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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조회수 :
45,536
추천수 :
1,358
글자수 :
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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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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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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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22. 낙수 (2)

안녕하세요~




DUMMY

“뭐야? 저거 정말로 괜찮은 거 맞나?”


“생각할 시간이 어딨어! 딱 봐도 강하게 생겼는데 이럴 때 챙겨야지! 전리품은 먼저 챙기는 사람이 임자다!”


앞서가던 그는 의외로 강한 부류의 여행자였던 건지 그의 검에 한눈에 보기에도 위력적인 마나가 맺히기 시작했다. 그 검이 키클롭스의 발등에 찍히는 순간이었다. 옅게 물들어있던 놈의 눈동자가 완전히 붉게 물들었다.


“우어어어어!”


“으윽!”


피어.

고등한 존재들이 그 포효와 존재만으로 피식자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능력.


“먼 세월이 지난 지금 절반하고도 반의 반쪽짜리라지만 위대한 피는 남아있다 이 말이군.”


꽤 많은 수의 인간들이 몸의 중심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 기묘한 경험을 해야 했다.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놈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을 깨웠던 여행자는 이미 놈의 발에 깔려서 피딱지가 된 이후였다. 허무한 최후였다.


“기사들은 놈들을 유인해라! 기동력을 이용해! 어떻게든 적의 진영으로 유도한다! 저건 가장 대표적인 광폭화 현상이다! 저 상태는 놈들도 컨트롤하지 못할 거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통제에 성공했다면 굳이 리스크를 두며 블레임 진영 한가운데에 소환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대충 외관을 보아하니 며칠을 굶긴 건지 미친 짐승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펑! 히이잉~!


“기병 전력에 일부지만 계속해서 피해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말을 타서 따돌린다고 해도 놈들의 보폭이 기본적으로 너무 넓습니다!”


기사와 기병들은 말이라는 기동성을 이용해서 키클롭스들을 유인하는 것도 사실 제국의 허를 찌르는 작전은 아니었다. 블렌하임의 광대역 디텍팅을 의식해서 마법 트랩을 설치하진 않았지만 원시적인 형태의 트랩들은 곳곳에 박혀있었고 곳곳에서 폭음이 터져나왔다.


“정신 차려. 피해가 누적되면? 그래서 안 할 거야?”


“예?”


짜악.


지휘관은 보고하러 온 어린 부관의 뺨을 때렸다.


“당장 가서 전해! 여긴 전쟁터라고! 너희가 해내지 못하면 일반 병사들이 입을 피해는 얼마나 크겠냐고! 알아들었으면 당장 뛰어!”


일부는 트랩에 휘말려 낙마하고, 일부는 키클롭스들이 마구잡이로 휘두른 주먹에 으깨졌다. 피해는 서서히 누적되고 있었다.


“제길! 키클롭스에 너무 정신이 팔렸었나!”


키클롭스들은 대개의 거대한 몬스터들이 그렇듯이 그 덩치 자체만으로 하나의 무기였다. 기사들이 최대한 놈들을 유인하며 진영을 벗어나고자 했지만 그 과정 자체에서도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거기다 그 육체는 또 어찌나 단단한 건지 놈이 이동하는 루트에서도 수많은 트랩들이 작동했지만 놈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덥썩!


“으, 으아악!”


또 한 명의 기병이 놈에게 잡아먹혔다. 기존에 함께 했던 기마 전력의 2할 이상이 그렇게 사라졌다.


그래도 성과는 물론 존재했다. 7마리의 키클롭스들 중 4마리를 제국 측에 밀어 넣는 데에 성공한 것이었다.


“통제가 정말로 안 되는구나. 그나마 다행이네.”


이미 제국 내부에서도 큰 혼란이 일고 있었다.


“크아악! 제발! 가족이 기다리고 있어요! 안 돼애애!”


참상이 시작되고 몇 시간이 흘렀을까. 단 두 마리의 키클롭스들만이 제압당한 상태였다. 그마저도 완전한 사살이 아닌 광폭화 이전의 자체적인 속박 상태였다.


“절대 놈들을 정면으로 상대하지 마라! 최대한 거리를 유지해가며 버텨!”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제국은 쪽수가 쪽수이다보니 왕국군을 밀어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아... 어느 동네를 가도 편할 수는 없구나.”


“그래도 이제 마지막이잖아요. 이번 일만 마무리하고 또 재밌는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거예요.”


로레인은 마법을 날리는 동시에 프리드의 푸념에 응답했다.


“어쭈? 동생 돌봐야지. 뭔 여행이래?”


그는 짐짓 퉁명스레 대꾸했지만 단지 표현이 서투른 것뿐이라는 건 그녀도 알았다. 프리드가 등에 착 붙어있던 콘쿼러에게 물었다.


“검 씨, 저건 어떻게 잡는 게 좋을까? 왠지 연배가 비슷한 검 씨는 답을 알 것도 같은데? 허접한 후배님은 잘 모르겠네.”


기다렸다는 것처럼 콘쿼러가 대답했다.


<키클롭스라고 했나? 신화의 후예는 무슨... 덩치만 무식하게 큰 미물이다. 순수한 전투 수행능력만 본다면 네가 제압한 트루드보다 아래야. 현시대의 찌꺼기가 강해봤자지.>


확실히 작은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트루드나 키클롭스나 거대하기는 매한가지였으나 트루드는 그래도 지성체로 대우해줄 정도는 됐었다. 언어가 안 통할 뿐이지 유사인종이라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그거 믿어도 되는 정보야? 저건 거의 건물 수준인데? 움직이는 건물인데 정말 괜찮은 거 맞겠지?”


<나만 믿고 걱정할 필요 없다. 지극히 원시적인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생물이니까. 트루드 녀석만큼 영리한 지능도 없어.>


투덜대며 접근한 그는 어느새 놈의 다리 사이에 도착해 있었다. 갑자기 드리운 그늘에 고개를 살포시 든 그는 옆에 있던 로레인의 두 눈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덜렁~ 덜렁~


놈이 팔, 다리를 휘적거리며 걸어갈 때마다 다리 사이의 그 친구(?)가 신나게 덜렁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덩치가 그렇게 크다 보니 갑옷이 단순하게 육체를 덮는 용도로 마련된 거였나 보다.


“아으... 씨... 저거 제작자가 섬세함까지는 잡지를 못했네.”


“왜요? 안 보여요. 손 좀 치워주세요.”


“안 돼. 애들 정신 건강에 안 좋아.”


“...”


==========================

당신은 대단히 많은 수의 대형 몬스터와 조우했습니다.

칭호 거인 사냥꾼에 영웅의 위상이 깃듭니다.

==========================


==========================

오리온의 칭호 거인 사냥꾼이 활성화됩니다.

불안정한 피어로부터 육체는 해방을 얻었습니다.

육체를 구속하던 모든 상태이상에서 해제됩니다.


“내 이름은 오리온. 겨울 밤하늘의 거인 사냥꾼이다.”

==========================


“어?”


그의 망막에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칭호 칸에 그저 작게 존재만 하고 있던 ‘거인 사냥꾼’이 침묵을 깬 것이었다. 모두가 기동에 제약을 얻은 상황에서 혼자만 자유로운 건 꽤나 새로운 기분이었다.


“뭐야 이거? 피어만 극복해도 훨씬 가볍잖아.”


이미 전장 곳곳에서 키클롭스를 향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남들보다 늦게 출발한 만큼 더욱 분발해야겠지.


“그럼 우리도 슬슬 시작해볼까?”


검을 쥔 채로 녀석의 발등을 향해 마나를 폭사시켰다. 광폭화의 활동량을 전부 감당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인간을 우적우적 씹던 녀석이 그의 마나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어어어!”


놈은 프리드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 과정에 주저함은 없었다.


“야, 무슨 주먹이 트럭...!”


트루드보다 약하다는 콘쿼러의 말에 솔직히 조금은 놓고 참전한 게 사실이었는데 막상 눈앞에 다다른 놈의 주먹을 보자 그런 생각은 쏙 들어가버렸다.


“열등하기는 개뿔이...”


놈을 제압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는 훌륭한 전사라고 불러도 무방했다. 그만큼 놈이 주는 위압감은 훌륭하고도 넘쳤다.


“야! 옆으로 비켜!”


놈은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빠른 속도를 보여줬다. 그녀는 주먹의 궤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프리드는 그녀를 껴안은 채로 새벽을 땅에 굳건히 박았다.


텅!


하지만 예상했던 충격은 시간이 흘러도 밀려오지 않았다. 뭔가 거대한 물체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임시동맹이다. 단지 기세만으로 놈의 이목을 단번에 끌 정도라면 나름대로 쓸 만하다는 거겠지.”


“이게 뭐하는...?”


“일단 그렇게 알아요! 우리한테 가세하세요!”


“벰벨, 조금은 솔직해져 봐.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하지 말고.”


먼지바람을 뚫고 시원한 찌르기가 놈을 향했다. 마지막 남자의 목소리는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였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은 결국 거대한 바위에도 구멍을 뚫지.”


이제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이건 무슨 의도일까? 그쪽들이랑은 같이 놀 생각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우리 중 순수한 공격력이 가장 강한 건 저기 루아리라는 친구인데 쟤 혼자서는 놈의 단단함을 뚫기가 제한되거든.”


“알랭! 시시덕거리지 말고 빨리 합류해!”


“오케이! 쟤 성깔 보이지? 임시동맹이라는 거야.”


루아리의 레이피어 끝자락부터 차가운 물방울이 맺혔다. 그녀의 깔끔한 꿰뚫기가 키클롭스의 주먹을 노렸다.


캉!


“으윽, 손 저려! 아우 씨! 뭐가 이렇게 단단해!”


“비켜라.”


루아리가 공격을 하면 벰벨은 그 즉시 그녀에게 붙어서 후속으로 그녀를 노릴 공격을 차단했다. 알랭은 그 사이에서 시기적절하게 공수 밸런스를 맞췄다.


“이봐요! 거기 프리드 씨! 보셨죠!”


“아... 또 귀찮을 것 같은 애들이 붙었네. 로레인, 가자.”


“넵! 요격할게요! 방어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정도로요!”


달려들어 그대로 전열에 합류한 프리드의 머리에 한 가지 의문점이 스쳤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들은 괜찮은 건가? 그 피어라는 거. 위력이 상당하던데.’


거인 사냥꾼이 활성화되기 이전에 잠깐 느낀 거긴 하지만 몸이 물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처럼 무거워진 기분이었다.


“당신들, 피어는?”


“당연히 몸으로 버텨야죠!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전력으로 피해도 못 주고 있었는데. 피어만 아니면 저런 덩치 혼자서도 요리하거든요!”


이 무식한 녀석들. 다른 둘은 모르겠지만 루아리는 피어를 그대로 버티면서 싸우고 있었다. 어느새 알랭이 다시금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인간이 거인을 사냥하려면 그에 어울리는 큰 칼이 필요하겠지. 네가 그 큰 칼이야.”


“큰 칼? 어휘력 센스하고는.”


위치상 움직이는 놈의 머리까지 도달하기가 힘들었다. 루아리가 놈이 주먹을 뻗는 그 순간만을 집요하게 노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이씨! 진짜! 어떻게 저기까지 올라갈 수만 있다면... 몸이 너무 커서 치명타는커녕 유효타도 별로 못 주고 있잖아.”


자신의 공격이 먹히지 않자 루아리는 연신 답답해했다. 피어만 극복할 수 있었다면... 저런 덩어리는 얼마든지 농락할 수 있는데...


“허세가 아닌데. 이씨! 짜증나잖아!”


“포기하지 마라. 루아리. 눈에 직관적으로 보이는 증상은 없지만 놈도 결국에는 살아있는 생명체야. 두드리면 언젠가 열릴 거고 쉬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지칠 거야.”


썩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알랭의 격려였다. 말하는 그의 눈은 거대한 괴물과 현재도 대치 중인 한 여행자에게 쏠려있었다. 그는 놈의 공격을 피해가면서도 괴물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어때? 뭔가 보여?”


“전혀요. 적어도 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네요.”


“아주 작은 거라도 괜찮아.”


“피부 자체가 끔찍할 정도로 마나를 차단하는 것 같아요. 아마 외피를 조금이라도 걷어내기 전까지 일반적인 마법은 일절 통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이번에는 넌 그냥 내 보조로 가자.”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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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130. 1월의 층 (3) 21.03.02 76 0 11쪽
130 129. 1월의 층 (2) +1 21.02.23 89 1 12쪽
129 128. 1월의 층 (1) +1 21.02.16 87 1 11쪽
128 127. 분기점 (2) +1 21.02.09 91 1 12쪽
127 126. 분기점 (1) +2 21.02.02 84 2 12쪽
126 125. 낙수 (5) +2 21.01.26 88 2 12쪽
125 124. 낙수 (4) +2 21.01.19 95 2 12쪽
124 123. 낙수 (3) +2 21.01.12 90 2 12쪽
» 122. 낙수 (2) +2 21.01.05 98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121 120. 카약스 공방전 (14) +2 20.12.22 97 2 11쪽
120 119. 카약스 공방전 (13) +1 20.12.15 119 1 13쪽
119 118. 카약스 공방전 (12) +2 20.12.08 86 2 12쪽
118 117. 카약스 공방전 (11) +2 20.12.01 136 2 11쪽
117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9 2 12쪽
116 115. 카약스 공방전 (9) +3 20.11.17 107 3 11쪽
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8 2 11쪽
114 113. 카약스 공방전 (7) +1 20.11.03 10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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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0. 카약스 공방전 (4) +2 20.10.13 102 2 12쪽
110 109. 카약스 공방전 (3) +2 20.10.06 114 2 12쪽
109 108. 카약스 공방전 (2) +2 20.09.29 114 2 11쪽
108 107. 카약스 공방전 (1) +3 20.09.22 14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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