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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紺旗)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한 판타지 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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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紺旗)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0
최근연재일 :
2021.06.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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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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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제 4장 신의 뜻 (5)

DUMMY

제 4장 신의 뜻 (5)


깨진 구슬에서 나온 얼굴 연기는 그렇게 사라졌다.

한동안 난리를 치며 확인해 보았지만 사라진 것은 사라진 것이었다.

남은 문제는 쓰러져 있는 쿠드란의 전사들과 술법사 하나.

‘시설. 혹시 이 근처 외부 지형 확인가능?’

[과거 이곳이 건축될 당시의 지형도는 남아 있지만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가늠할 수 없는 지금 현재의 지형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오···’

그야말로 처치곤란이다.

살려둬도 문제가 될 것 같고 레오 자신의 손으로 여기서 처단하기도 참 애매하다.

‘에라 모르겠다.’

레오는 주술 노심을 연결한다.

시설의 동력로와 연결된 노심의 박동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흐아. 이거 참. 몇십 분 전의 나와는 완전히 다르구만.’

스투트에게 배웠었지만 이해가 안되던 것, 그때는 보이지 않던것들이 보이며 이제는 이해가 된다.

[지휘관님이 주변 정찰 술법을 시도하는 것을 감지하였습니다]

레오의 행동을 또다시 확인하는 시설 인격.

‘감시하는거냐?’

[감시가 아닙니다. 지휘관님의 행동을 확인하고 보조하기 위한 자동 반응입니다.]

‘응. 그러면 노심 보조나 확실하게 해줘.’

레오는 술식을 전개한다.

이전 코나르 탈리아 급일때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

술식의 효율이 다르며 술력을 다루는 능력도 다르다.

먼저 술식은 어떠한가?

피오스급의 술사가 3+3+3+3+10이라는 수치를 구하기 위해서 바닥에 흩어져있는 작데기를 세개씩 네번 세우고 다시 작데기를 10개 세워서 세워진 작데기의 수를 직접 세서 22라는 결론을 내는 방식, 코나르급은 각자의 숫자를 인지하고 3이라는 개체를 인지해서 3+3+3+3+10=22라는 수식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단계라고 하면 수나르 급은 3X4+10=22라는식으로 곱셈이라는 새로운 연산자를 도입한 수준이 된다.

그 속도와 효율성은 말할 수 없이 증대한다.

술력은 어떠한가?

피오스 급의 술사가 손바닥 만한 물풍선에서 난 구멍 하나에서 조심스럽게 물풍선이 터지지 않게 물을 뽑아서쓰는 효율이라면 코나르급은 투명한 재질로 만들어진 여행자용 물통에서 물을 따라 쓰는 수준이며 수나르급은? 수압 조절밸브가 달린 수조다.

여기에 커다란 동력의 보조까지 받자 레오는 시설 주변의 지형을 손금보듯 원견 술법으로 볼 수 있었다.

자신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찾고있는 밀레스등도 확인 할 수 있었고 산맥너머 쿠드란쪽의 지형도 확인이 가능했다.

“윽 아직 무리인가?”

신나서 마구 보다보니 술력의 전개에 무리가 오는 것이 느껴졌다. 영동술과는 달리 두통이 오는것은아니지만 술식의 술력이 요동치는모습은 보기만해도 불안하다. 내버려두면?

꽝 하도 터질수도있다. 물론 작은 술법은 그렇지않지만 지금 증폭된 원견 술법에 들어간 술력은 상상이상의 힘이다.

진짜로 터질수도 있다.

[아직 완벽하게 경지에 오른것은 아니다. 수련이 더 필요하겠군.]

‘아흑. 귀찮은데···’

술법을 중단하는 레오.

짧은시간이었지만 필요한 것은 얻었다.

[지휘관님이 주술로 확인하신 지형 정보를 시설 지형도에 반영합니다]

착실한 시설 제어 인격은 레오가 확인한 지형을 시설 내부의 자료집에 새로이 갱신한다.

노력은 레오가 하고 보상만 시설이 빼먹는다고 레오가 불평할 이유는 없었다.

시설 제어 인격의 행동은 전부 레오를 보조하기 위함이며 시설을 보호하기 위함이니까.

[지휘관님이 허용하시면 해당 주술을 시설의 기본 탐색 주술로 지정하고 이곳 주변의 탐색을 위해 사용하겠습니다]

‘어? 어 그래.’

[명령 확인.]

시설은 이제 쓸만한 탐색 방법도 얻었다.

물론 이전. 멋 옛날 고대에 사용하던 탐색 주술도 시설의 주술 자료 목록에 존재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고대의 주술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기에 시설은 현대의 주술 체계. 과거에는 주술이었지만 현대에는 술법이라부르는 이능 체계에 대해 더 업데이트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시설 관리 인격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입장.

처음 형성 될때부터 지휘관을 보조하기 위해 태어났지 스스로 주도적으로 무엇인가를 해결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지휘관을 임의로 선택한 것,

또한 지금처럼 필요한 정보를 지휘관의 행동양식에서 복제하여 임의로 지휘관에게 제시하여 적극적으로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

사실 이런 조치들은 모두 아슬 아슬하게 인공 인격에게 허용된 선에 걸친 조치들이었으며 과거였다면 인공 인격체의 오류를 의심하고 삭제, 교체당했을지도 모른다.

이 인공인격의 변화가 무슨 이유에서 발생한것인지, 오류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의 영향인지는 인격체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것이며 이런 인공인격체를 접해 본 경험이 없는 레오도, 또 이전 다른 세계에서 경험은 해봤지만 이 세계의 과거를 모르는 스투트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레오는 이런 인격의 상태를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하지않았고 일단 눈앞의 문제해결에 매달렸다.

레오가 주변의 지형을 탐색한 이유.

그것은?

“날아가라!”

아까 원견 술법으로 확인한 산맥속의 임의의 장소, 정확한 경계는 레오로서는 알 수 없지만 대충 쿠드란과 칸바르의 경계쯤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으로 꽁꽁 묶인 쿠드란의 인물들을 영동술-텔레포트로 날려버렸다.

텔레포트의 능력도 발전해서 이제 확고하게 해당 장소의 현 상황을 인지 할 수 있다면 문제 없이 보내버릴 수 있었다.

‘물론 잘못되도 내 잘못 아님. 짐승이나 마수에게 물려 죽어도 내잘못 아님~’

반 쯤은 내 손만 안버리면 되지~ 라는 느낌도 있었다.

‘문제는 이제 다 해결.’

이라고 레오가 생각할 때 쯤.

[지휘관님께 본 시설의 원격 접촉 단말기를 지참하실것을 권유드립니다]

‘응? 원격 접촉 단말기?’

시설의 이런저런 장비들이 되살아나고 있는지 곧 레오와 아리에스테의 앞 바닥에 녹색의 원이 하나씩 나타났다.

[원 안에 서시면 본 시설의 중앙 제어실로 이동시켜드립니다]

별 의심도 없이 원안으로 들어가는 레오.

‘아차!’

누나에게 아무런 말도 안해주고 바로 넘어온걸 뒤늦게 눈치채는 레오다.

그러나 아리에스테는 생각외로 센스가 있었다.

레오가 녹색 원을 타고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자 그녀는 시설의 음성을 들을 수 없음에도 별 고민없이 녹색원에 올라섰고 곧 레오의 옆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별 의심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답다면 그녀다운 모습이긴하다.

중앙 제어실은 주변에 문 하나없는 둥근 완형의 방이었다.

어떤면에서 동력실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그보다는 천장이 낮았고 중앙에 동력로 대신에 사람하나가 올라가서 서 있을만한 크기의 원형 받침대 하나, 그리고 그 앞에 소형 콘솔이 하나 있을뿐이었다.

콘솔앞에는 작고 평평한 공간이 있었는데 천장에서 작은 문이 열리더니 기계팔이 내려와 무엇인가를 그 위에 놓고 사라진다.

[원격 접촉 단말입니다]

“이건···.?”

레오는 과거 헤비 게이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플레이 했었던 오픈월드 미래 포스트 아포칼립스 게임 시리즈 방사능낙진이 떠올랐다.

‘이거··· 핍 걸?’

손목에 차는 소형컴퓨터가 컨샙인 그 게임의 대표 아이템이랑 똑같이 생긴 물건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손목에 차고 보니. 글자가 영어 알파벳이아닌 전혀 알아 볼 수 없는 무엇인가인 것만 빼면 그것과 거의 유사했다.

[알아 볼 수 없다니! 알칸트라어다!]

'몰라 기억 안나 스투트. 그보다......'

“이거 너무 눈에 띄는데···?”

[선택적 불가시 상태를 사용하시면 지휘관님만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메인 화면은 켜놓게 되면 허공에 둥둥 뜬상태로 보입니다]

“어떻게 조종하지···?”

[언어 문제는 지휘관님과 지속적인 통신을 지속하며 개선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당장은 소지하신 단말에도 뇌파집속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니 지금처럼 뇌파를 통해 명령을 내려주시면 단말도 그에 맞춰 작동할 것입니다. 단말의 크기가 불필요하게 큰 구형인 이유는 뇌파집속 기능이 있는 단말 재고가 그것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한 레오는 손목의 핍걸에게 간단하게 머리속으로 선택적 불가시상태라고 명령을 내려보았다.

과연 핍걸은 사라졌다.

‘이거 불가시 즉, 안보이는 정도가아닌데?’

만져보니 아예 형태도 만져지지 않는다.

[적의 내습에 대비해 지휘관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지휘관의 표식이 될 수 있는 원격 접촉 단말은 최대한 은, 엄폐할수있도록 선택적 불가시상태 작동시 최첨단 이면공간기술을 활용하여 물리적, 주술적 탐색도 피할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습니다]

‘우와 과거기술 대단해!’

다시 한 번 감탄하는 레오. 그러나 시설은 여전히 과거기술이라는 개념 인식불가~ 라고 답할뿐이었다.

“하아 이제 돌아가봐야겠다. 아까보니까 우리 막 찾고있던데.”

이제야 모두 안심하고 자신을 찾을 밀레스나 에르메스들에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레오.

그러나 그에게 태클거는 신의 뜻은 끝이 아니었다.

“누나 이제 돌아··· 어?”

마치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풀썩 쓰러지는 모션의 아리에스테.

“누나··· 누나?!”

쓰러지는 그녀를 받아드려는데.. 뒤로넘어가던 아리에스테는 마치 과거 중국무술의 철판교 자세 비스무리하게 멈춰서더니 기계처럼 딱딱하게 다시 꼿꼿이 섰다.

“떫!”

당연하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저 꼴을 보고도 안놀랄수가 없다.

레오는 일반의 보통 사람은 아니었지만 당연히 놀랐다.

수나르의 주술사라도 놀라야 할때는 놀라는게 정상이다.

거기다 한국나이 37살, 만 35살의 아저씨가 속에 있었도 어쨌거나 15살 꼬마다.

‘왜 자꾸 이상한 설명을. 자꾸 아저씨 강조하지마!’

라고 항의해보지만 일단 레오가 놀란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아리에스테는 딱 봐도···.

‘빙의?’

그렇다. 눈알이 뒤집혀져 흰자위만 보이는눈.

어딘가 침침한 안색.

왠지 폴더가이스트 현상의 전조처럼 제멋대로 나풀 거리는 머리카락.

아니 이건 사실 강력한 술사가 술력을 집중해도 그런 사태가 벌어지기도하며 그녀, 아리에스테도 충분히 강한 술사지만.

그리고 손가락 반치쯤 공중에 떠있는 발.

“술법으로도 가능하긴하지만 이건 빙의네.”

[떼끼. 빙의라니 그래도 내가 신인데 강림이라고 해라!]

“아···네?”

그야말로 기습공격.

귀여운 15세 소녀의 입에서 목소리는 소녀의 것 그대로지만 왠지 구수하게 느껴지는 말투의 대사가 뜬금 없이 레오를 습격 했다.

[암운의 흔적에서 기운이 흩어지길래 붙잡아서 내가 좀 활용하는 중이다. 아이구 그래도 시간은 얼마없구만.]

멍 할 수 밖에 없는 레오다.

[용건만 간단히 말하지. 상대가 대적자의 존재를 눈치챈 이상 앞으로는 형편 좋게 계시도 못내린다.]

“아.. 그러면 누나 몸에 잠복하고 계시던 님이 대적자?”

[어디서 되먹지 못한 소리냐?! 대적자는 너희들이고! 나는 신이라니까!]

별로 신 같지 않은 가벼움이 느껴진다.

"신이라구요?"

[아놔 시간 없다니까! 아무튼 다음 행선지는 이제 알려줄 수도 없다! 에잉. 어쩌다가 이렇게 까지 와서. 그냥 맛뵈기로 보여주고 다들 도망가는 예측을 했는데 도대체 왜 계획이 망가진거지? 도대체 어떻게 벌써 이 놈을 잡아버린거야?! 아무튼 그나마 남은 잔해를 활용해서 이렇게라도 차후의 행보를 도와주자면 하얀놈들의 수장을 조심해라! 알았지? 회색놈도 문제지만 하얀놈을 제일 주의해라! 노란놈은 돈만주면 해결될테지만 하얀놈이랑 회색놈보다 돈많기 어려울 테니 가능하면 피하고!]

“···어··· 예?

[즐!]

그리고 진짜로 풀썩 쓰러지는 누나.

“저게··· 신이야?”

[나도 모르겠다]

약간 허탈한 느낌의 말을 흘리는 스투트.

‘덕분에 뭐 문제 하나는 해결하겠네.’

쓰러진 누나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리는 레오다.

‘누나 핑계대면 되니 개꿀.’

레오는 마음속으로 시설에게 인사를 남기고 캠프쪽으로 텔레포트했다.

영동술 텔레포트는이제 아주 편안했다. 인지하면 남들만 보내는 것은 어려워도 자기자신, 그리고 접촉중인 한두명정도는 아주 우습게 꽤 먼거리도 이동가능할 것 같았다.

‘뭐 그래도 다 알려줄 필요는없지.’

실력의 삼할은 숨겨라 라는 무협지의 격언을 떠올리는 레오.

읽어서 남주는거 없다. 다 언젠간 활용하는거다.

놀랍게 발전한 자신의 실력을 모두에게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레오다.

캠프로 돌아가자 마구 화내는 에르메스.

레오는 누나에게 혼나던 중 갑자기 누나가 무엇인가의 계시를 받아 쓰러지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둘러댔다.

곧 이어 돌아온 밀레스등에게도 같은 핑계를 댄 레오.

레브런트가 들고있는 하이아네이가 아리에스테의 지금 상태가 자신의 힘의 근원과 같은 근원의 힘이 지나치게 크게 들어찼었기에 기절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해줘서 레오의 알리바이는 완벽해졌다.

‘아 물론 누나 본인이 있지만···’

레오는 누나가 좀 맹한 구석이 있기는하지만 결코 멍청하지는 않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다. 깨어났을 때 어딜 다녀왔느니 하는 말을 함부로 하진 않을거란 믿음이 어느정도 있었고 누나를 간호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이 옆에 붙어있으니 누나가 깨어날 때 제일 먼저 넌지시 언급해 줄 수도 있을것이다.

‘그건 그렇고······’

누나를 간호하는 척하며 생각에 잠긴 레오.

신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녀석은 가볍기 그지없었고 그를 적대하는 듯한 검은 연기 시리즈의 주인인듯한 자는 어딘가 진중하면서도 악하다기보다는 나름대로 품위가 있어보였었다.

‘과연 신의 뜻. 그거 뭐임?’

[나도 모름]

레오의 신체 나이에 걸맞는 짧은 단상에 스투도 단답으로 답해왔다.

신의 뜻.

지금 상황에서 젼혀 알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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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Story 타라스에서 태어난 한 사람의 이야기


내가 태어난 곳은 타라스란 곳이었다. 그곳 말로 ‘대지’란 뜻이다. 차원이동을 반복하며 알아낸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세상은 비슷해서 세상 이름은 다 ‘땅’ 과 관계된 편이다. 최근에 만난 ‘그 녀석’은 ‘지구’란 곳에서 왔다는데 언어를 분석해보니 땅+공 이란 뜻이다. 그쪽 동네는 질량에 의해 중력이 발생하는 물리법칙에 의해 질량이 커지는 물체들이 구형으로 변하는 식으로 되어 있나 보다.

아무튼 나는 내가 태어난 그곳에서 ‘현인’ 이라고 불리는 대 학자가 될 수 있었다.

세상의 근원을 파해치고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위대한 학자가 나였다.

그런데 타라스는 초월자들이 직접 대지에 간섭하는 세상이었다. 고작 대지에 발붙인 하위존재들인 주제에 초월자들의 세상을 엿본 녀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초월자들은 대지에 벌을 내렸다.

대지에는 낮과 밤이 7번 바뀌었어야 하는 동안 낮이 유지되며 세상의 모든 것이 불타올랐다.

반대로 그 이후 같은 기간 동안 밤이 유지되며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생명체들을 몰살시키기 위해 세상에 대지의 아래로 내려가 고여있던 물이 역류하여 물 아래로 사라졌다. 물안에 살던 생명체들은 반대로 대지가 되어버린 아래의 땅에 내 팽개쳐졌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원흉이 된 나는 홀로 유리되어 그 모든 것을, 파멸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넓은 원판형으로 생긴 타라스는 곧 그나마도 없던것으로 화했다.

초월체가 말했다.

[연약하고 연약하도다. 네 지식이 하늘에 닿았다 지껄였으나 그 모든 것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것 불과한 것, 네가 본 세상의 규칙이란 것은 결국 우리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바뀌는 것일 뿐이다. 어리석은 자여]

나는 그때 악에 받혀 있었다. 세상의 멸망을 눈으로 봤음에도 초월체에게 악을 써 저항했다

“그대들이 진정 ‘신’이라면 고작 그 규칙을 몇 가지 봤다고 어찌하여 이리 가혹 할 수가 있습니까? 규칙을 바꾸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그 편린을 봤을뿐인데?!”

[어리석은자여 그것이 곧 시작이니라. 네 작은 발견에 대한 네 실수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는구나.]

[그자에게 모든 것을 설명할 이유가 있소?]

다른 초월체가 끼어들었다. 못마땅한 어조였다.

[적어도 그 규칙을 본 자. 처벌 이전에 자신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정도는 알 자격이 있소]

“그것이 무엇이오?! 무슨 이유이기에 세상이 멸망해야 한단 말이오?!”

[그대들은 언제나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지. 그래도 세상을 엿본자여. 너에 대한 처벌을 내리기 전에 이것은 알려주지. 너 스스로는 아무 다른 의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규칙을 엿본자가 나오면 너 같은 자가 언제든 더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고자 하는자는 당연히 너희들 사이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너희들은 그렇게 ‘지음 받았기’때문이다.]

“그게 무슨···?!”

그러나 초월체는 더 이상 내 말에 직접 답해주지 않고 자신이 할 말만 하였다.

[그리고 결국 세상을 정복한다고 외치며 세상을 망가뜨린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하는일은 그 이전에 세상을 초기화 하는 것. 어리석은 자여. 아직도 이해 못하는 그대에게 영원히 다른 세상을 떠도는 벌을 내리겠노라. 직접 그 아둔한 눈으로 보고 스스로 깨닫도록 하여라]

그렇게 난 태어난 세상에서 추방되어 여러 차원을 떠돌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 내가 간 세상은 내가 태어난 타라스와 비슷한 세상이었다. 초월체들이 세상에 간섭하지만 내가 살던 타라스와는 달리 하위체들이 세상의 진실을 엿보는데 큰 지장이 없는곳.

이미 현인이나 현자가 여럿 있었고 그들은 직접 엿본 세상의 규칙을 비틀어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활용 할 수도 있는 그런 세상이었다. 마치 타라스가 그대로 발전했다면 이렇게 됐을것이다 라고 생각되는 곳. 아마도 내 원래 세상의 초월체들은 일부러 이런곳으로 나를 보낸 것 같았다.

몇몇 세부적인 규칙이 다르기도 했지만 큰 틀은 다르지 않았고 환생한 나도 곧 세상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저 현인으로 존경 받았던 타라스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지식이 곧 힘인 세상. 나보다 먼저 지식을 가진 현인들은 ‘현명하다’라는 말과는 달리 나를 견제해왔고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그들과 싸워야 했다. 세상의 규칙에 닿은자들의 싸움은 무자비했다.

초월체가 간섭하지 않았음에도,

대지의 절반이 낮과 밤이 이곳 시간으로 7번 바뀌어야 할 동안 불타올랐고,

남은 절반은 얼어붙었다.

초월체들이 법칙을 바꿔 땅과 물을 뒤집지 않았음에도,

바다는 말라붙었고 대지에는 물이 흘러 넘쳤다.

결국 이 세계의 초월체들이 그제서야 간섭해왔다.

[너는 본래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구나. 어찌하여 이 세상에 이런 문제를 일으켰느냐]

“난 그저 스스로를 보호했을 뿐이오.”

[네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이다.]

“그럼 나 말고 저들은···?”

난 초월체들이 멈춘 ‘흐름’속에서 박제가 되어있는 다른 현인들을 가르켰다

[저들은 우리가 세상의 지식을 허락한 자들이다. 너처럼 스스로 닿은 것이 아니지.]

“그것은 사육이 아니오?!”

[사육이 아니다 조율이지. 너희들이 저지른 것처럼 규칙에 닿아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기에 세상이 무너지지 않게 우리들은 언제나 주의해서 ‘조율’한다]

“···그런···?!”

[애초에 이세상에 속하지 않은자여. 세상에서 내보내겠다]

그 선언과 함께 나는 다시 튕겨났다.

다음으로 내가 가게 된 세상은 앞선 두 세상과는 많은 것이 달랐다. 그곳에서 난 세상의 규칙에 닿기도 전에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죽어버렸다.

새로 만난 녀석의 지식 기준으로 설명해 보면 나는 당시에 빠르게 나를 성장시키고 세상의 위협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의 규칙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에 내 스스로에게 즉각적인 성장과 세상의 규칙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접속권한을 부여하려 했으나 해당 시스템 명령어는 존재하지도 않아서 무시당했고 숨쉬는 것조차 다른 규칙이 필요한 세상에서 옛 방식으로 숨쉬려다가 호흡곤란으로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사망.

그대로 내 차원이동이 끝나나 싶었기도 했지만 초월체들이 나에게 내린 ‘벌’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난 다시 다른 세상에서 환생했다.

그렇게 환생을 반복하며 난 다양한 세상의 규칙을 접하다가 결국 특정 세상에 다다라서 다시 한번 현인의 수준에 올랐을 때 세상의 규칙을 이용하여 나 스스로를 바꾸었다. 바꾸게 된 원인은, 환생을 반복하는 것, 그것을 막기 위해서 내 환생을 지속시키는 초월체를 능가해야 하는데 그 정도의 능력을 갖추는 것은 당장은 불가능하고 그에 반하여 내 정신은 반복된 환생으로 붕괴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의 규칙을 이용하여 환생을 거듭하고 있는 내 정신/혼이라 부를 수 있는 핵심체를 생명의 그릇인 육체에서 빼내어 하나의 물건에 고정해버렸다. 이러면 이 세상에서 내 죽음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나는 이 세상에서 퇴출되지 않고 다음 환생에 이르지 않는다. 나는 영원한 휴식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잠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환생하지 않고 버티기가 얼마였을까?

결국 내 핵심이 봉인된 물체에서 새어나간 규칙의 힘에 의해 이 세상이 한번 뒤집어지는 일이 생긴 후 이 세상의 초월체가 나를 인지해버렸다. 첫 번째나 두 번째 세상처럼 세상 전체가 멸망에 이르는 거대한 다툼은 아니었으나 대륙 전체에 영향을 미친 큰 다툼이 생긴것이다. 그만큼 ‘규칙’의 힘은 위험했다.

날 알아본 초월체가 선언했다.

[떠도는 자여. 아둔하고 아둔하도다. 그 위험함을 알면서도 아직도 교만하게도 규칙을 읽고 비트는구나. 이제는 우리로서도 네가 비튼 규칙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구나. 그러나 이 세상이 아닌 다른 규칙의 세상에서는 네가 비튼 규칙이 효과가 없으리]

초월체는 그대로 나를 또 다른 세상으로 보내버렸다.

이것이 내가 지금 이 마지막 세상으로 떨어져서 그 녀석과 만나게 된 이유다.


작가의말

지난편부터 시점이 1인칭 주인공 시점에 한없이 가까운 무엇인가에서 그냥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 쪽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어차피 가능성도 없는 공모전 될대로 되라죠 (웃음) 물론 공모전 수정 금지 기간 끝나면 앞부분의 시점들도 다 바꿀 계획입니다.


공모전 규격에맞는 15만자는 대충 다 때려 넣은듯하지만 조회수 보면 전에 말씀드린것 처럼 공모전 당선은 커녕 자기만족용 막쓴 연재글도 안되는것으로 보입니다.

차후 연재계획은 글세요? (웃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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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4장 신의 뜻 (5) 21.06.18 16 1 22쪽
30 제 4장 신의 뜻 (4) 21.06.17 10 0 12쪽
29 제 4장 신의 뜻 (3) 21.06.16 11 0 11쪽
28 제 4장 신의 뜻 (2) 21.06.15 11 1 10쪽
27 제 4장 신의 뜻 (1) 21.06.14 14 0 9쪽
26 제 3장 유적 탐사 (8) 21.06.11 17 0 11쪽
25 제 3장 유적 탐사 (7) 21.06.10 15 0 11쪽
24 제 3장 유적 탐사 (6) 21.06.09 43 0 11쪽
23 제 3장 유적 탐사 (5) 21.06.08 17 0 10쪽
22 제 3장 유적 탐사 (4) 21.06.07 36 1 11쪽
21 제 3장 유적 탐사 (3) 21.06.04 15 0 11쪽
20 제 3장 유적 탐사 (2) 21.06.03 16 0 10쪽
19 제 3장 유적 탐사 (1) 21.06.02 11 0 11쪽
18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8) 21.06.01 19 0 12쪽
17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7) 21.05.31 18 0 11쪽
16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6) 21.05.28 36 0 11쪽
15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5) 21.05.27 35 0 14쪽
14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4) 21.05.26 47 0 10쪽
13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3) 21.05.25 48 0 10쪽
12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2) 21.05.24 52 2 10쪽
11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1) 21.05.21 58 1 12쪽
10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9) 21.05.20 69 1 17쪽
9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8) 21.05.19 67 0 13쪽
8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7) 21.05.18 74 1 12쪽
7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6) 21.05.17 101 4 11쪽
6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5) 21.05.14 114 7 12쪽
5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4) 21.05.13 147 6 13쪽
4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3) 21.05.12 165 7 16쪽
3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2) 21.05.12 213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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