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기(紺旗)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한 판타지 기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감기(紺旗)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0
최근연재일 :
2021.06.18 13:0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091
추천수 :
64
글자수 :
159,982

작성
21.05.26 13:05
조회
45
추천
0
글자
10쪽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4)

DUMMY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4)


우리는 쫓겨나듯 그대로 엘사바라드 지배령에서 빠져나왔다.

가르드는 숲으로 돌아갔고 나와 누나 밀레스와 레브런트 네명이 일행이다.

가르드는 누나의 호위격으로 와서 떨어지면 안되는가 싶었는데······

[네 아버지가 아탈란테 후보의 배우자이자 동격인 탈 아틸레토로 인정받았으니 명령 우선권이 네 누나보다 높아졌다. 그래서 얌전히 숲으로 돌아간거다.]

고마워요 스투트 위키.

아무튼 현재 이렇게 넷이서 여행중이다.

지금은 여행의 낭만이라는 야영 중.

다만 일행 네 명중 술사가 무려 셋이라는 비정상적인 인원 구성덕에 매우 쾌적한 야영이다.

거기다 야영에 최적화된 자연술사가 둘!

나도 누나도 그다지 말이 많거나 붙임성 있는 타입이 아니어서 레그눔비타하 숲으로의 여정 때처럼 침묵의 여정이 될뻔했지만 다행이도 이번 여정에는 밀레스가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에서 저희는 칸바르로 가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모닥불을 둘러싸고 야영중에 침묵을 못이긴 밀레스의 설명이다.

밀레스는 본래 엘 안달루시아의 평범한 귀족 자제였으나 어느날 괴팍한 정체불명의 술사에게 납치 당했다고 한다.

“고대술법에 대한 인체 실험같은 것은 아니었고 그냥 대륙 전체에서 자신의 술법을 이어받기에 제가 가장 적합했다는군요. 처음에는 좀 어이없었지만 어차피 가문은 이어받을 형이 있어서 나름대로 납득하고 스승으로 모셨습니다. 덕분에 가문 누구도 하지 못했던 가문의 일곱 검을 모두 다 다룰 수 있게 되었죠. 스승님 말씀으로는 가문의 시조님도 술사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습니다. 그분도 전설에 따르면 일곱 개의 검을 모두 동시에 다루셨다고 하니까요. 다들 일곱 개의 검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라고 알고 있는데 고대의 기록에 가까울수록 동시에 다룬다에 가까운 표현이 많이 등장합니다.”

정체불명의 술사한테 납치 당한 것 치고는 정말 밝은 사람이다.

[그보다 레오 이것 좀 물어봐라!]

스투트가 뭐라뭐라 말하지만 난 그에게 삐진 것이 있어 무시하고 있다.

꼭 필요할 때는 자기도 입 닫고 있다가 이럴때만 주절주절.

솔직히 이럴 필요 없고 스투트가 시키는대로 이것저것 물어봐서 그의 지식이 늘어나면 나한테 좋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긴 한데 몸이 어려져서인지 치기 어린 행동을 자꾸 하게 된다.

“레브런트는 그럼 어떻게 만나게 된거에요?”

“스승님이 갑자기 편지 한 장 남기고 사라지셔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스승님의 은거지 앞으로 떨어지더라구요. 깜짝 놀랐죠.”

레브런트는 아서왕 전설 비슷한 경우를 겪은 모양이다.

그의 고향이자 가문명인 헤레포드는 브링햄턴이라는 대영지에 소속되어있어 전통적으로 브링햄턴에서 출사하여 기사 서임을 받는데 브링햄턴에 인접한 고산지대 경계쯤에 있는 마을에는 언젠가부터 ‘뽑으면 영웅이 되는 검’ 의 전설이 있었다고 한다.

“그쪽으로 초임기사들이 첫 순찰을 가게 되면 검 뽑기에 도전해보는 것이 일종의 신고식 같은 것이었는데 제 손이 닿는 순간 갑자기 빛이 뿜어지더군요.”

갑자기 뿜어진 빛에 당황하기도 잠시 주변은 갑자기 순백의 배경이 되어버렸고 무엇인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뭐라고 하는데 저는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그 뜻은 어렴풋이 전달되는 것을 경험해 보니 평범한 말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요.”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대충 감으로 알아들은 말은······

[뜻이 통하는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을 도와라]

“물론 그 ‘뜻’의 강요대로 움직여야 할 의무는 저에겐 없지만 정신을 차리고보니 전 분명히 원래 대륙 서쪽끝의 플랜테저섬에 있었는데 대륙의 반대편에 와 있더군요.”

“어라? 그러면 밀레스 씨는 저 검의 의지? 아니면 그 이름없는신의 계시? 그런것을 받아 들일 수 있는거에요?”

“아니요. 그런것을 잘 알아서가 아니고 처음에는 스승님은 실종됐는데 뜬금없이 왠 남자가 뚝 떨어져서 황당해 했는데, 사정을 들어보니 딱하더군요. 그래서 어차피 저도 서쪽 끝으로 다시 귀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동행하게 됐습니다. 같이 여행해보니 그리 나쁘지않더군요. 딱히 성격이 모나지도 않고, 같이 다니기 힘든 친구도 아니거든요·”

문화가 완전히 다른 대륙의 동쪽에서 서쪽 끝의 두 사람이 움직이는게 어렵다보니 자연스럽게 둘이 뭉쳐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 검, 뭐 지금 아리에스테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름없는 신’이시라지만 그 알수없는 분이 저 친구를 제 앞에 떨궈 놓은 이유나 스승님이 갑자기 편지 한 장으로 너 이제 하산해라! 라고 쓰신거나 타이밍이 너무 절묘해서 이렇게 정해져 있나 싶은 느낌입니다.”

둘은 같이 좌충우돌하며 여행을 하다 신분 증명도 어려워 일단 용병이 되었다고 한다.

전형적인 판타지 세계답게 이 세계에도 용병일이 있었다.

애초에 전쟁이 자주 일어나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이 곳의 용병들은 실제로는 내 원래 세계의 심부름 센터 역할이나 판타지 모험가를 대체하는 직업에 가깝다. 우리세계의 고고학자와 비슷한 고대 문명 전문 탐구 학자, 술사들의 호위나 마을/도시의 잡다한 일들을 대신해주는 역할이다.

그렇게 용병이 되어 여비도 벌고, 지리 적응도하고 서쪽으로 떠날 준비도 하고 있는데 한동안 여비걱정을 덜어줄 큰 껀, 퓨아스의 의뢰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검은 연기.”

잠시 망설이던 레브런트가 말을 조심스레 잇는다.

“본래는 용병일을 하면서 바로 서쪽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밀레스도 고개를 끄덕.

“브링햄턴의 고산지대 순찰이 잦아진 이유가 근래 출몰이 잦아진 마수들 탓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마수들을 죽이면 가느다란 검은 연기 같은것들이 피어오르는 현상이 드물게 있었습니다.”

“관계가 있을까요?”

“있다고 봅니다. 솔직히 이 검이 주는 느낌을 아직도 완전하게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둘이 같다! 라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고향 쪽에서 본 검은 연기는 분명히 이 검을 쥐기 전이었음에도요······”

“흠. 그럼 밀레스 씨는요?”

“저는······”

역시 밀레스도 좀 당황하면서 말을 줄인다. 하기사 서로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너무 이런저런 것을 아무렇게나 물어보았나?

그러나 그는 곧 결심한듯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뭐 짧은 기간이었지만 저 친구와 정들은 것도 있고, 네,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되겠지요. 사실 어딘가 짜 맞춘 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가 스승님의 실종과 관계가 있어서입니다. 편지 한 장 떨렁 두고 사라지셨는데 함께 사라진 물건이 하필 뭔가를 봉인한 술법도구였고 그 술법도구에서 가끔 흘러나오던 기운이 레브런트가 언급한 그 검은 기운입니다.”

“···”

“네 공통의 추적대상이 생겼으니 동행을 거부할 필요도 없고 이런 문제를 숨길 필요도 없겠죠.”

“모두 신의 뜻이야~”

‘아 신무새 그만요.’

빙글빙글 웃으며 말하는 누나를 보니 어딘가 답답함이 느껴진다.

“아 그리고.”

여태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누나의 입이 신의 뜻 운운 이후로 갑자기 트였다!

“검의 이름은 하이아네이라고 하네요.”

“무슨뜻인지? 서부 전통어도, 고어도 아니고, 중부 유목어도, 동부 전통어도 아니고, 숲의 언어도 아닌 것 같고, 엘쥬다스어도 아니고······”

밀레스는 정말로 박식한 것 같다.

나같이 스투트 위키를 쓰는 것도 아닐텐데!

“사람에게 이름이 있듯이 그냥 이름이라네요.”

“어? 설마 지금 계시가 내려온거야?”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은 그 이름없는 신의 의사전달이 있었다는 얘기?

“아니 숲에서의 계시 이후 따로 없어. 마지막 계시때도 한동안은 다음 계시가 없다고 미리 전해주시기도 했고···... 다만 검 자체가 내게 의사를 전달해오고 있어.”

“응?!”

“검의 의지가 있다는 겁니까?”

검의 주인인 레브런트는 오히려 별 생각 없어 보이는데 확~ 얼굴이 밝아지며 궁금해하는 밀레스.

“의사를 자주 전달하지는 못한다고 하는데, 저에게 뜻이 전해지네요. 레브런트씨?”

“아, 네?”

“힘 좀 작작 뽑아 쓰라네요, 매번 힘을 바닥까지 끌어내는 통에 매번 지쳐서 말도 못하겠다고···”

“예?”

“그런데 왜 직접 말을 안한데요?”

“말해도 못 알아 먹어서 답답했다는데요?”

때맞춰 검이 웅웅 거리는데 마치 서럽다는 듯이 우는 것 같다.

“아니··· 저, 그게 저로서는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 그냥 가끔 검이 진동하는 수준이고···”

“아 레브런트 그리고 보니······”

밀레스가 끼어든다.

“나도 검이 말 할거라고는 생각 못해서 전혀 눈치 못챘었는데 지금 가만히 들어보니 검이 ‘진동어’로 말하고 있다.

“그게 뭔데?”

갸웃갸웃 레브런트.

전형적인 칼잡이의 감성이라 안심이 된다.

[안심하지마 이 무식쟁이야! 네가 술사냐?!]

‘난 스투트 위키가 있으니까 괜찮아.’

[어이구야···]

‘그리고 이번 것은 스투트 위키가 아니라도 알아. 내 원래 세계 모르스 부호 같은거잖아. 이곳, 고트에서는 잘 안 쓰이지만 사막지형이 많은 중부, 특히 고트의 적성국가인 쿠드란에선 많이 쓰이잖아.’

검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이제야 알아주다니 없는 힘 짜내서 그렇게 떨어댔는데!’

······쯤 되는 말이다.

아무튼 어쩌다보니 말하는 검까지 일행에 추가되었다.

어쩐지 절대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은 일행이 되었다.


작가의말

말하는검 등장입니다.

제 옛~ TRPG팀의 동료중 하나가 습관이 이거였죠.

검을쥐고 흔들흔들

[동료] “야”(검에게 하는말)

[검] ??

[동료] “아는거 있음 정보좀 뱉어봐”

[검] ......

네 지금 주인공이 스투트에게 하는짓과 똑같습니다.

오래된 에고소드다 보니까 아는게 많아서 뭔일만 생기면 그 동료는 검을 흔들흔들하고 검에게 정보를 요구하곤했죠.

모르스부호는 그게 신호라는것을 알고 들으면 어떻게든 해석이 가능해지지만 모르스부호 읽는법을 모른다던가 혹은 그걸 신호라고 생각안하고 단순한 진동 혹은 잡음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아무것도 아니게됩니다. 사실 모든 언어/기호가 그렇죠. 제대로 된 언어라도 그것을 듣는 사람이 들을 의지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범한 판타지 기행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는 공모전 기간중 주중 5회 이상입니다~ 21.05.12 22 0 -
31 제 4장 신의 뜻 (5) 21.06.18 15 1 22쪽
30 제 4장 신의 뜻 (4) 21.06.17 9 0 12쪽
29 제 4장 신의 뜻 (3) 21.06.16 9 0 11쪽
28 제 4장 신의 뜻 (2) 21.06.15 11 1 10쪽
27 제 4장 신의 뜻 (1) 21.06.14 14 0 9쪽
26 제 3장 유적 탐사 (8) 21.06.11 15 0 11쪽
25 제 3장 유적 탐사 (7) 21.06.10 15 0 11쪽
24 제 3장 유적 탐사 (6) 21.06.09 42 0 11쪽
23 제 3장 유적 탐사 (5) 21.06.08 17 0 10쪽
22 제 3장 유적 탐사 (4) 21.06.07 36 1 11쪽
21 제 3장 유적 탐사 (3) 21.06.04 14 0 11쪽
20 제 3장 유적 탐사 (2) 21.06.03 16 0 10쪽
19 제 3장 유적 탐사 (1) 21.06.02 11 0 11쪽
18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8) 21.06.01 19 0 12쪽
17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7) 21.05.31 18 0 11쪽
16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6) 21.05.28 35 0 11쪽
15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5) 21.05.27 34 0 14쪽
»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4) 21.05.26 46 0 10쪽
13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3) 21.05.25 47 0 10쪽
12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2) 21.05.24 52 2 10쪽
11 제 2장 어둠의 자취를 찾아서 (1) 21.05.21 58 1 12쪽
10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9) 21.05.20 68 1 17쪽
9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8) 21.05.19 67 0 13쪽
8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7) 21.05.18 73 1 12쪽
7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6) 21.05.17 99 4 11쪽
6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5) 21.05.14 114 7 12쪽
5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4) 21.05.13 147 6 13쪽
4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3) 21.05.12 165 7 16쪽
3 제 1장 엘사바라드 가문의 위험 (2) 21.05.12 213 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