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ㅎㅇ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조회수 :
45,529
추천수 :
1,358
글자수 :
1,034,157

작성
21.01.26 09:40
조회
87
추천
2
글자
12쪽

125. 낙수 (5)

안녕하세요~




DUMMY

그도 온전히 전개된 정복왕의 영역 아래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크윽... 마치 양 어깨에 강철 추를 단 기분이잖아.’


그래도 셰인은 나름 강한 축에 드는 기사였다. 그 이질적인 힘에 처음에는 주춤했지만 곧 육체의 제어력을 되찾았다.


“오랜만이네.”


“안 그래도 성가셨는데 먼저 다가와주니 고마울 지경이야.”


“나도 받은 게 있으니 보답을 해야겠지. 당신 덕분에 사람이 맞아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알게 되었으니까.”


어쩌면 프리드의 성장에 가장 근본적이고 큰 기여를 한 인물이었다. 프리드는 그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자세한 건 알 거 없어. 개인적으로 그랬다는 거니까. 잡설은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 이제 붙어보자.”


프리드가 전장에 넓게 펼쳐놨던 마나를 극히 좁은 구역에 밀도 높게 집중시켰다. 셰인은 자신을 누르던 중력이 배는 무거워짐을 느꼈다.


“큭! 끄아아악!”


“짝퉁이기야 했는데 신화 속의 거인까지 제압한 힘이야.”


이게 통한다면 당신이 그 정도 실력자는 아니라는 소리겠지. 아쉽게도 자투리한테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셰인 남작은 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로 신음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크윽! 너와 내가 붙은 건 불과 두어 달 전일 텐데!”


프리드가 새벽을 바닥에 그대로 꽂고 콘쿼러를 꺼내들었다. 확인해봐야 할 게 있었다. 그때 그의 검에서 느껴졌던 요상한 기운. 셰인 남작은 자신을 압박하던 마나가 흩어지는 걸 느끼고는 잽싸게 일어섰다.


“아까는 맛보기였고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와 봐. 나도 그쪽으로부터 확인받을 게 있으니까.”


<겨우 저 녀석이 네가 회의감을 들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냐? 새삼 느끼는 거지만 과거의 너는 참으로 보잘 것 없었구나.>


“닥쳐. 검 씨.”


검을 잡은 셰인의 몸에서 투기가 흘러나왔다. 잠깐이지만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후회하게 될 것이다. 무슨 잔재주였는지 몰라도.”


그의 마나는 강자성의 마나. 접촉한 게 있다면 그게 뭐가 되었건 강한 자성을 부여할 수가 있었다. 그가 선택한 대상은 프리드와 셰인 스스로의 검.


‘아마 갑자기 끌려가는 스스로의 신체에 당황하겠지.’


“와라!”


“뭐.”


분명 힘을 줬다. 뭔가가 잘못됐다. 지금 그는 분명히 최대의 출력으로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리드의 육체는 굳건하게 그 자리에 서있었다.


“묘한 사술을 부리는구나.”


그가 도약하며 검을 휘둘러왔다.


캉!


프리드가 그의 검을 가볍게 막아내자 셰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렸다.


“학습능력이 없구나. 일전에도 이렇게 당하고서!”


검을 살짝 자신의 몸 쪽으로 당겨본 그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맞닿은 검 사이에 강한 자성이 발생했다. 그는 그대로 몸을 옆으로 젖혔다.


‘이대로 바닥에 처박아주마!’


“지금 뭐하는 거지?”


“음?”


움직이지 않았다. 힘을 주면 이따금씩 들썩이는 수준이 최대였다. 그걸 제외하고는 무엇 하나도 마음대로 통제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검을 놓을 수 없었다. 자신의 마나 특성을 찾아내고 지금까지 악착같이 키워냈던 시간들이, 기사로서의 자존심이 현실을 부정하게 하고 있었다.


========================


“특이한 마나로구나. 너는 이게 무엇인지 아느냐?”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르신.”


그 시절의 클라이드 후작님은 알고 계셨다.


“네가 마나를 활용할 때마다 강한 인력이 느껴지는구나. 내 검에도 진한 울림이 느껴져.”


“인력이라면... 당기는 힘 말입니까?”


“그래. 나랑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 네게 내 검을 보여주겠다.”


고아인 자신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





◎◎◎◎◎





“기교는 닿지 못하는 상태에서나 통하는 거지.”


“어중간한 재능은 독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제 와서 보니까 그게 딱 내 얘기였어.”


마침내 그가 검을 떨궜다.


“왕도에 동란을 일으킨 어쩌구저쩌구는 관심 없는데 그래도 완벽한 적인 건 변함이 없잖아.”


“바로 말해라. 돌려서 말하는 건 질색이야.”


“관용을 베풀기는 어렵겠어.”


“그런가?”


“그쪽을 이대로 내버려두면 내가 귀찮아지거든.”


새하얀 검신이 더없이 말끔하게 그의 복부를 관통했다. 그는 떨어지는 시야에서 그제서야 전장이 말끔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명령은 위에서 하달되었지만 결정적으로 자신이 일으킨 전쟁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참으로... 덧없었군.”


오만했다.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일궈낸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 적어도 그 자신에게만큼은 덧없는 인생이었다.


“죄송합니다. 클... 라이드 님.”


첫 만남 당시에 그리도 허무하게 패배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허나 그에게 승리를 맛볼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프리드는 그의 쓰러진 육체를 멀지 않은 장소에 눕혔다.


‘일부로 치명적인 곳은 피했는데 운이 좋다면 살겠지.’


<집중해라. 12시 방향. 상당히 매서운 기운이군. 수는 하나. 지금도 너를 향해 접근 중이다. 조심해.>


“12시?”


12시라면 왕국 측 병사들이 진격하고 있는 방향이었다.


“대체 아군 진영 한가운데에서 뭐가 나온다는...?”


펑! 슈우우웅!


의문을 갖기가 무섭게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날아가지 않도록 양옆에 있는 사람과 팔짱을 껴라!”


<모르긴 몰라도 애송이 네놈만큼 무지막지하게 터프한 녀석인가 보구나.>


어느새 로레인도 마나를 갈무리하고 그의 옆에 와서 섰다.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뭔가 보이는 것도 같네. 확실히 저 녀석도 특별해.”


병사들은 버티기 위해 끼리끼리 뭉쳐 있었지만 그럼에도 부족했다. 이미 수백 단위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의도가 뻔히 보이네요. 딱 밀어내는 용도로 저 정도 바람을 쓰다니.”


“저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갔는데 떨어지는 사람이 다치지도 않아.”


“그 말 그대로에요. 이 정도의 마나 컨트롤. 마법사라고 해도 믿겠는데요?”


아마 빌려줬던 걸 받으러 온 것 같네. 프리드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병사들을 날리는 노도의 중심을 향해 강하게 던졌다.


턱!


기다렸다는 것처럼 가볍게 낚아채는 누군가의 손이 보였다.


“무슨 일을 그렇게 화려하게 벌이는 거야?”


“누가 먼저 화려하게 판을 벌이더라고. 그에 맞는 화답을 보내는 게 예의 아니겠어?”


“그게 정말이라면 성공이네. 패는 잘 썼어. 네 이름값, 확실히 무겁기는 하던데?”


여전히 그 푸른 머리가 인상적인 사내였다. 오펜하임이 자신의 손 위에 얹어진 백금 테의 용병패를 만지작거리더니 낮게 읊조렸다.


“기운이 더 강해졌어.”


“퍽이나. 낯간지러운 말을 사람 앞에서 잘도 하네.”


각자의 길이 있었기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아마 별다른 일이 없다면 다시 볼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마냥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그들을 재회하게 만들었다.


곳곳에 마법들이 날아다니고 칼이나 둔기 같은 쇠붙이들이 충돌하며 금속성이 난무했지만 그들이 서로를 마주 보고 선 그 한 뼘의 작은 공간만큼은 정적 그 자체였다.


“답지 않게 뒤에는 뭘 그렇게 졸졸졸 달고 왔어? 보육원이라도 차린 거야? 의왼데?”


그의 어깨 너머로 상당히 어린 친구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총 세 명이었는데 상당히 앳되다는 걸 제외하고는 각자가 개성이 넘쳤다.


품에 자신의 스태프를 바짝 안은 소녀와 크기가 거의 팔꿈치를 다 가릴 정도의 방패를 각 손에 하나씩 장비한 소년. 가장 인상적인 건 단연 그들의 중심에 선 소년이었다. 탁하지만 그럼에도 빛을 흘리는 금발과 보기 드문 회색의 눈동자.


“깊군.”


아까부터 프리드를 저렇게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어떻게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있을까?


“아, 어쩌다 보니까. 인연이 닿아있던 아이들이거든. 각자 제 몸 하나 정도는 충분히 건사할 친구들이라 데리고 왔어. 널 벌써 소개시켜주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래. 적어도 1인분은 할 것 같네. 눈빛이 무기였으면 지금쯤 내 몸이 남아나질 않았겠다.”


그는 프리드의 농담을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의 시선이 프리드의 어깨를 타고 넘어가서 뒤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언제나처럼 단 한 명만이 서있었다.


‘이름이 아마... 로레인이라고 했었나.’


“뭐, 그쪽도 좋아 보이네.”


그가 가볍게 목례를 하자 로레인도 웃으며 화답했다. 물론 그 미소 속에 5% 정도 꺼림칙함이 묻어있다는 건 로레인 본인만이 알고 있었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이 사교성 없는 친구가 새 친구를 만들었을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의 시선을 끄는 요소가 하나 더 존재했다.


“이거야 원... 또 혼자만 멋진 검을 얻었네.”


그는 참으로 이기적인 여행자다. 이번에는 또 어떤 재미난 이야기를 써내려갔을까? 프리드의 허리춤에 위치한 롱소드가 낮게 진동했다.


“했지. 즐거워서 죽을 것 같은 모험이었어.”


“듣고 싶군.”


“그건 아쉽게도 다음 기회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하루를 꼬박 지새워도 못 전할 정도로.”


오펜하임은 실망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프리드의 말에 거짓말처럼 텐션이 올라갔다.


“그런데 확실한 게 하나 있어. 기대해도 좋을 거야.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거든.”


프리드가 씨익 웃으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사람의 재능을 개화하는 데 있어서 극한의 상황만큼 좋은 건 없었다. 교전이 끊이질 않으니 좀 더 힘을 숙달할 수 있었다.


“여기가 회포를 풀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긴 하지.”


“너도 궁금할 거 아니야? 나만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


“바라던 바야. 굳이 말해서 뭐하겠어?”


선구자 오펜하임. 그를 대변하는 수많은 칭호들과 업적들, 개성들이 있었지만 진정한 그를 아는 이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그가 항상 끼고 다니는 검은 제식 장갑.


적어도 프리드의 기억 내에서 오펜하임은 그 녀석을 벗었던 적이 없었다.


“그럼 어디 제대로 가볼까?”


솔직히 단순한 패션 아이템인가 싶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충분히 멋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사아아아~


그가 왼쪽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던졌다. 그의 왼쪽 손에 눈에 보일 정도로 냉기가 모이기 시작했다.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아. 이 힘, 같은 여행자를 상대로 꺼내는 건 나도 처음이거든.”


“너, 바람이 아니었... 어?”


“너도 알잖아. 듀얼이라는 변종들이 있다는 거.”


그는 일전에 스틸러스에서 프리드의 마나를 확인하고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듀얼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냥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듀얼이었을 줄이야.’


대체 어떻게 되먹은 힘이길래 제약이 사라지자마자 저런 식으로 공간을 잡아먹으려고 주위를 잠식하는 건가? 프리드도 끌어올린 마나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그의 마나도 오펜하임의 냉기처럼 빠르게 대기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결국 끝없이 영역을 선점하던 두 기운은 한 지점에서 맹렬하게 충돌했다.


“역시. 이러면 피차 피곤할 짓은 하지 말자. 어차피 안 통할 걸 알잖아.”


프리드는 침묵했다. 당사자들은 알았다. 오펜하임이 한 수 정도 물러준 것이었다. 그는 흩어졌던 냉기를 거두며 손을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쓸었다.


파지지직!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작가의말

23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3 132. 1월의 층 (5) +1 21.03.16 83 1 12쪽
132 131. 1월의 층 (4) +1 21.03.09 74 2 12쪽
131 130. 1월의 층 (3) 21.03.02 76 0 11쪽
130 129. 1월의 층 (2) +1 21.02.23 89 1 12쪽
129 128. 1월의 층 (1) +1 21.02.16 87 1 11쪽
128 127. 분기점 (2) +1 21.02.09 90 1 12쪽
127 126. 분기점 (1) +2 21.02.02 84 2 12쪽
» 125. 낙수 (5) +2 21.01.26 88 2 12쪽
125 124. 낙수 (4) +2 21.01.19 95 2 12쪽
124 123. 낙수 (3) +2 21.01.12 90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7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121 120. 카약스 공방전 (14) +2 20.12.22 97 2 11쪽
120 119. 카약스 공방전 (13) +1 20.12.15 119 1 13쪽
119 118. 카약스 공방전 (12) +2 20.12.08 86 2 12쪽
118 117. 카약스 공방전 (11) +2 20.12.01 136 2 11쪽
117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8 2 12쪽
116 115. 카약스 공방전 (9) +3 20.11.17 106 3 11쪽
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8 2 11쪽
114 113. 카약스 공방전 (7) +1 20.11.03 103 2 11쪽
113 112. 카약스 공방전 (6) +2 20.10.27 98 2 12쪽
112 111. 카약스 공방전 (5) +2 20.10.20 124 2 12쪽
111 110. 카약스 공방전 (4) +2 20.10.13 102 2 12쪽
110 109. 카약스 공방전 (3) +2 20.10.06 114 2 12쪽
109 108. 카약스 공방전 (2) +2 20.09.29 114 2 11쪽
108 107. 카약스 공방전 (1) +3 20.09.22 141 3 13쪽
107 106. 2막 프롤로그 +3 20.09.15 152 3 7쪽
106 105. 비를 긋다 (15) +2 20.09.08 133 3 11쪽
105 104. 비를 긋다 (14) +2 20.09.01 138 3 11쪽
104 103. 비를 긋다 (13) +2 20.08.25 167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