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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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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4,157

작성
20.11.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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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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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113. 카약스 공방전 (7)

안녕하세요~




DUMMY

◎◎◎◎◎





번쩍! 번쩍!


지하인지 빛들이 모조리 차단된 새까만 어둠 속 인영들이 하나씩 각자의 빛과 함께 도착하고 있었다.


“어디 인원 체크부터 해봐야겠네요. 하나, 둘, 셋,..”


가장 먼저 도착한 카나가 수를 세고 있었다. 전과 비교했을 때, 유독 퀭한 눈자위를 보니 공간이동의 여파가 상당했던 걸로 보였다.


“아홉, 열, 열하나, 어? 뭐지? 나까지 세면 열둘인가?”


“뭐? 열둘? 왜 열둘이야?”


알랭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투로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같이 이동해온 인원은 분명 열 명이 아니었나? 모든 인원이 전송되고도 빛을 뿌리는 인영이 둘이나 남아있었다.


“전부 무기 들어요. 뭔가 이상해요.”


전투능력이 거의 없는 아칸은 급히 일행의 뒤로 빠졌고 나머지 여덟이 인영들을 감싸는... 음? 무소속으로 따라온 죠르제라는 여행자도 묘한 표정을 지으며 알게 모르게 한걸음 뒤로 빠져 있었다. 다들 긴장하고 있었기에 누구도 그걸 의식하지 않았지만.


카나의 캐스팅이 시작되었다. 그녀의 입에서 의미심장한 말이 흘러나왔다.


“기본적으로 공간 이동계의 마법은 거리가 멀수록 전송 자체도 오래 걸려요. 이 정도로 오래 걸리는 건 사실 저도 본 적이 없는데... 일단 확실한 건 이 근방에서 오는 건 아니네요.”


숨이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마침내 전송이 끝났다.


“우웁... 어지러워요오.”


“후우, 뭐가 이렇게 어두워? 그래서 여기가 로드벨트라고? 이 빌어먹을 후유증도 몇 번 겪으니까 익숙해진다는 게 짜증이 다 날 정도네.”


“우으... 아마요? 대공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주신 거니까 대충 맞기는 할 거예요.”


“어어?”


그들과는 다르게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하는 두 남녀와 이상한 소리로 놀라는 알랭. 그 소리에 프리드네도 드디어 그들의 존재를 인식했다. 갑자기 포위된 이 상황이 프리드에게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갑자기 나타난 프리드가 그들에게도 당황스러웠고.


양측 모두에게 정보가 필요했다. 특히나 프리드에게는 더 제대로 된 정보가. 그들에게는 (아마 프리드에게도)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기에 알랭은 그에게 핵심만을 집어서 전달하기를 선택했다.


“그러니까 네 얘기를 종합하자면 여기가 로드벨트가 아니라 카약스라는 도시라 이 말이지? 심지어는 제국한테 점령당한 상태고?”


“제대로 이해했네. 그런 셈이지.”


카나와 아에리스는 그의 정체를 전해 듣고도 그다지 관심은 없는 것인지 한걸음 정도 뒤에 물러서서 대화를 듣고만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다행스럽게도 재미있는 반응들을 보여주셨다.


“뭐야? 저 녀석. 듣기로는 전쟁이 무서워서 회랑에서 도망쳤다고 들었는데. 다짜고짜 무슨 낯짝으로 여기까지 온 거지?”


“어이, 알랭 씨가 조금 유하게 상대해준다고 마치 스스로가 뭐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지 마라. 너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다.”


“듣기로는 빈키트 자식에게도 밀린 전적이 있다지? 미안하지만 우리 개개인은 모두 빈키트 녀석 따위보다 강하다.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그때 널 박살을 내버렸을 텐데.”


전력충원으로 철검성에 들어온 명성은 준수한 여행자였다. 그는 왕도의 여타 다른 여행자들의 여론을 들은 건지 프리드 자체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었다.


“아미르, 그만... ”


“알랭 씨, 듣기로는 저런 녀석한테 상당한 금액을 제시했다지? 이거 존심이 상하는군.”


기존의 길드원이라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무례한 언사였다.


“하? 웃길 노릇이지. 그것보다 여기는 또 어떤 방법으로 따라온 거야? 능력은 안 되고 떨어지는 콩고물은 달 것 같고 그래서 편법이라도 쓴 모양이지?”


이어지는 알랭의 가벼운 제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알랭의 말을 끊어가며 프리드를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알랭과 화란의 두 여인들, 그리고 아칸을 제외하고는 죄다 프리드를 병신 보듯이 쳐다봤다. 이것이 현재의 프리드가 받은 프레임이었다.


“저기요!”


시끄러운 와중에 소리를 높이며 주의를 모은 건 한 여인이었다.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하셨어도 편법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을 텐데요! 대체 어떤 편법을 써야 클래스 8의 대마법사의 마법에 간섭을 시켜준단 말인데요? 안다면 저한테도 좀 알려줘 보세요! 저도 궁금하니까.”


프리드는 의외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결국 지켜보던 로레인이 폭발하고 말았다. 그 작은 입에서 조곤조곤 나오는 말이 공간에 가득 찼다.


“아! 프리드 님이 나서면 당신들 지금 두 발로 서있을 수도 없을 거라서 제가 나선 거거든요! 아우, 짜증나!”


프리드는 줄곧 지키던 침묵을 깨고 피식 웃었다. 언제나 지켜만 줘야할 것 같던 꼬맹이의 등이 자신을 대변하고 있었다. 나름 등을 맡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머리를 헝클어주었다.


“야, 너희가 먼저 말 놓았으니까 나도 놓을게. 아, 허락 같은 거 구하는 거 아니니까 반박은 저리 치우고.”


“무,.. 뭐?”


약체로 생각했고 실제로 약체라고 알려졌던 프리드가 이리도 당당한 모습을 보이니 그들도 당황했다. 실제로 충분히 유순하다고 볼 수 있었던 그의 눈이 독기를 가득 품은 그것이 된 것도 그 후였다.


“쉿. 너희도 멋대로 말했으니까 나도 이제 할 말 좀 하자. 발언권은 너희도 번호표 뽑고 기다려. 나도 그렇게 기다렸으니까. 내 기억이 맞다면 여기서 내가 구면인 사람은 저기 알랭뿐인데 나 아직 젊어서 기억하는 건 문제가 없거든.”


프리드가 몇몇을 쭉 집으며 물었다.


“너, 그리고 너, 너희 혹시 나 아냐? 나 본 적이라도 있어? 내가 도망쳤다는 건 어떤 아름다운 친구가 퍼뜨린 개소리야? 이게 잘나신 철검성이랑 여행자들의 방식이야? 새끼들이 지들 멋대로 생각하고 단정까지 지어두고 사람 븅신 만드네?”


구수한 고국의 언어(?)가 꽤나 오랜만에 나왔다.


“내가 저쪽이랑 한 얘기 귀가 있으면 다 들었을 거 아니야? 혹시 너희 대가리 옆에 붙은 그 살덩이 두 개는 찰흙 모형이야? 그러면 오케이. 인정해줄게. 그런데 아니잖아.”


덤덤하게 말하던 그의 어투가 점차 거칠어졌다.


“시발! 관심 없다고! 까악인지 지랄 카약스인지 나는 토씨 하나만큼도 관심이 없다고. 알아? 애초에 여기가 어디인지 아직도 제대로 모르겠고 원래 로드벨트로 가려고 했는데 지랄이야.”


“아니...”


죠르제라는 여행자가 그의 말을 끊고 들어오려고 했다. 그 모습에 프리드가 아공간에서 새벽을 꺼내며 매섭게 경고했다.


“난 분명히 번호표 뽑고 기다리라고 했어. 이거 보면 알지? 난 성인이 아니라 적들한테는 말로 해결할 줄 모르거든. 다음에는 말로 안 해.”


그 살기등등한 모습에 죠르제는 자연스레 경청 모드로 돌아갔다. 그는 자신들을 적이라고 명백하게 표현해왔다.


‘뭐야? 약체라며!’


그들이 현재 프리드로부터 느끼는 중압감은 지금까지 겪었던 것중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수준이었다.


“씨발! 뭣 같네! 너희랑 놀 생각은 나도 1도 없어. 야, 너도 그렇지?”


“...”


“너 부른 거 맞거든.”


“네? 아... 네!”


로레인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애써 크게 대답했다. 그녀로서는 이 불길과도 같은 상황이 아무런 물리적 충돌도 없이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들었지? 나는 얘만 챙겨서 이쯤에서 빠질 거니까 쿵짝 잘 맞는 너희들끼리 놀아.”


그 말이 끝이었다. 프리드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 한차례 알랭이 그의 어깨를 잡아 세우려 했지만 애시당초 그와도 안면만 있을 터였지. 유별나게 긴밀한 관계 같은 것도 아니었기에 프리드의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쾅-!


그가 떠난 공간에는 공허한 문소리만 울려 퍼졌다.





◎◎◎◎◎





도시 카약스 어딘가의 지하.


“음~ 으흥~ 으흠흠~”


“조용히 해! 네놈들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는 있는 거냐?”


캉!


어딘가 익숙한 인물들이 구속구에 속박된 채로 갇혀있었다.


“하아~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 젠장!”


“지금 제일 열이 뻗치는 게 뭔지 알아? 썅! 아무것도 못하고 그대로 잡혀왔다는 거야. 무기 한번 못 휘둘렀잖아. 잘나신 저 마법사 아가씨 덕분에.”


노골적으로 누군가를 질책하는 말이었다.


“그만하지. 방금 당신의 그 말. 화란의 그녀가 들었으면 당신은 진즉에 죽었어.”


“어디 죽여보라고 하시죠. 어차피 이제 그것도 시간문제 아닙니까? 그년이 날 찾아와서 죽이든지 여기에 갇혀서 죽든지. 제 말이 틀렸습니까? 저 여자가 먼저 잡히지만 않았어도!”


카나는 그의 말에 반박하는 대신 매섭게 눈을 흘겼다.


“흥!”


“죠르제, 당신의 심정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여기에 다른 녀석도 아니고 그 녀석이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어. 조금만 더 침착해지라고.”


프리드가 떠난 뒤, 그래도 임무는 수행해야 했기에 그들끼리 계획을 짜던 도중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 폭탄들이 들이닥쳤다.


“살라딘? 명성대로 그림자 도약은 예술이었지.”


“내 명성을 걸고 장담하지. 굳이 그녀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구든 인질이 되는 걸 면할 수는 없었을 거야.”


처음 보면 대처 자체를 할 수가 없는 종류의 기술인데 막을 방법조차 없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일행 중에선 아마 알랭 정도가 유일했고 카나가 인질로 잡히니 그들로서는 싸움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


“젠장!”


“그래도 기다려보자고. 그나마 행운이라면 아칸이 잡히지 않았다는 게 아니겠어?”


“그 말라깽이가 퍽이나 도움이 되겠습니다. 에휴~”


모두 포기한 것인지 알랭의 부하들도 대놓고 항거하지는 않았지만 침묵으로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걸로 보였다.


‘가라앉히기가 쉽지가 않군. 죽음을 불사한 막나가기라...’


온갖 마이너스뿐인 이곳에서 그럼에도 알랭이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놀랍게도 그 스스로는 진짜로 대책이 없었다.


블렌하임에게 받은 잡다한 마병들 중 하나를 이용해 끌려오기 직전에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왔다. 아마 지금쯤 도착한 아칸이 발이 빠지도록 뛰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그를 찾았을 수도 있고.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젠장. 그러니까 빨리 좀 와주라고. 이렇게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으니까. 여행자.’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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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2. 낙수 (2) +2 21.01.05 97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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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19. 카약스 공방전 (13) +1 20.12.15 119 1 13쪽
119 118. 카약스 공방전 (12) +2 20.12.08 86 2 12쪽
118 117. 카약스 공방전 (11) +2 20.12.01 136 2 11쪽
117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9 2 12쪽
116 115. 카약스 공방전 (9) +3 20.11.17 106 3 11쪽
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8 2 11쪽
» 113. 카약스 공방전 (7) +1 20.11.03 104 2 11쪽
113 112. 카약스 공방전 (6) +2 20.10.27 98 2 12쪽
112 111. 카약스 공방전 (5) +2 20.10.20 12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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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09. 카약스 공방전 (3) +2 20.10.06 114 2 12쪽
109 108. 카약스 공방전 (2) +2 20.09.29 114 2 11쪽
108 107. 카약스 공방전 (1) +3 20.09.22 141 3 13쪽
107 106. 2막 프롤로그 +3 20.09.15 152 3 7쪽
106 105. 비를 긋다 (15) +2 20.09.08 13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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