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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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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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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7. 분기점 (2)

안녕하세요~




DUMMY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그가 혹시 미래시라도 갖고 있는 건가? 라는 의혹이 프리드의 머리에 자리를 잡을 즈음에 오펜하임이 재차 입을 열었다.


“어쩌면 전쟁보다 더하다고 할 수 있는 재앙이 올 거야. 아쉽게도 제국은 그 재앙에 맞설 준비만으로도 벅찰 예정이거든. 그대로 안팎으로 대처 못해서 망해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들만 늘어놓았다. 재앙이니 뭐니 당장은 믿을 수가 없는 말들뿐이었다.


구우우웅! 구우웅!


“뭐야? 이건 또 무슨 소리지?”


평야 저 너머, 초원이 끝나고 숲이 시작되는 경계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왕국의 무장들은 제국의 칼을 받아내고 그곳을 바라봤다. 드레스너 남작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는 낮게 말했다.


“왔군.”


도대체 이 늙은 기사는 뭐가 왔다는 걸까?


구우우웅! 구우웅!


계속해서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며 울려오는 소리. 30여 년도 전부터 전장에서 칼밥을 먹었던 선임기사들은 이 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은퇴를 앞두고 이 소리를 다시 듣게 될 줄이야.”


“전군! 전진! 이건 아세로스의 증원이다! 이 기세를 놓치지 마라!”


“아세로스의 뿔피리다!”


무장들이 하나, 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 외침이 뿔피리의 소리와 어우러져 왕국 군의 사기를 상승시켰다.


“뭐? 아세로스?”


“저게 뿔피리 소리라고?”


그들의 외침에 어안이 벙벙하던 여행자들도 숲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구우우웅! 구우웅!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말들의 발굽소리. 전보다 훨씬 가까워진 뿔피리의 소리. 마침내 그들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참으로 오만방자하구나! 팔만! 아세로스의 검을 받으라!”


선두에서 거대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나를 잔뜩 담아 지르자 대지가 떨릴 지경이었다.


“와아아아! 아세로스의 갑철 기병대다!”


척박한 북부에서 단련된 강철의 군세가 팔만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제국의 군세를 이끌고 이곳까지 당도한 이는 아세로스의 젊은 무장. 마키스였다. 마키스 륜.


그의 창날 끝에서 빛나는 글래스 메탈이 눈에 들어왔다. 아세로스 고유의 새까만 갑옷과 순도 높은 글래스 메탈제의 창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마키스, 그대를 직접 보내주다니. 새로 즉위한 국왕 폐하도 기뻐할 걸세.”


“저야말로 이 영광스러운 전장에 합류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륜의 가호가 함께 하길.”


“자리에는 안 계시지만 블렌하임 대공님도 기뻐할 걸세.”


각기 싸우던 은기사들이 대거 전장에 합류하면서 조금씩이지만 미드레이가 밀리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는데 때마침 들어온 아세로스의 증원은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





“햐, 무슨 말들이 저렇게 크냐?”


“덩치를 보니까 블랙 셀레브리드 종이네.”


왕국이나 팔만에서 봤던 일반적인 기준의 전마들도 상당히 거대했는데 아세로스의 기사들이 타고 온 말들은 그 규격 자체가 달랐다.


특히 선두의 저 창기사가 타고 있는 검은 말. 과장 조금 보태서 다른 말들보다 1.5배 이상 거대했다.


“인간에게 길들여지는 종 중에 유일한 육식종이니까.”


그 거대한 준마들이 전장을 강타했음에도 오펜하임의 눈동자는 평온했다.


“너 대체 뭘 알고 있는 거냐. 이래서 일찍 끝난다고 말한 거야?”


“뭐, 이것도 있고... 일단 보면 알아.”


쿠구구궁!


“어이쿠. 왔네.”


처음에는 잘못 들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워낙에 잠시동안 느껴졌던 진동이었으니까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그것은 완벽하게 잘못된 생각이었다.


쿠구웅! 쿠궁!


꽤나 긴 진동과 함께 그의 눈앞에 이질적인 메시지가 떠올랐다.


=====================================


<대륙급의 재앙이 눈을 떴습니다.>

<붉은 비의 마법사. 재앙 급의 서사시가 시작됩니다.>

<이제부터 천공섬이 대륙의 하늘을 부유합니다.>


“나처럼 어여쁜 아가씨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겠지? 기대할게.”


=====================================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지만, 그 내용 전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문구들이었다. 다른 여행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전장 곳곳에서 그와 비슷한 종류의 반응들이 터져나왔다.


“어때? 너도 봤지? 방금 그거.”


오펜하임은 여전히 태평했다. 적어도 프리드가 전송된 이래로는 처음 일어난 대륙급 재앙이었다.


“어, 기가 막히긴 하네. 갑작스럽기도 하고. 대륙급 재앙이라니.”


그 당혹스러움을 채 가라앉히기도 전에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


<대륙급의 재앙이 눈을 떴습니다.>

<잊힌 세계의 거신. 재앙 급의 서사시가 시작됩니다.>

<당신은 무한 미궁에 초대받으셨습니다.>


“....의 아이들이여. 그대들을 나의 신전에 초대한다.”


소지품을 확인하십시오.

=====================================


“이건 또 뭔...”


“왜요? 아까부터 무슨 일이에요?”


아, 얘는 여행자가 아니라서 보지 못했겠구나. 프리드가 로레인에게 떠오른 메시지들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녀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대륙급의 재앙’ 이라는 단어의 포스가 조금 강렬해야지.


프리드의 경우에는 아공간을 확인했다. 사실상 배낭은 로레인이 관리했기에 지금 그의 손에 있지도 않았다. 아공간을 뒤지자 정말 은은한 빛을 발하는 편지가 한 편 들어있었다.


“천공섬에... 무한 미궁에... 하나 같이 이름들은 전설적이네.”


“그 반응, 나도 충분히 이해해. 다른 것도 아니고 대륙급의 재앙이 두 개나 포개어진 꼴이니까.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전장 곳곳에서 이질적인 빛의 기둥들이 박히기 시작했다. 익숙하면서도 그 규모를 달리하는 마나의 유동이었다.


“역시, 결정이 상당히 빠른 친구들이네.”


그게 합당한 판단으로 작용해서 이점이 될지 성급한 판단으로 작용해서 해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모두가 처음이니 누군가는 도전해야 알 수 있겠지.


“저게 뭔데?”


“간단해. 아마 지금 네가 생각하는 그거야. 저 친구들은 미궁의 초대장에 응한 거지.”


의아했다. 미궁과 천공섬. 두 개의 재앙이 한 번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렇게 성급하게 미궁에 들어가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심지어는 아직 이곳의 일도 마무리가 되질 않았는데?


“저 정도의 유동이라면... 최소 대륙 남부나 동부 끝자락일 텐데요...?”


“정확하네. 프리드가 안목이 좋아. 아가씨를 볼 때마다 느껴진단 말이지.”


“미궁과 천공섬. 둘 중에 고르라는 건가?”


“괜한 걱정하지 마. 그런 고민까지 할 걱정 없으니까. 대륙은 아직 여행자들을 사랑해. 너희가 쓸모없는 걱정을 하게 만들지는 않아.”


“그럼 저게 맞는 판단이야?”


“천공섬은 아마 괜찮을 거야. 이대로 내버려 두더라도 당분간은 별 사고 안 칠 예정이거든. 재앙의 성격상 최상의 상태로 찾아온 도전자를 원할 거야. 미궁을 돌파한 여행자라면 거기에 완전히 부합하겠지.”


그가 추가적으로 말하길. 그저 둥둥 떠다니면서 가끔 지상에 위협이나 주는 정도라고 했다. 대체 눈앞에 이 태평한 여행자는 이런 정보들을 어떻게 아는 건가? 프리드가 거기에 의문을 갖는 건 당연했다.


“대체 이런 건 어떻게 알아내는 거야?”


“그 답은 너도 알잖아. 난 선구자야. 항상 남들보다 몇 걸음 정도는 앞에 서 있어.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너도 미궁의 부름에 응해.”


“너는? 왜 너는 마치 가지 않을 것처럼 말하는 거지?”


“오늘은 유달리 궁금한 게 많네. 마지막 답이야. 난 너희랑 미궁에 들어가지 않을 예정이거든.”


“...그건 모순이야.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네가 그런 기회를?”


그는 품속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그러곤 프리드의 말에 대꾸하며 병에서 나온 가루로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막아내야 하거든. 이번에는 내가 그 역할을 맡은 거라고 생각해. 윽, 실수했네.”


기하학적인 문양. 그게 마법진으로 보였던 프리드는 로레인을 바라봤지만, 그녀는 갸우뚱으로 화답했다.


“당분간 대륙에 변화의 바람이 끝없이 불어올 거야. 그러니까 너희가 미궁에서 여러 히든 피스들을 찾아서 나와. 나도 가능한 막아볼 테니까.”


“혹시 오펜하임 씨는 그곳에서 더는 얻을 게 없으신 게 아닌가요?”


로레인에게도 의문이었다. 당장 프리드만 해도 이렇게 강함을 갈구하는데 가장 강하다는 오펜하임이라고 다를까? 정점이라면 후발주자들의 추격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텐데.


“역시, 눈치가 빠른 아가씨네.”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쪽 말마따나 난 이제 거기에서 얻을 게 없거든. 탐나는 보구라면 물론 여럿 있겠지. 그런데 내가 그걸 독식해봤자 좋을 게 없거든. 그러니까 아가씨가 저 녀석 좀 잘 보좌해줘.”


“내가 애냐?”


“노 코멘트.”


“꼭 자기 말하기 싫은 건 대답 안 하지.”


아까 꺼낸 뒤로 쭉 들고만 있던 초대장을 바라봤다. 이내 결정을 굳힌 건지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전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어느새 지척으로 다가온 오펜하임네 마법사 꼬맹이가 스펠 실드를 펼쳤다.


“오펜하임 씨?”


“선생님, 얘도 슬슬 피곤한 것 같아서요. 먼저 이탈하겠습니다.”


탁금발의 소년. 그는 프리드와 눈을 마주쳤다.


‘새끼, 눈빛하고는... 썩 괜찮네.’


“...”


“아냐. 금방 끝나. 바로 제도로 돌아가지. 조금만 더 기다려.”


소년은 마법사 꼬맹이가 기댈 등을 내어주고는 시선을 돌렸다. 프리드의 관심도 거기까지였다.


“로레인, 내 손 잡아. 오펜, 그럼 믿고 다녀온다. 자세한 건 나중에 듣는다.”


“어, 근데...”


“왜?”


“아, 아니다. 잘 다녀와.”


“싱겁기는... 혹시라도 왕국에 협조가 필요하면 블렌하임 대공을 찾아가. 내 이름을 대면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 거야.”


품을 뒤진 프리드가 뭔가 주먹만한 기물을 꺼내 그에게 던졌다. 오펜하임은 자신의 손에 들린 금속성의 물체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용병패였다. 오펜하임은 씨익 하고 웃고야 말았다.


“살아남아라. 괜히 혼자 설치다 죽지 말고.”


“단언하지. 나는 아직 죽지 않아. 죽을 수도 없고. 너도 미궁에서 답을 찾기를 바란다.”


그가 예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프리드는 눈을 감고 미궁의 초대에 응했다.


번쩍!


“큭, 굳이 손은 안 잡아도 되는데.”


물론 말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얼굴을 붉히고 좋아하는데 어떻게 진실을 말하겠어.


“저 녀석도 어지간한 목석이네. 이번에는 얼마나 걸리려나. 둘 다 고생 좀 하겠어.”


현재 위치한 카핀 평야에서는 아직 천공섬이 보이지 않았다. 팔만 서쪽에서 부상한 섬은 머지않아 이 부근으로 날아올 것이다.


“이번에는 기필코... 성지의 답답이들은 이번에도 움직이지 않을 테지. 그렇다면 재앙을 막는 건 온전히 여행자들의 몫이 되어야 해.”


“대선생님! 슬슬 발을 빼는 게...!”


방패를 든 소년이 화살을 막고는 외쳤다.


“그래. 아이단! 엘레나 데리고 이쪽으로. 전장을 이탈한다.”


프리드가 떠난 전장에서 조용히 의지를 다지는 오펜하임이었다. 그는 무언가 더욱 많은 것을 아는 걸로 보였다. 대륙의 정세는 재앙을 마주하면서 또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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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128. 1월의 층 (1) +1 21.02.16 87 1 11쪽
» 127. 분기점 (2) +1 21.02.09 91 1 12쪽
127 126. 분기점 (1) +2 21.02.02 84 2 12쪽
126 125. 낙수 (5) +2 21.01.26 8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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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 낙수 (3) +2 21.01.12 90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7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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