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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싸이코킬러, 그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폐인인댸스
작품등록일 :
2022.05.23 13:46
최근연재일 :
2022.07.17 13:04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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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68,826

작성
22.06.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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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5화 뭘 원해? (4)

DUMMY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뻗었다. 오른손바닥에 닿는 뭉클한 감각.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

어느 정도는 기억할 수 있는, 아직 완전히 잊어버리지는 않은 감각.


손바닥에서 기분 나쁜 끈적임이 느껴져 미간을 찡그렸다. 손을 뗄 때 느껴지는 끈적임. 엄청 굵고 반쯤 굳은 가래떡을 손에 쥔 느낌이다. 차이점은 이 가래떡은 기분 나쁘게 뜨뜻하고 끈적거린다는 것이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멍하게 한손을 아래 위로 까딱거리고 있다.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으음..."


차도일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신음소리인가...


차도일이 내는 괴상한 소리에 정신이 돌아온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계속 오른손을 놀리고 있었다. 마찰에 가해지니 끈적임이 금방 사라지고 뻑뻑해졌다. 손바닥이 차도일의 거기에 달라붙은 듯 잘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어찌할지 생각했다.


이, 이제...


다음 행동으로 옮겨가야 하는데 차마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뭐하냐?"


차도일이 약간 조바심난 목소리로 재촉했다.

그래도 나는 선뜻 움직일 결심을 하지 못한다.


"안 하냐? 이러고 있으면 나야 뭐 좋지..."


차도일이 웃고 있다는 건 안 봐도 알 수 있다.

나는 차도일 옆에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다. 하기로 결심했으면 해야겠지.

나는 눈을 감은채 심호흡을 하고 상체를 숙였다. 얼굴이 차도일의 그곳으로 다가간다.

거의 다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열기와 냄새가 짙어진다.

좀 더 다가가다 마지막 순간에 멈췄다. 코를 톡 쏘는 냄새가 묘하게 역하다고 느껴진 순간,


"우욱..."


나는 한손으로 입을 막았다.


"웩..."


나는 헛구역질을 했다.


혐오하는 남자의 씻지도 않은 물건을 입에다 넣는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이건 아니다 싶다. 이건 도저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눈을 떴다. 차도일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도저히 못하겠다.


"그... 손, 손으로, 손으로 하면..."

"뭐? 손으로? 장난해?"


내 시선이 밑으로 내려가서 차도일의 그곳으로 향했다. 내 오른손은 아직도 차도일의 그걸 쥐고 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손을 뗐다. 손에 불쾌한 끈적거림이 남아있어서 무의식적으로 시트에다 손바닥을 닦았다.


내가 지금까지 뭐 한거지?

나는 마치 최면에서 금방 깨어난듯이 이상할만큼 낯선 기분을 느끼고 몸서리를 친다.


"뭐하는 거야 지금?"


차도일이 끙 소리내며 몸을 일으킨다. 그와 동시에 나도 벌떡 일어나 침대를 내려갔다.


"미, 미안해요. 안 되겠어요."


나는 조금씩 뒷걸음질 쳐 차도일과의 거리를 벌리면서 말했다.


"손, 손이라면 해 줄게요. 근데..."

"갑자기 왜 그러냐? 하다말고 어디 가려고 그래?"

"아아악!"


나는 혼자 비명을 지르면서 문을 향해 달려갔다. 차도일이 더 빨랐다. 내 크로스백 끈이 차도일 손에 붙잡혔다. 차도일이 잡아당기는 통에 내 상체가 뒤로 확 젖혀졌다. 넘어지기 직전에 나는 반사적으로 크로스백 끈을 머리위로 벗겨냈다. 그리고는 방문까지 달려가 문고리를 비틀었다.


"꺅!"


그 순간, 차도일의 손이 내 머리채를 나꿔채는 바람에 미쳐 문을 다 열지 못하고 뒤로 끌려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문이 약간 열렸다는 것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내 왼손이 주머니속의 알람을 꺼냈고 핀을 빼냈다.


"삐융삐융삐융!"


귀가 찢어질 정도로 큰 알람이 방안에 울려퍼지고 열린 문틈으로 복도로도 새어나갔다.

그 서슬에 내 머리채를 잡은 차도일의 손아귀가 약간 느슨해졌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차도일의 손을 쳐냈다.

그대로 복도로 뛰쳐나온 나는 계단을 통해 로비까지 내려간 다음 모텔밖으로 한달음에 달려나갔다.


정신없이 지하철역 쪽으로 달리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본다. 어느순간 발바닥이 불 붙은 것처럼 화끈거린다는 걸 알아챘다. 내려다보니 신발은 없고 양말만 신고 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크로스백도 매고있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하아... 지갑과 핸드폰이 백에 들어있는데...

어떡하지 다시 가야되나...


나는 오른쪽 주머니를 더듬었다. 전기 충격기가 그 난리 통에도 떨어지지 않고 들어있다. 이게 있으면 다시 모텔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갑과 휴대폰은 고사하고 신발도 없이 집에 가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침 맥도날드가 눈에 띄어 나는 그리로 들어가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모텔로 조심스레 돌아갔다.

알바생으로 보이는 카운터 남자에게 사정을 설명하니 묘하게 웃으면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래도 같이 방으로 올라가달라는 내 부탁은 흔쾌히 들어준다.


방은 비어 있었는데 다행히 내 운동화는 그대로 입구에 놓여 있다. 크로스백은 차도일이 가지고 간 듯 찾을 수가 없었다.


집까지 3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었다. 복잡한 심경으로 천천히 걸는 동안 나는 몇번이나 내 머리를 쥐어박고싶은 기분이었다.


아니 바보도 아니고 왜 그딴 걸 하겠다고 해서는...

그딴 걸 꼭 해봐야 아냐 미친년아, 연주 언니가 알았으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만약 차도일이 내가 상상했던 대로 에어컨이 켜진 시원한 방안에서 깨끗이 샤워한 몸으로 얌전히 침대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눈 딱 감고 해버렸을까.

차도일의 과욕을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참으로 웃픈 일이다.


지갑 하고 휴대폰은 어쩔 거야. 고스란히 뺏기게 생겼다.

휴대폰은 락이 걸려있어서 차도일이 들여다 보지는 못하겠지만 신용카드는 빨리 정지시켜야 하는데. 그런데 차도일이 내 신용카드를 쓸 것 같지는 않았다.


차도일이 양아치임은 분명하지만 도둑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차도일에게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당하고도 기대를 걸다니.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대체 그 놈에게서 무슨 좋은 일을 기대해?

이젠 경찰에 신고하는 수밖에 없는데.

정말 신고해야겠지.

그런데 신고한다고 경찰이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 같지도 않다.


어쨌든 내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거다.

나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 집으로 돌아왔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한 컵 가득 물을 따라 마시고 난 다음에 소파에 가서 털썩 주저 앉았다.

온 몸에 힘이 하나도 남김없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 소파속으로 몸이 가라 앉는것 같았다.


스르르 소파에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오늘 있었던 일을 천천히 복기해본다.

신기한건, 그동안 차도일에게 시달릴대로 시달려서인지 오늘 일로 인한 심리적 충격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했다.


모텔방에서 차도일에게 잡혔으면 어떻게 됐을까.

차도일은 내게 나쁜짓을 했을까.

어쩐지 그건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도일은 내게 억지로 약속을 이행하라고 강제 했을지는 모르지만 그 이상의 행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거봐, 넌 차도일에 대해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게 틀림없어.

글쎄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차도일을 용서할 수는 없다.

내가 차도일을 한가지면에서 좋게 평가하는지는 모르지만 그것과 차도일을 용서하는 문제는 전혀 별개다. 차도일은 벌을 받아야 한다.


어떻게 벌을 주지. 마땅한 방법이 없다. 차도일은 본격적으로 스토킹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신용카드가 생각나서 집 전화로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분실신고를 했다.

휴대폰도 분실신고를 해야하나 모르겠다.




다음날 아침에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다 비명을 지르고 다시 드러누웠다.

온몸이 쑤신다. 팔다리가 아프고 허리도 결리고 목도 뻣뻣하다.

어제 생각보다 많이 긴장했던 모양이었다.


누운채로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몸을 일으키니 조금 나아졌다.


부엌으로 가서 시리얼에 우유를 붓고 천천히 떠 먹는데 불현듯 사적제재, 자력구제 같은 단어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사적제재. 공권력이 개인을 보호해 주지 못할 때 개인은 사적제재나 자력구제의 유혹을 받는다. 물론 금지된 일이다.


힘이 없다면 고분고분 따르겠지만 만약 그런 힘이 있다면 순순히 법의 심판에만 의지하려고 할까. 내가 가진 힘을 이용해서 차도일을 제재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내가 접근 가능한 힘.



***




11시. 테니스 레슨이다.

나는 짧은 반바지에 여름용 후드집업을 꺼내입고 집을 나섰다.


백현우는 회식이 있고나서부터는 연습 시간을 바꿨는지 내가 레슨하는 동안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김유리는 계속 눈에 띄지만 그날 너무 심했다 싶은지 나와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보인다. 그래서 회식 이후에는 좀 편안하게 레슨을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김유리는 눈에 너무 자주 띄는 경향이 있다. 내가 눈을 돌리는 방향마다 김유리다.


나를 감시하는 건가.

내 눈에 띄지 말라고 한번 말해줄까.


레슨이 끝나고 정오가 되기 전에 나는 서둘러 후드를 쓰고 23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앞에 섰다. 사람들 이목을 끌지 않기위해 후드의 색깔도 일부러 어두운 색으로 골라 입었다.


H, 한성준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휴대폰이 없으니 직접 찾아갈 수 밖에.


23층에 도착해서 안내 데스크에 사장님 계시냐 물으니 전화를 하고, 곧 한성준이 입구로 나왔다. 나를 본 한성준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진다.


"어서 와!"


한성준은 데스크 여직원 앞에서 차마 내 손을 잡을 수는 없는지 자기 손을 마주 잡는다.


"어서 들어가자."


"연주야! 반갑다, 네가 어쩐일이냐?"

사무실로 들어선 뒤, 한성준이 껴안으려 할 것 같아서 나는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안녕하셨어요?"


나는 밝게 웃었다. 당연히, 오늘은 부탁이 있어서 온 거니까.


"응 난 잘 지내, 연주도 잘 지냈어?"


한성준은 나를 끌어안고 싶어 어쩔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마실 것 줄까? 아, 점심 아직이지? 나랑 점심 먹으러 가자. 어때?"


그래, 사무실에 단 둘이 있는 것보다는 식당이 더 낫겠다.


"네, 좋아요."


한성준의 입이 찢어질 것 같다.


지하 주차장에서 한성준의 차에 올랐다.


"뭐 먹고싶어? 뭐 좋아하지 우리 연주?"

"전 아무거나 잘 먹어요. 사장님 드시고 싶은 곳으로 가세요."

"사장님?"


한성준이 나를 보며 웃었다.


"어색하다,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 그게 더 정감있잖냐."

"네."

"흠... 보자 뭘 먹을까... 설렁탕 먹으러 갈까. 설렁탕 좋아하니 연주야?"

"네, 좋아해요."

"좋아, 그럼 설렁탕집으로 출발!"


한성준은 기분이 무척 좋아보였다.

설렁탕집으로 간다고 했는데 정작 도착한 곳은 갈비집이다.


한성준은 냉면과 한우갈비 4인분을 시킨다.


"테니스 배운다고 했지? 좀 늘었나?"

"네, 잘 가르쳐주세요."

"그렇군, 골프는 배울 생각 없니? 아저씨가 골프 가르쳐줄 수 있는데."


나는 대답없이 배시시 웃었다.


"연주 네가 웃는 건 오랜만에 보네. 기분이 너무 좋은데?"


나도 웃음이 너무 헤픈 건 아닌가 싶다.

어쨋든 어려운 부탁을 해야하니 많이 웃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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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테니스 클럽 (2) 22.06.17 4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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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화 혼돈 22.06.03 3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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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최성구, H 22.05.27 43 0 12쪽
6 5화 차도일 22.05.26 48 0 13쪽
5 4화 차도일 22.05.25 52 0 13쪽
4 3화 서연주 22.05.24 6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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