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ㅎㅇ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조회수 :
45,538
추천수 :
1,358
글자수 :
1,034,157

작성
20.10.06 08:45
조회
114
추천
2
글자
12쪽

109. 카약스 공방전 (3)

안녕하세요~




DUMMY

◎◎◎◎◎





마스커레이드 후작의 전선 이탈 이후에도 검공 미드레이와 블렌하임 대공이 불철주야 돌아다니며 여전히 큰 활약들을 해주고 있었지만 전쟁이란 일개 개인들이 하는 싸움과는 달랐다. 그들 각자의 몸은 하나였고 그렇기에 한정적이었다.


하늘 높은 줄을 모르는 오만한 새 황제. 그를 떠받들어주는 제국에서 손꼽히는 마법사와 그가 일궈둔 기반들. 그들은 애초에 변수를 상정하지 않았다. 변수라고 해도 정해진 틀 그 자체를 비틀기란 불가능했다.


“불세출의 영웅이니, 인외의 강자니, 정점이니 떠받들어줘도 결국엔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그게 왜 그런지 아나?”


“어리석은 저는 모르겠습니다.”


“바로 그들의 본질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레너드.”


젊은 황제가 그의 어린 몸종에게 말했다.


“그들이 어디에 있든 공백은 불가피하게 존재할 것이다. 그 말은 결국 이 전쟁은 정해진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란 소리와도 같다.”


“모든 것은 폐하의 뜻대로. 제국의 영관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임시로 설치된 막사가 떠나가라 젊은 황제의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





다만 마스커레이드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분명 그 칼날의 폭풍을 뚫어낸 것은 극강의 무를 보여준 것이긴 했으나 일부이긴 해도 마나의 침입을 허용한 것은 큰 실수였다.


“끔찍하군. 불쾌한 느낌이야.”


파편을 매개체로 그의 체내에 침투한 크레이만의 마나는 그의 몸을 헤집고 들어가 내장을 손상시키고 회복을 위해 외부에서 들어온 마나와 내부에서 차오르는 마나를 꾸준히 갉아먹으면서 그의 재기를 막고 있었다.


“크윽...”


그에 반해 그가 크레이만에게 직접적으로 입힌 피해는 사실 극히 미미했다. 검을 나눌 당시에 입힌 가벼운 상처들을 제외하면 전부 스스로 입은 피해였기에 아마 전쟁이 길어진다면 먼저 전장에 합류하는 것은 크레이만이 될 가능성이 월등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마스커레이드 후작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소리라고 판단할 정도도 아니었다. 만신창이가 되어서 돌아온 크레이만, 은밀하게 임무를 수행한다고 하기는 했으나 목격자가 아예 없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크레이만 자작께서 중상을 입으셨다는군.”


“뭐? 정말이야? 헛소리! 대체 어떻게?”


누가 퍼뜨렸는지 찌라시가 제국군 내부에 돌기 시작했다. 그럼에 따라 제국군의 사기도 잠시 주춤. 항상 어느 분야에서건 대륙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자부하던 제국이었으니 그의 패배(소문은 변질되기 마련이니까. 따지고 보면 도주는 패배가 맞고)는 상당히 충격이었을 것이다.


“과연 30년도 더 검은 잡은 인물이니 그도 충분히 무시하지 못할 강자들 중 하나이긴 하지.

그래도 그렇지 잘나신 1번대 기사가 타국의 기사에게 마나홀 자체에 요양을 요할 정도의 중상이라니? 스승의 이름 앞에 부끄럽지도 않은가?”


푸른 실과 은사로 파도의 형상이 수놓아진 검은 로브. 가슴팍에는 금사로 세련되게 제국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마스커레이드 후작 또한 그대에 준하는 중상을 입은 게 맞겠지?”


크레이만의 앞에 서서 짐짓 근엄한 척, 한껏 비아냥대는 그의 소맷자락에는 놀랍게도 7개의 선이 교차하고 있었다.


클래스 7.

현세대 유일의 클래스 8 블렌하임을 제외하고선 마법에 한해서는 대륙에서 가장 고강한 수준에 올랐다는 걸 의미했다.


그는 팔만의 황립 마탑. 제도에 우뚝 선 거대한 푸른 마탑의 주인이었다. 시어도어 그렉타이드. 그는 막사 한켠에 누워서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는 크레이만과 그 앞에 도열해있는 푸른 기사들을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있었다.


로열가드가 황제 직할의 근위기사들이긴 하나 그들은 어디까지나 이전 황제의 대부터 충성을 바친 인물들이었다. 행방불명된 선황 데일의 영향력 아래에 모였던 집단인지라 현 황제를 밀어주고 있는 시어도어의 입장에서는 강력한 검이긴 하나 어딘가 꺼림칙한 졸개들일 뿐이었다.


아쉽게도 전대 황제였던 데일은 빈말로도 판데스를 그리 아끼지는 않았으니까.


“미스터 시어도어, 나는 내가 수행해야 할 내 책무를 다 수행했습니다. 나와 내 동료들이 앞서나가 싸우던 그때에 당신은 뭘 했습니까? 당장 블렌하임 대공이 전선에서 인간을 뛰어넘은 압도적인 위용을 보일 때, 잘난 황립 마탑주인 당신은 뭘 했습니까? 그에 대한 대책으로 당신이 동행한 것 아닙니까?”


조곤조곤 말하는 크레이만의 어투가 서서히 격렬해지고 블렌하임의 이름이 나올 때는 거의 조용하게 악을 지르는 느낌마저 들었다. 말이 이어짐에 따라 시어도어의 얼굴도 일그러졌고

기사들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크레이만 자작님, 아무리 잘난 황립 마탑주, 제도의 청탑주라고 떠받들어줘도 대륙적인 명성을 끼치는 ‘그’에게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무려 클래스 8입니다. 미스터 시어도어께서 상대도 되지 않을 게 당연한 처사지요.”


“하긴, 마법에 있어서는 현시대에서 ‘그’를 능가할 이가 없기는 하지.”


“그럼. 그럼. 그렇고말고. 그는 마법을 배우는 이들에게는 미드레이고, 소르다스 님과도 같은 존재이니 말입니다.”


“암~ 비교 대상이 한참이나 잘못되었어. 상대가 안 좋았지. 굳이 블렌하임과 비교하려면 동대륙의 건국전설 정도나 데려와야지.”


블렌하임에게 노골적인 열등의식을 갖고 있던 시어도어였기에 바로 앞에서 그런 말들이 쏟아지자 금세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서는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버렸다.


“쯧, 이래서 무식한 것들이랑은 어울려봐야 나만 손해지.”


 라는 말을 남기고. 그가 떠난 막사에 잠시간 정적이 일었지만 7번 기사 서모나스가 웃기 시작하자 참고 있던 웃음이 터져버렸다.


“킄... 크하하하! 다들 그 표정 봤지? 아주 시뻘개져서는! 크하핳!”


“이뢔숴 무식흔 긋드리랑은 어울르븟즈 눼뫈 숸해지~”


짐짓 과장된 한 기사의 흉내에 기사들은 묵은 체중이 내려가는 걸 느꼈다. 전대 황제가 떠나고 언제 이렇게 다 같이 웃어봤는가? 누가 이들을 최상위의 경지에 올라선 기사들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제국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미스터 크레이만.”


말하는 이는 3번 기사 탈루스였다. 그는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전대 푸른 기사단부터 기사단에 머물렀던 몇 안 되는 기사들 중 하나였다. 그는 크레이만보다 한참이나 연장자였지만 그의 넘버를 존중했다.


“우린... 우린 그저 황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밝히면 됩니다. 그게 우리가 기사가 되면서 선황께 맹세했던 것이었고 그건 지금의 황제에게도 변함없이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그 길이 가시밭길이라도 우린 그저 앞장서면 되는 겁니다.”


고개 숙인 영웅은 미래를 선택할 자격이 없었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전대 황제였던 데일은 그래도 낭만이 있던 사내였다. 다른 이들은 어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와 함께 검을 들었던 탈루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





전쟁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꽤나 의외로 여행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특히나 철검성의 알랭과 화란의 웨인. 그 둘은 특히나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들 개개인의 무력이 대륙에 이미 자리를 잡은 강자들에 준한다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전장에 미치는 영향력만 따지고 본다면 글쎄?


충분히 그에 못지않다고 판단해도 될 수준이었다.


“빈키트! 조금 더 다리를 활용해라. 아미카! 혼자 싸우지 마라! 나는 그런 식으로 가르쳐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철검성의 진정한 힘은 개인의 무력이 아닌 집단의 강철과도 같은 결속력이다! 동료를 믿고 등을 맡겨라!”


알랭 본인과 그 아래의 정예 둘, 벰벨과 루아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3인 1개조 체제를 베이스로 하는 것을 지향했다. 일찍이 제국을 기반으로 성장한 여행자들도 개인 혹은 길드의 단위로 이번 전쟁에 참전했으나 알랭의 용병술 앞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단순히 숫자놀음인 레벨제 시스템이 아닌 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스테이터스를 성장시켰다면 각고의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성장에 정체가 찾아오기 마련이었다. 요는 전송된 시간과 강함은 절대적으로 비례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항상 두드러지는 이들은 어느 분야에나 존재했다. 한계를 뛰어넘는 이들. 그들은 항상 모험을 사랑했고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남들보다 앞에서 걷는 이들이었다.


이번 전쟁에서 그런 성장을 위해, 한계를 부수기 위해서 뛰어든 이들도 물론 다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번 전장의 주인공은 화란(華丹)과 철검성이었다.


제국측에서 참전한 나름의 유력 길드, 페르세우스(Perseus)와 보레아스(Boreas)도 그런 상황 앞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한정된 병력을 적재적소에 꽂아 넣는 알랭의 용병술. 단순히 소수만 참여한 존재 자체로 강력한 화란의 정예 병력들. 그런 요소 하나, 하나가 너무 강력했다.


“알랭, 제국을, 우리를 떠나서 한다는 짓거리가 고작 저런 소꿉장난이었나? 대체 저게 너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 너의 그 뛰어난 능력으로 저런 질 떨어지는 것들을 통솔해? 하?!? 솔직히 네 바로 아래의 두 녀석을 제외하곤 죄다 쓸모없는 쓰레기들이다.”


“그 말은 정정을 부탁하고 싶군. 카니발. 저 친구들은 쓰레기가 아니야. 좀 믿고 등을 맡길 수 있을 만한 동료라고 하는 거지. 설령 내가 양보해서 저 아이들이 쓰레기라고 치자. 그렇다면 그 쓰레기와 쓰레기 대장에게 당하는 네 ‘페르세우스’는 뭐가 되는 걸까? ‘이게’ 있으면 스스로 목을 죄는 언사는 우리 자제하도록 하자.”


알랭이 손가락을 들어 머리를 가리켰다.


페르세우스의 카니발, 그도 알랭과 같은 선구자의 일각이었다. 대화의 내용을 살피니 그들은 이미 안면이 있었고 과거에 함께 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카니발은 알랭이 도발을 유연하게 받아치자 마치 그럴 것 같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쿨한 척은 여전히 재수가 없단 말이야. 속으론 울그락불그락하고 있을 텐데?”


“같잖은 도발은 그만둬라. 돌아와라. 알랭. 우리가 부탁하는 모양새일 때에 돌아오는 게 너를 배려하고자 하는 우리에게도 좋고 너나 네 친구들에게도 좋을 거야.”


“이런, 그게 부탁이었다니... 놀랍네. 역시 네가 살던 세계와 내가 살던 세계는 다른 세계였던 게 분명해.”


“그놈의 다른 세계는 오랜만에 들어도 개 같군. ‘흑기사 알랭’이 이런 변두리에서 소꿉장난이나 하고 있다니? 웃기잖아? 지금이라면 그 두 녀석도 같이 받아줄게.”


“자꾸 두 녀석이라고 하지 마. 벰벨과 루아리다. 네 요청은 당연히 기각이고. 이 대륙은 넓고 나 말고도 유능한 친구들은 많으니 스토브 리그는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대체 이유가 뭐지? 네가 우리를 적대해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항상 그렇게 혼자서만 삐딱하려고 하는 거야? 전폭적인 지원! 이런 촌동네보다 꿇릴 것도 없는 제국의 인프라! 소속된 수많은 여행자들! 이런 것들을 두고 고집을 부리는 그 잘난 이유가 뭐냐고?!”


알랭의 시선이 하늘 끝에 닿았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3 132. 1월의 층 (5) +1 21.03.16 84 1 12쪽
132 131. 1월의 층 (4) +1 21.03.09 74 2 12쪽
131 130. 1월의 층 (3) 21.03.02 76 0 11쪽
130 129. 1월의 층 (2) +1 21.02.23 89 1 12쪽
129 128. 1월의 층 (1) +1 21.02.16 87 1 11쪽
128 127. 분기점 (2) +1 21.02.09 91 1 12쪽
127 126. 분기점 (1) +2 21.02.02 84 2 12쪽
126 125. 낙수 (5) +2 21.01.26 88 2 12쪽
125 124. 낙수 (4) +2 21.01.19 95 2 12쪽
124 123. 낙수 (3) +2 21.01.12 90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8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121 120. 카약스 공방전 (14) +2 20.12.22 97 2 11쪽
120 119. 카약스 공방전 (13) +1 20.12.15 119 1 13쪽
119 118. 카약스 공방전 (12) +2 20.12.08 86 2 12쪽
118 117. 카약스 공방전 (11) +2 20.12.01 136 2 11쪽
117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9 2 12쪽
116 115. 카약스 공방전 (9) +3 20.11.17 107 3 11쪽
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8 2 11쪽
114 113. 카약스 공방전 (7) +1 20.11.03 104 2 11쪽
113 112. 카약스 공방전 (6) +2 20.10.27 98 2 12쪽
112 111. 카약스 공방전 (5) +2 20.10.20 124 2 12쪽
111 110. 카약스 공방전 (4) +2 20.10.13 102 2 12쪽
» 109. 카약스 공방전 (3) +2 20.10.06 115 2 12쪽
109 108. 카약스 공방전 (2) +2 20.09.29 114 2 11쪽
108 107. 카약스 공방전 (1) +3 20.09.22 141 3 13쪽
107 106. 2막 프롤로그 +3 20.09.15 152 3 7쪽
106 105. 비를 긋다 (15) +2 20.09.08 133 3 11쪽
105 104. 비를 긋다 (14) +2 20.09.01 138 3 11쪽
104 103. 비를 긋다 (13) +2 20.08.25 167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