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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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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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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0. 카약스 공방전 (14)

안녕하세요~




DUMMY

“늑대, 마치 양 떼 사이에 끼어든 늑대와도 같구나.”


청기사들과 미드레이의 대치를 보고 지켜보던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감상평이었다. 그를 둘러싸기는 했지만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나설 수 없었다.


모두 알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실질적으로 그와 검은 마주하는 건 한 번에 한 명. 누가 그 리스크를 직접적으로 짊어질 것인가?


‘저 사내의 검을 단신으로 막는 것은 온전한 상태의 단장도 버겁다.’


청기사 대부분이 생각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결국 먼저 움직인 것은 미드레이였다. 주도권은 애초에 그에게 있었던 것이다.


“막상 현실을 마주하니 선뜻 다가서기가 겁나나? 미리 말해두지만 대의는 블레임에 있다. 제국은 오만함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전란의 시대, 자신보다 더욱 고강한 상대와 겨룰 일이 많기에 그만큼 높은 수준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륙적으로 분쟁은 일어나지 않는 평화의 시대. 수준 사이의 간극은 더욱 극명했다. 그렇기에 경지에 오른 이들이 그만큼 존중받는 것이었지만.


“지금부터 내 앞을 가로막는 이는 죽음을 각오했다고 판단하겠다. 거인을 사냥할 준비가 된 검사들만 내 앞을 막도록.”


정확히 6명 째의 청기사를 제압한 미드레이가 한 말이었다. 그의 검은 유연했다.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텐데도 그는 굳이 그걸 해냈다. 그런 그가 검에 살기를 담아 강고하게 선언했다.


“아무리 하위 서열의 녀석들이 나섰다지만 단 일 검을 받아넘기지 못하는구나.”


패도(覇道). 그 역시도 패도를 걷는 이였기에 큰 각오 없이는 그의 앞길을 쉬이 막아설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뚜벅. 뚜벅. 뚜벅. 척!


“흐음. 그래도 막아서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인가? 확실히 앞선 녀석들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이번에 미드레이의 앞을 막아선 기사들은 그 기도부터가 다른 진짜배기들이었지만 그의 감상평은 참으로 단조로웠다. 마스터 혹은 그에 극도로 근접한 자들. 굳게 자리를 지키던 싱글 넘버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전처럼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지금부터 제국의 진정한 검을 보여드리겠습니다.”


2번과 4번이 부재중이었지만 7명으로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7인의 기사들이 미드레이를 사냥하기 위한 진형을 갖췄다. 이미 예부터 이렇게 거인을 사냥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진이었다.


7인이나 되는 마스터가 모이자 기감만으로도 숨통을 조이던 미드레이의 압도적인 기운에도 어느 정도 대항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뒤에서 지켜보던 왕국군 진영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진짜 위험해 보이는데요? 진짜 이대로 공작 각하를 내버려 둬도 되는 겁니까?”


블레임에도 물론 그를 도울만한 전력의 기사는 충분했다. 당장 지금 이렇게 불안해하는 이 어린 기사의 앞에 있는 선임 기사 덕도 그들에게 승리는 몰라도 패배하지 않을 자신은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켜보던 그의 태도는 확고했다. 오히려 팔짱까지 끼고선 어디 볼거리라도 생겼다는 투로 전장을 주시했다.


“잠자코 지켜보기나 해라. 그리고 경외심을 갖는 걸로 충분하다. 공작 각하와 같은 방향을 보고 싸울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아마 눈앞의 이 애송이도 미드레이의 검을 한번 본다면 깨닫게 될 것이었다. 돕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도울 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도울 게 있어야 도울 수도 있는 거지.’


미드레이의 신형이 일순 흔들렸고 두 기사 모두 그를 시야에서 놓치고 말았다. 다시금 그를 시야에 담은 그들의 반응은 극명했다. 어린 기사의 기준에서 하나, 하나가 압도적인 푸른 기사들의 호흡이 흔들리고 있었다. 당사자들도 내비추진 않았지만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뭐지?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소르다스 백작님도 우리의 이 진을 파훼하는 데에 30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정말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미드레이가 소르다스보다 강하다는 말이 성립된다. 그들의 두 눈으로 똑똑히 봤고 검을 맞대면 손아귀가 터져나가는 그 격통도 생생히 느꼈지만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준비해온 수비적인 전술은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그건 간단하다. 나는 소르다스보다 강하다.”


그를 둘러싸고 서서히 체력을 갈아먹을 심산이었는데 그게 단 수 번의 검격에 파훼된 이상 결국 상황은 원점. 누군가는 그의 검을 받아내야 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압도적이군.”


사실 이 방진의 가장 핵심은 크레이만이었다. 지금의 그는 부상을 당한 상태였기에 당초 상정했던 것보다 그 억제력이 상당히 떨어진 것도 한 몫 거든 것이다.


“겨우 한 단계가... 아닙니까?”


“겨우라니? 감히 말하겠는데 그는 아직 이 대륙의 정점이다. 대륙급의 강자들 중에서도 최선두를 달려왔지.”


왕국군의 틈바귀에 끼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프리드도 덩달아 간담이 서늘해졌다.


“내가 미쳤었지. 저런 괴물을 앞에 두고 그런 도박수를 뒀다니...”


“프리드 님? 뭐가요? 땀을 왜 그렇게 흘리세요? 어디 아프신 거 아니에요?”


“어? 아, 아냐. 그냥.”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에 크레이만은 오른팔이 재차 만신창이가 되어버리는 중상을 입었고 나머지도 성한 이를 찾기가 힘들었다.


“젠장! 퇴각한다!”


“크흑...! 마스터 크레이만만 멀쩡한 상태였더라도!”


더는 이어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크레이만이 퇴각을 명했지만 미드레이는 타국의 침입자에게 그리 관대한 성정의 부류가 아니었다.


“나는 너희를 그냥 보내준다고 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퇴각하는 청기사들은 이미 맞설 의지를 상실했다. 이대로면 미드레이의 검에 하나, 둘 꺾일 목숨들일 것이 자명했고 크레이만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지옥 같은 추격이었다. 크레이만은 그를 떨쳐내기 위해 팔을 하나 포기했다. 그랬기에 카약스 성문 입구에 6명이나 도착할 수 있었다.


패퇴한 기사들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더군다나 잘려나간 크레이만의 어깻죽지는 그들에게도 시린 고통을 선사했다. 당초 이십 여명 정도가 왔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살아남은 건 열두 명 정도.


“우린 진 거야. 사실 그는 더 추적할 여유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완전히 패배했다는 말이겠지. 스승님께서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이 전장에서 우리에게 승산은 없다.”


“마스터 크레이만, 달라스와 고프레드가 당했습니다. 십 번 대에서도 살아남은 수를 헤아리는 게 빠를 정도입니다.”


듣는 소식이 하나 같이 절망적인 내용들뿐이었다.


“카약스는 포기한다. 우리는 이대로 제도로 귀환할 준비를 한다.”


“대체... 어디서 이렇게 어긋나기 시작한 거지? 제국이 이런 식으로 패퇴하다니!”


어쩌면 처음부터 너무나도 크게 어긋나있었던 걸지도 모르지. 마스커레이드와의 일전에서 필요 이상으로 무리했던 것부터 시작이었다. 바보 같은 실책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리더는 흔들리면 안 됐었는데 크레이만은 그러질 못했다. 이날 제국은 기사 전력에 큰 손실을 입었다. 팔만이 아직 왕국이던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도 전례가 없었던 뼈아픈 실책이었다.


그들이 이렇게 곤혹을 겪고 있을 때 시어도어를 필두로 한 제국의 마법 병단은 대체 무얼 하고 있었지? 정답은 간단했다. 아무것도.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꾸준히 그들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던 단 한 명의 인물과 그가 데려온 새로운 얼굴. 그 둘 앞에서 일부지만 제국의 마법 병단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어디 한번 능력껏 벗어날 수 있으면 벗어나보도록.”


“이익! 블링크!”


한 마법사가 시도한 단거리 공간계 전이 마법은 발현되지 않았다. 몸을 감싸던 그의 마나가 그 끝을 보지 못하고 처참하게 깨져나간 것이다. 일부는 유틸을 포기하고 공격 마법으로 노선을 변경하기도 했다.


“체인 라이트닝!”


여러 마법사들이 합동해서 발현한 저건 블렌하임도 실제로는 처음 보는 마법이었다. 제국에서 고식 마법에 관심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실제로 사용할 정도로 파헤친 것들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제국의 마탑이 단순히 덩치만 불린 건 아니었구나. 고식 마법이라니.”


하지만 소실된 고대의 마법이라고 전부 끔찍한 위력을 발휘하는 건 아니었다. 이번 경우에는 단순히 놈들이 제대로 복원하지 못한 것뿐이지만. 완전하지도 않은 마법 따위. 결과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수많은 뇌전의 마법진이 허공에서 떠올랐으나 그것들 중 실제로 뇌전을 발사한 건 겨우 반 정도에 불과했고 그 반마저도 위력 자체가 대폭 삭감되거나 목표가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휘거나 했다.


역연산(逆演算).


블렌하임이 돌연 달고 나타난 로브인. 로브 밖으로도 드러나는 얇은 체구는 여인임을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이 열릴 때마다 마법들이 분해되었다. 솔직히 블렌하임도 프리드에게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었다. 하지만 그도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도 인간이었기에 동시에 발현되는 모든 것들을 포착할 수는 없었다. 더욱 강한 마법으로 분쇄하는 건 몰라도 그걸 연산해서 파훼하는 건 더더욱이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난 단지 내 몫의 할 일을 하면서 마나를 나눠주고 있는 것뿐이야. 이건 온전히 이 아이의 능력이다.’


그렇게 타의에 의해서 마냥 시간을 죽이던 그들은 기사단으로부터 흘러온 소식을 전해 듣고 퇴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단 둘이었다.


현재의 구도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전말은 그렇게 되었던 것이었다.


“언제부터, 아니 질문이 잘못 되었어. 어떻게 이런 능력을 얻게 된 게냐?”


“그렇게 특별하게 생각하실 거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머리 하나는 똑똑하다는 소리도 들었었거든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능력이었다. 똑똑하고 어쩌고 할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딱히 내키지 않아 하는 걸로 보였기에 블렌하임도 더 캐묻지는 않았다.


로레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오직 동생을 위해서 배운 것이었다. 딱히 부유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마법을 배울 기회가 어디에 있었겠는가? 스카에게 끌려 다니던 시절. 조금씩, 꾸준히, 그리고 악착같이 공부해왔던 것들이었다.


다시 말해서 완벽한 독학. 그녀의 말도 안 되는 연산 능력은 약간의 재능과 간절함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자부심을 가지거라. 이번 카약스 공방전의 주역은 단연 너와 프리드였으니까.”


블렌하임의 말이었다.


자신의 능력이 인정받았고, 프리드가 인정을 받았다. 로레인은 기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 순수한 모습에 지켜보던 그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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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 낙수 (3) +2 21.01.12 91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8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 120. 카약스 공방전 (14) +2 20.12.22 98 2 11쪽
120 119. 카약스 공방전 (13) +1 20.12.15 119 1 13쪽
119 118. 카약스 공방전 (12) +2 20.12.08 87 2 12쪽
118 117. 카약스 공방전 (11) +2 20.12.01 136 2 11쪽
117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9 2 12쪽
116 115. 카약스 공방전 (9) +3 20.11.17 107 3 11쪽
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9 2 11쪽
114 113. 카약스 공방전 (7) +1 20.11.03 104 2 11쪽
113 112. 카약스 공방전 (6) +2 20.10.27 98 2 12쪽
112 111. 카약스 공방전 (5) +2 20.10.20 124 2 12쪽
111 110. 카약스 공방전 (4) +2 20.10.13 102 2 12쪽
110 109. 카약스 공방전 (3) +2 20.10.06 115 2 12쪽
109 108. 카약스 공방전 (2) +2 20.09.29 115 2 11쪽
108 107. 카약스 공방전 (1) +3 20.09.22 141 3 13쪽
107 106. 2막 프롤로그 +3 20.09.15 153 3 7쪽
106 105. 비를 긋다 (15) +2 20.09.08 134 3 11쪽
105 104. 비를 긋다 (14) +2 20.09.01 13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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