후에는 간단한 공격 마법만 사용할 줄 안다면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초로 구동하는 데에는 최소 클래스 7의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는 게 문제지.”


“그렇다면 지금 카약스 내부에 최소 클래스 7에 준하는 실력의 마법사가 머물고 있다는 소리입니까?”


카약스가 함락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삼주일 정도 전이었다.


“낮은 확률이지만 운이 좋으면 요새포만 구동시키고 자리를 비웠을 수도 있다. 그런 고급 인력이 이런 시기에 성안에만 처박혀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요는 카약스에 그가 만들어낸 최강의 방패와 창을 활용할 인물이 있다는 것이었다. 블렌하임의 머릿속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시어도어 녀석은 그렇게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순수한 역량에서 차이가 나니까 그 부분에서 극복해나가면 되겠지. 하지만 토르제인은 아니야. 그 늙은이의 센스는 실로 위험한 수준이다.’


토르제인은 현시대에서 마법사 = 전쟁 병기라는 단어에 단언컨대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블렌하임 스스로도 그를 인정할 정도로 마법이라는 학문 자체에 능통한 자였다.


그렇게 매서운 적이 기다리고 있지만 현재 그들의 입장에서 접근이 가능한 입구는 불행하게도 요새의 동문이 유일했다.


“다리의 현재 상태는?”


“성문은 굳게 닫혀있지만 다리는 내려와 있습니다.”


“요새포의 위력을 아니까 부릴 수 있는 만용이지.”


“대공님, 그냥 대공님의 마법으로 무력돌파는 불가능한 것입니까?” 


선례가 안 좋긴 하지만 대관식 당일, 제국이 사용한 수법을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제국의 마법사들이 할 줄 안다면 그 역시도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걸 위해서는 내부에 좌표를 특정할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네. 그게 아니라면 시시각각 일그러지는 좌표의 패턴을 계산해서 예측을 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적어도 내 상식에서 인간의 뇌는 그걸 계산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렇다면 결국 방법이 없는 겁니까? 이렇게 발만 동동 구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솔직히 당장 보이기엔 그랬다. 무슨 의견을 내더라도 대공이 반박할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도시를 둘러싼 해자 속 하수구를 건너자니 그곳은 너무 깊고 오염도가 심해 비효율적이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블렌하임이 한숨을 뱉었다.


“하아... 여기서 내 치부를 드러내게 되는군.”


“네? 그게 무슨...”


“내부로 통하는 비공식 마법진이 하나 있기야 하다네.”


순방 시에 특히나 빡빡하고 혼잡한 카약스의 검문을 간단하게 건너뛰기 위해 대공이 몰래 설치해둔 마법진이었다. 듣던 이들의 표정도 기괴하게 일그러졌으나 그에게 대놓고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특히 카약스 출신의 귀족의 기괴하게 일그러지던 표정은 아마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블렌하임이 내놓은 숨겨둔 패에 다들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내부로 들어갈 방법이 가장 큰 문제였기에 들어만 간다면 답이 보였다.


“좋아. 이대로 흘러갈 수만 있다면... 늦어도 이틀 뒤 우리는 카약스를 되찾을 것이야.”


뭐,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얘기였지만.




◎◎◎◎◎






“여전히 블레임 진영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없겠지?”


검은 로브의 노마법사. 시어도어가 친히 성벽에 직접 올라 적들의 추이를 살폈다.


“예, 여전히 특정할만한 움직임은 따로 없었습니다.” 


“좋아. 지금처럼 제대로 감시하도록. 특이사항은 바로바로 보고하고. 혹여 그로 인해서 문제가 생긴다면 네게 바로 책임을 물을 것이야.”


“예, 특이사항 발생 시 즉각 보고 올리겠습니다.”


평소였다면 이렇게 직접 주시할 필요도 민감하게 아랫것들을 쏘아붙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상대인지라 그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때였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이상하리만치 갑작스러운 속도로 암운이 모여들고 있었다.


“어? 하늘이...?”


뭣도 모르고 보면 일단은 신비스러운 비경이었기에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던 병사였지만 시어도어는 다른 의미로 넋이 빠져버렸다. 등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서늘한 바람까지 불기 시작했다.


“웨... 트...”


그가 넋이 나가서 낮게 읊조렸다.


“예? 잘못 들었습니다?” 


“근처에 드래곤이라도 지나가지 않는 이상 이렇게 갑작스럽게 날씨가 바뀌지는 않아! 웨더 컨트롤계통의 마법이다! 날씨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 놈이... 놈이 움직인다!” 


그가 알기로 현세의 인간들 사이에서 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당장에 이 전장 안에서 그런 인물을 꼽자면 단 한 명.


“블렌하이이임-!”


“예?!?! 이렇게 갑자기 말입니까?” 


“당장 내려가서 도시 내에 머무르고 있는 마법사들을 죄다 모아와라! 상황이 상황이니 이번만큼은 내 이름을 빌리는 것을 허락하겠다! 어서!”


“옙! 알겠습니다!” 


시어도어, 그도 한 명의 클래스 7의 대마법사. 그의 기백을 맨몸으로 바로 앞에서 받은 병사는 그의 노호성에 덜덜 떨며 성벽에서 도망치듯이 달려서 내려갔다. 성벽 밖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끝에 어느 새에 시야 내부에 들어온 누군가가 들어왔다.





◎◎◎◎◎





“이틀? 아마 빡빡하게 잡아도 최소 이틀 정도는 필요할 것 같군. 작전을 위해서 먹구름을 모을 필요가 있다네. 좁은 범위라도 날씨를 조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외의 영역. 내게도 시간이 필요한 법이야.”


그가 직접 설계한 대마법지대(Anti Magic Area).

실시간으로 좌표를 교란시켜 외부에서 내부로 통하는 즉각적인 전이를 막고 클래스 7의 대단위 마법도 몇 번 정도는 막아낼 수 있을 수준의 견고함을 자랑했다.


“그 정도 인원이 한 번에 이동한다면 내성의 디텍터에 반드시 걸릴 테지. 그 시스템에 허점을 만들기 위한 준비라네. 자네들은 타이밍 맞춰서 침투한 뒤에 하달을 받은 임무를 수행하면 될 것이야.”


뭐, 상대가 기대 이하의 인사들뿐이라면 블렌하임의 선에서 모든 게 해결될 가능성도 있기야 했다.


“그럼 잘 부탁하겠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직접 나서고 싶지만 아마 내가 자리를 비우면 저쪽에서 눈치를 챌 수도 있어. 큰 짐이지만 다른 의미론 그대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미드레이였다.





◎◎◎◎◎





그리고 당일, 어느새 도시 카약스 상공의 대부분을 새까맣게 뒤덮은 암운의 아래. 상당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개인이 압도적인 다수와 대치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블렌하임... 이번에는 또 무슨 수작인가?”


“다행이군. 이곳을 지키는 게 그대라면 공략이 조금은 수월하겠어. 혹여 토르제인 영감이라도 와있을까 걱정한 게 사실이거든.”


그를 대함에 있어서 아무런 감정이 없는 블렌하임과 대조적으로 시어도어에게서는 증오심에 가까운 감정까지 느껴졌다. 순수한 능력의 차이가 낳은 열등감이었다.


그곳에서 비롯된 광기를 향해 어긋나버린 음의 감정. 그 사이에도 먹구름은 꾸준히 모여들었고 외성 일부만을 덮던 크기가 카약스 전역을 덮을 정도로 그 범위가 거대해졌다. 그를 공격하고자 했던 마법들은 통하지 않았다.


“틀렸어. 저 정도 마법을 캐스팅하면서 우리의 마법들도 역산되고 있잖아...”


탑주의 소집령을 받고 부리나케 성벽으로 뛰어온 마법사들도 그 장관에 감탄을 넘어 한 명의 마법사로서 경외를 보내고 있었다.


“이것이 대륙 유일의 클래스 8인가?”


“적이라는 게 아쉬울 정도로 대단한 경지다. 가르침을 사사받고 싶을 정도야.”


바로 앞에 시어도어가 있음에도 그럴 정도로 감탄한 것일까? 시어도어는 그 모습들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 망할 자식들! 누가 네놈들에게 구경이나 하라고 여기까지 부른 것 같으냐?! 뭘 멀뚱멀뚱하게 서서 감탄만 하고 있는 것이냐?! 공격이 안 통하는 건 파악하지 않았느냐! 빨리 각자 날아올 공격 마법에 대책을 세워라! 일단 큰 한방을 막아내고 평시에 준비했던 대待 블렌하임 전용 방어진을 구축한다!”


그들의 반응과 별개로 그 덩치를 충분히 불린 먹구름에는 그 전부를 덮을 만큼 거대한 마법진이 떠오르고 있었다. 기하학적인 문양들로 이루어진 탓에 식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 크기만으로도 충분히 경고하고 있었다.


“미쳤군.”


“뇌운의 냄새가 난다! 대지 계열의 녀석은 그대로 토벽을 올려라. 그게 안 된다면 가능한 많은 수의 마나의 장벽을 중첩시켜라! 큰 놈이다! 최소로 잡아도 클래스 7이야!”


기본적으로 대단위 마법의 경우, 순수한 위력 자체는 한 클래스 위로 치기도 했다. 저 정도의 크기라면 위력 자체만 본다면 클래스 8의 영역에서도 중상위에 준하는 대단위 마법. 그걸 잘 아는 마법사들이었기에 어떻게든 막기 위해 가능한 두껍고 견고하게 토벽을 세웠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천천히 훑던 블렌하임의 입에서 마법의 발동을 알리는 시동구가 흘러나왔다.


“기가스 라이데인(Gigas Lydane).”


번개를 의미하는 글리프. Lightning의 고어. Lydane. 세상에서 소실되었던 고대의 마법이 그로 인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번쩍!


일순 세상이 새하얀 도화지로 변했다. 강렬한 빛의 기둥이 그들을 강타하고 1초 뒤, 천지를 울리는 둔탁한 소리가 카약스를 강타했다.


쾅!


분노한 신이 그의 철퇴로 하계를 강타한다고 해도 이런 소리가 날 수 있을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세운 마법사들은 그 충격에 잔뜩 질려서는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끄,,, 끝났나?”


요란한 소리와 눈이 멀 정도의 빛. 그 이펙트가 꽤나 강렬했지만 의외로 토벽은 건재했다.


“뭐야? 소리만 요란하지 이게 전부인가? 클래스 8이 겨우 이 정도라고? 별...”


 번쩍! ...쾅!


그는 다음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자신만만하게 토벽과 도시를 둘러싼 진을 벗어난 그에게 신의 기둥이 내리치자 그는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클래스 6의 허망한 최후였다.


“멍청한 자식! 오만함이 언젠가 화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네놈들도 저렇게 되기 싫으면 곧장 토벽을 보강해라! 놈의 마법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야!” 


고대신의 대재앙이 그 진정한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번쩍!


쾅! 쿠르릉! 콰앙!


십 수 번이 넘는 수의 낙뢰들이 끔찍한 굉음을 동반하여 세워진 장벽들을 끊임없이 타격했다. 도시 내부에 주둔 중인 제국의 군대, 기존부터 그곳에 살았던 카약스의 시민들, 도시 밖에 마련된 진지에 주둔 중이던 왕국의 군대, 여행자들에게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그 비경을 목격했다.


“고개 숙이고 몸은 최대한 웅크려!”


“윽! 내 눈! 눈이 보이지가 않아!”


피아를 가리지 않고 마법에 의해 간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모든 이들이 고통에 신음했다.

제국 측의 마법사들은 그 공격을 정면으로 받으면서도 절대 정신을 놓을 수 없었다.


무리한 마나의 운용으로 각혈을 하면서도 녹아내리는 장벽을 다시 구축하고 그 위를 마나의 장벽으로 곂곂이 감싸는 것들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지금 이곳이 인계의 지옥이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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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 낙수 (3) +2 21.01.12 90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7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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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7. 카약스 공방전 (11) +2 20.12.01 136 2 11쪽
117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8 2 12쪽
116 115. 카약스 공방전 (9) +3 20.11.17 106 3 11쪽
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8 2 11쪽
114 113. 카약스 공방전 (7) +1 20.11.03 103 2 11쪽
113 112. 카약스 공방전 (6) +2 20.10.27 97 2 12쪽
» 111. 카약스 공방전 (5) +2 20.10.20 124 2 12쪽
111 110. 카약스 공방전 (4) +2 20.10.13 102 2 12쪽
110 109. 카약스 공방전 (3) +2 20.10.06 114 2 12쪽
109 108. 카약스 공방전 (2) +2 20.09.29 11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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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 2막 프롤로그 +3 20.09.15 152 3 7쪽
106 105. 비를 긋다 (15) +2 20.09.08 13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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