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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싸이코킬러, 그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폐인인댸스
작품등록일 :
2022.05.23 13:46
최근연재일 :
2022.07.17 13:04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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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8,826

작성
22.06.0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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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화 혼돈

DUMMY

집에 와서 죽은 듯이 자다 깨어보니 오후 1시다.


한결 기분이 나아졌지만 왠지 몸이 무거워서 침대를 벗어날 생각이 들지 않는다.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느긋하게 누워서 이리저리 뒹굴어 본다.


내일도, 모레도 딱히 해야 할 일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백수의 삶이란 무료하면서도 꽤 즐거운 일면이 있구나 라고 생각한다.


오늘 새벽의 일이 꿈 같다. 그게 진짜 있었던 일인가?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일을 생각하면 다시 우울해진다. 그래서 그 일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몸이 바뀐 뒤로 집중력이 없어졌다.

깊게 생각하는 능력이 사라진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이대로는 좀 안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주가 만들어 놓은 인간 관계 속에서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일은 그만두는 게 좋겠다.


그건 나답지 않잖아?


나다운 게 뭐지?


닥터 정상인.

싸이코패쓰. (미완의 싸이코 - 아직은 싸이코패쓰적 정신 병리현상을 나타낸 일이 없으므로 미완인).


하지만, 난 지금 정상인이 아니다.


서연주? 서연주라고 말할 수도 없다.


대체 난 누구지?


난 뭘까?


"하아..."


침대 위에서 팔을 배고 엎드려 있다.

방문이 벌컥 열리고 연희 언니가 머리를 쑥 들이민다.


"야 일어나 밥 먹어."


느적느적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점심 메뉴는 떡만둣국이다.


"뭐야 이게."

"왜?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나 만둣국 안 좋아하는데."

"뭐래 이년이. 너 잘먹는대서 엄마가 특별 주문한 수제 만두로 끓인 건데."

"음..."


맛있다.

쫄깃한 만두피에 고기와 야채가 가득 든 속이 무척 고소하다. 국물도 맛있어서 금세 한 그릇 뚝딱 비웠다.


"어쩔시구 안 좋아한다더니..."

"완전 맛있었어!"


언니의 표정이 묘하다.


"너 별일 없어? 엄마가 전화 왔더라. 왜 아무말도 없이 갔냐고."


"... 없어. 그냥 잠이 안 와서 여기서 자려고 빨리 온 거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바로 말해. 혼자 끙끙 앓지말고. 너 맨날 그러잖아.


내가 바쁘지만 너 고민은 들어줄 시간 있으니까. 알았지?"


"... 어 알겠어. 고마워 언니."


배가 부르니 기분이 나아졌다. 몸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배부른 몸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스모그에 덮인 회색 도시가 동화에 나오는 구름속 풍경 같다.


연희 언니가 머그잔을 들고 소파에 와서 앉는다.


"너 손톱 발톱이 그게 뭐냐? 엉망이네."

"어?"


"너 화장은 안 해? 퇴원하고서 너 화장한 얼굴을 못 봤네. 어떻게 된 거야? 무슨 비포 애프터도 아니고, 너 입원 전, 후가 너무 다르다 야. 혹시 머리 다쳐서 딴 사람이 돼버린 거 아냐?"


"...아... 내가 생각해도 그래..."


"야 농담이고, 너 네일샵 한 번 가야겠다. 내가 따라가 줘?"

"어? 아 아냐 내가 갈 수 있는데 뭐. 그래 이따 가봐야겠다."


아, 또 네일샵. 화장 얘기네...

여자에게 화장이란 제2의 천성이다. 이 말을 누가 했지?


진짜 화장하는 법을 배워놓지 않으면 의심 받을 지경이다.


휴대폰을 열어서 사진첩을 들여다 봤다.


연주의 셀카는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


그 중에 얼굴이 클로즈업 된 셀카를 찾아내 들여다 본다. 무슨 공원에서 찍은 사진인데 화장을 옅게 한 얼굴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정확히 어디를 화장한 건지 잘 알 수가 없다.


입술은 확실히 립스틱이나 립글로스를 발랐는데 다른 부분은 화장을 한 건지 안 한 건지 모르겠다.


아니 이 얼굴에 화장 할 필요가 있나? 피부에도 안 좋을텐데.


다른 사진을 찾아본다. 이번엔 약간 화장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 사진 역시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눈썹을 좀 더 진하게 그렸고, 눈화장을 한 것 같은 점을 빼고는 화장을 많이 했다는 느낌은 없다.


뭐 이 정도면 쉽게 배울 수 있겠다. 내가 또 손기술 하면 자신 있으니까.


"언니, 이 사진 좀 봐바. 어디 어디 화장한 것 가터?"


그 사진을 언니에게 보여준다. 내가 모르는 게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어... 파운데이션에, 입술, 눈썹 그렸고, 볼 터치 살짝 한 거 같고, 아이섀도에 마스카라, 아이라인, 뭐 그 정도네. 근데 왜? 이거 네 얼굴 아냐? 뭐 해일이가 대신 화장해 줬냐?"


"아, 아이섀도 한 걸 알아? 난 모르는 줄 알았지."


"이걸 왜 몰라. 연한 색으로 했네. 이년이 지가 하고도 모르냐."


"아 언니 욕 좀 하지 마. 누구 닮았나."


"누굴 닮아 이년아?"


"아 몰라."


방으로 들어와서 유튜브에서 화장하는 법을 찾는다.

뭐가 이리 복잡해?


기초화장만 해도 서너 가지가 넘는다. 여자들이란... 살기 힘들군.

어쨋든 뭐 이정도는 어려운 건 아니다. 나는 몇 개 영상을 보면서 화장하는 법을 익혔다.


여자 옷 코디하는 법도 배워야겠다. 어쩐지 재미있다.


왜 재미있는 건데??


두 시간 가량을 책상에 앉아서 휴대폰을 보다 보니 피곤해졌다.


어제부터 컨디션이 이상하게 별로다. 팔 다리를 놀리는 게 둔하고 힘이 든다.


침대에 드러누웠다.


갑자기 최성구가 생각난다.


그 서글서글한 눈매로 눈웃음 치는 모습이 떠오른다.

브랜든 프레이져를 닮은 그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 나는 미쳤어.

도대체가...


휴대폰을 들고 카톡을 확인한다. 혹시 최성구에게서 온 게 없나.

없다. 눈을 씻고 봐도 어제 왔던 게 전부다.


마음 한 켠이 허전하다.

솔직히 이게 내 감정인지 의심스럽다.


이 마음이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마음인지도 의심스럽다. 단순히 남자가 남자를 친구로서, 한 인간으로서 좋아하는 마음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닥터 정에게, 정상인에게 그런 감정을 느낄 마음이 있었나?


연주의 감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자각하는 나는 뭐지?


서연주와 정상인의 짬뽕?


23세 여자와 32세 싸이코의 끔찍한 혼종?


모르겠다.

단지 분명한 건 최성구에게서 연락이 없어서 섭섭하다는 것 뿐. 이것만은 확실하다.


카톡 알림이 윗줄에 떴다.

얼른 확인. 최성구?

차도일이다.


하아 이 새낀 왜 또 지랄이야.


무심결에 클릭했다.


차도일 - 야, 너 진짜 이럴래?

- 개썅년 너 씨발 나 무시하지 말라 그랬지.

- 야, 나 지금 너네 아파트 앞에 와 있다.

- 지금 102동 앞이다. 너 나올 때까지 기다릴까 아니면 올라갈까?


"헉..."


벌떡 일어나서 카톡 시간을 확인해 보니 몇 분 전이다.

어떡하지...


집으로 올라오게 할 수는 없다. 나는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내려갔다.

그냥 차라리 카톡으로 응답이라도 해 줄 걸 그랬다.

그랬더라면 찾아오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내려가는 도중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라서 다시 집으로 올라갔다.


집으로 들어온 나는 부엌으로 가서 김치통을 꺼내 김치 몇 조각을 한꺼번에 입에 넣고 씹었다. 꿀떡 삼키고 후 입김을 불어본다.


으 김치냄새...


화장실로 가서 거울에 비춰본다. 이 사이에 고추가루가 끼었다. 김치국물을 손가락으로 찍어서 입가에도 좀 묻혔다. 그러고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됐다. 딱 미친년이다.


이러면 아무리 차도일이라도...


차도일은 짝다리를 짚고 인상을 잔뜩 쓰고 아파트 입구에 버티고 서 있다가 츄리닝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오는 나를 보고 몇 초간 벙 쪘다.


"아, 오빠 점심먹다 나왔어요. 무슨 일이야?"

"어 어... 푸흐..."


차도일이 웃음을 터뜨린다.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뭔가 작전이 실패할 것 같은 느낌.


차도일이 쓱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감싸 안는다.

얘는 도대체 나만 보면 만지려고 하네.


나는 고개를 쳐들고 차도일 코를 겨냥해 입김을 불어가며 말한다.


"오빠, 톡 확인 못한 거 미안해요오. 며칠 정신없이 바빠서어~"

"흡..."


차도일이 고개를 슬쩍 돌린다. 하지만 내 어깨를 감싼 팔을 내릴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 뭐 괜찮아. 이렇게 귀여운 연주 모습을 보니 오빠 마음이 녹는 걸? 여기 뭐 묻었네."


그러면서 차도일은 손가락으로 자기 혀를 찍어 내 입가를 닦을 모션을 취한다.


윽 미친새끼.


나는 얼굴을 휙 피한다. 기겁하겠다.


작전 실패다. 하지만 딱 하나 마지막 무기가 남았다.

그건 신중하게 사용해야 돼. 쉽게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연주야 우리 잠깐 저기 가서 얘기 좀 하자."

"어? 오 오빠 나 지금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리고 옷차림이 이래서 못 가는데..."

"바로 저기 벤치 있잖아. 잠시면 된다니까."


그러고 차도일은 내 손을 잡고 끌고 간다.

이 아파트 단지에는 정원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곳이 많다.


지금 차도일이 나를 끌고 가는 곳은 사람이 잘 안다니는 좀 으슥한 곳이다.


거기 가서 뭐 할라고 미친놈아.


등나무 아치 밑에 놓인 벤치로 왔다. 나는 잡힌 손을 억지로 빼냈다.


"나 지금 몸이 좀 안 좋아서 얘기 할 거 있으면 빨리 해요..."


거짓말이 아니다.

진짜로 컨디션이 좋지가 않다.


몸이 무겁고 미열도 있는 것 같다. 아랫배도 살살 아파온다.


"너는 날 어떻게 생각하냐? 서연주."


차도일이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하늘을 우러러보며 입을 열었다.


아 하늘을 왜 봐. 가마우지냐.


"어? 어떻게 생각하다니... 요?"

"너 나한테 왜 그랬냐?"

"어? 내가 뭘...?"


"나한테 왜 꼬리쳤냐고? 그냥 한 번 건드려 본 거야? 아니면 나를, 아니, 넌 나를 좋아하긴 한 거야?"


"꼬리를 쳐? 오빠 말이 좀 심한 거 아니에요?"


"가만히 있는 나한테 네가 접근했잖아. 그게 꼬리 친 거 아니면 뭐 끼 부렸다고 해주랴? 난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나한테 막, 어? 전화번호도 물어보고 어? 막... 욕도 해달라고 하고..."


설마 아무 생각 없었을까... 아니 근데 욕은 왜 해달라고 한 거야? 진짜...


급 피곤이 몰려온다.


"그래 오빠, 미안. 미안해 정말로. 내가 꼬리쳐서. 오빠 상처받으라고 한 행동은 아닌데, 진짜 미안해요. 근데 내가 기억이 없어져서 나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나. 진짜야.


사실 나한텐 오빠 엊그제 첨 만난 사람이거든요 편의점 앞에서. 그러니까, 의사 선생님도 내 기억이 영영 안 돌아올지도 모른댔구... 미안해요 오빠. 나 오빠한테 아무런 감정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이제 그만..."


"뭐! 그만 뭐!"

"그 그만 봤으면... 해요..."


"뭐라고!"


차도일이 벌떡 일어서면서 소리를 꽥 지르는 바람에 나도 벌떡 일어났는데 뭐가 쑥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헉... 뭐야... 나 오줌 싼 건가?

다리를 오므렸는데 계속 뭔가가 나오는 느낌이 든다.


"그게 말이 돼! 어? 니가... 니가... 이... 이... 썅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차도일은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다.


가랑이 사이에서는 계속 조금씩 뭔가가 흘러나온다.

오줌 참듯이 힘을 줘도 소용이 없다. 이제 팬티가 질척거린다.


순간 연희 언니가 하던 말이 딱 생각났다. 날짜 계산 어쩌고...


아, 나 생리하는구나.


큰일 났다...


차도일이 내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소리친다. 머리가 울린다.

상자속에 든 공처럼 뇌가 벽에 이리저리 부딪히는 것 같다.


"아, 아파!"


몸을 비틀어 빼내서 벤치에 앉았다가 다시 벌떡 일어섰다.

바지에 묻을까 싶어서 앉지를 못하겠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엉거주춤 서서 어쩔 줄 모르는데 차도일은 소리 지르고 있고.


연희 언니한테 전화할까? 안돼. 이 새끼가 보면 좋을 거 없어.


그때 어떤 아저씨가 우리 쪽으로 오더니 나를 슬쩍 보고는 지나갔다.


허벅지로 진득한 액체가 타고 흐르는 느낌이 났다.

큰일이네, 빨리 패드를 받쳐야 되는데...


다행히 트레이닝 바지 두께가 있어서 밖으로 비칠 정도는 아니다.


십 분쯤 뒤에 경찰이 왔는데 마치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구출된 기분이었다.

경찰을 보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까 그 아저씨가 경찰에 신고 한 모양이었다.


차도일은 지구대로 연행됐는데, 경찰관이 내게 차도일의 처벌을 원하면 같이 파출소로 가야 한다길래 처벌은 원치 않으니 나 좀 놔줘라 했다.


다행히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전이라 흉한 모습에 더 흉한 꼴을 보이지 않고 간신히 집까지 올 수 있었다.


연희 언니가 산발한 내 몰골을 보고 기겁을 한다.


아... 여자는 너무 힘들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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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 해일 22.07.04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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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뭘 원해? (4) 22.06.26 49 0 11쪽
25 24화 뭘 원해? (3) 22.06.24 46 0 13쪽
24 23화 뭘 원해? (2) 22.06.22 46 0 13쪽
23 22화 뭘 원해? (1) 22.06.20 43 0 13쪽
22 21화 테니스 클럽 (4) 22.06.19 40 0 16쪽
21 20화 테니스 클럽 (3) 22.06.19 47 0 14쪽
20 19화 테니스 클럽 (2) 22.06.17 42 0 13쪽
19 18화 테니스 클럽 (1) 22.06.16 52 0 13쪽
18 17화 새로운 관계는 22.06.15 57 0 15쪽
17 16화 그래도... 괜찮아 22.06.13 84 0 14쪽
16 15화 그래도 인생은 22.06.11 63 0 13쪽
15 14화 관계의 의미 22.06.11 47 0 13쪽
14 13화 균열 22.06.06 48 0 13쪽
13 12화 균열 22.06.05 62 0 13쪽
12 11화 혼돈 22.06.04 39 0 12쪽
» 10화 혼돈 22.06.03 37 0 13쪽
10 9화 연주의 엄마, 아빠 22.05.31 49 0 13쪽
9 8화 연주의 엄마, 아빠 22.05.30 47 0 13쪽
8 7화 H 22.05.28 53 0 13쪽
7 6화 최성구, H 22.05.27 44 0 12쪽
6 5화 차도일 22.05.26 49 0 13쪽
5 4화 차도일 22.05.25 52 0 13쪽
4 3화 서연주 22.05.24 67 0 13쪽
3 2화 서연주 22.05.23 77 1 12쪽
2 1화 그녀 22.05.23 83 0 10쪽
1 프롤로그 22.05.23 104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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