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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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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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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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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24. 낙수 (4)

안녕하세요~




DUMMY

“아, 알랭?”


“뭐? 진짜 알랭이야?”


“정답은 ‘욕심이 없다.’야. 나랑 웨인은 직접 들어간 지 오래 되었다고 치더라도 우리 애들이랑 화란의 아가씨들은 다르거든. 화란은 그런 보여주기식 스코어에 큰 욕심이 없어.”


잠자코 듣고 있던 프리드가 그 말에 의문을 가졌다.


“뭐야? 오래됐다고?”


“나는 6개월 정도. 웨인, 그녀는 아마 나보다 더 오래됐을 거야. 내가 울티마에 자리 잡기도 전에 그녀는 베테랑이었으니까.”


알랭과의 처음은 비록 꼬인 만남이었지만 이제 그도 나름 프리드의 기준에서 대꾸는 받을 정도의 관계로 격상되었다.


“뭐야? 그럼 그쪽이나 웨인은 지금 들어가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거네?”


“그렇다고 해도 별 의미 없어. 순수하게 탑의 공략만을 기준으로 둔다면 내가 다시 공략을 시작하더라도 내 위에 최소 둘은 올라갈 거라고 봐.”


“그러니까 그게 절대적인 힘의 지표는 아니란 거네요.”


“역시 똑똑한 아가씨야. 그건 그렇고 꽤나 이름 있어 보이는 대륙인들을 많이 아는 것 같던데?”


“누굴 말하는 건지 모르겠네. 콕 찝어봐.”


“발도가 꽤나 인상적이더군.”


“아, 헨릭? 그도 그럴만 하지. 장미휘석이니까.”


선구자인 그로서도 장미휘석을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애초에 그런 등급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기도 했다. 이런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그만큼 상황이 좋아졌다는 것이겠지. 프리드가 참여한 전쟁의 한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





“나는 팔만 칼라이도 자작님 아래에 있는 기사, 위구르라고 한다!”


팔만의 진영에서 한 기사가 말을 달려 전장 중심으로 달려왔다.


“블레임의 노괴들은 냉큼 달려나와 나의 검을 받아라!”


전장의 시작을 알리는 기사대전이었다.


“어린 것이 세상 높은 줄 모르고 미쳐서는 고성을 지르는구나! 오냐! 늙은이 나왔다!”


블레임 진영에서 체구가 호랑이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백발의 노장이 나타났다. 드레스너 남작. 아마 블레임의 기사들 중에 순수한 나이로는 최고령일 것이었다.


선봉으로 나온 기사들이 각자의 검을 맞대어 서로의 강함을 겨루는 것. 필수적인 과정은 아니었지만 전투를 앞두고 각군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항상 전쟁에 따라오는 작은 행사였다.


“현황 폐하의 검을 이 어깨에 받은 기사. 위구르라고 합니다.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도발과는 다르게 의외로 정중한 그의 모습에 각오를 다지고 나온 드레스너 남작도 자연스레 기세가 누그러들었다.


“내 비록 위대한 경지에 이른 검사는 아니지만 세월이 담긴 검은 거짓을 고하지 않으니 한번 받아보게나.”


아무리 황제에게 직접 서임을 받았다지만 위구르가 그의 노련함을 받아낼 재간이 있을 리가 없었다. 대결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거즘 이십 합 정도의 일방적인 흐름대로 흘러가다가 위구르가 검을 놓치며 끝이 났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드레스너 남작은 위구르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블레임 진영에서는 자연스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 드레스너 남작님 만세!”


이 기회를 놓칠세라 미드레이 공작은 전군에 진군 명령을 내렸다.


“가라! 국토를 수복하기 위한 마지막 일전이다!”


군의 중앙은 블레임 정규군이. 좌우익은 용병들과 여행자들이 끼리끼리 섞여서 포진해있었다.


전장에는 많은 거인들이 존재했다. 미드레이나 블렌하임, 혹은 제국 측에 존재하는 무수한 강자들. 그들은 이미 개인으로서 한 명의 거인이었다. 물론 단체로서의 거인들도 있었다.


제국 유수의 무력집단들과 각자가 한가락씩 한다는 양측의 여행자 길드들. 전장의 주인공은 그들이었다. 그들과 같은 거인을 동경하는 이들도 자신이 거인이 되는 그날을 위해서 끊임없이 적을 베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미드레이가 그의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그를 중심으로 반원이 그려지고 있었다.


“저게 그 검공의 반원인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대륙 최강의 검이었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를 중심으로 전방의 반원은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었다.


“안 되겠소! 은기사들을 불러야겠소!”


기사로서의 실력은 고강하나 청기사라는 조직체에 얽매이지 않고 작위를 받아 세습 귀족이 된 이들. 그들이 바로 은隱기사들이었다.


“은기사, 레반도프 백작 입석.”


“은기사, 파렌하이트 자작.”


“은기사, 모츠포 입석.”


그들 각자는 이미 전장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었지만 서임에 따라서 황제 직인의 소집령이 떨어지면 바로 집결하도록 되어 있었다. 7명의 은기사가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을 막사에 집결시킨 어린 황제가 그들에게 물었다.


“어째서 일곱뿐이지? 선황께서 임명했던 건 열 명이라고 들었는데.”


은기사들은 서로의 면면을 살폈다. 확실히 비는 얼굴이 몇 보였다. 변경백을 포함한 셋이 부재했다.


“이거, 메르 씨는 또 불참이구만.”


“메르? 메르 올리비아를 말하는 건가?”


“아마 황제께서 직접 찾아가기 전까진 부름에 응하지 않을 겁니다. 그녀가 충성을 바친 건 어디까지나 데일 그 양반이니까.”


대답하는 그의 이름은 앤디미온 벨라임. 그는 전대 황제를 현황 앞에서 이름으로 불렀으며 황제를 상대함에도 격식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머지 하나는 뭐 파스크란 영감이지요. 그 양반도 제도에서 핏덩이들 키우느라 바쁩니다. 그렇게 셋 빼면 인원수 맞지요? 용건이나 시작합시다.”


“전장에서 마구 날뛰는 미드레이의 무력을 그대들도 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대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은기사의 무서운 점은 여기에 있었다. 그들은 기사단으로의 결속력은 당연히 청기사보다 아래였지만 개개인의 무력은 그 크레이만을 상회하는 괴물 같은 존재들이 여럿 포진하고 있었다.


그들은 황명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다만 자유롭게 생각할 권리 정도는 갖고 있었다.


“충.”


“몸이나 좀 풀어볼까.”


“미드레이 그 아저씨는 안 죽나.”


“메르 씨나 파스크란 영감도 안 왔는데 개죽음이나 당하는 건 아니련지...”


“난 빠지지. 애초에 이제 내 검은 그대들을 따라가지 못해. 이번 전쟁을 끝으로 검도 놓을 생각이었고.”


클라이드 후작이었다.


곧장 전장으로 달려나간 그들은 미드레이에게 향했다. 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들이 위치한 전장에서 가장 강한 투기를 쫓아가면 되었으니까.


“모츠포, 그대를 전장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클라이드 후작을 제외한 은기사 여섯과 미드레이 1인의 대치. 전례가 있었기에 아무도 그 구도를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창 정복 전쟁을 벌이던 시기 이후에 처음이지. 시기로는 거의 30년 정도 전이구만.”


미드레이는 늘 하던 방식대로 검 끝에 마나를 모아 방출했다. 은기사 모츠포는 말없이 검을 뽑았다. 앤디미온이 그의 뒤를 받았다.


“흠?”


“우리를 그 애송이들과 비슷할 거라 예상했다면 실망인데?”


제국의 황제가 꺼낸 은자의 개가 블레임의 검공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구도가 기가 막힌 힘의 균형을 이뤄 아무리 미드레이라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실력이 있다고 모두가 기사단에 소속되는 건 아니었다. 그건 검이나 마법이나 마찬가지였다. 정예만큼은 블레임이 앞서는 그림을 예상했으나 지금 보니 마냥 그런 것도 아니었다.


뭐, 병사들 틈에 끼어있던 프리드에게는 해당사항 없었지만.


“그럼 우리도 지저분하게 날뛰어 볼까? 로레인, 고!”


“넵!”


몸이 배는 가벼워졌음을 느낀 프리드는 그대로 적진의 한 가운데로 파고들었다. 그가 지나간 전장의 길목에는 대지가 갈라지며 부글부글 타오르는 용암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내 다리!”


“용암이다! 마법사야! 대지가 뒤집힐 정도의 마법이다! 고 클래스의 마법사가 나타났어!”


어중간한 실력의 소유자는 절대로 그녀의 마법을 꿰뚫어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발걸음을 조금씩 프리드가 있는 곳으로 향할 때마다 병사들이 하나, 둘 거품을 물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프리드도 만만치 않았다. 요 근래 들어서 빡센 친구들과 1대1만 해서 잊고 있었겠지만 그의 마나 특성은 본래 어중간한 다수에게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그가 묶어뒀던 마나를 그대로 개방해버렸다.


<이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군.>


흘러나오는 붉은 마나가 허리춤의 콘쿼러에 흡수되더니 더욱 진한 농도로 재차 방출되며 프리드의 주변으로 더 멀리 퍼졌다.


“어디 보자. 이렇게 하는 거였나?”


그가 일전에 사용했던 그 힘을 재차 상기해내고 있었다. 그때의 마나의 흐름을. 그는 펼쳐진 한 손을 머리 위로 높게 들었다.


그러고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그를 향해 병장기를 들이밀려고 하던 적들이 일시에 굳어졌다. 그 부분만 잘라내어 본다면 언뜻 시간이 멈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그는 거기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굳게 쥔 주먹은 서서히 그 위치를 낮추었고 기어코 프리드의 가슴 위치까지 도달했다. 그의 주위에는 그 누구도 서있을 수 없었다.


“귀찮게 하지 말고 잠깐만 쉬고 있어. 그건 여행자 니들도 마찬가지야.”


“크윽!”


일단 시각적으로 보이기에는 압도적인 위용이었다. 병사들은 물론이고 여행자들까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물론 그 모습을 보고 프리드를 사냥하기 위해 나서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조차 프리드의 영역 안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저 녀석은 누구지?”


“블레임에 알랭이나 웨인을 제외하고 신경 써야 할 여행자가 더 있었군.”


“우회한다! 저건 진짜 괴물이군.”


“저런 게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전장에서 위용을 보이자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평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붉은 해일. 프리드는 전장을 덮은 붉은 해일이었다. 확실한 건 제국이나 왕국이나 아마 더는 그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 녀석은?”


전장의 일부를 완전히 동결시켜버린 그의 얼굴이 이상하리만치 낯이 익었다.


“클라이드 후작님, 그는 제가 직접 상대하겠습니다. 이미 일전에 제게 패배했던 사내입니다.”


“허어, 그대가 저자를?”


은기사 중 1인이었던 클라이드 후작도 시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는 일찍이 프리드가 보여준 화려한 퍼포먼스에 전율하고 있었다.


단 일거에 저 정도 군중 제압기를 가진 이는 절대로 흔하지 않았다. 허나 그것 이상으로 클라이드는 셰인 남작을 믿었다. 지금 그가 보여주고 있는 눈빛. 이런 눈의 셰인 남작은 그 어느 때보다 믿을 수 있었다.


“솔직히 자네를 신뢰하네만 저런 괴물이랑 붙고서 어떻게 이겼다는 건지 새삼 놀랍군. 믿겠네. 가보게.”


“조금이면 될 겁니다. 놈의 수급을 가져오겠습니다.”


목례 후 곧장 막사를 나선 셰인이 프리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낌없이 힘을 방출하고 있는 프리드였기에 셰인도 서둘렀다.


“어...? 크읍!”


그의 프리드를 제압하기 위한 계획은 초장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작가의말

2ㅂ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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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 낙수 (3) +2 21.01.12 91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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