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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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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킬러, 그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폐인인댸스
작품등록일 :
2022.05.23 13:46
최근연재일 :
2022.07.17 13:04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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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
추천수 :
1
글자수 :
168,826

작성
22.07.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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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7화 해일

DUMMY

이해일. 우리는 끊을 수 없는 질긴 인연으로 이어져있나봐.

결국 또 이렇게 내가 먼저 연락하는 걸 보면 우리는 헤어질 수 없는 운명인가봐.

내가 그랬잖아 친구로 남아주면 좋겠다고.

친구든 연인이든 혹은 그 중간이든 난 상관없어. 정말이지 난 상관없다고.

너만 괜찮으면.

너만 괜찮으면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어떤 식으로든.



해일에게 전화했다.


받지 않는다. 우리집 전화 번호라는 걸 알텐데.

어제 개통한 선불폰으로 해도 역시 받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해일이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그래, 연주야, 혹시 해일이랑 얘기 나눠봤니?"


조급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


"... 아뇨, 해일이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요. 해일이 지금 집에 있나요?"


"좀 전에 나갔다. 학교 가서 할 일이 있다고 하더구나. 그만 두겠다더니 무슨 볼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쯤이면 도착할 시간 됐겠구나, 혹시 너도... 가 볼래?"


"네, 가볼게요."


내 전화를 받지 않은 걸 보면 학교로 찾아가서 만난다 한들 해일이가 썩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노력을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오늘은 딱히 다른 할 일도 없다.


막상 해일을 어디서 찾을 지 좀 난감했는데, 지도를 보고 학과 건물을 찾아 들어오다가 바로 해일을 발견했다.


알기 쉬운 녀석, 이해일. 찾기도 쉽네.


건물앞 원형벤치에 앉아서 떠들어대는 사람 중에 해일이 있었다.

신나게 웃고 떠들고 있다.

자기 엄마 말대로라면 다 죽어 가야하는데, 이유없는 배신감이 느껴진다.


내가 다가가자 사람들이 일순 잡담을 멈췄다. 모든 시선이 나를 향했다.


"어 서연주다."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하나도 모르는 얼굴들인데 그들은 모두 다 나를 알고있다.

일 대 다의 불리한 접근전이라도 치르는 것 같은 기분이다. 발걸음이 무겁지만 나는 시치미를 떼고 웃는 얼굴로 무리로 다가갔다.


"야 연주 너 진짜 오랜만이다."


웬 사내녀석 하나가 일어서면서 대뜸 내게 손을 내밀고 다가온다.

뭐야 악수하자는 건가.


"어, 안녕."


나는 손가락 끝만 잡아준다. 녀석은 그거라도 감지덕지라는 듯 쾌활하게 악수한다.


"야, 왜 이제야 나타나냐 너 기다리는 사람 얼마나 많은지 알아?"

"어, 좀 바빴어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물음들. 나는 적당히 대답해준다. 학과 전공 질문도 아니니까 모두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물음들이다. 단지 내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만 기억 해놓으면 된다.

문득 옆얼굴이 따갑다. 돌아보니 유나연이 못마땅한 얼굴로 노려보고 있다. 나도 지지 않고 쏘아본다.


해일은 유나연과 두 사람 떨어진 곳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둘이 딱 붙어있지 않은 것을 보면 우연히, 혹은 우연을 가장하고 나연이가 왔을 게 틀림없다.


나는 나연을 밀어줘야 할 입장인데 왜 이렇게 기싸움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연과 해일이 이어지면 나도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최성구와 잘 지낼 수 있는데, 라고는 생각하지만 유나연이 해일과 입을 맞추고 있던 장면을 떠올리면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랄까.


해일은 내가 모르는 어떤 예쁜 여자와 이어지면 좋겠다.


유나연의 짝사랑이 보답받을 가능성과 내가 해일과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그런 관계가 될 확률 중 어떤 게 더 높을까.


"연주 너 그 남자랑은 잘 돼가?"


한 20 미터 앞에서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로 누군가 던지는 물음. 벤치가 조용해졌다.

보나마나 유나연이다. 안 그래도 이걸 예상했다. 유나연이라면 그냥 넘어가기 힘든 절호의 멕일 기회겠지.


"어, 아니, 차였어."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유나연의 표정이 이상하다.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에 저런 표정이 되지 아마. 해일이가 뜨악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다.


"뭣? 널 차는 남자도 있냐?"

"뭐야 뭐야 무슨 얘기야?"

"야 연주 해일이랑 사귀는 거 아니었어?"


웅성웅성대는 무리들.


"난 가봐야겠다."


그때 벌떡 일어난 해일이 옆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내게 눈도 마주치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간다. 나도 따라 일어섰다.


"나도 볼일이 좀 있어서. 그럼 안녕, 또 봐."


유나연도 엉거주춤 일어설 태세를 취하고 있다.

해일은 어디론가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


"해일아!"


해일은 들은척도 안하고 빠르게 걷는다. 나는 거의 뜀걸음으로 간신히 따라잡았다.


"해일아 나랑 얘기 좀 해."


"너랑 할 얘기 없는 것 같은데."


"얘기 좀 하자고. 이해일."


나는 해일의 팔을 잡았다. 해일이 나를 노려봤다.

가까이서 본 해일은 지난번 봤을 때보다 한층 더 초췌했다. 어두운 얼굴빛에 숨이 찬 듯 호흡이 가빴고 희미한 술 냄새가 풍겼다. 며칠 사이에 살이 더 빠진 듯했고 한층 더 움푹 들어간 눈은 이상하리만치 냉랭한 빛을 띄고 있다.


"이거 놓지? 다시는 내 몸에 함부로 손대지 마라."


"뭐?"


나는 해일의 몰골에 놀라 마음이 무너진 만큼 가시 돋친 해일의 말투에 더 놀랐다.

좋은 말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해일의 입에서 나온 말투라고는 믿을 수가 없어서 섭섭함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왜 그래 갑자기? 내가 손대면 싫어?"


"갑자기? 뭐가 갑자기냐? 내가 갑자기 이랬나?"


"그래, 미안. 내가 말을 잘못했네. 어쨌든 나랑 얘기 좀 하자고."


"무슨 말 하려고 왔는데? 우리 엄마가 너보고 가보라던?"


"... 아니 그게 아니라, 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왔어."


"내가 여기 있다는 거 어떻게 알았냐? 우리 집에 전화해봤으니 알겠지? 우리 엄마가 받았을 거고? 우리 엄마가 또 떠벌렸겠지. 우리 해일이가 요즘 어쩌고저쩌고 연주 니가 좀 달래봐주겠니 어쩌고저쩌고."


해일이 입을 삐죽거리면서 엄마 흉내를 낸다. 이럴 때 해일이가 엄마를 많이 닮았다는 걸 알게 된다.


"쳇, 남자가 쪼잔하네. 기껏 저 보러 학교까지 왔더니."


해일이 걸음을 뚝 멈춘다.


"쪼잔? 사실 적시가 쪼잔으로 격하되니 머리가 어질어질한데 그래? 그런데 그런 소리를 헤픈애 한테 들으니까 영 기분이 개 같은 걸?"


그렇게 내뱉고는 휙 돌아서 다시 걸어간다.


"뭐? 너 말 다 했어? 어?"


해일을 뒤따라가서 소매끝을 잡아당겼다. 해일이 걸음을 멈춘다.


"사귀다가 헤어지자고 말하면 헤픈애가 되는 거야? 무슨 말이 그래?"


"사귀다가 헤어지자고 말하면 헤픈애가 되는 게 아니라 이 경우엔 그냥 헤픈애가 헤어지자고 말한 거야. 그러니까 요는, 사귀다가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 것과 행실이 헤픈 건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거지."


속사포처럼 쏘아붙이고 해일이 몸을 돌려 걸어간다. 나는 해일의 팔을 잡았다.


해일은 왜 내가 헤픈애라고 생각할까. 해일의 판단 근거가 무엇이든, 아픈 곳을 찔리니 정말 아프다. 힘이 쭉 빠지고 화가 나지도 않지만 나는 억지로 화난 것처럼 가장 해 본다.


"네 말만 하고 어디 갈려고? 사과해. 헤프다고 한 거."


해일이 내 손을 쳐내고는 거칠게 내뱉는다.


"헤픈 애 한테 헤프다고 한 게 사과할 일이야?"


"너 정말 자꾸 그럴 거야? 나도 힘들어."


내가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표정이 되니 해일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러게 왜 여기까지 왔어? 내가 무슨 말을 하길 기대한 거야?"


"나는 너 걱정돼서 학교까지 찾아왔는데..."


"니가 걱정할 일이 아니잖아. 이젠."


해일이 먼 산을 본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에 내가 입을 열었다.


"학교 그만둔다는 게 정말이야?"


"그래, 우리 엄마 말 다 진짜야."


"뉴욕 가겠다는 것도?"


해일이 고개를 끄덕인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어? 그림은 취미로 해도 되지않아?"


"......."


"나 때문이야?"


"......."


"너가 갑자기 모든 걸 다 내던지고 가버리면 나는 어떡하라고...."


"내가 그것까지 걱정해 줄까? 그러길 원해?"


해일이 화난 표정이다. 내가 말을 잘못했나보다.


"미안해, 내가 이런 말 할 자격 없다는 거 아는데, 그래도 네가 갑자기 이러니까 나도 힘들어서 그래...."


"이상한 논리네. 가만있는 놈 갑자기 죽일듯이 쳐 때려놓고 맞은 놈이 치료 좀 하겠다는데 치료 같은 걸 왜 하느냐고 멱살 잡는 꼴이야. 너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왜, 그냥 조용히 죽어줄까?"


"... 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진짜 이기적인 계집애네 너는. 생각하는 거라곤 오직 자기자신 뿐이지?"


"아, 아니 난 단지 해일이 네가 잘 지냈으면 해서...."


"내가 잘 지내고 못 지내고 너랑 뭔 상관인데? 네가 왜 신경 쓰냐고!"


"......."


"뭐 니가 좋아하는 연애랑 마음의 평화 둘 다 쟁취하시겠다는 거 아냐 지금?"


"......."


"좋아하는 연애나 실컷 하시지, 마음의 평화까지는 너무 욕심 아니냐?"


해일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따라가지 못했다. 눈앞이 흐릿해져서 걸음을 옮기기 힘들었다. 나는 눈물이 흐르기 전에 재빨리 휴지를 꺼내 수습한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흐릿해진 눈 앞으로 누군가 지나간다. 유나연이다. 나를 흘겨보고는 해일을 쫓아간다.


이게 뭐야... 해일을 설득하겠다고 와서는 길 한가운데서 눈물이나 찍어내고 있네.


나는 내가 생각해도 눈물을 너무 자주 흘린다.

눈물 흘릴 일도 아닌데 이렇게 자주 우는 거 보면 내가 어떤 커다란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거라 셀프 진단을 한다.

일종의 공황장애 같은 건 아닐까. 아니면 극심한 우울증 같은 것.

물론 누구라도 내 입장이 돼보면 정신이 멀쩡한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기는 하다.


학교에 괜히 왔다싶다. 해일의 화만 돋군 꼴이다.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해일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가 정말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일까. 정상인일 때는 그랬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저 가라앉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팔다리로 물을 차고 있을 뿐이다.

나만 생각하지 않으면 내가 어찌 될지 모르니까.


최성구가 보고 싶다. 최성구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최성구의 번호는 기억하고 있다.

선불폰으로 전화를 했다.


"어, 연주야, 나 지금 회의 들어왔어. 나중에 전화할게."


최성구가 받자마자 속삭이는 소리로 급히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밥도 안 먹고 회의하나.


점심시간이니 송미영에게 같이 점심 먹자고 해볼까. 마침 송미영의 회사도 지나는 길이다.

그런데 송미영의 번호를 모른다. 명함이라도 받아놓을 걸 그랬다.

나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키는 핸드폰이 가지고 있었다.


오늘은 연희 언니도 신입사원 연수 때문에 가평에 가서 이틀 뒤에나 온다.


"외로워, 외로워...."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며 소리내어 중얼거렸다. 린킨파크 앨범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오디오에 연결했다.


나는 모든 노력을 다해서 여기까지 왔어.

하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었던 거야

난 모든 걸 다 잃고 쓰러져야만 했지...


게인이 잔뜩 걸린 일렉기타와 베이스, 드럼소리가 집안을 쩌렁쩌렁 울린다. 죽은 베닝턴이 피끓는 목소리로 외친다. 나도 따라 불러본다.


차라리 한성준에게 전화해볼까. 한성준은 열일을 제쳐놓고 나를 보려 하겠지.

핸드폰을 찾으러 백을 뒤지다가 깨닫는다. 한성준 전화번호를 모른다.


"하아...."


사무실로 찾아가서 이야기나 좀 하다 올까.

하지만 그 생각은 금방 지웠다. 한성준은 대화와 포옹보다 더 많은 걸 원할 텐데 그걸 맞춰 줄 자신이 없다.

나중에는 어찌될지 나도 확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아직은.


내게 주어진 너무 많은 시간 때문에 숨이 막힌다.

외로움으로 퍼렇게 물든 내 속에 권태라는 더러운 찌꺼기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오후 세시.


나는 외출하기위해 옷방으로 갔다. 지난번 해일 어머니를 만날 때 입었던 것과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색이 다른 원피스가 있다. 나는 그걸 입고 백을 매고 나섰다.


내비에 해일이네 집 주소를 입력하고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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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화 22.07.07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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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응징 22.07.03 13 0 11쪽
26 25화 뭘 원해? (4) 22.06.26 26 0 11쪽
25 24화 뭘 원해? (3) 22.06.24 20 0 13쪽
24 23화 뭘 원해? (2) 22.06.22 19 0 13쪽
23 22화 뭘 원해? (1) 22.06.20 16 0 13쪽
22 21화 테니스 클럽 (4) 22.06.19 17 0 16쪽
21 20화 테니스 클럽 (3) 22.06.19 22 0 14쪽
20 19화 테니스 클럽 (2) 22.06.17 18 0 13쪽
19 18화 테니스 클럽 (1) 22.06.16 25 0 13쪽
18 17화 새로운 관계는 22.06.15 23 0 15쪽
17 16화 그래도... 괜찮아 22.06.13 32 0 14쪽
16 15화 그래도 인생은 22.06.11 23 0 13쪽
15 14화 관계의 의미 22.06.11 21 0 13쪽
14 13화 균열 22.06.06 20 0 13쪽
13 12화 균열 22.06.05 20 0 13쪽
12 11화 혼돈 22.06.04 18 0 12쪽
11 10화 혼돈 22.06.03 18 0 13쪽
10 9화 연주의 엄마, 아빠 22.05.31 26 0 13쪽
9 8화 연주의 엄마, 아빠 22.05.30 24 0 13쪽
8 7화 H 22.05.28 30 0 13쪽
7 6화 최성구, H 22.05.27 28 0 12쪽
6 5화 차도일 22.05.26 35 0 13쪽
5 4화 차도일 22.05.25 39 0 13쪽
4 3화 서연주 22.05.24 5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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