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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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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킬러, 그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폐인인댸스
작품등록일 :
2022.05.23 13:46
최근연재일 :
2022.07.17 13:04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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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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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68,826

작성
22.06.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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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3화 균열

DUMMY

술집 앞에서 쪼그려 앉고 난 후의 기억은 희미하다. 아마도 나연과 최성구가 같이 나와서 해일을 달래고 나를 부축해서 다시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던 듯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최성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이제 정신이 좀 드세요?"

"네..."


테이블 맞은편에서 해일은 우울한 표정으로 술잔을 연거푸 입으로 가져가고 있다. 나연은 옆에서 해일에게 안주를 권하기도 하고 술잔을 같이 부딪히기도 하면서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웃는다.


술이 조금 깨고나니 나는 내가 삼류 신파극의 한 어색한 장면 속에 앉아 있다는 걸 알았다.

등장인물 스스로가 쓰는 우스꽝스런 장면이다.


해일과 나는 각자 다른 사람을 옆에 앉혀놓고 연인처럼 굴고있다.


자기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같이 다정하게 앉아있는데 세상이 무너진듯이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술잔만 기울이는 해일.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나를 데리고 나가는 게 원래의 시나리오인데, 왜 햄릿처럼 고뇌에 가득한 얼굴로 술잔만 바라보고 있는 거지.


설령 내가 바보같이 굴었더라도 무시하고 집으로 데려가야 하는 것이 등장인물이 따라야 할 플롯인데.


나는 내가 해일에게 한 일은 생각지도 않고 해일의 우유부단함을 마음속으로 비난하고 있다.

내가 해일에게 한 일은 해일의 세계를 무너뜨린 일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해일이 세상이 끝난듯이 술잔만 들고 있는 것이라는 걸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해일은 내가 선택한 남자친구가 아니라는 생각을 나는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 관계는 양가 합의에 의해 탄생한 관계 아니던가.


한 집안의 형제를 한 여자에게 차례로 소개해 준다는 게 대체 어떤 행동 준칙에 의해 할 수 있는 일인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 소름끼치는 무감각함에 대한 거부감이 해일에게로 옮겨갔을 수도 있다.


해일과 눈이 마주친다. 나는 미안함을 담은 눈길을 보내지만 해일은 거부한다.

미안하면 스스로 해결하라는 뜻인가. 나는 스스로 해결할 마음이 없다.


미안함을 표시한 건 이 다음에 내가 벌일 행동을 알기 때문일 뿐이다.

나는 이대로 계속 가고 싶다.


나는 최성구의 옆얼굴을 보면서 신선함을 느낀다.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보는 건 언제나 좋다.

시원하게 뻗은 콧대가 감성을 자극한다.

최성구와 이런식으로 만난 건 좀 별로지만.





나는 아까 나연이 해일을 바라보던 것과 똑같이 최성구를 지그시 바라 본다.

하도 대놓고 빤히 보고 있으니 최성구가 나를 돌아보고는 자기 뺨을 문지른다.


"혹시 제 얼굴에 뭐 묻었습니까?"

"아뇨, 퍼펙트예요."

"예?"

"아니, 아무것도 안 묻었다구요..."


이제 해일은 헤롱거리는 게 반쯤 맛이 갔다.

거의 나연이 품안에 안겨있다시피하다.

나연이 물수건으로 해일의 이마를 닦아주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흘겨본다.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다.


설마 걸레년이라고 말한 건 아니겠지?

입모양이 똑같은데...


그래, 이왕 걸레가 된 김에...

나는 최성구에게 귀속말로 속삭였다.


"우리 나갈래요?"


내 말을 들은 최성구의 표정이 살짝 변하긴 했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대답은 긍정적이다.


"예, 나가요."


나는 나연에게 손짓으로 우리 갈게 하고는 테이블에서 계산서를 들고 살며시 일어났다.

술값을 계산하고 술집을 빠져나갈 때까지 해일이가 깨어날까봐서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나연이 우리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나는 나연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휴... 살았다.


근데 나연이 저게 소문 내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된다.


최성구 만난 게 기뻐서 그 생각을 못했다. 근데 이제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쏟아진 물인 걸.


나는 최성구에게 찰싹 달라붙어 그의 팔을 끌어안고 걷기 시작했다.


"어디 가서 가볍게 한 잔 더 할까요?"


목적지를 정하지도 않고 무작정 걷다가 최성구가 내게 제안했다.


"네 좋아요."


술을 더이상 마실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냥 앉아서 이야기는 하고 싶었다.


우리는 번화가에 있는 이자카야로 갔다. 작은 룸들이 있어서 프라이빗한 공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내가 먼저 들어가 앉았는데 최성구가 맞은편에 앉는다. 나는 일어나서 최성구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내가 남자에게 이렇게 막 들이댈 줄은 나 자신도 몰랐다.

마치 프로그램된 행동만 수행하는 로봇 같다. 멈출 수가 없다.


아, 좋은 걸 어떡해.

내숭? 그런 건 개나 줘버려.


"저 사실은 성구씨 연락 기다렸는데."

"아, 사실은..."

최성구 얼굴이 빨개진다.


"사실은 백번도 넘게 썼다 지웠다 했어요. 혹시 제가 귀찮게 연락하는 남자들 중 하나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돼서요. 기다리고 계신 줄 알았으면..."


최성구가 큰 눈을 굴리면서 바보스럽게 흐흐 웃는다.


이 남자 연애도 별로 안 해봤나 봐? 이런식으로 웃는 건 마이너스다. 웬만한 썸녀라면 떨어져 나갈 웃음이다.


그런데 난 썸녀가 아니잖아? 난 이미 사로잡힌녀 라고.


"아 뭐야 제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아요? 왜 연락 안 오나 싶어서."

"제 친구들 오늘 연주씨 만난 얘기 해주면 다들 뒤집어 질겁니다."


최성구는 순진하게 떠들어댄다. 그러다 실수를 깨달았는지 급히 덧붙인다.


"아, 제 제말은 그러니까 제가 친구들한테 미주알 고주알 떠벌린다는 게 아니라요, 친구 녀석들이 그렇거든요. 그 다들 궁금해 하니까..."


"친구들이 어떤 걸 궁금해 해요?"


"예, 그, 남자들이 그렇잖아요. 제가 연주 씨 번호 땄다니까 다들 부러워서. 연주씨 만난 걸 알면 저는 공공의 적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진도 얼마나 나갔는지 궁금해하겠죠?"

"예...?"

최성구가 얼른 아니라고 부정하려 했지만 말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최성구의 입을 막아버렸으니까. 내 입술로.


최성구의 목에 팔을 두르고 내쪽으로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최성구의 몸이 쭉 끌려와서는 내게 기대는 자세가 됐다. 나는 최성구의 머리로 손을 올리고 입술을 빨아 당겼다.


최성구가 내 허리를 꽉 끌어안는다. 하지만 혀를 집어넣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저 입술로 조심스럽게 내 입술을 더듬고 빨 뿐이다.


내가 혀를 넣었다. 내 혀가 최성구의 입술을 가르고 앞니를 두드렸다.

최성구의 입이 열리고 내 혀가 빨려 들어간다. 우리 둘의 혀가 얽힌다. 묵직하고 따뜻하고 탄력있는 혀가 내 혀를 감고 들어올린다.


이번엔 최성구의 혀가 내 입속으로 들어온다. 나는 그 혀를 세게 빨아 당긴다.


두 사람 다 숨이 차서 헐떡거린다. 서로의 콧김을 상대방의 얼굴에 마구 뿜어댄다.


최성구의 숨결에서는 약한 사케 냄새와 더불어 달콤하면서 비릿한 단내가 난다. 하지만 그 냄새가 싫지는 않다.


집요한 H나 성급한 해일과는 달리 최성구는 부드러운 느낌이다.

어깨와 등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근육과는 달리 묵직하고 부드럽다.


아래가 전기충격이라도 받는 것 처럼 찌르르 울려서 나도 모르게 허리를 펴고 다리를 꼰다.


"주문 나왔습니다."


종업원이 들어온다.

우리는 화들짝 놀라서 떨어졌다.

종업원은 우리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아주 익숙하게 메뉴들을 놓아두고 나간다.


종업원이 나가는 걸 보고 최성구가 나를 껴안는다.


우리는 다시 키스를 시작했다. 이번엔 좀 더 천천히, 좀 더 부드럽고 느긋하게 서로의 입술을 느껴본다.


열정적인 키스도 좋지만 이런 키스가 더 좋을 때가 있다.

우리는 식어가는 술과 안주를 앞에 둔 채 삼십 분 넘게 입을 마주대고 있다.


"우리 입술 퉁퉁 불겠는데요."


최성구가 도중에 한마디 했다. 둘이서 킥킥대고 웃다가 또다시 입을 맞춘다.


장난기가 발동한 내가 술을 입에 머금고 입을 맞춘다. 최성구의 입으로 술을 흘려 넣어준다. 최성구는 맛있게 꿀꺽꿀꺽 삼킨다.

최성구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눈을 맞춘다. 최성구는 술 한잔을 입에 머금고 똑같은 행동을 한다.

최성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술은 달콤하고 부드럽다. 최성구의 타액이 술을 숙성시키나보다.

재미있어서 자꾸만 반복한다.


나중엔 안주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준다.


키스 도중 어지러워졌다.

최성구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벽이 다가왔다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컨디션이 급격히 다운된다.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술을 더 마셔서 그런 모양이었다.


나는 입술을 떼고 최성구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최성구는 내가 흥분해서 그런 줄로 착각한 모양이다.


나를 무릎에 앉히려 내 몸을 들어 올린다.


"잠깐만요.... 이대로 잠시만 쉴게요."


나는 최성구에게 기대고 한숨을 내쉬었다. 힘이 점점 빠져 눕고 싶다. 아랫배가 살살 아프다. 아까부터 거기가 질척하다.


지금 갈지 않으면 위험하겠다. 나는 백에서 새 패드를 꺼내 화장실로 가서 갈았다.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몸이 더욱 좋지 않다는 걸 느낀다.

집에 가서 잤으면 좋겠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가 한계다.


룸으로 돌아와서 자리에 앉는데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연주 씨 괜찮아요?"

최성구의 놀란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린다.


결국 최성구는 나를 업고 이자카야를 나와서 택시를 잡고 우리 집까지 데려다주고 갔다... 고 한다. 언니 말에 의하면.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와 울렁거리는 속 보다도 창피함에 쥐구멍에라도 기어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젯밤 일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떠올랐다.


이자카야에서 마지막으로 떠오른 장면은 내가 안주를 씹어서, 무슨 안주인지는 모르겠는데, 최성구의 입에 넣어준 기억이다.


그 장면이 떠오르자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머리를 감싸쥐고 소리를 지르면서 발버둥을 친다.


아아악...


차라리 필름이 끊기면 끊긴 부분은 몰라도 될 텐데 나는 모두 다 생생히 기억하는 거다. 마지막에 최성구에게 업힌 부분만 빼고.


해일과의 일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나연이 이 모든 걸 다 봤다는 거였다.

아, 나는 어쩌자고 나연이 앞에서 그런 짓을 했을까...


이제 학과 전체에 소문이 쫙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나는 아마 여러 남자에게 아무렇게나 몸을 맡기고 다니는 노는 애로 소문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사실이라는 거다.

그래서 딱히 변명을 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없다.

이건 뭐 도둑이 도둑질하다 들킨거나 마찬가지인 거니까.


뭐야 그럼 나 업계 매장각이야?


그럼 나 복학해도 아싸로 혼밥하고 쭈구리처럼 다니다가 졸업해서 로펌 들어가도 걸레 변호사로 소문 나는거야? 이놈 저놈 다들 한번 해보려고 추근덕 집적대고?


흠, 그런 인생도 나쁘진 않겠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잖아. 힘내.


나는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마구 발길질 했다.



전화벨 소리.

휴대폰 화면에 테니스 클럽이라고 뜬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회원님 ss테니스 센터 코치 최인섭입니다. 서연주 회원님이시죠? 어제 뵀었는데."

"네... 맞아요..."

"오늘 오전 11시에 레슨 있는 거 리마인드 콜이었습니다. 그럼 그때 뵈어요."

"네..."


아 맞다. 테니스 레슨... 아니 근데 문자하면 될 걸 전화까지 하고 그래?

리마인드 콜이래. 호텔이냐?


"하아... 죽고 싶어..."


샤워를 하기 위해 터덜터덜 욕실로 갔다. 거울앞에 서서 입술을 만져본다.


입술 불어터지겠어요.


최성구의 말이 생각나서 그래도 웃음이 난다.

어젯밤 입술의 감촉이 아직 남아있는 듯하다.


그런데 최성구는 그렇게 오랫동안 부둥켜안고 입 맞추고 있었는데도 내가 허락한 부분 이외에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가슴을 만지려 했다해도 거부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그는 이성적이고 자제력이 대단한 사람이다. 차도일 같은 부류와는 극과극인 사람이다.

아마 그 둘은 현실에서도 서로 상극이겠지.


이제 해일과는 어떻게 되는 걸까.


최성구에게 빠진 상태로 해일을 사랑할 수는 없겠지.

해일이 순순히 납득하려 할까.


내가 서연주의 사생활을 마음대로 흔들어 놔도 되는 걸까?


이러다가 만약 몸이 다시 돌아가면 서연주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전보다 더 엉망으로 뒤엉킨 관계속에서 깨어나는 거겠지.

어쩌면 제대로 정리를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래서, 나는?


나도 살아야지. 몸이 바뀐 걸 어쩌라고?


바뀌면 바뀐대로 살아야지.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지 않는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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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뭘 원해? (2) 22.06.22 19 0 13쪽
23 22화 뭘 원해? (1) 22.06.20 15 0 13쪽
22 21화 테니스 클럽 (4) 22.06.19 17 0 16쪽
21 20화 테니스 클럽 (3) 22.06.19 22 0 14쪽
20 19화 테니스 클럽 (2) 22.06.17 18 0 13쪽
19 18화 테니스 클럽 (1) 22.06.16 25 0 13쪽
18 17화 새로운 관계는 22.06.15 23 0 15쪽
17 16화 그래도... 괜찮아 22.06.13 32 0 14쪽
16 15화 그래도 인생은 22.06.11 23 0 13쪽
15 14화 관계의 의미 22.06.11 21 0 13쪽
» 13화 균열 22.06.06 20 0 13쪽
13 12화 균열 22.06.05 20 0 13쪽
12 11화 혼돈 22.06.04 18 0 12쪽
11 10화 혼돈 22.06.03 18 0 13쪽
10 9화 연주의 엄마, 아빠 22.05.31 25 0 13쪽
9 8화 연주의 엄마, 아빠 22.05.30 24 0 13쪽
8 7화 H 22.05.28 30 0 13쪽
7 6화 최성구, H 22.05.27 28 0 12쪽
6 5화 차도일 22.05.26 35 0 13쪽
5 4화 차도일 22.05.25 39 0 13쪽
4 3화 서연주 22.05.24 51 0 13쪽
3 2화 서연주 22.05.23 56 1 12쪽
2 1화 그녀 22.05.23 6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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