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씨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싸이코킬러, 그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폐인인댸스
작품등록일 :
2022.05.23 13:46
최근연재일 :
2022.07.17 13:04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863
추천수 :
1
글자수 :
168,826

작성
22.05.30 08:31
조회
24
추천
0
글자
13쪽

8화 연주의 엄마, 아빠

DUMMY

이른 아침부터 카톡 알림의 홍수다. 자기 전 알림을 끄는 걸 잊었다.

이해일, H, 차도일, 최성구 그리고 친구들이다.


해일 - 연주야 오늘 부모님댁에 간다며? 내가 데려다 줄 게.

- 11시 너네 집 도착 예정.

나 - 알겠어.


H - 연주야, 어젠 잘 들어갔니? 생각해 보니 내가 어제 너무 심한 행동을 했던 것 같다.

너 아직 기억도 안 돌아왔는데. 다시 한번 미안. 주말 잘 지내고.

나 - 네.


차도일에게서 수십 개 와 있다. 맨 마지막 톡만 읽었다.


- 야 이 씨발년아. 네가 나한테서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해?


짜증나는 새끼. 언어폭력으로 신고 먹이고 차단해버릴까?

차도일을 차단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최성구 톡을 확인한다.


최성구 - 안녕하세요. 너무 이른 시간이죠? 죄송합니다.

근데 지금 다른 인턴 선생 헬프 해주러 가는 길인데 지금 아니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톡 드려요. 별일은 아니고 그냥 연주 씨한테 말 걸고 싶어서요.

톡 지금 확인하지 마시고 나중에 확인하세요 ^^ 그럼 주말 잘 보내세요.


나 - 네, 근무 잘 서세요. 파이팅! (이모티콘)


최성구는 시간 없다면서 길게도 썼다.

오늘 토요일인데 당직인가? 아무리 바쁘다지만 카톡 몇 줄 보낼 시간이 없을까.


최성구가 톡을 보낸 건 두 시간 전인 새벽 여섯시다.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욕창 환자의 드레싱이나 전립선 비대증 소변줄을 꽂고 있을까, 아니면 콧줄을 넣다가 막힌 인턴의 헬프를 보고 도와주러 달려가거나 변비 환자 관장을 할 수도 있다.


최성구는 헬프를 못 본 척 하지 않을 타입이다. 오히려 자기가 나서서 도와주려는 타입일 것이다.

최성구는 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

뭘 도와?


그건 나도 모른다. 어쨋든 최성구는 내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려 할 것이라는 것만 안다.


또다시 얼굴이 달아오르고 아랫배가 조여온다.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났다.


미쳤어. 미쳤어. 제정신이 아니야.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에서 차가운 생수를 꺼내 한 컵 따라 마셨다.

차가운 생수가 몸을 식혀줬지만 최성구 생각까지 떨쳐주지는 못했다.


거실로 가서 숨이 막힐 것 같은 아침 스모그에 쌓인 회색빛 도시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그러다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한숨을 쉰다.


"하아..."

"흑..."


갑자기 울음이 터졌다. 눈물이 주체할 수없이 흘러내린다.


아니, 나 왜 우는 건데?

최성구 때문인가?


얼굴을 마주 한 시간이 도합 십 분도 안 되는 남자에게, 알게 된지 이주도 안 되는 남자에게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건가 싶어서 스스로도 의아하다.


이럴 때는 내가 아닌 것 같다. 내가 사라지고 연주만 남은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


연주의 영혼이 일 그램이라도 이 몸에 남아 있다면.


"어헝... 흑흑..."


테이블에 클리넥스 통을 갖다 놓고 코를 풀어가면서 흐느낀다.


한참동안 울고 나니 가슴이 후련하다.

인기척이 느껴져 뒤돌아보니 머리를 산발을 한 연희 언니가 놀란 얼굴로 서 있다.


"야 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어? 아냐 아무것도..."

"왜? 해일이가 속 썩여?"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나도 모르게..."

"너 혹시 그거 아니야? 날짜 계산해봐."

"어? 날짜 계산?"

"넌 기집애가 왜 그리 둔하냐. 이제 막 시작한 초등학생도 아니고."

"....?"

"아무튼 대비 잘 하라고. 나 더 잘 거니까 깨우지 마. 밥 안 먹어."


연희 언니는 하품을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뭔 소리야? 날짜 계산?


연희 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한바탕 눈물을 쏟고나니 가슴이 후련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언제 그랬냐는듯 콧노래를 부르면서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내서 프라이를 하고 냉동실에서 통밀 식빵을 꺼내 토스트기에 넣었다.


프랑스산 가염 버터를 바른 토스트에 곁들여 마실 음료로 우유와 커피, 둘 중에 뭘로 할까 고민한다. 우유에다 커피를 넣어 마시면 되겠네.


열시 반에 해일이 왔다. 해일은 들어오자마자 나를 끌어안으려 한다.


"야, 연희 언니 있거든."

"...쩝."


해일이 입맛을 다시며 거실로 들어왔다가 밝은데서 퉁퉁 부은 내 눈을 보고 놀란다.


"너 울었어? 왜 무슨일인데?"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감정이 예민해졌나봐."

"감정이 왜 예민해졌냐고. 무슨 고민있어?"

"아니 없어."

"어이구 우리 이쁜이, 나 보고 싶어서 울었구나."


해일이 나를 안아 들어올리며 말했다.


"야 하지마. 빨리 가기나 해."


나는 해일의 팔을 때렸다.


해일은 부르퉁한 얼굴이다. 삐졌는지 부모님집으로 가는 내내 말이 없다.


"해일, 왜 그래? 삐졌어?"

"안 삐졌다."

"에이 삐졌네. 왜? 내가 하지 말라고 해서?"

"뭘 하지 마?"

"어? ... 그런 거..."

"그런 게 뭔데?"

"아 참, 근데 그거 말야..."


나는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어서 해일에게 묻는다.


"그때 네가 말했었잖아, 사고 났을 때 내가 엎드려 있어서 덜 다쳤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어, 어?"

"아니, 아빠가 나보고 왜 안전벨트를 풀었냐고 물어보시더라구. 나 안전벨트 풀고 엎드려 있었던 거야?"


해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너 왜 얼굴이 빨개져?"

"아, 그거? 말해 줘?"

"어."

"화 안 낼 거지? 난 사실대로 말하래서 말하는 거다?"

"뭔데? 빨리 말해 봐."

"너 그때 내 꼬추 빨고 있었..."

"꺄아아악!"

"아아! 연주야 운전자 때리면 안 돼. 그거 특정범죄 가중 처벌이야!"

"그건 택시고 변태놈아!"


미친 변태자식. 그런 걸 시키다니.


이번엔 내가 토라졌다.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여자친구를 뭘로 생각하는 거야?

그런데 시킨다고 하는 애는 또 뭐니?




부모님 집은 분당에 있는 단독 주택이었다. 조경이 잘 된 넓은 정원을 지나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얘, 너 왜 맨얼굴로 다녀? 뭐라도 좀 바르고 다녀라 기미 생길라."

"으 응, 로션은 발랐는데..."

"로션만 바르면 되니? 선크림은 꼭 발라야지. 안 그러던 애가."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잔소리다. 내 엄마가 아닌데, 내 엄마 같다. 내 엄마였으면 좋겠다.


"너 화장은 안 하는거야? 왜 그러니? 화장 잘 하고 다니던 애가?"


"해일아 너 서울 가면 연주 네일샵에 좀 데려다줘라, 쟤 손톱이 엉망이네. 발톱은 어떤가 모르겠다."


내 손을 가리키는 엄마의 손톱은 빨간색 매니큐어로 아주 곱게 단장돼있다.


엄마는 애 둘 낳은 사십대 후반 아줌마 같지가 않다. 날씬한 허리에 단장하는데 품이 많이 들 것같은 웨이브진 긴 머리. 모르긴 해도 엄마는 저 머리 관리하는 데만 하루에 두 시간 정도는 들이지 않을까.


"아 엄마, 나 혼자 갈 수 있어..."

"네 차 가지고? 네일하고 금방 운전대 잡으면 네일 망가지잖아."

"아 괜찮아요. 그깟 네일이 뭐라고..."


"얘는 무슨 소리야? 여자가 손발톱 관리를 잘 해야지. 너 옷은 또 그게 뭐냐? 목 다 늘어진 티에 후줄근한 청바지에 쯧쯧. 어디 하층 집안 출신처럼 해 가지고는. 해일이 보기에 미안하지도 않냐?"


"엄만, 내 옷 밖에 안 보여?"


"그럼 뭘 봐? 그래 너 얼굴은 예쁘다 예뻐. 누구딸인데. 그렇지만 얼굴도 다른 게 받쳐줘야 더 살아나는 거야 이것아. 네가 모자란 게 뭐가 있어서 그래? 네가 가진 것 다 누려도 모자랄 판에."


엄마, 지금 엄마가 하는 말도 별로 고상하게 들리진 않아.


"너 양회장집 알지? 그 왜 건설업하는. 그 집 딸이 이번에 결혼했는데 아주 어마어마한 집안 하고 했더라. 흥, 별로 이쁘지도 않더만 무슨 복이 그렇게 많아서 그런 집하고... 혼수를 아주 입이 딱 벌어지게 했다더라. 그 집 한 때 위험하다고 소문이 여기저기 돌았었는데 딸 덕에 아주 폈다 폈어."


"엄만 오랜만에 봤는데 그런 얘기밖에 할 게 없어? 나 어떻게 사는지 안 궁금해?"


"그런 얘기라니. 너 혼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사람은, 특히 여자는 결혼이 구십 프로야 구십 프로 이것아. 그리고 너 어떻게 살다니? 뭐 네가 뭐가 부족해서?"


"아니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해일아, 점심은 뭘로 준비하라 그럴까? 뭐 먹고싶은 거 있니?"


"아 네, 전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연주 넌 뭐 먹고 싶어?"


빙긋이 웃고만 있던 해일이 입을 열었다.


"나도 아무거나 괜찮아."

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어머니, 그럼 저희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래 쉬고들 있어, 점심 준비되면 부를 게."


해일이 내게 눈짓을 하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내 방이 이층에 있나보다.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발코니가 딸린 밝고 넓은 방이었다.

연주는 핑크색을 좋아하는 듯 내부 장식이 핑크색이 많다. 핑크색 이불이 덮인 퀸사이즈 침대를 보자 피곤이 몰려와서 이불 위에 털썩 드러누웠다.


"우리 엄마 속물 같아."

"엄마들이야 다 비슷하시지. 우리 엄마도 그래."


왠지 해일의 말투가 나를 위로하려는 것 같다.

해일이 슬며시 침대에 걸터앉는다. 해일이 나를 내려다 본다.


눈이 마주쳤다.


이대로 있으면 또 덮치려 할 텐데...


일어나서 발코니로 나가는 게 좋겠지만 나는 그대로 누워있는다.


해일의 숨결이 느껴지고 곧 입술이 뺨에 닿았다.


"넌 피부에다 무슨 짓을 한 거냐?"


해일이 감탄하는 어조로 말했다.


"뭐."

"찬양이야. 감탄 겸 찬양."


뺨이 축축하다. 해일이 내 뺨을 핥고 있다.


"아 뭐 하는 거야. 더럽게."


뿌리치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팔다리가 노곤하다. 왠지 몸이 침대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다.


해일의 혀가 뺨을 간지럽히더니 내 입가를 핥는다. 간지럽다. 침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너 침 냄새나."

"내 침 냄새 향기롭지?"

"닭똥 냄새 같은데."

"닭똥 맛을 보여주지."


해일의 혀가 입속으로 쑥 들어왔다. 나는 거부하지 않는다. 이미 H에게도 허락한 입술인데 해일에게 거부하면 모순이다.


키스는, 뭐랄까, 이상하다. 왜 남녀는 입을 맞추려고 하나.


H는 끈질기지만 능숙하고 진부하다. 해일은 성급하고 서투르지만 신선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H와 해일을 비교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는 치를 떤다.

걸레같은 계집애.


해일의 손이 셔츠 자락을 들추고 안으로 들어온 다음 배를 슬슬 쓰다듬는다.

손이 뜨겁다.


나는 아랫배에 손을 얹었다. 아래로 내려가면 안 돼.


해일의 손이 서서히 북상한다.

장마전선이 북상하듯이 지나가는 곳마다 끈적한 비를 뿌린다.


브라 밑으로 파고들어 가슴을 쥐어짜듯이 움켜쥔다.

아픔과 짜릿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해일의 성급한 손가락이 젖꼭지를 거칠게 비튼다.


그건 아프기만 할 뿐인데.


해일이 입술을 떼고 셔츠와 브라를 한꺼번에 위로 걷어올린다.

봉긋 솟은 두 봉우리가 출렁이며 세상에 얼굴을 내밀고는 새끼 박새처럼 애처롭게 몸을 떤다.


최성구.

최성구가 내 가슴을 한입 베어 문다.


왜 그 남자가 떠오르는 거야.


이래도 되는 걸까. 해일에게 이래도 되는 건가.


나는 해일의 머리를 팔로 감싸고 살짝 밀어낸다.


"엄마가 올라올지도 몰라."


머릿속으로는 최성구를 생각하면서 해일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얘들아 밥 먹으러 내려와."


엄마가 외치는 소리에 해일과 나는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서둘러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한 다음 달아오른 얼굴이 가라앉을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내려갔다.


해일은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영화를 한 편 본 다음 오후 세시에 돌아갔다.

해일은 이층 내 방으로 가기를 원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모른척 거실에서 영화를 틀었다.


최성구가 생각 나버렸으니 해일이랑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저녁때 아빠가 귀가하셨다. 사업 파트너들과 골프 라운드를 마친 아빠가 벌겋게 익은 얼굴로 현관을 들어서더니 나를 보고는 흠칫 놀라는 표정이다.


"아빠 오셨어요."

"너 언제 왔냐."

"당신은, 오늘 연주 부를 거라고 말했잖아요."

"반갑다 우리딸. 이제 아픈덴 없지?"


아빠가 선뜻 다가와 내 어깨를 어루만졌다. 약하게 풍기는 술 냄새.


목덜미가 뻣뻣해졌다. 내 등과 어깨의 근육이 긴장하고 있음이 확연했다.


왜 그러지?


아빠의 손길이 끈적하다고 느껴서일까? 아니면 옆에 서있는 엄마의 눈초리가 지나치게 날카롭다고 생각해서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싸이코킬러, 그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29화 22.07.17 51 0 13쪽
29 28화 22.07.07 17 0 11쪽
28 27화 해일 22.07.04 15 0 12쪽
27 26화 응징 22.07.03 13 0 11쪽
26 25화 뭘 원해? (4) 22.06.26 26 0 11쪽
25 24화 뭘 원해? (3) 22.06.24 20 0 13쪽
24 23화 뭘 원해? (2) 22.06.22 19 0 13쪽
23 22화 뭘 원해? (1) 22.06.20 16 0 13쪽
22 21화 테니스 클럽 (4) 22.06.19 17 0 16쪽
21 20화 테니스 클럽 (3) 22.06.19 22 0 14쪽
20 19화 테니스 클럽 (2) 22.06.17 18 0 13쪽
19 18화 테니스 클럽 (1) 22.06.16 25 0 13쪽
18 17화 새로운 관계는 22.06.15 23 0 15쪽
17 16화 그래도... 괜찮아 22.06.13 32 0 14쪽
16 15화 그래도 인생은 22.06.11 23 0 13쪽
15 14화 관계의 의미 22.06.11 21 0 13쪽
14 13화 균열 22.06.06 20 0 13쪽
13 12화 균열 22.06.05 20 0 13쪽
12 11화 혼돈 22.06.04 18 0 12쪽
11 10화 혼돈 22.06.03 18 0 13쪽
10 9화 연주의 엄마, 아빠 22.05.31 26 0 13쪽
» 8화 연주의 엄마, 아빠 22.05.30 25 0 13쪽
8 7화 H 22.05.28 30 0 13쪽
7 6화 최성구, H 22.05.27 28 0 12쪽
6 5화 차도일 22.05.26 35 0 13쪽
5 4화 차도일 22.05.25 39 0 13쪽
4 3화 서연주 22.05.24 51 0 13쪽
3 2화 서연주 22.05.23 57 1 12쪽
2 1화 그녀 22.05.23 62 0 10쪽
1 프롤로그 22.05.23 77 0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