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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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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킬러, 그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폐인인댸스
작품등록일 :
2022.05.23 13:46
최근연재일 :
2022.07.17 13:04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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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8,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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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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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8화 테니스 클럽 (1)

DUMMY

오늘은 토요일. 오후 3시부터 테니스 모임이 있는 날이다.


나는 아침부터 뭘 입고 나갈지 지난번 백화점에서 사온 테니스복들을 죄다 꺼내놓고 거울에 비춰보고 있다.


우선 테니스 코트에서는 흰색 주름치마를 입는 게 국룰이라는 블로그 글을 보고 흰색 치마와 코디를 해본다.

흰 치마에 초록색 폴로셔츠를 입고 거울에 비춰본다.


뭐 괜찮네.


그 다음엔 검정색 폴로셔츠와 라운드넥. 둘 다 그럭저럭 어울린다.

검정 치마에 흰 티, 하늘색 치마와 초록색 라운드넥, 등등 가능한 모든 조합을 다 입어본다.

상의를 꺼내 입어보기도하고 넣어 입어보기도 한다.


다 어울리는데?

어떻게 다 어울릴 수가 있는 거야?

헐... 나 뭐지?


"연주야 우리 브런치 먹으러 나가자."


방문이 벌컥 열리고 연희 언니의 머리가 불쑥 들어온다.


"아 언니 노크 좀 해! 깜짝 놀라잖아."

"너 뭐 하냐?"


"어 내가 테니스 레슨 받거든? 오후에 테니스 모임 있어서."

"근데 뭐 하냐고? 이 옷들은 다 뭐야?"

"어 저번에 백화점 가서 샀어."

"미친년 테니스 배우는 게 아니라 패션쇼하러 가냐?"

"아 이게 뭔 패션쇼야."


"해일이랑 같이 받는거야? 해일이는 골프 치잖아?"

"아, 해일이는 아니고 나 혼자 배워."


"뭐어? 그런데 왜 이지랄이야? 어?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아 뭐! 좀 예쁘게 입고 나가면 안 돼?"


"예쁘게 입고 나가서 누구 후리려고 이년아! 너 또 이상한 게 달라붙으면 어쩔라 그래?"

"힝..."


"칼 같이 자르지도 못 하는 게."

"자를 수 있다 뭐..."


솔직히 말하면 그 남자가 좀 신경쓰이기는 한다.


그 테니스 선수급 남자.

그 남자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너 내가 경고하는데 그냥 츄리닝 입고 나가라. 테니스 배우는데 뭔 패션이야?"

"츄리니잉?"

"그래, 너 동호회 나가면 남자 여자 얼마나 눈 맞는지 몰라? 인터넷에서 안 봤어?"


"나 신경 끄고 언니 남자 친구한테나 신경 쓰지?"


"어? 너 내 남자친구 기억나냐?"


그냥 넘겨짚어 본 건데 맞췄네.


"그, 기억나지 그럼..."


"그 바보같은 새끼는 지금 연구실에 처박혀서 논문 쓴다고 정신없어. 만날 시간도 없고 나 이제 지쳤어. 헤어져야 할까 생각 중이야. 내가 왜 그런 남잘 만났지?"


"언닌 눈이 너무 높잖아."


"아냐 이것아, 날 확 잡아주는 사람을 못 만난 거야. 무슨 남자들이 다들 그리 연약해 갖고."


오 그럼 차도일하고 딱 천생연분이겠다.

나는 차도일과 언니가 같이 서있는 상상을 하고 풉 웃었다.

뒷맛이 씁쓸한 상상이다.


"아무튼 난 너 보내고 난 담에 갈거야. 그리 알아라. 해일이가 무슨 말 안 해?"

"무슨 말?"

"뭐, 그런 거 있잖아, 약혼식이라든가 그런 거. 걔 졸업하려면 아직 1년 남았으니까 약혼이라도 해 놓는 게 낫잖아."

"...."


차마 해일이랑 헤어졌다고 말 할 수가 없다. 어차피 곧 알게 될 텐데.


"어쨌든 너어 츄리닝 입고 나가. 그런 거 입고 나가서 괜한 남자들 눈 어지럽게 만들지 말고."

"아 알았어!"


"브런치 먹으러 나가자. 석촌 호수 옆에 잘하는 집 오픈했다더라. 거기 와플하고 팬케잌이 디게 맛있대."

"와플하고 팬케잌이면 걸어서 5분 거리에 많이 있잖아?"


"야 거기 칠리 수프도 한대. 너 칠리 좋아하잖아. 치킨 샐러드하고. 브런치 카페 찾아다니는 게 하나뿐인 이 언니의 주말의 낙이란 거 모르냐."

"알았어."


결국 언니의 차로 석촌호수의 브런치 카페로 가서 나는 칠리와 마늘빵, 치킨 샐러드를 주문했고 언니는 평범한 파니니 샌드위치 하나만 시켰다.


"언니, 맛있는 거 다 먹을 것처럼 하더니 왜 이거만 시켰어?"

"생각보다 별로네. 그냥 빨리 먹고 나가자."

"까다롭긴."


그런데 언니의 관심이 떠난 이유는 카페가 별로여서가 아니었다.

식사 하는 내내 휴대폰만 들여다 보면서 카톡을 하더니 결국 전화통화를 한다.


언니가 내게 입 모양으로 남자친구라고 말한다.


"아니, 내가 말했잖아 난 못한다고."

"어, 어,... 그래... 난 못 가. 혼자 가."

"아니이, 나도 내 생활이 있고, 내 꿈도 있어. 난 희생 못 해. 어? 그게 희생이지 뭐야?

... 그래 알았어 끊어."


언니의 표정이 안 좋다.


"왜 그래? 싸웠어?"

언니는 고개를 젓는다.


"미국 가쟨다. 여름에 포스트 닥터로 2년간 동부에 있는 무슨 연구소 간다네. 결혼식 올리고 같이 가쟨다. 갑자기 뭔 결혼이니. 그리고 내가 왜 따라가. 회사는 어쩌고. 웃겨."


"왜 따라가지 그래. 밥만 챙겨주고 나면 할 일도 없을 거 아냐. 느긋하게 구경도 하고 푹 쉬다오면 되겠네."


"미친년."


언니의 표정이 너무 어두워서 나는 언니를 끌고 옆에 있는 L 몰로 갔다.

기분 전환용으로 간단한 쇼핑이나 할 셈이었다.


로비를 지나서 긴 회랑을 걷는데 뒤에서 모델 같은 남자 둘이 말을 건다.


"미인분들 저희랑 오늘 노실래요? 저희 밤에 클럽 룸 잡고 놀 건데. 어때요?"

"네, 미안합니다. 바빠서요."


언니가 매몰찬 음성으로 쳐다보지도 않고 남자들을 쳐낸다.


내가 웃어주니 한 사람이 따라오는 시늉을 하다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돌아간다.


"언니 언니, 저 남자들 모델인가봐 키도 크고 되게 잘 생겼다. 같이 놀자 기분도 꿀꿀한데."


"미친년아 해일이한테 꼰지른다. 근데 저런 건 2000년대 초에 유행하던 방식 아니니?"


"어? 2000년 초? 언니 유치원 때 저랬어?"


등짝 스매싱.


"아얏! 언니 완전 엄마 같애!"


우리는 옷 상점들을 둘러보다 아무것도 사지 않았고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콘 하나씩 사들고 벤치에 앉아서 먹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테니스장으로 출발할 시간이 다가와서 나는 옷방에 들어가 트레이닝복을 골랐다.


트레이닝복 중에서는 그나마 세련돼 보이는 검정색 아디다스.

언니가 감시의 눈을 번득이고 있으니 치마입고 멋 부릴 생각은 일찌감찌 포기.

차라리 편하다.


근데 원피스도 못입는 내가 짧은 치마는 어떻게 입을 생각을 했는지 의아하다.


나중엔 원피스도 한 번 도전해봐야 겠네.


얼굴엔 로션과 선크림, 입술 틴트만 바른다.


언니가 마스카라는 안 하냐고 해서 지난번 유튜브 보면서 공부한 대로 마스카라도 도전해 본다.


먼저 뷰러로 속눈썹을 한껏 위로 치켜들고, 원래 긴 속눈썹이 위로 들려있지만 뷰러를 쓰니 더 예쁘게 들린다. 그러고 나서 워터프루프 마스카라를 아래 위로 꼼꼼히 바른다.

하고 나니 눈이 훨씬 예뻐 보인다.


마스카라 바를 때 다른 곳에 묻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해서 다 바르고 나니 지친다.


여자란 정말 힘들다는 걸 새삼 느낀다.


검정 트레이닝복에 핑크색 바람막이를 입고 집을 나섰다. 언니가 현관까지 따라나온다.


"언니 내가 유치원생이야? 따라나오고 그래."

"물가에 내놓은 애 같아서 그런다. 근데 너 여왕벌 안 된다?"

"뭐 여왕벌? 그런 거 관심 없거든?"


"니가 관심 있든 없든 너는 그렇게 되기 쉽잖아. 기억 안나? 학교 다니는 내내 너 그것때매 힘들어 했잖아. 그러니까 항상 조심조심, 알겠지?"

"알겠어..."


그랬었구나.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딜가나 항상 남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그것 때문에 여자들의 시샘과 경쟁에서 탈락한 남자들의 음해를 받았겠지.


관심의 반대는 증오니까.


연주는 아마 얌전한 성격이었을 것이고, 그러면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연주 전화번호부만 봐도 여자 이름보다는 남자 이름이 월등히 많다.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네비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출발한다. 모임은 처음이라 어쩐지 긴장된다. 한편으로는 설레이는 기분도 있다.



나는 원래 사람들을 관찰하기 좋아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커피를 마실 때 입술모양은 어떻게 하며 어느 손가락을 주로 사용해서 컵을 들어올리는지,

말을 할 때 치아가 많이 노출되는 타입인지 혹은 입술을 거의 벌리지 않는 타입인지,


그런 세세한 것들을 관찰하는 게 꽤나 재미있었다.


그런 것들은 나중에 그들을 목표로 삼게 되었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정보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아니다.


지금의 나는 그저 사람들을 보는 데서 흥미를 느낀다.


그들이 살아움직이는 모습, 공을 치러 몸을 비트는 동작에서 볼 수 있는 허벅다리 근육의 파워풀한 수축이라든가, 유려한 라켓의 궤적 같은 것들의 생동감이 내 마음에 전해진다.


진짜로 여자가 돼버린 듯한 느낌에 쓸쓸하기도 하지만,


너무 깊게는 생각하지 말자.


내일 어찌될 지도 모르는 몸으로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이건 모두 일회용 감정이잖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코트로 들어간다.


우리 클럽 전용 코트가 여섯 개나 된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어서 깜짝 놀란다. 적어도 오십 명은 돼 보인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에 있는 남녀 수십 명이 한 장소에 모여 있으니 마치 테니스 코트 전체에서 화사한 빛이 뿜어 나오는 것 같다.


스포츠 동호회 답지 않게 의외로 균형 잡힌 남녀 성비다.

그 말은 그러니까 여자가 스무 명 이상이나 된다는 소리다.


그런데 여자들의 패션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연희 언니 두고 봐 집에 가면 죽었어.


아무리 둘러봐도 나처럼 트레이닝 복 입고 온 여자는 단 네 명이다. 물론 나 포함해서.


그 외는 모두들 숏 팬츠에, 나풀거리는 치마에, 예쁜 머리 리본에, 진한 풀메 (풀 메이크업) 를 한 여자들도 있다.


나는 서울 한복판에 데려다 놓은 시골뜨기처럼 쭈뼛쭈뼛 코트로 들어섰다.


"지금 오신 분들 여기로 오셔서 등록하세요."


코트 옆에 세워놓은 캐노피 텐트에서 코치가 나와서 외친다. 나는 그쪽으로 쭈뼛쭈뼛 걸어간다.


"성함이."

"서연주요."

"초보자 레슨은 20분 뒤부터니까 몸 좀 풀고 계시면 됩니다아."

"네."


코트에서는 남녀가 섞여서 자유롭게 랠리를 하고 있다. 나같은 초보가 끼어들 틈이 없다.


두리번거리다 코트 옆 벤치에 앉아있는 츄리닝 차림의 여자를 발견하고 그리로 간다.


적과의 사투 중에 아군을 만난 느낌이다.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여자가 안경을 닦던 동작을 멈추고 안경을 쓰고 나를 올려다본다.

그러고는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여자는 동그랗고 통통한 얼굴에 짧은 단발머리를 뒤로 묶어 마치 고등학생 같은 앳된 분위기를 풍긴다.

어쩐지 하는 품이 좀 어리바리하지만 그래도 귀엽게 봐줄 만한 인상이다.


여자가 꾸벅 인사한다.


"안녕하심까. 처음 보는 얼굴임다?"

"네, 저 시작한 지 일주일 됐어요. 여긴 오늘 처음인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나는 안경 여자 옆에 앉아 웃으면서 대화를 시작한다.


그런데 말투가 왜 저래? 일부러 저러나?


어쨋든 대화 할 상대를 찾은것만해도 감사할 따름이다.


"여기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많슴다. 세상 일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네, 여기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심다."


여자가 마치 자신에게 설명하듯이 말한다.

정말 적응이 안되는 말투다. 일부러 하는 건 아닌것 같다.

여자의 괴상한 말투에 웃으면 안되는데 웃음을 참기가 어렵다.


"네? 아 네에... 푸웃..."


"허, 김유리가 큰일 났네 났어..."


"네?"


"저기 중간 코트 오른쪽에 흰 치마에 핑크 상의 보이심? 저 분이 김유리임다.

저 분 이제 큰일 났음요."


안경 말대로 흰 치마에 핑크색 민소매 셔츠를 입은 늘씬한 여자가 멋진 폼으로 포핸드를 날리고 있다.


그런데 어쩐지 어디서 본 인상이다.

그런데 어라, 맞은편에서 랠리를 하는 남자는 그 남자다. 레슨 첫 날 그 선수급 실력의.


레슨 첫날 봤던 그 남자와 여자다.


근데 왜 큰일이 나?


"네? 큰일이 나요?"


"후후후,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니까요."


"경쟁자요?"


"아니지, 이건 경쟁자도 아니야. 그냥 씹어먹는 수준이잖아?"


여자가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혼잣말은 또 정상적 말투다.


어쩐지 테니스장 보다 PC방에 있으면 더 어울릴 것 같은 여자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김유리와 남자 보다, 테니스 보다 이 안경 쓴 여자에게 더 흥미가 쏠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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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뭘 원해? (2) 22.06.22 19 0 13쪽
23 22화 뭘 원해? (1) 22.06.20 16 0 13쪽
22 21화 테니스 클럽 (4) 22.06.19 17 0 16쪽
21 20화 테니스 클럽 (3) 22.06.19 23 0 14쪽
20 19화 테니스 클럽 (2) 22.06.17 18 0 13쪽
» 18화 테니스 클럽 (1) 22.06.16 26 0 13쪽
18 17화 새로운 관계는 22.06.15 24 0 15쪽
17 16화 그래도... 괜찮아 22.06.13 32 0 14쪽
16 15화 그래도 인생은 22.06.11 24 0 13쪽
15 14화 관계의 의미 22.06.11 21 0 13쪽
14 13화 균열 22.06.06 20 0 13쪽
13 12화 균열 22.06.05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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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화 혼돈 22.06.03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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