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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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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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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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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1. 낙수 (1)

안녕하세요~




DUMMY

◎◎◎◎◎





블레임에게는 카약스로의 진격을 주저할 어떤 이유도 없었다. 요새를 지키던 마법사들도 밀어냈고 기사 전력도 우세를 점했다. 블레임의 강군이 카약스의 다리를 건너가기 시작했다.


성벽 위에서 화살들과 자잘한 마법들이 쏟아지기는 했지만 그 위력들이 감히 요새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선두는 언제나 그랬듯이 검공 미드레이. 그가 휘두른 일격에 거대하고 단단한 성문에 2~3명 정도가 한 번에 지나다닐만한 통로가 열렸다.


“진입한다!”


이상했다. 성문이 뚫리는 그 순간까지도 청기사나 시어도어가 단 한순간도 보이지 않았기에 시가지 내부에 진입한 뒤로도 그들은 꺼림칙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기존의 기사전력들은 맞서 싸웠지만 그들의 무력이 청기사에 비할 바는 아니었기에 블레임의 진군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성문과 외성벽이 완전히 점거당한 순간부터는 매복하던 제국 병사들도 떨어진 사기를 어찌 하지 못하고 앞다투어 투항했다.


펑-!


성문 방향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라이펠 자작, 휘하의 기사들과 일부 기병들을 이끌고 시가지를 가로질러라. 성벽 남서부에 뭔가 이변이 일어난 것 같군.”


“예! 공작!”


라이펠 자작을 필두로 십 수 명이 말을 몰아 빠른 속도로 전열에서 빠져나갔다. 소리로 보나 방향으로 보나 아직 파괴되지 않은 다른 요새포가 작동한 걸로 판단되었다.


“저들만 저렇게 보내도 되는 겁니까?”


“기사들은 병풍이 아닐세. 걱정은 하지 말게나.”


“혹시라도 시어도어가 돌아온 거라면...”


“단언할 수 있어. 저 요새포를 운용하는 자는 시어도어가 아니야. 라이펠 자작이라면 능히 그 임무를 완수할걸세.”


내성으로 입성해 제국 측에서는 애초에 카약스를 더 이상 지킬 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사이에도 앞서 들었던 것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폭음이 두 번 정도 들려왔지만 그게 끝이었다.


뒤이어 복귀한 라이펠 자작의 손에 요새포를 조작한 것으로 보이는 이의 목이 들려 있었다. 그 자극적인 장면에 뒤따라오던 일부 여행자들은 헛구역질을 해댔다.


“대단위 마법으로 두 차례. 그 이후에는 시가지를 향해서 낮은 클래스의 마법들을 있는 대로 퍼붓고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현재 내성 서부 시가지는 쑥대밭이 되었다. 부상당한 도시민들도 셀 수 없이 많은지라 구조작업이 절실하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요새를 지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 도시민들을 향한 무차별 학살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인가?

눈살이 절로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미친 새끼들...”


구호활동은 사제단과 일부의 여행자들에게 맡겨졌다. 내부적인 회의를 거친 결과가 나왔다. 브렌디트 자작령만 남은 이 시점에서 굳이 그들에게 대비할 시간을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내성에 도시를 안정화시킬 최소한의 왕국군만 남기고 나머지는 죄다 서부로 떠나는 게 정해졌다. 여행자들의 행렬에 끼어서 브렌디트로 향하는 시간 내내 그 더러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위의 여행자들은 프리드네를 보며 쑥덕거렸다.


“저 사람이라고?”


“어, 귀족들 막사에 자주 드나들던데?”


“야, 장비는 그렇게 짱짱하다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래도 검은 확실히 일반적이지는 않잖아.”


“그건 그렇고 어느 길드야? 마크가 안 보이는데.”


뭐, 새벽이 비주얼이 워낙에 독보적인 친구라 별 이야기가 다 나왔다. 경량화 마법을 걸어서 휘두르네, 어제 휘둘렀던 건 비슷한 다른 검이고 지금 저 검은 장식이라는 둥,


이건 또 무슨 얘기일까? 어제 휘둘렀다는 건 뭐고. 프리드의 새벽은 요새포를 부수고 실종되지 않았었던가? 거기에 관한 기쁜 소식이 하나 있었다.


전날 프리드가 무너뜨린 요새포의 잔해들 사이에서 새벽이 얌전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휴 다행히 아무도 안 뽑... 엉?”


새벽을 향해 걸어가던 프리드보다 더 빠르게 새벽에 접근하는 인영이 보였다.


“허억... 허억... 이 검만 있다면 나도! 너 따위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어!”


숨을 헐떡이며 새벽을 탐한 것은 죠르제였다. 왜, 있잖아. 저번에 알랭한테 붙어있다가 아서한테 호되게 당한 채로 포박당한 녀석.


“넌 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 이제는 도벽까지 있어? 내가 적당히 봐줬으면 너도 적당히라는 걸 알아야지.”


대충 그 시점이 아서에 의해서 내팽개쳐졌을 때부터였을까? 처음 봤을 때부터 탑재하고 있던 인위적인 미소는 날아가버린지 오래였다. 그를 보면 이제는 정말 역겹다는 생각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사태를 모르는 근처의 여행자와 병사들은 갑작스런 소란에 무슨 일인가 하고 모여들었다. 프리드가 그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본 이들은 무슨 소란이냐며 호기심을 띄웠고, 그 밖의 부류들은 죠르제를 보고 놀랐다.


왕도의 여행자들이 아는 죠르제는 분명 실력 있는 여행자였으니까. 지금의 어딘가 많이 초췌한 모습은 그들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로레인, 저거 문제 생기는 거 아닐까요?”


여자들은 조금만 붙여놔도 친해진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대체 쟤네는 언제 저렇게 친해져서 이렇게 붙어 다니는 거야?’


카나가 로레인에게 우려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알랭은 검이 어떻든 프리드의 순수한 실력이라고 믿었기에 잠잠했지만 그를 제외한 다른 인원들은 그때 아서와 한 수를 섞었던 게 특별한 무기 덕분이라고 믿는 걸로 보였다. -그들 중 프리드가 새벽을 직접 다루는 걸 본 사람은 아칸 뿐이었지만.-


“그때 저런 새끼들까지 봐주는 게 아니었는데. 이제 저놈이 저 검을 가지고 날뛰면 그건 누구 잘못일까?”


어쩌면 이 친구들은 지능 수치가 많이 낮은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알랭을 비롯해서 몇 명만 구했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프리드의 머리를 스쳐갔다.


“흥. 어디 한번 들어보라고 해요. 아마 들지도 못 할걸요?”


역시 온전한 그의 편은 로레인 뿐이었다. 그녀도, 프리드도 너무나 평온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죠르제가 검을 두 손으로 잡고 뽑으려 들었지만 검은 정말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조금씩 들썩이기야 했지만 역시 뽑아서 휘두르기는커녕 들기도 벅차보였다.


“죠르제는 속도계 검사긴 해. 그렇다고 물론 근력이 약한 편은 아니거든.”


“아니, 그럼 저걸 돌팔매질 하듯이 던졌다는 건요? 그 얘기는 뭐가 되는데요?”


이미 일행들은 아칸에게 프리드가 벌인 기행들을 모두 전해 들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 아칸의 이야기는 서서히 신빙성을 잃어갔다. 그들이 뭐라고 떠들든 이미 프리드는 성큼성큼 죠르제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이익! 거짓말! 나도...! 나도 휘두를 수 있어!”


“안 돼.”


그가 뽑으려고 했던 검은 프리드가 손을 휘적이자 아공간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는 마지막 수를 잃은 건지 주저앉아 버렸다.


배신자의, 끝까지 추하기만 했던 말로였다.





◎◎◎◎◎





뭐 그건 그거고.


“하...”


프리드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자 떠들던 여행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남 얘기를 하려거든 최소한 안 들리게 하지.”


언뜻 혼잣말 같았지만 대상이 명확했다.


“이제 저 능선만 넘어가면 카핀 평야가 나온다!”


본래의 영토를 수복하기 위한 마지막 전장이었다.


“브렌디트 자체적으로는 높고 단단한 성벽이라고 할 건 따로 없다! 대신 국경을 가로지르는 선을 따라서 낮고 긴 성벽이 둘러져 있지.”


즉, 공성병기는 배제한다는 말이었으며 순수한 인간 vs 인간, 군대 vs 군대로 겨루는 백병전 양상이 될 거라는 암시였다.


부우우웅~


카핀 평야의 능선 전 방위에 웅장한 뿔피리 소리가 울렸다.


“와아아!!!”


병사들은 그대로 능선을 타고 올랐고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도 없이 도열한 팔만의 대군이었다.





◎◎◎◎◎





전쟁.

현생 인류가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 훨씬도 전부터 이뤄진 무력 투쟁이었다. 목적은 늘 제각각이었다. 정말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정말 큰 이유까지.


곳곳에서 참상의 비극과 곡성이 울리고, 병장기가 충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먼 마법이나 화살에 맞아 죽는 것은 이 넓은 전장에서 너무나도 흔한 일이었다.


퉁-! 쉬이이익! 퍽!


“발리스타다! 마법사들은 발리스타부터 노려라!”


“흩어져!”


거의 사람만 한 화살을 쏘는 거대한 공성무기였다. 평야전이었기에 밀리면 그대로 상대에게 노획당할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팔만은 그것들을 동원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들 지금이다! 각자 하달 받은 위치로 가서 배정받았던 스크롤을 펼쳐라!”


저 머어~얼리에서 시어도어가 소리를 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스크롤? 도대체 뭘 부르려는 거지?”


전장 곳곳에서 거대한 마나의 준동과 함께 빛무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높이와 범위가... 애초에 상정했던 범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미친... 저렇게 거대한 걸 대체 몇이나 소환하려는 거야?”


“확실히 제어할 필요도 없겠어. 대충 눈대중으로 봐도 10m는 월등하게 넘겠군.”


“우어어어!”


어찌나 그 존재감이 강력한지 그 존재들은 전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 너머로부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순수한 육체의 능력만큼은 드래곤에 필적했다고 전승되는 고대의 존재. 그런 게 있다면 믿을 수 있겠어?”


“애초에 드래곤 자체도 신화 속에나 나오는 존재 아닙니까?”


프리드의 반문에 그의 옆에 서있던 중년의 여행자가 답을 했다.


“마법과 검이 존재하는 이런 세계에서라면 신화라고 현현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지 않겠는가?”


“그것도 그렇네요.”


13m의 초거대 몬스터. 정확히 왕국군의 진영 곳곳에서 7마리가 일제히 소환되었다.


“잠시만. 드래곤이 아무리 신화라지만 그래도 크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건 알 텐데... 겨우(?) 저 정도 크기로 육체전이 성립이 된다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에 따른 대답은 전장 어느 곳에서 들려온 누군가의 비명이 대신해줬다.


“키... 키클롭스다!”


키클롭스(Kiclopes).

고대에 실제로 생존했던 사이클롭스의 아종으로 끝자락 산맥 어딘가에 서식한다고 알려진 마물이었다. 바로 지금을 위해서 제국의 마법사들에게 잡히기 전까지는.


아쉽게도 드래곤과 비견되는 존재는 저 키클롭스가 아닌 타이탄급으로 분류되던 극히 일부의 진짜배기 사이클롭스였다.


“키인지 사이인지 모르겠는데 확실히 엄청 크기야 하네.”


그들은 소환당한 그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속박당한 것인지 제자리에 서서 괴성만 빼액 빼액 질러대고 있었다. 번뜩이는 외눈은 비대해진 혈관에 의해 붉게 충혈된 채로.


“디자인 취향하고는... 저건 갑옷인가?”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이 기회다! 아무리 거대하고 강하더라도 반격하지 않으면 거대한 고깃덩어리일 뿐이다! 오히려 좋아! 저 정도라면 눈 감고 쏴도 맞겠어!”


한 기사의 말을 신호로 왕국의 정예병들은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주위에 이던 키클롭스에게 달려들었다. 정말 놈들에게 문제가 있기라도 한 것인지, 제국에서 실수라도 한 것인지 병사들의 창, 칼에도 꿈쩍을 하지 않자 여행자들도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작가의말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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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126. 분기점 (1) +2 21.02.02 8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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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 낙수 (3) +2 21.01.12 91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8 2 12쪽
» 121. 낙수 (1) +2 20.12.29 94 2 12쪽
121 120. 카약스 공방전 (14) +2 20.12.22 98 2 11쪽
120 119. 카약스 공방전 (13) +1 20.12.15 119 1 13쪽
119 118. 카약스 공방전 (12) +2 20.12.08 87 2 12쪽
118 117. 카약스 공방전 (11) +2 20.12.01 136 2 11쪽
117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9 2 12쪽
116 115. 카약스 공방전 (9) +3 20.11.17 107 3 11쪽
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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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2. 카약스 공방전 (6) +2 20.10.27 9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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