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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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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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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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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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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8. 1월의 층 (1)

안녕하세요~




DUMMY

◎◎◎◎◎






아직 대륙의 인간들에게 발걸음을 허락하지 않은 남방의 오지. 한 줄기의 빛의 기둥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곧 그 안에서 등장한 것은 한 남자였다.


“여기가... 미궁? 신의 건축물이라 이건가?”


남자가 고민할 틈도 없이 그가 나타났을 때와 같은 종류의 빛의 기둥들이 무수하게 대지에 박혔다. 새삼 놀라운 수였다.


소환된 이들은 각자가 속한 깃발의 아래로 모이고 있었다. 여행자들 사이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길드부터 중소 규모의 작은 길드들까지.


“강한 녀석들이 바글바글하네. 살이 떨리는데?”


“이 정도면 거의 대륙 여행자 전부를 끌어왔다고 해도 믿겠어.”


“안 올 이유가 없지. 아마 전부를 끌어온 게 맞을걸.”


이렇게 보니 일종의 이벤트 같은 느낌도 풍기는 이 건축물은 발생과 동시에 모든 여행자들에게 초대장을 날렸다. 사실 그걸 마다하는 이도 드물었다. 싸우는 것에 흥미가 없어서 대륙인들 사이에 녹아서 사는 부류를 제외하고는.


“휴... 유사 속에서 죽는 줄로만 알았네.”


“타이밍이 좋았어. 다음에는 준비를 제대로 하고 가보자고.”


독특한 이들이었다. 대화로 유추하건대 아마 모래에 파묻히는 상황에서 메시지를 보고 이곳으로 탈출에 성공한 것 같았다.


변방의 왕국에서 활동하던 여행자들부터, 주요 국가에서 활동하던 여행자들까지. 물론 그렇다고 모두가 직접 미궁에 들어가서 공략이라는 원대한 꿈을 품고 온 것은 아니었다.


한 사내가 그 소란스러운 와중에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전투 중에 발생한 거의 모든 종류의 잡다한 부산물들! 전량! 저희의 능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라면! 저희 골드러시에서 매입합니다!”


그는 여행자 출신의 상인들 중에서는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당연히 그가 앞으로도 선두를 달릴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에게는 이런 재앙조차 명성을 넓힐 기회로만 보였다.


‘내게 남들처럼 잘 싸우는 재주는 없어. 하지만 주판과 혀라면 누구에게도 꿇리지 않아.’


“버잿! 제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골드러시의 버잿이었습니다!”


기회를 바로 이용할 줄 아는 똑똑한 사내였다. 이미 그의 뒤로 그가 이끄는 상단의 직원들이 가건물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급하게 왔기에 조금씩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을 것이다. 버잿은 그 부분을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갔다.


“혹시 시약도 취급하나?”


“네! 좋은 질문입니다! 시약, 허브, 그 외에 잡다한 모든 걸 팝니다! 주문도 받습니다! 본토와 연결해서 조달할 수 있는 물량은 얼마든지 조달합니다!”


마법사 계열 직업군으로 보이던 한 여행자를 시작으로 한눈에 보기에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가건물로 몰려갔다.


“햐~ 장사는 진짜 저렇게까지 해야 성공하는구나.”


멍하니 그 모습들을 지켜보던 프리드의 지척에 한 무리의 빛기둥이 서리기 시작했다. 모습을 드러낸 그들을 보자 여행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중심에 꽂힌 깃발은 너무나도 유명한 것이었다. 알아보는 이들이 있었다.


“이거, 별로 재미없는 친구들까지 와버렸네.”


“알카트레즈... 최악의 범죄자 길드. 말뿐인지 여기서 보게 되겠군.”


“글쎄... 저쪽이랑은 가능하면 엮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알카트레즈. 대륙 중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최악의 범죄자 길드였다. 널린 소문에 따르면 암묵적으로 금기시되는 여행자 사냥이나 노예 시장 등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맞을 정도였다. 대륙인은 애초에 도구나 NPC 취급하는 이들이니 그 이상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다고 지들이 어쩔 거야? 여기 강한 놈들이 지천에 널렸는데.”


“야, 나이트 캐벌리도 왔던데? 나 아까 아서 봤잖아.”


아서, 그도 이곳 어딘가에 있었다.

제국의 밤을 지배하는 기사들. 나이트 캐벌리(Night Cavalry). 아마 길드 수준의 인지도만 본다면 대륙 최고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영웅의 이름을 이어받은 녀석들이 대거 모여서 만든 길드였으니까.


페르세우스. 나이트 캐벌리와 같이 제국의 유력 길드였다. 그들이 공식적으로 공략했던 던전의 수만 이미 두 자리 수를 넘어갔다. 전쟁을 몰라도 던전의 탐사나 대 괴수전에 있어서는 그들이 스페셜리스트였다.


마지막으로 철십자. 강철의 제국이라고 불리는 북방의 맹주. 아세로스 최강의 용병집단이자 여행자 길드였다.


“오랜만이군. 알랭.”


“전쟁광이 이런 던전에는 무슨 일로 오셨을까? 아이언. 폐쇄된 던전 내부는 전장이랑 다르게 많이 답답할 텐데.”


전송 초창기에 함께 했었지만 그 끝에서는 뜻이 달랐기에 갈라선 동료들 중 하나였다. 그가 북방의 냉기에 적응하고 거대한 용병단을 꾸렸을 때에는 왠지 그럴 것 같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다. 그 정도로 강인한 사내였다.


“이곳을 정복하는 건 우리 철십자야. 이제 아세로스에만 머무르는 건 질렸어.”


“뭐, 그건 편할 대로 해봐. 우리도 나름 분발할 테니까.”


얼추 그들이 소환되기 시작한 이후부터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서서히 추가적인 인원이 없다고 판단이 될 때쯤, 각 그룹들은 미궁에 진입하기 위한 움직임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곧 그들은 가장 근본적이고 원론적인 문제가 부딪히게 됐다. 골드러시가 설치한 가건물에 테이블이 놓여졌고 임시적인 회의장이 만들어졌다. 그들의 주요 안건은 당연히 하나였다.


“그런데... 도대체 저 건축물에는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 거지?”


“정황상 문이라고 추측이 가능한 부분이라면 분명히 있다. 지금은 굳게 닫혀 있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글쎄, 난 아무리 봐도 그게 사람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디 다른 통로가 있을 가능성은? 그건 왜 배제하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나도 여기에 한 표. 그걸 인간이 열라고 한다면 너무 가혹한 처사지.”


말마따나 대놓고 문이 있기야 했다. 하지만 그 크기가 상상을 초월했기에 어떤 길드에서도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정말 방법이 없다면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의견을 내던 그들도 서서히 하나의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면 어디라도 한번 깨봅시다. 일단 그것밖에는 없겠네요.”


나름 굳은 결심을 다진 그들이었지만 결과만 본다면 그런 그들이 미궁의 문을 두드릴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자, 한 번에 가는 겁니다. 신호하면...”


쾅-!


그들이 문이라고 생각했던 거대한 부분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아마 내부로부터 발생된, 어떤 무력에 의해서. 단순히 부서졌으면 좋은 게 아니냐고? 물론 그렇겠지. 내부로 들어갈 방법이 생긴 것이니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문앞에 서있던 여행자들은 순간적으로 숨조차 쉴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다. 정적을 깬 건 누군가의 한마디였다.


“주먹?”


그랬다. 주먹이었다. 거대한 회색 주먹. 단순히 주먹의 크기로만 본체를 추측한다면 일전에 봤던 키클롭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존재가 떠올랐다.


“아직 뭐라고 특정할 수는 없지만... 전투 준비를 하는 게 좋아 보이는데. 댁들의 생각은?”


그 주먹이 시사하는 바는 간단하고도 살벌했다. 그들은 부술 엄두도 내지 못하던 그 굳건한 석벽을 단순한 육체의 단단함으로 작살을 낸 것이라는 점. 내부에서는 침입자들에 대한 일체의 두려움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


알랭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여유를 싹 지우고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제안은 그닥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전열이 각자의 무기를 들자 후열도 잇달아 무기를 드는 상황이 연출됐다.


주먹으로부터 움직임이 보인 것은 그런 상태가 시작되고 약 5분 정도가 지난 뒤였다. 문을 꿰뚫은 주먹이 주먹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다시 미궁으로 들어가버렸다.


“뭐지? 간 건가?”


“이벤트야? 애초에 계획된 연출인가?”


착각이었다. 미궁의 어둠 속에서 끔찍하게 음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1월의 층의 지배자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그 발로 들어와서 스스로를 증명하라.》


목소리의 주인이 아까 그 주먹의 주인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화려한 퍼포먼스를 먼저 보여주고 들어오라고 하니 그 누가 바로 들어갈 수 있을까? 아무도 선뜻 움직일 수 없었다.


물론 그것도 범인의 기준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그 순간에도 한 걸음 앞서가는 이들이 있었다.


“저 녀석, 어쩌면 우리가 느낀 것만큼 강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


“왜요? 또 뭘 봤어요?”


“그게... 주먹을 봤을 때도, 음성을 들었을 때에도 아무런 메시지도 떠오르지 않았어.”


“또 메시지 타령이에요? 못 믿는 건 아닌데, 그래도 이번엔 좀 위험하지 않겠어요? 진짜 크던데요...”


“엥? 진짜라니까? 믿을 수 있는 정보야. 설령 위험하대도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우리한테 별일이야 있겠어?”


“다치면 안 돼요. 아프니까.”


별다른 거리낌 없이 열린 미궁의 입구로 향하는 그들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기왕 여기까지 온 거 한탕 크게 해보자.”


“그보다 시선이 좀 많이 쏠린... 것 같은데요?”


이런 자잘한 점에 연연하기에 프리드는 너무 많은 걸 보고 들어버렸다. 이제 이런 퍼포먼스에 일일이 놀라주는 게 더 힘들었다.


“뭔 상관이야. 갈 길 가는 거지. 가자.”





◎◎◎◎◎





미궁이 여행자들에게 스스로의 존재를 알리고부터 어느덧 21개월이란 긴 시간이 지났다. 바깥으로부터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대륙은 부유하는 천공섬에 의해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희는 아직도 이렇게 1월의 층에서도 벗어나지 못한 거고요?”


“그렇지.”


“그런데 저희 아직 들어온 지 21개월은 안 됐을 텐데요?”


“그게... 바깥이랑 여기랑은 시간의 축이 달라. 신의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왜곡이니까. 그냥 그렇게 알아라.”


한 중년의 사내가 애송이 여행자를 붙잡고 있었다. 사내의 행색은 초라했지만 착 가라앉은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가 없었다. 여행자는 그의 전신을 살피며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내 자네에게 큰 임무를 하나 줄까 해서 불렀다네.”


애송이 여행자는 그 순간 느꼈다. 이건 기연의 냄새였다. 미궁에 와서야 받는 자신의 첫 기연! 계층을 지키는 몬스터들은 자신에 비해 너무 강했기에 솔직히 혼자서는 한 마리도 버거웠다. 슬슬 후회를 하기 시작할 때쯤 눈앞의 사내를 만난 것이다.


“당신은 누구죠?”


“그건 알 거 없고. 다만 난 자격이 없는 자와는 자격을 논하지 않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목소리를 깔고 말하니 여행자는 두눈을 번뜩였다.


“준비는 됐나?”


“준비됐어요!”


여행자는 크게 소리쳤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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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131. 1월의 층 (4) +1 21.03.09 74 2 12쪽
131 130. 1월의 층 (3) 21.03.02 76 0 11쪽
130 129. 1월의 층 (2) +1 21.02.23 88 1 12쪽
» 128. 1월의 층 (1) +1 21.02.16 87 1 11쪽
128 127. 분기점 (2) +1 21.02.09 90 1 12쪽
127 126. 분기점 (1) +2 21.02.02 84 2 12쪽
126 125. 낙수 (5) +2 21.01.26 87 2 12쪽
125 124. 낙수 (4) +2 21.01.19 95 2 12쪽
124 123. 낙수 (3) +2 21.01.12 90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7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121 120. 카약스 공방전 (14) +2 20.12.22 97 2 11쪽
120 119. 카약스 공방전 (13) +1 20.12.15 119 1 13쪽
119 118. 카약스 공방전 (12) +2 20.12.08 86 2 12쪽
118 117. 카약스 공방전 (11) +2 20.12.01 136 2 11쪽
117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8 2 12쪽
116 115. 카약스 공방전 (9) +3 20.11.17 106 3 11쪽
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8 2 11쪽
114 113. 카약스 공방전 (7) +1 20.11.03 103 2 11쪽
113 112. 카약스 공방전 (6) +2 20.10.27 98 2 12쪽
112 111. 카약스 공방전 (5) +2 20.10.20 124 2 12쪽
111 110. 카약스 공방전 (4) +2 20.10.13 102 2 12쪽
110 109. 카약스 공방전 (3) +2 20.10.06 114 2 12쪽
109 108. 카약스 공방전 (2) +2 20.09.29 114 2 11쪽
108 107. 카약스 공방전 (1) +3 20.09.22 141 3 13쪽
107 106. 2막 프롤로그 +3 20.09.15 152 3 7쪽
106 105. 비를 긋다 (15) +2 20.09.08 13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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