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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싸이코킬러, 그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폐인인댸스
작품등록일 :
2022.05.23 13:46
최근연재일 :
2022.07.17 13:04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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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8,826

작성
22.05.2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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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최성구, H

DUMMY

트레이닝복만 주구장창 입기는 좀 그랬다.


뭔가 다른 걸 입기는 해야 하는데...

속옷 차림으로 옷방 안에 서서 뭘 입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가장 무난한 연하늘색 청바지를 꺼냈다. 그런데 발을 꿰어보니 스키니다. 다른 걸 입을까 하다 귀찮아서 그냥 입기로 한다.


이런 걸 어떻게 입는대?


종아리에서 허벅지까지는 어찌어찌 끌어올렸는데 엉덩이가 안 들어간다.

바닥에 드러누워서 발악한 끝에 간신히 단추를 잠궜다.


휴 힘드네...

여자는 피곤하구나.


위에는 흰색 긴팔 티셔츠를 입었다. 거울에 비춰본다. 그럭저럭 무난하다.


근데 셔츠를 바지안에 집어넣는 게 더 어울리겠다. 셔츠를 대충 바지속에 우겨넣고 거울에 비춰본다. 진이 딱 달라붙어 팬티 라인까지 드러날 것 같은 엉덩이를 다 내놓는 게 좀 쑥쓰럽다.


셔츠로 가릴까...

아니 그냥 두자. 연주는 다리가 길어서 이게 보기 좋아.


나는 입은 옷에 거의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다. 청바지와 티셔츠 아니면 슬랙스에 와이셔츠, 또는 폴로 셔츠가 내가 아는 패션 코디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옷장에 걸린 연주의 옷들을 보니 어질어질했다. 저 중에 몇 종류나 입을 수 있을까.


집을 나와서 지하철을 탔다. 지하주차장에 연주의 차가 있지만 가까운 거리라 지하철이 편했다.


내 여자친구를 만나러 병원으로 가는 길이다.

마취과 닥터 김유진.


내가 전화를 걸어 그 환자라고 설명 했더니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


유진은 내 의대 동기다.

난 어쩌다 유진과 연인 관계가 됐을까?


사실 내게 필요한 건 파트너였는데. 섹스 파트너.


인간관계는 피곤했다.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여자친구는 더더욱 힘들었다.


처음엔 유진도 그냥 파트너였다. 그러다 조금씩 유진이 다가왔고 나는 내버려 뒀다.

여자는 왜 정서적 교감을 나눠야 하는 생물인 걸까. 내 생각이었다.


유진은 내게 많은 걸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곁에 뒀을 것이다. 내 에너지를 그리 많이 나눠주지 않아도 됐으니까.


그냥 궁금했다.

유진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그리고 내 몸의 상태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 해서.


유진과 만나기로 한 곳은 병원 로비에 있는 커피숍이다. 약속시간보다 십 분 일찍 도착했다.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가만히 앉아서 로비를 둘러본다. 병상 수로 우리나라에서 한 손에 꼽히는 곳이다. 드넓은 로비가 사람들로 가득하다.


바쁘게 오가는 의사들과 간호사들,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과 그들의 보호자, 문안객들.


정신이 혼미해진다. 죽어가는 사람들, 여기로 와서 죽는 사람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다 죽어가는 사람들이다.


주문이 나왔다고 몸을 떨어대는 막대기를 들고 카운터로 향한다.

아메리카노 컵을 들고 자리로 돌아오려는데 숍으로 들어오는 가운을 입은 남자들과 마주쳤다.

그들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는 건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주변시라는 게 있으니까.


그 중 한 사람이 계속 나를 힐끔힐끔 돌아본다.

부담스러워져서 일부러 반대쪽을 바라본다.


와서 번호 달라고 하지 말아줬음 좋겠다.


"저기..."


남자 목소리.


아 또야...


고개를 돌려 남자를 올려다본다.

어, 그런데 어디서 본 얼굴이다. 어디서 봤더라...


"이렇게 금방 뵈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저 기억하시겠나요?"

"아 공중정원 인턴 양반, 아 아니 인턴 선생님!"


나도 모르게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공중정원에서 내 번호를 따려고 했던 인턴. 그래도 아는 얼굴을 만나니 어쩐지 반가운 기분이 든다.


남자가 헤벌쭉 웃는다. 무슨 세상 다 가진 표정이다. 앉으라고 말 안 했는데 앞자리에 턱하니 앉는다.


"예, 맞아요! 기억하시네요. 고맙습니다. 기억해 주셔서. 헤헤."

"하하 반가워요."

"아 정말요? 와! 고맙습니다."


아니 내가 왜 반갑다고 했지? 그냥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바보스럽게 웃는 남자가 살짝 귀엽다는 생각은 했는데...


"힘들죠?"

"예? 아 예, 며칠 전까지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은 꿀 보직을 받아서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어요. 헤헤."


"아, 마취과 도시는구나. 마취과가 상대적으로 널널하긴 하... 다고 하더라구요."

"어? 어떻게 아세요? 환자 겸 의사이신가요? 아, 이제 퇴원하셨으니 환자는 아니네요."

"베프가 의사예요. 그래서 좀 아는 편이죠."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이제 번호는 기억나셨나요?"


남자가 눈웃음치며 핸드폰을 쓱 내민다. 나는 기꺼이 핸드폰을 받아서 번호를 찍어준다.

남자가 냉큼 핸드폰을 받아 가더니 전화를 건다.


울리는 내 핸드폰을 들어 올려 보여주니 남자가 고개를 꾸벅 숙인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제 이름은 최성..."


"너 뭐 하냐?"


날카로운 목소리가 남자의 말을 칼같이 잘랐다.

가운을 입고 갈색 뿔테안경을 쓴 여자가 팔짱을 끼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유진이다.


남자가 귀신이라도 본 표정으로 벌떡 일어섰다.


"헉, 서 선생님..."

"최선생 시간이 남아도나 봐? 병원에서 데이트도 하고?"


유진이 나를 곁눈질로 째려보면서 티껍게 말했다. 나는 일어나서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쩐지 인턴의 여자친구가 상사에게 인사하는 모양새다.


"되게 급한 용무이신가 봐요? 근무시간에 남자친구 불러내고."


유진이 내게 쏘아붙인다.


"아, 그게 아니라요. 저희 그런 사이가 아니고 우연히..."

"뭘 멍청히 서 있지? 할 일이 그렇게 없어 최선생?"


유진은 내 말을 자르고 멍하니 옆에 서있는 인턴을 다그친다.


인턴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와 유진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고 커피숍을 뛰다시피 나갔다.


유진이 오늘 무척이나 신경이 날카로워보인다. 원래 이렇지는 않은 친군데.

유진이 나를 무시하고 커피숍 안을 둘러본다.


"저, 닥터 김유진 선생님이시죠..."


내 말에 유진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저, 제가 서연주예요."

"아 그래요? 절 어떻게 알아보셨는지...?"

"병원 홈페이지에서 선생님 사진을 봤거든요. 바로 알아볼 수 있었어요."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사진은 유진의 리즈시절 모습으로 꽤 예쁜 모습이다.

유진의 미간이 좀 부드러워졌다.


흠... 여자들이란...


"아, 그럼 아까 그 친구랑은...?"

"그냥 좀 아는 사인데 우연히 마주쳤어요. 그래서 잠깐 인사 나눈거구요."

"그렇군요. 실례했네요. 그런데, 오늘 제가 뵙자고 한 건..."

"네."


유진은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간다. 유진다운 행동이다.


"혹시 그 때 뭐라도 기억나는 게 있으신가 해서요. 그 수술실에서요."

"아... 기억이요..."

"의식이 없으셨다고 듣긴 했어요. 앰뷸런스를 타고 오는 중간에 의식을 잃으셨다고."


내가 서연주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다.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나는 내가 겪은 일을 말한다.


"기억은 없는데, 수술실에서 제가 몸부림쳤던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이 어렴풋하게 있어요. 그리고 이상한 환상을 본 것 같아요."


"환상이오? 어떤?"


"수술실에 붉은 안개 같은 게 자욱하게 깔린 것 같은? 혹시 그때 스태프들께서 말씀 안 하시던가요?"

"붉은 안개요?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그럼 그때 깨어있었단 말씀인가요?"

"아뇨, 전 마취 상태이긴 했는데요, 왠지 그런 걸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깨어났을 때요."


내가 그때 본 건 확실히 붉은 피안개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기절했었지.


유진은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이 여자는 나를 걱정하고 있다. 김유진, 너 나를 사랑하는 거야?


"그럼 무슨 일이 생기긴 생겼단 말이네요..."

"저, 닥터 정상인 선생님께서는 좀 어떠신가요?"


"... 아무 일 없어요. 아무 일도. 그냥 모든 게 그대로예요."


"..."

"한가지, 특이한 일은 있어요."

"그게 뭔데요?"


"EEG, 아니, 뇌파 검사를 해보니 베타파와 감마파가 검출되고 있어요. 말하자면 뇌가 깨어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몸이 깨어나지 않아요. 2주가 다 돼도록."


유진의 목소리가 잠겼다. 희망을 얘기하는데 목소리는 절망적이다.


EEG에서 베타와 감마가 주로 검출된다면 뇌가 과도한 흥분상태이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말인데. 이게 무슨 현상일까.


"몇 년만에 깨어나는 사람도 있다잖아요. 힘 내세요."

유진이 나를 쳐다본다. 네가 왜 그런말을 하냐는 표정이다.


아차.


"아, 아니, 그 닥터 정 선생님이랑 친한 사이이신 것 같아서요."

"...예, 친한 사이인 건 맞아요. 의대 동기고."

"네에..."

"그럼 전 이만."


유진이 일어섰다.


"저기, 혹시 그 닥터 정 선생님 가족분들은 어떠신가요..."


유진의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힐난이랄까, 책망이랄까 혹은 후회같은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눈빛에 엿보인다. 서연주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뭐... 아버님이 지난 주에 면회하고 가셨어요. 슬퍼하고 계시죠. 그럼 전 이만."


유진이 목례를 하고 냉랭한 얼굴로 돌아섰다.


내가 예과 2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아버지와는 그때부터 사이가 벌어졌다. 어머니는 우리 부자 사이에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하신 분이었다.


아버지와는 추억이랄 게 없다. 아버지는 어쩐지 타인같다. 아버지는 일부러 나를 멀리했다는 생각을 한 지 오래 됐다.


혹시 아버지는 내가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아셨을까.



*



안될 게 뭔가.

내가 싸이코패쓰가 안될 게 뭐냐는 말이다.


서연주 몸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까진 이 몸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것뿐이다.

남자의 강한 육체에서 약한 여자의 몸으로 전이했으니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 것뿐이다.


나는 보통 인간으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내 유전자가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있지가 않다.


어쩌면 서연주의 환경이 내게는 이상적인 환경일 수도 있다.

몸이 바뀌고 난 후로 '그것'은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대로 내 본성을 추구해도 된다는 말 아닐까.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그 인턴에게서 카톡이 왔다.


- 아까 놀라셨죠? 죄송해요 그 분 원래는 상냥하신 분인데 오늘은 저기압이시네요

저는 최성구라고 합니다 예 군기 빠진 인턴입니다 ^^

만나 뵙게돼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또 뵐 수 있으면 가문의 영광이겠습니다


- 저는 서연주라고 해요 저도 반가왔어요!


- 녭!!


최성구. 인턴의 얼굴을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할리우드 배우 브랜든 프레이져를 닮은 훈남인데 이름은 좀.... 하지만 뭐 나름대로 순수하네.


다른 메시지도 살폈다.


안부를 묻는 해일의 메시지. 답변: 그래 나중에 봐.


차도일의 메시지. 안 읽음


H 아저씨 메시지. 어떡할까. 일단 누군지는 알아봐야 하나? 일단 보류.


엄마의 메시지도 있다.


- 연주야 너 집에 한 번 안오니?

- 오늘이나 내일 쯤 집에 왔다가라.

- 네, 내일 갈게요.


친구들 메시지. 일단 읽고 대충 처리. 모르는 건 기억을 잃었다고 솔직히 말해야겠지. 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나면 조만간 친구들도 봐야 할 터다.


연주 친구들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난감하긴 하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기대감도 있다.


'띠링'


문자 메시지 알림이다. 열어보니 H 아저씨다.


<연주야, 지금 전화할 참이야. 너는 전화하지 말라고 했지만 너무 답이 없어서 내가 불안해서 안 되겠구나.>


오분쯤 지나서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연주야! 너 무사하냐?"


중저음의 중후한 지성미가 느껴지는 목소리. 적어도 차도일 같은 양아치는 아니다.


"네,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했었어요."


"저런! 그럼 병원이야? 얼마나 다쳤는데?"


"퇴원한 지 좀 됐어요."


"그렇구나. 천만 다행이네, 다행이야. 지금은 어디 아픈덴 없고?"


"네."


진심으로 걱정하는 게 느껴진다. 뭐 그렇겠지 만나는 어린 여자애가 다치면 곤란하잖아?


"연주야."


"네."


"오늘 저녁 피곤하지 않으면 내가 몸에 좋은 거 사주고 싶은데... 나올 수 있겠니."


"좋아요."


H와 연주, 이 둘은 무슨 관계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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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뭘 원해? (2) 22.06.22 37 0 13쪽
23 22화 뭘 원해? (1) 22.06.20 33 0 13쪽
22 21화 테니스 클럽 (4) 22.06.19 32 0 16쪽
21 20화 테니스 클럽 (3) 22.06.19 38 0 14쪽
20 19화 테니스 클럽 (2) 22.06.17 35 0 13쪽
19 18화 테니스 클럽 (1) 22.06.16 40 0 13쪽
18 17화 새로운 관계는 22.06.15 41 0 15쪽
17 16화 그래도... 괜찮아 22.06.13 58 0 14쪽
16 15화 그래도 인생은 22.06.11 41 0 13쪽
15 14화 관계의 의미 22.06.11 29 0 13쪽
14 13화 균열 22.06.06 27 0 13쪽
13 12화 균열 22.06.05 46 0 13쪽
12 11화 혼돈 22.06.04 26 0 12쪽
11 10화 혼돈 22.06.03 27 0 13쪽
10 9화 연주의 엄마, 아빠 22.05.31 36 0 13쪽
9 8화 연주의 엄마, 아빠 22.05.30 35 0 13쪽
8 7화 H 22.05.28 45 0 13쪽
» 6화 최성구, H 22.05.27 35 0 12쪽
6 5화 차도일 22.05.26 43 0 13쪽
5 4화 차도일 22.05.25 48 0 13쪽
4 3화 서연주 22.05.24 62 0 13쪽
3 2화 서연주 22.05.23 66 1 12쪽
2 1화 그녀 22.05.23 7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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