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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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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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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4,157

작성
20.10.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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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12. 카약스 공방전 (6)

안녕하세요~




DUMMY

“쯧, 뚫지는 못했군.”


블렌하임이 혀를 차는 소리를 내며 짐짓 아쉽다는 투로 말하자 그 말을 놓치지 않은 시어도어가 소리쳤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상태였다.


“하! 소리만 요란하지. 네 그 잘난 마법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었군. 안 그런가?”


다만 블렌하임은 웃고 있었다. 카약스에 머물고 있을 블레임의 백성들에게 마음 깊게 사죄를 하면서도 긴 고심 끝에 결정했던 마법이었다.


어디까지나 시간끌기에 불과했기에 딱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날렸지만 섬광과 충격은 상당했을 것이다. 다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이 기회를 헛되이 할 수 없었다.


“그러게나 말이야. 내가 구축한 방어진이지만 정말 완벽하군.”


화려한 마법으로 시어도어의 시선을 끄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았다. 남은 것은 때에 맞춰 들어갔을 그 여행자들이 임무를 무사히 완수해주는 것.


‘믿어보겠다. 여행자들이여.’


이 얇디얇은 반투명의 장막을 사이에 두고 대치가 이어졌다.


“네 마법이 이 견고한 방어진을 뚫어내는 것이 빠를까? 우리가 버텨내는 힘이 더 강할까?

보아라. 블렌하임! 이 전쟁은 단지 작은 시작에 불과해. 그러니까...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변화의 전주곡? 이제 제국이라는 거대한 힘이 조금은 실감이 가나?”


“글쎄다. 아직까지는 조금 애매하군.”


“그러면 그렇지. 그대는 충분히 오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 정도의 건방짐은 당연한 권리야. 인정하지. 지금의 나나 이 머저리들로는 그쪽을 이길 수가 없다.”


뒤에서 숨을 연신 헐떡이는 이들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시간 정도는 끌어줄 수 있어. 솔직히 방금은 간담이 서늘했다. 세상을 강타한 뇌광이 사그라드는 그 순간까지 내 생존조차 확신하지 못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널 붙잡을 것이다. 네가 이곳에서 내게 붙잡혀있는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블레임의 땅들이 불타고 제국의 아래로 넘어올까?”


그가 손에 마나로 작게 구현한 성의 모습이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제국의 현자께서는 어디에서 뭘 하시고 데일은 또 뭘 하길래 뭣도 모르는 어린 녀석이 이렇게 설치는 것이냐? 전쟁은 어린 녀석의 치기어린 장난이라도 봐줄 수가 없는데 말이야.”


“그 노인네는 지금쯤 제국 남부 어딘가에서 요양이나 하고 있겠지. 전대 황제도 마창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하아... 골이 아프군.”


“이런 혼탁한 세상에서 영웅은 탄생하지. 그분의 선택을 받은 그 아이야말로 이 대륙의 주인이 되기에 그 누구보다 자격이 있고 적합하지. 그 역사의 시발점으로 영웅의 나라 ‘블레임’은 상당히 맛있는 요소가 아닌가?”


블렌하임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거즘 광기에 가까운 열망이 깃들어 있었다. 힘과 권력이 있는 이가 비뚤어진 신념으로 어긋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최악의 경우였다.


“확실히 너도 늙었군. 늙어서 미쳐버린 것이 분명해. 이 얼마나 지독하게 오만한 생각인가?

그 야망이 데일의 입에서 나왔어도 대륙의 일통은 불가능한 일일 터인데 너나 네가 조종하는 그 어린 놈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니 그야말로 한심할 따름이다.”


“노오오옴! 제국의 황제에게 놈이라니! 무례한 언사로구나!”


도시를 둘러싼 안티 매직 에리어 탓에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반대편으로 간섭할 수 없으니 이리도 의미라곤 없는 설전만 계속되고 있었다. 내부에서 외부로 타격이 가능한 유일한 수단은 요새포. 시어도어의 시선이 그곳에 닿았다.


“허튼 수작은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직접 설계한 무기인데 그 둔한 무기에 내가 맞아줄 것 같나?”


흥분을 가라앉힌 그의 시선이 블렌하임보다 조금 더 뒤의 이질적인 부분에 닿았다.


“쯧, 그건 그렇고 이제 무구형 파밀리어라도 부리는 것인가? 그런 안일함으로 언제까지고 마법의 정점에 위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마법 공학에 심취해있다는 소문이 단지 낭설을 아니었군.”


“음? 무구형 파밀리어?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지?”


정말 몰랐다. 국가에 도움이 될까 싶어 마법 공학에 파고들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파밀리어는 기존에도 딱히 길이 없었다. 그게 시어도어에게는 의미 없는 발뺌으로 보였던 것일까?


“발뺌하지 마라! 거짓을 말하려거든 ‘그걸’ 숨기려는 노력이라도 했어야지. 뻔뻔하구나.”


여전히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시어도어가 들고 있던 기다란 스태프로 그의 뒤편을 가리켰다. 은은한 마나를 뿌리는 새하얀 검이 둥둥 떠있었다.


<흐음...? 여기는 또 어디고 네놈들은 누구냐? 이곳이 로드벨트 요새인가 하는 곳인가?>


놀랍게도 그 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에고를 가진 마병이었다. 블렌하임은 검의 기운으로부터 어딘지 모를 익숙함을 느꼈다.


“하하하! 이번에도 에고인가? 에고를 가진 마병이 그렇게 흔한 편은 아닐 텐데 말이지?”


한 여행자가 데리고 다니던 유쾌한 왕관이 문득 그의 머리에 떠올랐다. 상황에 맞지 않게 그의 입에서는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봐. 검 친구.”


<음? 뭘 부르는감?>


블렌하임은 잠시 말을 유보했다. 그저 검을 지그시 바라봤다.


<이제 보니 그쪽, 운용하는 마나의 양이 꽤나 상당한 수준이군. 내 말을 들을 수 있는 것 같은데 본 검이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나?>


대체 그 누가 블렌하임에게 ‘겨우’ 마나량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애매모호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허나 신기하게도 블렌하임이 느끼는 감정은 불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원하는 대로. 나도 검 친구에게 궁금한 게 있으니까.”


<달고 다니던 애송이 녀석이 하던 말을 들으니 로드벨트 요새? 아무튼 거기로 향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여기가 그곳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요는 전송 중에 무언가 문제가 생겨서 나만 홀로 떨어져 나온 것 같다는 말이지.>


검이 사람을 달고 다닌다는 표현이 뭔가 이상했지만 눈앞에 말하는 검도 둥둥 떠있는 상황에 이상할 것이 어디에 있을까?


“흐음... 로드벨트 요새는 여기서 한참은 가야 하는데 말이야. 그러면 검 친구는 일행도 있었나?”


블렌하임이 시어도어를 앞에 두고 대놓고 무시하자 시어도어가 길길 날뛰었다.


“지금 뭣하는 것이냐! 우리를 앞에 두고 혼자 무어라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야!”


아무래도 둘 사이의 실제적인 거리가 상당했던 탓일까? 그에게는 검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것 같았다. 뭐,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신경조차 쓰지 않았지만.


<묘하게 어두운 빛깔의 검을 들고 다니는 애송이 하나랑 녀석이 데리고 다니는 인간 여자 하나.>


어찌 보면 이것도 신의 주사위 놀음인가? 검의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한 여행자가 블렌하임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사정이 어떻든 결국엔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분명 흔들렸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는 분명 약자라고 불릴 사내는 아니었으니까.


“그랬나? 드디어 돌아온 것인가?”


잠깐의 공백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터. 그 짧고도 긴 시간 동안 어떤 재미난 모험을 했기에 이런 친구를 얻을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그도 이 넓은 전장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가? 짧은 순간이었지만 온갖 생각이 흘러갔다.


<얼추 보아하니 그 애송이를 아는 걸로 보이는데. 맞나?>


“이거 눈치가 빠른 검 친구로군. 이것도 내가 보기엔 우연을 아닌 것 같은데... 검 씨가 믿고 안 믿고는 자유겠지만 그 친구, 그러니까 프리드와는 조금 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지. 이것도 하나의 인연인데 잠시 도움을 줄 수 있겠나?”


마법이라는 수단 하나로 뚫어내기에는 너무나 무식했고 돌아올 리스크도 큰 이 상황을 갑자기 나타난 이 검이 타개할 수 있을까? 뭐 그건 모르는 일이지.


<흠...>





◎◎◎◎◎






카약스 동문 가도로부터 도보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지점. 일단의 무리가 제대로 된 길도 없는 산을 가로질러 오르고 있었다.


“어이, 아칸, 이 길이 맞기는 한 거겠지?”


“알랭 님, 제게는 당신을 속일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정 못 미더우시면 카나 씨에게도 한번 물어보시지요.”


알랭이 카나를 바라보기도 전에 대화를 듣던 카나가 말했다. 이미 비슷한 질문을 수차례 받았기에 그녀의 말투는 미약한 짜증으로 늘어졌다.


“이 길이 맞아요. 이대로 쭉 가면 될 거예요.”


독특한 능력 덕분에 임시로 철검성에 소속된 채로 선발된 아칸을 제외하고선 모두들 실력이 출중한 여행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선발이 까다로웠던 지라 그들의 구성도 꽤나 새로웠다. 알랭, 아칸과 철검성의 실력자 셋.


“쳇, 벰벨 녀석, 정작 중요할 때에 빠지고 말이야.”


의외로 알랭 다음 가는 걸로 평가받는 벰벨과 루아리는 특무조에 참여하지 않게 되었다. 다음으로 화란의 마법사 카나와 그녀의 호위로 따라온 아에리스. 그 밖에 군소 길드와 무소속의 실력자가 셋까지. 적진의 한가운데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수는 딱히 많지도 적지도 않은 10명이었다.


화란의 마스터, 웨인이 말하기를. “우리는 어차피 다 강하니까! 카나! 네가 아무나 한 명 데리고 갔다와!” 그렇게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서부로 떠나버렸다. 그렇게 잡힌 아무나 한 명이 아에리스였다.


“언니, 미안해요. 망할 웨인.”


“아냐. 어차피 누군가는 가야 할 거였으니까.”


작전은 뭐 딱 보기에는 심플했다. 블렌하임이 사전에 알려줬던 시간까지 사전에 전해들은 장소에 도착해서 대기. 대공이 화려하게 난장판을 쳐서 시선을 끌면 카나가 받아온 마석을 이용해서 마법진을 활성화.


어떻게든 동문 방향의 요새포에 접근해서 가능하면 파손을 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력화 시키는 것이었다. 그 뒤에 여유가 생긴다면 추가로 하달 받은 각자의 임무를 수행.


“어때? 간단하겠지?”


“퍽이나요. 말 걸지 마세요.”


“까칠하기는... 그래서 카나, 마법진의 작동은 얼마나?”


“준비는 이미 끝났어요. 진짜 말 걸지 마세요. 구워버리고 싶으니까.”


그녀가 마법진 앞에 쭈그리고 앉아 꼼지락거리다 일어서서 스태프를 잡았다.


“미안!”


카나의 손에 들려있던 마석이 퍽! 소리를 내며 깨졌고 분리된 파편들이 마법진의 곳곳으로 스며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이런 식이었군.”


“하기사... 우리 중 누가 공간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겠어? 하물며 클래스 8이 직접 구축한 마법진인데 말이야.”


“그것도 그렇기는 하지. 이제 대공의 신호를 기다리면 되는 건가?”


“...네.”


그들도 모든 흐름을 보고 있었다. 카약스 상공을 짙은 뇌운이 덮는 그 일련의 과정들을. 마법의 길을 걷고 있는 카나는 말할 것도 없었고 마법에 대해 문외한이던 다른 이들도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와... 내가 마법에 대해 잘 아는 게 아니라서 그러는데 진짜 딱 하나만 물어볼게. 저런 건 대체 얼마나 마법에 몰두해야 할 수 있는 거야?”


“저도 모르겠어요. 유동되는 마나의 총량조차도 가늠이... 하... ”


카약스 방향에서 눈부신 뇌광이 터져나왔다. 사전에 대충이나마 듣고 상상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빛이었지만 그게 신호라는 것 하나 정도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럼 제군들! 저런 사람이 지금은 우리 편이라는 사실에 감사하며! 다음 목적지는 요새 도시 카약스! 카약스에서 보자고!”


바닥에서 비롯되는 빛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그 빛이 그들을 집어삼켰다. 빈 공간에 남은 것은 그들이 존재했다는 걸 말해주는 은은한 마나의 잔향뿐이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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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129. 1월의 층 (2) +1 21.02.23 88 1 12쪽
129 128. 1월의 층 (1) +1 21.02.16 86 1 11쪽
128 127. 분기점 (2) +1 21.02.09 90 1 12쪽
127 126. 분기점 (1) +2 21.02.02 84 2 12쪽
126 125. 낙수 (5) +2 21.01.26 87 2 12쪽
125 124. 낙수 (4) +2 21.01.19 95 2 12쪽
124 123. 낙수 (3) +2 21.01.12 90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7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121 120. 카약스 공방전 (14) +2 20.12.22 97 2 11쪽
120 119. 카약스 공방전 (13) +1 20.12.15 119 1 13쪽
119 118. 카약스 공방전 (12) +2 20.12.08 86 2 12쪽
118 117. 카약스 공방전 (11) +2 20.12.01 136 2 11쪽
117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8 2 12쪽
116 115. 카약스 공방전 (9) +3 20.11.17 106 3 11쪽
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8 2 11쪽
114 113. 카약스 공방전 (7) +1 20.11.03 103 2 11쪽
» 112. 카약스 공방전 (6) +2 20.10.27 98 2 12쪽
112 111. 카약스 공방전 (5) +2 20.10.20 124 2 12쪽
111 110. 카약스 공방전 (4) +2 20.10.13 102 2 12쪽
110 109. 카약스 공방전 (3) +2 20.10.06 114 2 12쪽
109 108. 카약스 공방전 (2) +2 20.09.29 114 2 11쪽
108 107. 카약스 공방전 (1) +3 20.09.22 141 3 13쪽
107 106. 2막 프롤로그 +3 20.09.15 152 3 7쪽
106 105. 비를 긋다 (15) +2 20.09.08 133 3 11쪽
105 104. 비를 긋다 (14) +2 20.09.01 13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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