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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이화영
작품등록일 :
2023.07.31 18:04
최근연재일 :
2023.12.30 10:43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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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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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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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9,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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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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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야야장 사람들(1)

DUMMY

야야장 흑도 두목들은 지름이 10척이나 되는 원형 탁자를 사이에 두고 둥글게 빙 둘러앉았다.

검은 광택이 우러나오는 돌 탁자의 표면에는 은색 용 한 마리가 구름을 뚫고 승천하는 모습이 조각돼 있었다.

지상이 턱받침 하고서 반대편 손으로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의 머리를 가만히 매만졌다.

천룡회 총관 제갈근이 주의가 산만한 지상을 한 차례 흘겨본 뒤 현재 야야장이 처한 상황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끝마쳤다.

추문강이 손수건을 꺼내 코를 킁, 풀었다.

5층 누각은 사면이 뻥 뚫려 있어 기둥 사이로 찬 바람이 심심치 않게 불어닥쳤다.

진가엽 대장의 수하들이 탁자 위로 뜨거운 차와 재떨이를 놓고 물러났다.

지상이 담배를 꺼내 무는 사이 상장로 이춘수의 발언이 이어졌다.


“제갈근의 말대로 현재 대도무문의 무림맹과 황도의 무림맹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설마 전쟁까지 가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은 접어두길 바란다. 나중에 평화 회담이 열릴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무림 패권 때문에라도 서로 전력을 다해 부딪칠 것이다.”


상장로 좌측에 있던 하오문 문주 봉비호가 이춘수에게 물었다.


“얼마 전에 천자를 향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게 대도무문의 소행이었습니까? 아니면 자작극이었습니까?”


이춘수가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대답했다.


“우리도 모른다. 다만, 그 암살 사건이 두 진영 간 오래도록 이어져 온 갈등 국면을 이렇듯 양지로 끌어 올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라동해가 비단 손수건으로 안경을 닦으며 물었다.


“하면 우리 천룡회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이춘수가 천룡회 회장 상관금정을 돌아봤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몇 달 사이 살이 몇십 근이나 빠져 보이는 상관금정이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제갈근이 내민 종이를 들고서 모두를 향해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읽어내렸다.


“만일 두 세력 간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전쟁터는 두 군데로 압축될 것이요. 하나는 대도무문 남단에 있는 칠석교 인근과 다른 하나는 우리 야야장 영역이요. 해서 나 천룡회 회장 상관금정은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소.”


모두가 엄숙한 표정으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오늘 당장 양 세력에 통보해 100년 전 흑도와 무림맹 사이에 맺은 소중원 지역에 대한 불가침 조약을 상기시킬 거요. 그리고 그들이 어떤 대답을 해오든 전쟁 기간 철혈대 무사 천 명은 소중원을 사수하는 일에 목숨을 바칠 것이오.”


누군가 다급히 물었다.


“그럼 야야장은요?”


상관금정이 작게 침음한 뒤 담담히 대답했다.


“야야장은 여러분 몫이요.”


순간 쨍그랑, 유리로 된 재떨이가 탁자 밑으로 떨어져 산산이 조각났다.

염방의 방주 종조용이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나 거센 노호를 터뜨렸다.


“아니 그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립니까? 천룡회가 야야장을 버린다니! 우리가 지금껏 보호비 명목으로 낸 세금이 얼만데!”


종 방주의 발언을 필두로 여기저기서 성토가 이어졌다.


“회장, 뭔가 잘못 읽은 거 아니요? 상장로님, 방금 천룡회 회장이 말한 게 맞습니까?”

“이런 시발, 좆같은···.”

“상장로님! 재고해주십시오! 우리 만으론 야야장을 지킬 수 없습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단 절반만이라도 철혈대 인원을 분산 배치해주면 안 됩니까?”

“차라리 우리보고 그냥 죽으라고 하십시오!”


군소방파 두목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상관금정이 비루한 몸을 흔들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보다 못한 총관 제갈근이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를 향해 목청 높여 외쳤다.


“다들 진정하시고 잠깐만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들어먹을 리가 없었다.

수십에 달하는 흑도 두목들에게 이번 일은 자신과 식솔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그들의 중구난방 목소리가 은룡채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누군가 표독스럽게 외쳤다.


“차라리 오늘부로 천룡회를 해체하시오!”

“맞소! 이런 위기상황에 대비하려고 연합을 한 것인데, 막상 일이 터지니까 가장 먼저 도망치는 사람이 무슨 놈의 수장이요! 수장은! 우리 팔천호는 오늘 당장 천룡회를 탈퇴하겠소!”


그때였다.

대기가 끓듯 누각 안 공기가 후끈 달아오르더니 상장로 이춘수의 손바닥이 돌 탁자를 강하게 내리찍었다.

귀를 때려오는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돌 탁자가 쫙, 쫙 갈라지다가 순식간에 두 동강으로 쪼개졌다.

머리 위로 열기가 피어오르는 이춘수가 군중을 향해 싸늘하게 말했다.


“누구라도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대가리가 이 탁자처럼 될 줄 알아라.”


두목들이 입을 꾹 다문 채로 분에 겨워 콧김만 연신 뿜어댔다.

이때 지상의 시선은 기울어진 탁자 표면에 생긴 깊다란 손도장에 가 있었다.

좌중이 조용해지자, 상장로가 제갈근을 돌아봤다.

제갈근이 흥분 상태의 두목들을 향해 조곤조곤 설명했다.


“밀정의 보고에 의하면 대도무문의 군세가 오십만, 황도의 군세가 삼십 만입니다. 아까 누군가 말했듯, 철혈대 인원의 절반을 야야장에 배치한다 해도 거센 풍랑 앞에 돌멩이를 쌓아 올리는 것에 불과합니다. 여러분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로 가는 게 맞습니다. 잘못하면 우리 흑도 모두가 절멸을 맞이할 수도 있으니까요.”


상장로 이춘수가 제갈근의 말을 보충했다.


“폭풍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일 년 내내 지속되지 않는다. 미리 대비만 잘하면 얼마든지 폭풍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 각자가 잘 알아서 판단하겠지만, 내 생각엔··· 세가 약한 자들은 야야장을 잠시 떠났다가 폭풍이 지나간 뒤 돌아올 것을 추천한다.”


지상이 이춘수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 말을 하시려고 오늘 우리를 소집한 겁니까?”


이춘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추문강이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며 물었다.


“전쟁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어찌합니까?”

“···끝까지 버티는 거 말고 무슨 다른 수가 있겠냐.”

“무림맹을 상대로 항쟁은 생각해보신 적 없습니까?”


상장로가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썩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태 잠자코 있던 상관금천이 지상과 한 차례 시선을 교환한 뒤 상장로를 향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혹시 전쟁이 발발하면 천룡회 회장 선거도 중단됩니까?”


이춘수가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다, 선거는 전쟁 중에도 계속된다. 자신 없는 자는 일찌감치 기권하면 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상관금천과 이지상, 라동해는 회의가 끝난 뒤 나와 면담 후에 떠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때 하오문 문주 봉비호가 상장로에게 애원하듯 물었다.


“상장로님. 혹시 소중원으로 피신해 있어도 됩니까?”


이춘수가 끄덕이며 대답했다.


“된다. 단, 너와 네 밑의 수하들은 한 명 예외 없이 철혈대로 편입되어 진가엽 대장 밑에서 소중원 방어 임무를 맡아야 한다.”


봉비호가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쌍욕을 내뱉었다.

다른 두목들도 마찬가지였다.

바닥에 가래침을 뱉는 자도 있었다.

소집 전부터 이미 결론이 나 있었던 천룡회 회의는 이후 얼마간을 더 지리멸렬한 공방전을 이어갔지만, 결국 흑도 두목들만 두손 두발 들고 자리를 떠야 했다.

지상은 추문강에게 내려가서 기다리라 이른 뒤 후보 중 가장 먼저 이춘수와 면담을 나눴다.

면담실은 4층에 있는 천룡회 회장 상관금정의 집무실이었다.

지상이 안으로 들어서자, 정작 방의 주인인 상관금정은 손님 자리에 앉아 있었고 상장로가 대신 그의 책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상장로가 한쪽에 있는 의자를 턱짓하며 말했다.


“앉아라.”

“그냥 서서 듣겠습니다.”


이춘수가 무표정한 얼굴로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그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지상에게 물었다.


“선거는 지속할 거냐?”

“네.”

“그럼 전쟁 발발 시 너는 어떻게 처신할 생각이냐?”

“음, 지금은 뭐라 답을 못 드리겠습니다. 우선 장원으로 돌아가 부하들과 의논을 해봐야 합니다.”


이춘수가 잠깐 숨을 가다듬은 뒤 물었다.


“지상아.”

“네.”

“너랑 황건명, 두 사람은 어떤 관계냐?”


폐부를 찌르는 질문이었지만, 지상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같은 배를 타고 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뒤에 있던 상관금정이 전혀 예상 못 했다는 듯 눈을 치켜뜨고 지상을 올려다봤다.

이춘수가 계속해서 추궁했다.


“그럼··· 혹시 황건명의 힘을 빌려 야야장을 지켜낼 수 있겠느냐?”

“아까 말씀드린 게 바로 그 부분을 고민해보겠단 소리였습니다.”

“흠···.”


이번엔 지상이 이춘수에게 물었다.


“상장로님.”

“응.”

“몽일천 고문에겐 왜 그러셨습니까?”


이춘수가 곰방대를 떨어트렸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곰방대를 주워들더니 지상에게서 눈을 피한 채로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느냐?”

“저번 날 야야장에서 몽 고문을 우연히 만난 것으로 위장해 그를 습격한 게 상장로님 아닙니까?”


뒤에 있던 상관금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상 옆으로 성큼 다가와 섰다.

뭔가 위협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지상이 상관금정을 향해 싸늘하게 말했다.


“회장 나으리, 한 걸음 떨어져 서시지요. 잘못하면 저한테 베입니다.”


금정이 더듬으며 말했다.


“자, 자네, 수중에 거, 검도 없잖은가?”

“당신 정도는 검 없이도 벨 수 있습니다.”


이춘수가 곰방대로 책상을 똑똑 두드렸다.

그가 헛기침을 한 차례 내뱉은 뒤 지상에게 말했다.


“그래, 부인하지 않으마. 몽일천을 습격한 건 나다. 하지만 거기엔 합당한 이유가 있다.”


지상이 말없이 혀를 곱씹었다.


“몽일천이 아편으로 세 장로를 협박한 건 명백한 부정행위였다. 선거 감독자인 나로서는 그것을 심판할 수밖에 없었다.”


지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요. 말은 똑바로 하셔야지요. 상장로께선 심판을 하신 게 아닙니다. 당신은 후보 중 누군가를 위해 그리 행동하신 겁니다.”

“······.”

“그게 아니라면 몽 고문에게 빼앗은 머리띠는 아직 이곳에 있겠지요. 혹시 머리띠를 저한테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상장로가 고개를 숙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켜보던 상관금정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지상을 향해 아무렇게나 으름장을 놓으려 했다.

그가 양손을 허리에 대고 큰 소리를 내지르려던 순간 지상의 날카로운 손아귀가 그의 멱살을 붙들었다.

지상이 번쩍 상관금정을 바닥에서 한 자 만큼이나 높이 들어 올렸다.

상관금정이 나름 몸부림치며 반항을 해보았으나, 아귀처럼 억센 지상의 손아귀를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그 상태로 지상이 상장로에게 물었다.


“머리띠를 누구에게 주셨습니까?”


목이 막힌 상관금정이 컥, 컥 새소리를 내질렀다.

상장로 이춘수가 지상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대답할 터이니 그를 놓아주도록 해라.”


지상이 금정을 집무실 문을 향해 힘껏 내던졌다.

쿵, 쾅 소리와 함께 문이 부서지며 금정이 집무실 밖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마침 밖에서 얘기 중이던 라동해와 상관금천이 그를 피해 옆으로 한 발짝 비켜섰다.

근처에 있던 철혈대 무사들이 달려와 엎어진 천룡회 회장 상관금정을 조심해서 일으켜 세웠다.

금정이 옷자락을 털고 일어나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상장로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서진 문을 대충 닫고 돌아왔다.

그가 지상에게 나직이 말했다.


“···머리띠는 동해에게 주었다.”


지상이 갸웃하며 물었다.


“왜 저 둘은 아직까지 합치지 않은 겁니까?”

“뭐? 그게 무슨 말이냐?”

“애초부터 두 사람은 한 편 아니었습니까. 아니 상장로님까지 해서 모두가 한 편 아니었습니까?”


비수 같은 말에 이춘수가 사색이 된 채로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가 곰방대를 다시 입에 물고 창가로 이동했다.

잠시 뒤 지상을 등진 채로 이춘수가 말했다.


“지상아, 너랑 나랑 알고 지낸 게 몇 년이냐?”

“한 십오 년은 넘을 겁니다.”

“후, 지상아. 내 말 잘 들어라. 이번 천룡회 회장 선거에는··· 네가 모르는 어마어마한 존재가 배후에 있다.”


지상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 사람이 혹시 천마입니까?”

“너? ···아, 알고 있었느냐?”

“짐작만 했습니다. 한데 천마가 왜 우리 흑도들의 선거에 개입한 겁니까?”

“그건··· 나도 모른다.”

“혹시 그자에게 협박받고 계신 겁니까?”

“그 역시 답해줄 수 없다. 다만···.”

“다만?”

“너와 네 혈화문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은 말해줄 수 있다.”

“천마가 노리는 게 저란 말씀입니까?”

“······.”

“하면 이것만 답해주십시오.”

“···말해라.”

“천마가 보호하는 사람이 상관금천과 라동해 중 누굽니까?”

“둘 다 아니다.”

“네?”

“천마가 보호하는 사람은 여자다.”

“설마 그 사람이 마츠시타 시하입니까?”


상장로 이춘수가 가늘게 신음했다.

지상이 입술을 깨문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춘수가 매가리 없는 목소리로 부탁하듯 말했다.


“제발 기권해라, 지상아.”

“싫습니다.”

“죽으면 아무것도 소용없다.”

“그건 상장로님 보다 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한데 당신께선 천산화에 왜 그리 집착하시는 겁니까?”

“천산화?”

“네. 저번 선거 때도 그러시더니 이번에도 요구사항으로 올리셨잖습니까?”

“그건 아마 미련 때문일 거다.”

“죽은 따님에 대한 미련 말입니까?”

“비슷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지상이 집무실 문을 나서려는 순간 상장로 이춘수가 그를 다급히 불렀다.


“지상아!”

“···네.”

“야야장 사람들을 지켜다오.”

“그건 당신께서 하실 말씀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상이 부서진 문을 쾅, 닫고 나갔다.

복도에서 대기 중이던 상관금천이 떠나려는 지상의 팔을 붙들었다.


“지상 문주.”

“왜 그러시오?”


지상이 세상 차갑게 쏘아보자, 상관금천이 원래 하려던 말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라동해가 비릿하게 웃으며 상관금천 대신 입을 열었다.


“이봐, 이지상, 공짜 머리띠 잘 받았다.”


지상이 라동해를 향해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거, 너도 잘 알 테지.”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하하, 하하하.”


라동해가 건들건들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지상이 즉시 그곳을 떠났다.

은룡채를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아직 떠나지 않고 있던 수십의 흑도 두목들이 지상에게 몰려들었다.

추문강과 하선, 강군과 삼십 무사들이 청강도를 빼 들고 그들을 막아섰다.


“뭡니까?”

“잠깐, 지상 문주에게 할 말이 있어 그렇소!”


지상이 부하들에게 물러나라 명했다.

그가 하선에게서 받은 세 개의 검을 요대에 차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때 어디선가 뿔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지상이 돌아보자, 목책 위 높은 망루에서 진가엽 대장이 그를 향해 고개를 주억이고 있었다.

지상이 진 대장에게 묵례로 답한 뒤 흑도 두목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소중원 대로로 접어들었다.

지상의 부하들이 말 탄 채로 그 뒤를 따랐다.

하오문 문주 봉비호가 지상에게 바싹 붙어 물었다.


“지상 문주, 앞으로 어찌할 셈이요?”


다른 모두가 지상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지상이 무심히 대답했다.


“지켜야지요.”

“무엇을 말이오?”

“전쟁의 참화로부터 야야장 사람들을 지켜내야지요. 그게 지금까지 우리가 그 사람들로부터 보호비를 받아온 이유 아닙니까?”

“그, 그런 일이 가능하겠소?”

“지금부터 방법을 강구해 봐야지요. 한데 여러분들은 어쩌실 겁니까? 상장로 충고대로 야야장을 떠나실 겁니까?”


누구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저는 대답을 드렸으니 인제 그만 가봐도 되겠습니까?”


흑도 두목들이 대로 양옆으로 물러섰다.

지상이 추문강이 끌고 온 말에 올라탔다.


“이럇!”


지상과 혈화문 무사들이 흑도 두목들을 남겨둔 채 소중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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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종말의 혈화문(6) 23.12.30 93 3 17쪽
92 종말의 혈화문(5) 23.12.20 94 3 16쪽
91 종말의 혈화문(4) +1 23.12.17 92 3 16쪽
90 종말의 혈화문(3) 23.12.16 91 3 15쪽
89 종말의 혈화문(2) 23.12.15 102 3 14쪽
88 종말의 혈화문(1) 23.12.03 143 1 18쪽
87 피할 수 없는 전쟁(8) 23.11.27 152 2 14쪽
86 피할 수 없는 전쟁(7) 23.11.25 147 4 13쪽
85 피할 수 없는 전쟁(6) 23.11.22 147 2 18쪽
84 피할 수 없는 전쟁(5) 23.11.19 162 3 18쪽
83 피할 수 없는 전쟁(4) 23.11.15 168 2 19쪽
82 피할 수 없는 전쟁(3) 23.11.13 174 3 17쪽
81 피할 수 없는 전쟁(2) 23.11.12 187 3 14쪽
80 피할 수 없는 전쟁(1) 23.11.08 215 3 15쪽
79 그날의 기억(2) 23.11.06 213 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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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여후의 장례식(6) 23.11.02 223 3 20쪽
76 여후의 장례식(5) 23.10.31 232 3 19쪽
75 여후의 장례식(4) 23.10.29 229 5 15쪽
74 여후의 장례식(3) 23.10.27 222 5 14쪽
73 여후의 장례식(2) 23.10.25 255 5 17쪽
72 여후의 장례식(1) 23.10.24 299 5 17쪽
71 야야장 사람들(5) 23.10.22 267 5 16쪽
70 야야장 사람들(4) 23.10.20 252 6 14쪽
69 야야장 사람들(3) 23.10.19 263 5 19쪽
68 야야장 사람들(2) 23.10.17 270 5 14쪽
» 야야장 사람들(1) 23.10.16 255 4 16쪽
66 중간 결산(2) 23.10.15 245 4 15쪽
65 중간 결산(1) 23.10.13 305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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