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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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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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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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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5. 비를 긋다 (15)

안녕하세요~




DUMMY

틀렸다. 놈의 주먹이 프리드의 안면에 정확하게 틀어박혔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클린 히트! 프리드의 머리가 터져나가지 않은 게 용할 정도로 느껴지는 소리가 울렸다.


<이런 멍청한 새끼가...>


손으로부터 느껴지는 묵직한 맛에 놈은 자신의 승리를 직감했다. 놈은 주먹을 맞고 날아간 프리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흠칫.


“아우, 더럽게 아프네. 농담 아니고 안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


“???”


<???>


뭐지? 분명 직격타였을 텐데? 라는 표정으로 트루드가 그를 봤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프리드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야, 이거 생각보다 버틸 만 하잖아? 진짜 이 정도가 네 전력이라면 덩치가 조금 아깝네.”


<애, 애송이! 드디어 미친 거냐?>


“아프긴 미치게 아프기는 하네. 그렇다고 진짜 죽을 거 같은 느낌은 아닌 듯하지만.”


지난 날, 정복의 마나를 두른 콘쿼러에게 쉴 새 없이 맞은 경험이 프리드가 느끼는 통각의 기준을 한 단계 상승시켰다.


그가 씨익 웃으며 선언했다.


“이제 2차전 시작이야. 어디 한번 즐겨보자고. 덩치만 큰 미용 근육 돼지 새끼야.”





◎◎◎◎◎





“잠깐만요!”


프리드가 한창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고 있던 차에 로레인이 태클을 걸어왔다.


“음? 왜? 이제 하이라이트인데.”


<그 뒤는 정말 엄청났지. 그 누가 그 정도 수준의 트루드에게 미용 근육이니 뭐니 훈수를 두겠어? 그 정도면 모르긴 몰라도 200살은 거뜬히 넘겼었지. 아마?>


“아니! 그게 이상하잖아요! 힘이 몇이라구요? 486? 대체 어디서 뭘 하다가 오면 그런 거예요?”


“뭐야? 그게 궁금한 거였어? 아까도 말했잖아. 그냥 수련했다니까?”


“뭘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느낌으로 말하는 거예요? 마치 뒷산에 잠깐 산책 갔다 온 말투잖아요? 트루드 오거요? 그건 또 무슨 괴물이길래 크기가 오거랑 거의 맞먹는다는 소리가 되는 거예요?”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했다.


“대체 무슨 수련을 하면 2주 만에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거예요?”


둘이 갑자기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는데 로레인이라는 일반인의 범주에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이야기들 투성이였다.


“우리 동료님은 차분하지 못해서 문제라니까. 기다리면 전부 알게 되는데 그걸 못 기다려서야...”


<네놈의 동료는 성급하군. 정말 엄청난 이야기가 기다리는데 말이지. 이봐. 본 검이 보증하지. 잠자코 들어라.>


“잘 들어보라고.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





콘쿼러가 대량의 마나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처음이니 효율은 떨어지겠지만 운용은 내가 한다. 너는 지금까지처럼 휘두르기만 해라. 애초에 그 정도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시간에 제한이 있다는 소리인가?”


프리드의 마나량을 모르는 건지, 알고도 저러는 건지, 마나를 엄청난 속도로 빨아대기 시작했다.


<알면 당장 달려라. 가만히 서서 뭐하자는 거냐?>


역시 알고 있는 쪽이었구나. 이렇게 보여도 상대는 4m의 거구.


“음? 아까 5m라고...”


<전투의 지속시간이 지날수록 필요에 의해 육체는 견고하고 날렵해지지. 그야말로 투쟁을 위해 만들어진 축복받은 육체야.>


알 게 뭐야. 작으면 목을 치기엔 더 좋지. 놈은 딱히 사용하는 무기는 없었다. 고무적인 부분은 놈에게 상대적으로 하체를 방어할 수단이 전무하다는 것.


서걱.


프리드가 상대적으로 작은 덩치를 이용해 놈의 하단으로 파고들었다. 그에 따라서 프리드의 검 끝을 타고 흐르는 연한 마나의 꼬리가 유려한 곡선을 만들어내며 놈의 오금을 썰었다.


“뭐야? 이렇게 부드럽게 썰려?”


<끝나지 않았다. 자세 다시 잡아!>


베인 오금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녀석은 그 투기를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쪽 발의 카운터를 허용하고 말았다.


<망설이지 말고 다음에는 반대쪽도 썰어버려라.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온전하게 서있지는 못했겠지.>


“그게 말처럼...! 쉬우면 이러겠냐고!”


놈은 자신의 출혈은 신경도 안 쓰는 것인지 맹렬하게 주먹을 쏟아 붓고 있었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공격을 거듭할수록 녀석의 주먹에 상처가 생기고 있다는 점. 큰 동작을 파고든 그의 검은 놈을 향했다.


<멀다. 성급한 검은 적에게 닿지 않아.>


뼈아픈 실책이었다. 놈에게 재정비의 시간을 주고 말았다.


<빈틈은 기다리는 게 아니다. 상대로 하여금 빈틈을 보이도록 유도하는 걸 우리는 진짜 실력이라고 부르거든.>

잠자코 막으며 반격 기회를 노리던 프리드가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녀석에게 가능한 최고속으로 던지며 달려들었다.


트루드는 생각했다. 이 상황에서 손에 들고 있던 것이라면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기 시작한 요상한 하얀 검. 그렇다면 지금 달려드는 상대는 무기도 없는 맨손?


자신이 위협적으로 달려들면 투척체는 무시하고 자신을 막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트루드 오거는 상당한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따른 합리적인 사고를 할 능력도 충분했다.


“뭔지 확인이나 하라고. 나름 머리 좀 굴리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오만하면 안 되지.”


그제서야 트루드는 삽시간에 자신에게 날아든 투척체를 확인했다.


“#$#@(검은 검)?”


“아무리 본인의 육체에 자신이 있어도 조금은 신중을 가했어야지.”


이미 추진력을 바탕으로 그 사이에 녀석의 뒤를 점한 프리드가 또 한 번, 맹렬하게 하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털썩!


제 아무리 하체가 탄탄해도 오금을 치면 일시적이지만 균형을 잃기 마련이었다. 하물려 썰려서 피가 철철 흐른다면? 놈의 하체를 유지하는 힘줄을 모두 끊어버렸다.


“후~ 진짜 빡세네.”


바닥에 엎어진 녀석은 서서히 원래의 크기로 불고 있었다.


----------------------------------------------------------------

정복왕의 시련, 수행했습니다.


정복왕의 위엄이 몸에 깃듭니다. (위엄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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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 (정복의 마법사)

키워드 (정복왕, 펄리셰이드)

=========================================


프리드의 앞에 그러니까 트루드가 쓰러진 방향으로 풍경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저 공간의 일그러짐이 저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 보내준다는 그겁니까?”


<물론. 이제 시련을 통과했으니까.>


공간의 일그러짐을 한참 바라보던 프리드가 곧장 들어가지 않고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저거 내가 돌아가기 전까지는 유지되죠?”


<그렇지. 오직 너를 위한, 너에 의해서 열린 문이니까.>


손에 든 '그것'과 함께 프리드는 쓰러진 트루드에게 갔다. 그러고는 베인 오금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몇 병이고 부었다.


“아니, 그래도 시련이라는 명목하에 멋대로 죽이는 건 좀 너무하잖아. 적어도 이렇게 해두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금만 쉬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





“그 뒤로 넘어와서의 이야기는 너도 잘 아는 그 나쁜 놈들이고.”


“뭔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솔직히 모르겠네요. 아무튼... 네...”


이제는 뭐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로레인에게는 프리드가 무사히(?) 돌아온 것만 해도 기쁜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밀린 전선은 어디라고?”


“대략 이틀 정도 걸리는 요새에요. 로드벨트 요새라고 높다란 산맥을 낀 천혜의 요새라던데요?”


“그런데 왜 거기만 그렇게 뚫린 건데? 말이 안 되잖아?”


“제국에서 일점돌파식으로 밀고 들어왔어요. 저도 자세한 건 몰라요. 어서 가요. 직접 가봐야 더 알 것 같아요.”


다행히 전선까지 바로 합류할 수 있는 전이계 단발성 마병을 블렌하임이 남겨두고 떠났다고 했다.


“그 괴물 같은 아저씨가 이런 것까지 두고 떠났다면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란 말이네. 바로 떠날 건데, 로닌은 어떻게?”


“역시 데리고 가면... 안 되겠죠?”


“안 돼. 절대로. 지금이 전시상황이라는 걸 인지해야지.”


위험하니까. 이제부터라도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겪어도 모자랄 판에 전쟁터라니? 물론 로닌이 있는 곳까지 밀리게 될 것 같으면 밀리기도 전에 데리고 빠질 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안 돼.”


하는 수 없이 로닌은 밀렌과 함께 그들이 머물던 여관에 맡기는 걸로 결정했다. 그래도 지난 한 달이 조금 넘는 동안 머물면서 여관 주인 부부는 꽤나 믿을 만하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돌아온 프리드를 격하게 반겨주었다.


“너희도 가는 거니? 걱정스럽구나.”


“저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아주머니, 아저씨도 여기서 계속 장사하셔야죠. 그래서 저희가 가는 거예요.”


“그럼 다녀올게요! 로닌은 잘 부탁합니다.”


옆에 서서 멀뚱멀뚱 쳐다보던 로닌에게 시선을 맞췄다. 손목에는 평소보다 작지만 어딘가 익숙한 팔찌가 걸려있었다.


“꼬맹아, 일이 있어서 잠시만 다녀올게. 외로우면 왕관님을 불러. 알겠지?”


꼬맹이 로닌이 프리드와 로레인의 옷자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오랜만에 돌아오자마자 떠나려고 하니까. 이번에는 언니도 같이.


“어쩔 수 없어. 이번만 용서해줄 수 없을까?”


“언니도 최대한 빨리 갔다가 올게.”


그제서야 옷자락을 꼭 쥐고 있던 로닌의 손가락이 서서히 풀려갔다. 로닌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수첩을 꺼내서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뭘 적는 거지?”


“그러게요.”


로닌은 썼던 것을 끄적이고 다시 적는 것을 반복했다. 대체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둘의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었다.


마침내 로닌이 두 팔로 수첩을 번쩍 들었다.


『잘 다너와!』


주위로 온갖 낙서가 그려졌다 지워지기를 반복한 흔적이 있었다. 로닌은 수첩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그들을 바라봤다. 그러곤 잠깐 울먹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프리드와 로레인을 한 번씩 안아줬다.


“아직 쓸 줄 아는 게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래? 그래도 이해해줘서 고마워.”


(왕관 님, 전부 듣고 있었겠지? 로닌을 부탁한다. 진심으로 부탁하는 거야. 믿으니까.)


(나만 믿거라.)


(정말 위험하면 그걸 써. 내가 살아있다면 10초 안에 올 테니까.)


(그런 소리 말거라. 이제 아는 이를 잃는 건 싫구나.)


오늘따라 이 왕관의 말이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러면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겠지. 정말 유사시에는 그것도 있었고.


“가자. 로레인, 그동안 네가 무시당한 걸 배로 갚아주자고. 화려한 귀환이야.”


그녀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꼈다.


“네! 가요!”


블렌하임이 남겨둔 마병은 작은 수정. 단발성 마병의 빛이 그들의 몸을 삼켰다.


‘제국 놈들이건, 거슬리는 여행자 놈들이건, 죄다 기다려라.’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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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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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7. 카약스 공방전 (1) +3 20.09.22 14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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