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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싸이코킬러, 그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폐인인댸스
작품등록일 :
2022.05.23 13:46
최근연재일 :
2022.07.17 13:04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618
추천수 :
1
글자수 :
168,826

작성
22.05.2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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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화 그녀

DUMMY

그날 밤은 이상했다. 어렴풋한 빗소리를 들으며 막 잠들려는 순간 응급실 콜을 받았다.

아무리 요즘 응급환자 폭증으로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내 순번도 아닌데 한밤중 긴급 호출 이라니. 외과의가 나뿐인가. 짜증이 머리끝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언제 어느 때라도 무표정을 유지할 수 있다.


환자 상태:


TA 환자 (교통사고 환자). 23세 여성, 흉통과 답답함 호소. 짧은 호흡, 창백한 피부.

외상성 기흉의 가능성.

바이탈 불안정, 현재 의식 없음.


한쪽 폐의 기흉은 초긴급 상황도 아니고 당직 레지던트도 충분히 처치가 가능한데 굳이 나를 불러냈다는 것도 마음에 안들었다.

다만 환자의 의식이 없다는 게 좀 걸렸다.


준비실에서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손을 소독하는데 등이 깜박거린다. 천둥번개가 치는 모양이다. 오늘은 날씨도 지랄같다. 병원에 들어올 때 바람과 폭우로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바람소리가 응급실 안에서도 들리는데다 유리창을 때리는 빗줄기가 심상치 않았다.


수술실로 들어간다. 환자가 누워있는 수술대가 보인다. 푸른색 수술천 밖으로 흘러나온 머리칼.

이 새끼들 환자 머리도 단도리 하지 않고 뭐하는거야.

오늘은 응급실이 시장바닥이었다. 응급환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메스를 막 들이대는데 환자가 발길질을 했다. 마취환자가 발길질이라니.

나는 마취의 최선생을 째려봤다. 최선생은 놀란 얼굴로 기계를 들여다 본다.

"윽...!"

갑자기 수술천 밑에서 무릎이 튀어나와 내 중심을 가격했다. 통증으로 허리가 기역자로 꺽였다. 밑으로 푹 꺼진 내 시야에 새하얀 허벅지가 들어왔다.

허벅지 안쪽에 난 깨알만한 점 하나.

"...으으으..."

환자가 산소 마스크를 낀채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뒤척였다. 수술천 밑으로 다리가 뻗어나오면서 수술대 밖으로 척 걸쳐졌다. 다리는 거의 사타구니 부근까지 노출되어 거뭇한 음모가 보일 지경이었다.


"어떻게 된거야 최선생!"


내 평생 마취 환자가 수술대 위에서 몸부림치는 일은 정말 처음이었다. 수술실 전체가 랙에 걸린 것처럼 그 하얗고 긴 다리를 멍하니 내려다봤다.

최선생이 까맣게 죽은 얼굴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마취 수치를 주워섬겼다. 마취는 이상없다.


그럼 뭐지? 이 환자 왜이래?


수술보조와 간호사가 몸부림 치는 환자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그순간 수술등이 나가더니 1초 뒤에 다시 들어왔다. 발전기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환자의 몸부림이 갑자기 멎었다. 수술실이 정상을 되찾는 듯 했다.


"후우..."


한숨을 쉬고 억지로 정신을 집중했다. 짜증과 긴장이 겹쳐 땀이 비오듯이 흘렀다. 입속이 바싹 마르고 현기증이 난다. 오한도 느껴졌다. 정말 이상한 밤이군.

그래도 수술은 진행돼야 한다.


"메스."


손을 뻗었으나 메스가 오지 않았다. 나는 수술 간호사를 힐끗 쳐다보았다. 간호사가 머뭇거린다. 응급 천자는 바늘로 해야할텐데 왜 메스를 달라고 하는지 의문스런 모양이다.

당연히 바늘을 써야겠지. 하지만 이 여자는 내 거시기를 걷어찼단 말이다. 칼맛을 좀 보여줄 필요가 있다구.

내가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간호사는 얼른 메스를 내 손바닥에 놓았다.


여자의 하얀 살에 메스를 대고 적당한 힘으로 눌렀다. 메스가 살을 파고듦과 동시에 피가 뿜어나왔다. 옆에서 수술보조가 황급히 거즈 뭉치를 갖다댔다. 내 수술복과 마스크까지 핏방울이 튀었다.

출혈이 너무 많은데. 어디 또 내상이 있는건가. 아까 X-레이 상에는 보이지 않던데.


이 환자는 너무 이상하다.

이 여자는 뭔가 있다. 방금 피가 뿜어져 나왔때 나는 무언가 본 것 같았다. 수술실이 피안개로 가득찬 환상을 본 것 같았다.

그게 환상이란 건 분명한데, 내 메스가 건드리면 안되는 무언가를 건드렸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말도 안되는 생각인데. 아니, 그러고 보면 어릴때 보던 것과 유사한 현상이었다. '그것'이 내게 보여주던 환상.

날 것 그대로의 피비린내가 훅 끼쳤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선홍색 이미지가 내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이었다.

쨍그랑.

메스가 바닥에 부딪는 소리.

까무룩.

암전.


***



안개 낀 거리를 정처없이 헤매고 있었다.


나는 트렌치코트 깃을 바짝 세우고 어깨를 움츠린 채 어느 따뜻한 술집에라도 들어갈까 싶어 두리번거린다.


어둠에 잠긴 거리 한쪽에 열린 문이 보인다. 그리로 들어가려는데 너무 좁아서 나는 입었던 옷을 모두 벗고 무릎을 꿇고 기어들어간다. 통로는 점점 좁아져서 마지막엔 포복을 해야한다.


나는 마침내 어떤 아늑한 방에 도착했다. 빛이 전혀 없어 사방을 분간할 수 없지만 왠지 기분이 좋다. 기진맥진한 채로 몸을 웅크리고 모로 누워 엄지를 입에 넣는다.

엄지를 힘차게 빨다보니 마음이 안정되고 잠이 온다. 잠을 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벽이 세로로 열리고 환한 빛이 새어들어온다.


"연주야?"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약간 들뜬 목소리.

"연주야, 정신이 좀 드니?"

"얘가 이제 깨어나려나 봐 여보."

흥분한 아줌마 목소리.


눈을 뜨려 하지만 눈꺼풀이 천근같다. 눈 틈을 비집고 천장의 불빛이 눈을 찌른다.


여기가 어디지? 수술은 어떻게 됐지?


머릿속의 회로가 조금씩 연결되고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몸에 힘이 안 들어간다. 간신히 머리를 조금 들어 올렸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그대로 누워있어 연주야. 지금 일어나면 안 돼."


그래 보호자 말대로 연주 씨는 가만 누워있어. 근데 나는 일어나야지. 수술은 어떻게 됐지? 나 기절한 거야?


"...수, 수술은...?"


마른 입술을 혀로 적시고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수술 보조 김선생과 말해봐야겠는데. 수술은 잘 끝난 건가? 환자 상태는?


그런데 가만, 방금 누가 말한 거야?


"..음, 음, 수 수술은...어떻게 됐지...요?"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런데 누가 자꾸 나 대신 말을 하는 것 같다. 그것도 여자가. 목소리가 앳된 걸로 봐서 아주 젊은 여자다.

"그래, 연주야 수술은 잘 끝났대. 여기 선생님들이 너 살려주셨어.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줌마 목소리에 울음이 묻어있다.


아놔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잠이 쏟아진다.


다시 눈을 떴다. 이제 눈이 제대로 떠진다. 고개도 돌릴 수 있다.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창밖에 파란 하늘이 보인다. 내가 꽤나 오래 잤나보다. 갑자기 왠 남자의 얼굴이 슥 나타나더니 나를 내려다 본다.


"일어났어? 기분은 좀 어때?"


상냥하게 물어오는 남자. 너 누구냐?


"...어? 누구...시죠...?"


내 성대는 분명 음성을 발하는데, 귀에 들리는 건 내 목소리가 아니다.

약간 잠긴듯하지만 높고 부드러운 목소리. 분명 여자의 목소리다.

왜 어젯밤부터 나 대신 웬 여자가 말을 하는 거지?

나는 목에다 손을 갖다대고 쓸어내렸다. 성대가 고장난 건가? 근데 손에 느껴지는 촉감이 이상하다.


목이 왜 이리 매끈하지? 남자의 상징, 튀어나온 내 목젖 어디로 갔냐?


"왜, 목 아파? 물 줄까?"


남자가 물컵을 가져와서 내 머리맡에 놓고 침대에 달린 리모컨을 누른다. 모터가 돌아가면서 침대가 접힌다. 머리가 높아지니 이제 병실을 둘러볼 수 있다. 널찍한 병실엔 3인용 소파와 테이블, 옷장, 벽걸이 TV, 냉장고가 있고 한쪽엔 작은 씽크대까지 있다.


이건 VIP 병실인데?


남자가 다가와 내 머리칼 속에 손을 넣고 부드럽게 쓸어넘긴다. 나는 흠칫 몸을 떤다.


"우리 이쁜이. 나 때문에 다쳐서... 내가 너무 미안해. 나 정말 네가 잘못되면... 나는... 정말 다행이야... 정말..."


남자의 목소리는 끝에 가서 울음과 섞였다. 남자가 내 머릴 쓰다듬다 말고 눈물을 닦는다.


이쁜이? 이 뭔 개소리야?


순간, 어떤 느낌이 있어 내 오른손을 본다. 작고 하얀 손. 손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길고 예쁜 손가락 다섯 개. 이게 섬섬옥수라는 거지.

뒤집어 손등을 본다. 핏줄이나 힘줄이 잘 보이지 않는 뽀얀 피부의 손등. 무의식적 외과의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아주 예쁜 손이군.....

ㅆ발?


"큼큼... 거, 거울 좀...가 갖다줘...요..."

"거울? 응, 잠깐만."


남자가 벌떡 일어나서 총알 같이 손거울을 가져다 준다. 나는 눈을 감고 거울을 얼굴 앞까지 들어올렸다.


제발... 제발... 이게 꿈이기를...하나님 부처님 알라여...

눈을 떴다.

ㅆ발! 이게 뭐야 ㅆ발!


거울 속에서 웬 여자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헉...!"


나는 짧은 숨을 들이켰다. 거울 속 여자도 창백한 얼굴로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왜? 도대체 왜 이런일이?


"연주야, 너 얼굴은 하나도 안 다쳤어. 기적이래. 그게 아마 엎드려 있었기 때문에..."


남자가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남자가 살짝 얼굴을 붉힌다.

나는 다시 거울로 시선을 돌렸다.


너 누군데?


거울 속 여자는 제멋대로 삐친 머리칼에 화장기 하나 없는 부스스한 얼굴이다. 그런데도 시선을 확 잡아끄는 미모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이 아니다.


그래서 너 누구냐고?


이때 쯤 나는 잠이 깼을 때부터 느껴지던 아랫쪽의 생소한 느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몸을 뒤척이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면서 가랑이 사이가 이상했다. 평소의 익숙한 느낌이 아니었다. 뭔가 편하고 가벼운, 보드랍다고 해야하나, 그런 감촉이었다.


나는 끔찍한 기분을 느끼며 담요속으로 손을 넣어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내 손이 한가운데에 닿을 때까지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허전하다. 손을 빼내서 이마를 짚었다.


없다, 없어...아... 이를 어쩌지? 소설에서나 나오는 일이 내게 실제로 벌어지다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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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테니스 클럽 (3) 22.06.19 47 0 14쪽
20 19화 테니스 클럽 (2) 22.06.17 42 0 13쪽
19 18화 테니스 클럽 (1) 22.06.16 5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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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균열 22.06.06 4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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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화 혼돈 22.06.03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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