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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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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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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157

작성
20.12.0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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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8. 카약스 공방전 (12)

안녕하세요~




DUMMY

◎◎◎◎◎





“어디 나름대로 다른 믿는 구석이라도 마련했나 보지? 그 파밀리어가 나름 비장의 무기였던 것 같은데 내 말이 틀린가?”


예정에 없던 친구긴 했으나 콘쿼러의 등장으로 미약한 변수라도 창출해보려고 했다.


허나 사용해주는 이가 없거나, 그가 직접 사용할 몸이 없다면 그는 그저 말하는 신기한 검일 뿐이었다.


“블레임에 나 말고도 걸출한 인물이 얼마나 많은데? 미드레이나 마스커레이드만 해도 그렇지. 그런 이들이 있기에 네가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닌. 내가 널 붙잡고 있다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겠나?”


명확한 팩트는 둘 다 타지에 지원을 갈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각각 카약스 근처 주둔지와 후방 요새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지만.


‘하루만, 하루 정도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그의 시선이 바로 지척에 배치되어있는 요새포로 향했다.


‘당초 계획대로 재머(Jammer)를 이용해서 무력화시키는 게 최고지만, 그게 안 된다면 파괴라도...!’


졸지에 쓸모없는 파밀리어 취급을 받은 검은 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쯧, 정점에 발을 얹어보지도 못했을 애송이가... 오만하구나. 지독히도 오만해.>


서로가 서로를 재낄 생각은 하지 않고 단지 붙잡아두지만 하려는 기이한 구도. 시어도어는 웃고 있었다. 블렌하임의 계획이야 이미 알고 있었다. 게다가 도시 내에 침입했다는 여행자들도 이미 붙잡았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제 남은 건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그들과 그런 상황에 조바심을 내고 종래에는 절망하는 네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카약스 내부에서는 아직 그 어떠한 마나의 유동이라고 할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설령 상정 이상의 유동이 느껴진다고 해도 그때는 자신이 직접 출타해서 해결하고 오면 되는 부분이었다.


‘만약 그 사이에 네가 비집고 들어오려고 해도 그 잠시간 정도는 네가 설계한 보호막이 지켜줄 것이다. 이 계획에 빈틈은 없다.’


쉬이익~ 콰아앙-!


성벽 안쪽 방향에서 날아온 붉은 빛의 힘이 요새포에 작렬했다. 일점에서 터져 나오는 붉은 마나의 여파가 그대로 성벽 바깥 블렌하임에게까지 터져나갔다.


터엉-! 텅! 텅! 터엉-!


터져나간 성벽과 요새포의 잔해들이 블렌하임이 전개한 마나의 장벽에 부딪히는 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렸다.


“...?”


뭐지? 이 갑작스런 상황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시어도어의 얼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그와 대조적으로 블렌하임은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너무나 익숙한 기운이군. 애송이 녀석이 저 안에 있다.> 


“허허, 이거 완전히 박살을 내버렸구만.”





◎◎◎◎◎





프리드가 눈을 가늘게 뜨며 결과물을 체크했다.


“훠우~ 깔끔했다.”


“진짜... 진짜로 해버렸네.”


한 명은 성취감에, 다른 한 명은 그 어이없음에 현장을 바라보고 있자 로레인이 그들을 현실로 끄집고 나왔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잖아요. 빨리 자리부터 피해요.”


“오케이, 이제 저질러버렸으니 타임어택 시작이다~!”


제국의 병사들이 무너진 성벽의 방향을 확인한 뒤 그 원인을 첨탑 방향으로 좁히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책돌이! 길은 당연히 기억하겠지? 가자! 서둘러야 하니까!”


아칸이 서둘러 메모라이즈 해뒀던 마법을 사용했다.


“잠시만요! 잡아보겠습니다! 포스 스토킹!”


거리를 지나는 그 수많은 마나의 잔향들. 그들 중에서도 시전자가 원하는 잔향만을 보여주는 아칸의 오리지널 마법.


거리를 재빨리 가로질러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경비병들, 간간히 보이는 여행자들까지. 그들 모두가 이 사단의 주모자를 찾는 걸로 보였지만 그들 옆을 대놓고 지나간 프리드가 범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칸의 발이 멈춘 곳은 상당히 의외의 장소였다.


“싱싱생생 잡화? 지금 나랑 장난하냐? 조금 같이 움직였다고 내가 이런 장난까지 받아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설명이 필요하다는 두 쌍의 눈이 양쪽에서 그에게 꽂히자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답했다.


“일단 그 눈들부터 좀 풀어봐요. 저,,, 저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확실히 느껴지는 걸로는 이 아래가 맞습니다!”


아니, 보통 이런 레퍼토리면 으슥한 곳에 위치한 폐창고 건물 같은 걸 비밀스러운 아지트로 사용하지 않나? 반신반의하던 프리드가 조심스레 바닥에 손을 짚었다.


“음? 지금 뭐 하시는?”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굳이 표현하자면 색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대지면을 타고 그의 손에서 흘러나온 붉은 마나가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왔다. 정말 이 아래에 다수의 기척이 느껴진다.’


일반적인 상점 건물 아래라면 이렇게 많은 수의 생명 반응이 나타날 리가 없었지.


“허, 진짜네. 그래서 어떻게 내려가는데? 그건 알아냈나?”


아칸은 대답하는 대신 잡화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띠리링~♪


내부로부터의 혹시 놓친 매복을 경계하며 들어갔으나 김이 빠질 정도로 인자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물건들을 정리하고 계셨다.


“어서오세요~”


아칸이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내부를 보며 서있기만 하자 프리드가 재촉했다.


“야, 뭐라도 해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알아서 해볼게요. 저만 믿으세요.”


“???”


그에게선 보기 드물었던 자신감이었다. 아칸이 당찬 목소리로 주인에게 말했다.


“번개... 번개를 보고 싶습니다! 제가 추락한 번개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어서 말입니다.”


{야, 그게 무슨... 개 같은 소리야.}


{쉿, 제게 맡겨주세요.}


상당히 엉뚱한 질문이었지만 아주머니는 그저 웃으며 물었다.


“오홍홍. 어디에서 오셨는데요?”


“리그릿 사막에 위치한 작은 연금조합에서 나왔습니다.”


아칸의 말이 끝나자 그녀는 말없이 자리를 비켰고 그녀의 뒤로 작은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에요. 가시죠.”


“이번에는 한 건 했네.”


내려가는 계단은 꽤 깔끔했다.


“아까 그건 뭐였냐? 번개를 사러 왔다는 건? 암호인가?”


“저도 의미는 모르겠습니다. 자기들끼리 사용하는 암구호? 그런 느낌이었는데 일일이 설명하기는 번거로울 것 같아서 그냥 제가 했습니다.”


“잘했네. 날 제대로 파악했어. 도움이 영 안 되는 녀석은 아니었네.”


생각보다 훨씬 유용한 기술이었다. 기억을 훔쳐보는 기술이다 보니 일반적인 비밀조차 그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알랭을 데려간 녀석들 제국 쪽 여행자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맞죠. 영웅이라고 들어보신 적 없습니까?”


“없어. 제국은커녕 왕국도 벗어나 본 적 없으니까.”


대체 왜 제국의 여행자라는 녀석들이 여기에 있으며 이런 비밀 아지트까지 가지고 있는 걸까?


‘뭐, 지금은 죄다 자리를 비운 통에 나한테 다 털리게 생겼지만.’


“야, 계속 내려가? 어디까지 가야하는 건데?”


중간에 샛길이 하나씩 나왔지만 아칸은 계속해서 아래로 향했다.


“제가 본 기억으로는 이 길이 맞습니다. 따라오세요.”


저벅. 저벅.


계단을 계속해서 내려가고 기어코 더 내려갈 곳이 없는 지점까지 도달했을 때, 비로소 구속구로 생각되는 것들의 소리가 들렸다.


“이봐~ 왜 이렇게 늦었어~ 기다리느라 진이 다 빠졌네~”


그 능글거리는 말투. 얼핏 알랭의 목소리인 줄로만 알았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완전 다른 이의 목소리였다.


“걱정들 말고 내려와. 여기는 나 혼자니까.”


계단의 끝. 지하의 심층부. 사로잡힌 알랭네를 뒤로 하고 그들을 반긴 것은 그 남자였다.


“아서.”






◎◎◎◎◎






“뭐야? 내 이름도 알고 있었나? 이거 통성명은 필요 없겠는걸.”


둘의 거리가 무인이라면 거리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거리까지 좁혀지자 아서가 의자에서 일어나 무언가를 프리드를 향해 던졌다.


“뭐지? 이건?”


사람이었다. 포대 안에서 제대로 꿈틀거리는 걸 보니 시체는 아니었고.


“휘슬 블로어. 그쪽의. 아, 여기서는 그냥 쓰레기라는 표현이 맞으려나? 보통의 휘슬 블로어는 정의롭다고 보는 사람도 많은 편이니까. 저건 그런 부류랑은 좀 다른 성질이라.”


얼굴을 덮은 천 쪼가리만 살짝 들춰 녀석의 얼굴을 확인했다.


“으읍... 으으읍!”


“뭐야? 너였어?”


철검성인지 화란인지 잘났다는 그런 길드도 아니었고 블레임에서 그저 그런 수준으로 잘도 활동하던 그저 그런 녀석.


‘이름이... 죠... 뭐였을 텐데.’


짜아악!


입을 막고 있던 가리개를 떼어줬다.


“이번에는 콩고물이 나올 구멍이 제국의 똥구멍이었나?”


이 상황에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프리드를 향해 눈을 부라리니 그대로 안면을 걷어차 주었다. 살려달라는 말부터 할 법도 한데 어찌 보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마인드였다.


“이게 말이 안 통할 버러지인 건 알겠는데 이걸 왜 굳이 나한테? 엄밀히 따지면 블레임 입장에서나 버러지지. 네게는 도움이 된 게 아닌가?”


“아무래도 구린내가 풀풀 풍기는 음식은 손이나 입이나 대기가 꺼림칙한 법이거든. 내가 벌레도 아니고 말이야.”


프리드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그 알랭이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않고 잡히다니. 그래서 기다려봤어.”


“전에 실력을 잠깐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래도 혼자는 너무 오만하신 게 아닌가요?”


로레인이었다. 모르는 이에게 거의 말을 하지 않던 그녀였는데 약간 프리드가 무시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걸로 보였다.


“흐음... 제법 성깔 있는 아가씨구나. 너무 열 내지는 말라고. 어차피 너희 전원 여기서 보내줄 생각이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지?”


“그에 대한 대가는?”


“뭐야? 기뻐하지 않는 거야? 보통 다들 기뻐하던데. 대가부터 물어볼 줄은 몰랐네.”


“서론이 너무 길어.”


(로레인, 검.)


적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빈손은 너무 리스크가 컸다. 시간을 끌며 로레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철컥.


아니나 다를까 아서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서서 출검을 준비하고 있었고 로레인도 재빨리 보따리를 풀어 검을 프리드에게 던졌다.


“흐음...?”


아서의 입에서는 작은 감탄성이 흘러나왔고 이미 횡의 방향으로 그어지기 시작한 그의 검에서는 선명한 뇌전이 일렁이고 있었다.


“딱히 감정은 없어.”


챙!


상당히 빠른 속도로 다가온 아서의 검이었지만 예상을 하고 있었다면 막지 못할 검 또한 아니었다. 급하게 뽑아든 검인지라 비록 자세가 흐트러졌지만.


“완전히 빈 수레는 아니었네. 과연. 알랭이 기다릴 만도 했겠어. 실력은 대충 알았어. 이제 가봐도 좋아.”


그렇게 말한 아서는 휘적휘적 걸어가 프리드를 지나쳐 통로로 향했다.


“야, 다짜고짜 죽이려고 검을 휘둘러놓고는 네가 보내준다고 하면 내가 좋다고 고개 숙이며 나가야 하나?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니야?”


프리드의 매서운 일갈에도 아서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한차례의 합을 나눈 여파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그의 대검에 웅혼한 기운이 맺혔다.


웅... 웅...


낮지만 주변의 공기를 떨리게 만드는 진동. 그의 마나를 견디지 못한 검이 보이지 않던 결을 따라 그 끝부터 서서히 붕괴해가고 있었다.


‘앞으로 한번, 정도인가.’


프리드는 가볍게 검을 털어 불필요한 자세를 줄이고 전방의 아서를 주시했다.


“너도 맛은 봐야지. 누렁...아!”


활대처럼 가동 범위 내에서 최대로 젖혀있던 프리드의 팔이 앞으로 쏘아져 나가며 대검을 날렸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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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2. 낙수 (2) +2 21.01.05 98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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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19. 카약스 공방전 (13) +1 20.12.15 119 1 13쪽
» 118. 카약스 공방전 (12) +2 20.12.08 87 2 12쪽
118 117. 카약스 공방전 (11) +2 20.12.01 13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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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7. 카약스 공방전 (1) +3 20.09.22 141 3 13쪽
107 106. 2막 프롤로그 +3 20.09.15 152 3 7쪽
106 105. 비를 긋다 (15) +2 20.09.08 133 3 11쪽
105 104. 비를 긋다 (14) +2 20.09.01 13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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