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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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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4,157

작성
20.12.0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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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117. 카약스 공방전 (11)

안녕하세요~




DUMMY

전날의 참상이 거리 여기저기에 남아있었다. 일단 전시 상황인지라 허물어진 건물에 대한 보수는커녕 낙석을 정리하지도 못한 것 같았다. 그들이 최종적으로 향한 장소는 전날의 그 반쯤 허물어진 첨탑이었다.


“세상에... 상부가 완전히 무너졌네요.”


어쩐지 그 외관이 흉흉하기까지 했다. 첨탑 상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다행히 개방되어 있었다.


계단을 타고 오르자 시가지가 한눈에 보였다. 시야 저~어 멀리에 있긴 했지만 외성벽으로 보이는 쭉 이어진 높은 구조물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저건가? 보이지? 저기 튀어나온 거.”


“어... 생각보다 많이 먼데요? 개수도 일단 보이는 것만 3개는 되는 것 같구요.”


“우리가 노리는 건 저~기. 내성이 여기서 서쪽이라고 했으니까 동문은 저기겠네. 확실히 세 개는 조금 무리일지도? 가능하면 동문 쪽 하나만 파괴하는 방향으로 생각해보자.”


일단 시야에 보이는 것들 중 나머지 둘은 방향도 서문 방향이었고 아무리 사거리가 길어도 동문 밖까진 닿을 것 같지가 않았다.


“일단 확인 끝. 이제 슬슬 돌아가자.”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칸은 이미 돌아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여기서 첨탑까지의 거리는 대략 20분 정도. 뭐, 그것도 충분히 여유를 즐겼을 때의 얘기고 우리의 경우에는 뛰어서 5분 정도면 될 거야. 그래서 알랭이 갇힌 곳은 파악했나?”


“비슷합니다. 이곳을 기준으로 방향은 북쪽 가도를 쭉 따라서 시간은 대략 17분 정도 걸릴 겁니다.”


“디테일하네. 다행히 내성까지 기어들어가는 수고를 할 필요는 없겠어.”


머릿속에서 특정 세 장소를 연결하는 간략한 지도가 그려졌다.


‘첨탑이 동쪽에서 약간 아래로 치우친 느낌이 있으니까... 직선 거리로 가로질러서 쭉 갈 수 있다면 거의 마주칠 일도 없겠는데? 정말 운이 좋으면 불필요한 교전도 넘길 수 있을지도?’


그의 시선이 발치에 마구잡이로 흐트러진 마법진을 향했다. 난잡하게 널브러진 잔해들을 치우자 대강의 형태는 분별이 가능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친구들을 구해오면 이건 바로 쓸 수 있는 건가?”


“일행에 카나라는 마법사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구동석이 있으니 그렇다고 봐야죠.”


구동석을 사용하면 마법진의 군데군데 빈 자리로 마나가 흘러들어가 진을 작동시키는 방식이라고.


“오케이, 계획대로 잘 진행된다는 가정 하에 빠르면 1시간 안에 이 지긋지긋한 도시를 뜰 수 있겠네. 로레인, 그거 잘 들고 따라와.”


“넵!”


로레인이 거의 자신의 키만한 보따리를 낑낑대며 들자 그래도 남자라 이건지 아칸이 나섰다.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여기요.”


기우뚱.


아칸은 그녀에게 보따리를 받아들자마자 자신이 실언을 했음을 깨달았다. 그녀도 나름 잘 들고 있었기에 부피만 조금 나가는 줄 알았더니 들고 서있는 것도 힘이 들었다.


‘뭐, 이거 뭐야?’


하지만 한번 들어준다고 했던 물건을 도로 물릴 수도 없는 노릇.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린 아칸에게도 프리드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너도, 조금 빠르게 뛸 거니까 놓치지 않게 잘 따라와. 든다고 했으니 책임은 져야겠지?”


“ㅇ...옙!”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간 프리드는 시가지 방향으로 쭉 달려나갔다. 그나마 뒤의 둘이 쫒아올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적당히 달리자 예상보다 조금 오버된 7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허억,,, 웁! 우우웁!”


자리에 뻗어버린 아칸은 신물이 올라오는지 연신 헛구역질을 해댔다.


“뭐야? 어디 비라도 왔어? 왜 이렇게 젖었어?”


“허억,,, 아, 아뇨,,, 허어억.”


이번에는 고생깨나 했던 로레인도 힘이 부칠 정도였으니 딱 봐도 책돌이인 아칸이 어떻게 견디겠는가. 로레인도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어이, 책돌이. 아무리 손에 든 게 있었다지만 쟤보다 체력이 달리면 안 되지. 너는 이번에 돌아가면 기본적인 체력 정도는 기르는 게 좋겠다. 그건 이제 내려놔도 된다. 내가 들고 올라갈 거니까.”


바닥에 누워서까지 꼭 안고 있던 무언가를 아칸이 바닥에 내려놨다.


“허억... 근데 그거 대체 뭡니까? 부피도 부피인데... 하아.”


“이거요? 궁금하시면 직접 한번 보세요.”


로레인이 말과 함께 직접 펼치며 그에게 보따리 속 내용물을 보여줬다.


촤라락.


검들이었다. 그 외관은 다양했지만 하나 같이 무식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거대한 검들이었다.


“검이네요? 그런데 이렇게 많이 대체 어디에 쓰시려고?”


“그건 이제 보면 알 거다.”


바닥에 어지러이 놓여진 검이 얼추 10자루 정도. 프리드는 그 끝을 따라가서 상대적으로 가장 왜소한 검을 집어들었다.


“최대한 알지? 가능한 최대로 한번 걸어봐. 실패라는 걸 염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하게끔.”


“물론이죠. 후읍, 갈게요. 플렉서블 애로우! 이글 아이!”


프리드가 쥔 검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기운이 슬슬 감겨왔고, 그의 눈동자는 맹금류의 그것처럼 노랗게 물들었다. 혈류가 가속하기 시작했다.


“어디 한번 흔들어보자고.”






◎◎◎◎◎






이곳은 도시의 중앙 지점에 위치한 첨탑. 음, 첨탑이었던 것으로 하자. 눈앞의 사내와 소녀를 따라서 이곳으로 왔다.


‘대체 여기까지는 왜 온 거지? 기껏 알아왔더니 당장 구하러 가지 않고?’


아직은 그 답을 들을 수 없겠지. 자신은 그들에게 있어서 절대적 을이니까. 해소되지 않고 쌓여만 가는 호기심 속에서 남자는 갑자기 검을 집었다. 동료인 소녀는 남자를 대상으로 마법을 외운다.


이제 상황을 이해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니, 포기했다는 표현이 맞겠지. 그러면서도 머리를 스치는 단 한 가지의 생각.


‘설마? 에이, 설마 저걸 던지려는 건 아니겠지? 여기서 성벽까지 거리가 얼만데...’


카약스라는 영지는 굉장히 큰 편은 아니었지만 중견급에는 족히 속하는 도시였다. 하지만 프리드는 여행자였다. 여행자들은 항상 상식선의 판단을 뛰어넘었고. 자신의 생각이 무심하게도 사내는 검을 그대로 붕붕 돌리기 시작했다.


“야, 내가 이걸 던지면 아무거나 좋으니까 그 방향으로 마법을 쏴라. 가능한 강한 걸로 한 방.”


‘정말이구나. 이 사람, 진짜로 할 생각이야.’


의심이 가득했지만 이렇게 시키는데 불복한다면 분명히 좋은 꼴은 못 볼 것이었다. 아칸도 그 나름의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사수, 일 발 째!”


칼을 붕붕 돌리던 프리드의 손이 뒤로 강하게 젖혀지더니 손에 쥔 검을 그대로 전방으로 날려버렸다.


피슝!


쉬이익!


“아... 마나 피스트!”


미리 던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그 속도는 사고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었다. 일단 첫발은 그랬다. 그의 마법은 프리드의 검 끝에도 닿지 못했다.


당연히 아칸에게 꽂히는 프리드의 따뜻한(?) 눈빛.


“무슨 투검이 마법보다 빨... 죄송합니다.”


“정신 차리자. 방금 그 칼. 7골드짜리였어.”


“옙!”


“로레인, 얼마나 날아갔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 알겠는데 언저리는 간 것 같아서 말이야.”


“조금만 더요. 거리는 얼추 맞았어요. 끝에 뒷심이 살짝 부족해서 성벽 중간 정도 높이에 박혔네요.”


처음인 것 치고는 그래도 괜찮은 성과였다.


“그럼 이번에는 저걸로 가자. 대충 감은 잡았으니까. 새벽이랑 비슷한 크기로 한 번만 더 던져보면 될 것 같네. 바로 들어가자.”


“여기요.”


나열된 무기들 중에서도 이번에는 왼쪽 끝에 있던 가장 거대한 검. 방식은 이전과 비슷하게 이루어졌다. 프리드가 재차 검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잘 좀 하자. 그래도 도움은 돼야 나중에 고개라도 들지.”


이번에도 실패하면 무슨 꼴을 볼지 모르는 매서운 눈빛을 아칸은 느꼈다. 물론 정작 당사자인 프리드는 그에게 그닥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게 팩트였지만.


“자! 두 번째! 간다!”


전보다 조금 더 넓은 마나를 두른 거검이 프리드의 손을 떠나 요새포 방향으로 쭉 날아가기 시작했다.


“가라! 57골드 50실버!”


“마나 피스트!”


펑-!


슈우욱!


“돼, 됐다!”


이번에는 나름 계산을 했던 것인지 아칸의 마법이 검에 약간이나마 추진력을 더했다.


“그래. 이번에는?”


“충분해요. 방향이나 힘은 괜찮았는데 검이 날아가다 부서져버렸어요.”


아무래도 일반적인 성질의 마나는 아니었던지라 무식하게 때려 박으면 손을 타지 않은 일반적인 검들은 그 몇 합을 버티지 못하고 사그라들어 버렸다.


“쯧, 조금만 더 단단했으면 바로 끝난 거였겠네.”


물론 나름 비싼 나머지 검들도 선택지에 있었지만 가격이 한번 쓰고 버리기엔 조금...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합니까? 방금 그 검이 가장 좋은 검 아니었습니까?”


이야기를 듣던 아칸이 염려를 표했다.


“그건 갚아줄 거 아니면 네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고. 본 게임에는 이걸 쓸 거니까.”


본 게임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벽이었다.


“로레인, 검에 제약 제대로 걸어. 파트 씨의 역작을 이대로 잃어버릴 수는 없으니까.”


“네! 충돌 이후에 3초 정도로 트리거를 걸어둘게요!”


새벽이 요새포를 타격한 시점부터 대략 3초 뒤. 검 자체에 걸린 블링크 마법으로 근방 어딘가로 전이될 것이다. 그러면 번거롭기는 하겠지만 후일 회수하기만 하면 되는 일. 누가 멋대로 주워갈 일도, 파편에 묻혀서 찾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제발 이번에는 운이 좋아야 할 텐데...”


새벽을 꺼내서 던질 준비를 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그 과정에서 수차례 망설이기도 했고. 하지만 결과는 바꿀 수 없었다.


“그래. 이건 투자야.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


운명이 그의 손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라옵건대 이 친구를 이후에 다시 볼 수 있기를.


지금까지 중 단연 최고로 많은 양의 마나가 새벽의 어두운 검신으로 매서운 속도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검면을 타고 눈에 보일 정도로 일렁거리는 붉은 파도가 검날 끝에 굉장히 짙게 응축되어 갔다.


“간다-! 먹어라!”


이전의 두 번의 시도와는 차원이 다른 크기의 힘이 검을 매개체로 공간을 격해 들어갔다.

거기에 아칸의 마법이 더해준 약간의 추진력.


“어? 엄마!! 엄마!! 별똥별이다!”


“얘는 대낮에 무슨 별똥별이니... 어?”


검 끝에 모인 검고 붉은 마나의 잔상이 날아가는 궤도에 긴 꼬리를 남기며 목표를 향해서 막힘없이 날아갔다.


콰앙!


마침내 새벽이 요새포를 타격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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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 낙수 (3) +2 21.01.12 91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8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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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19. 카약스 공방전 (13) +1 20.12.15 119 1 13쪽
119 118. 카약스 공방전 (12) +2 20.12.08 87 2 12쪽
» 117. 카약스 공방전 (11) +2 20.12.01 137 2 11쪽
117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9 2 12쪽
116 115. 카약스 공방전 (9) +3 20.11.17 107 3 11쪽
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9 2 11쪽
114 113. 카약스 공방전 (7) +1 20.11.03 104 2 11쪽
113 112. 카약스 공방전 (6) +2 20.10.27 98 2 12쪽
112 111. 카약스 공방전 (5) +2 20.10.20 124 2 12쪽
111 110. 카약스 공방전 (4) +2 20.10.13 103 2 12쪽
110 109. 카약스 공방전 (3) +2 20.10.06 115 2 12쪽
109 108. 카약스 공방전 (2) +2 20.09.29 115 2 11쪽
108 107. 카약스 공방전 (1) +3 20.09.22 14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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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5. 비를 긋다 (15) +2 20.09.08 13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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