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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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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킬러, 그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폐인인댸스
작품등록일 :
2022.05.23 13:46
최근연재일 :
2022.07.17 13:04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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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68,826

작성
22.06.0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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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혼돈

DUMMY

나는 취미가 없었다.


의사였을 때, 취미는 쉬는 날 메스 던지기, 메스 찌르기, 메스 베기. 메스 광 내기 정도?



척척한 아래 때문에 움직이기 싫어서 점심때가 다 돼 가도록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나 보고 있었다.

연희 언니는 아침 일찍 출근했고, 나는 아홉시쯤 부엌에 가서 어젯밤에 언니가 만들어놓은 감자 수프를 한 그릇 떠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었다.


부드럽고 크리미한 식감이 훌륭하다.

우유와 감자가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구나 싶다.


나는 생리 중 입맛은 그다지 변화가 없는 타입인 모양이다.

빈 그릇을 싱크대에 넣고 다시 침대로 와서 휴대폰을 들고 누웠다.


생리용 팬티를 입고 있으니 누워도 걱정이 없다.


어젯밤 연희 언니가 내 속옷 서랍에서 생리용 팬티를 찾아서 던져줬다.


"이거 입고 누워. 내가 대비 잘 하라고 했지?"

"오, 이거면 샐 걱정은 덜 하겠는 걸."


"너 설마 그거만 입을 생각은 아니지? 패드도 해라. 게으른 년아."

"아 언니 년년 거리지 좀 마. 그럼 나도 한다?"

"해 봐, 되로 주고 말로 함 받아 봐."


"어휴... 차도일이랑 결혼하면 잘 어울리는 한쌍의 바퀴..."

"뭐? 차 뭐랑 뭐?"

"아냐 아냐..."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영상을 보는데 뜬금없이 테니스 영상이 추천 영상으로 뜬다.


프랑스 오픈 결승 페더러 vs. 나달.


이들이 누군지는 안다.

오랫동안 테니스계를 양분한 최고의 라이벌이란 것 정도?

요즘은 그 누구더라... 동유럽 출신의 조 뭐라는 사람이 잘 한다던데.


영상을 봤는데 뭐가 뭔지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페더러의 폼이 마음에 든다.


길쭉길쭉한 팔다리에 동작이 크니 뭔가 사람이 되게 멋있어 보인다. 반면 나달은 너무 소리를 질러서 별로다.


남자가 웬 소리를 저렇게 내?


어느새 빠져들어 테니스 경기를 보고 있다.


와 멋있다. 테니스.

나도 테니스 배워보고 싶네.


아빠는 빨리 복학하라고 했지만 뭐든 아빠 말과는 정반대로 하고 싶다.


초보를 위한 테니스 레슨 뭐 이런 영상을 몇 편 보다가 검색을 해본다.

테니스 강습.


검색 결과가 주르륵 수십 페이지 뜬다. 어디다 전화해야 할지 머리 아프다.


그냥 아는 사람이 가르쳐 주면 좋겠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건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최성구에게 연락 해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그나저나 최성구는 아직도 연락이 없다.


아니 내가 먼저 해야 해?


그러기를 원하는 거야?


최성구는 밀당을 하는 건가? 이봐요 최성구 선생 나한테는 굳이 밀당 안 해도 되는데요...


솔직히, 최성구가 지금이라도 데이트 신청을 한다면 받아줄 생각이 있다. 당연히.


최성구가 데이트 신청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연락을 안 한다.


어찌 된 셈인지 나도 먼저 연락할 수가 없다.


이건 대체 무슨 심리일까? 자존심인가?

혹시나 최성구는 별생각이 없는데 나만 그런 건가 싶어서 그럴까... 아마도 그런 것일 수도.


해일이에게 톡을 날려본다.


나 - 해일아 테니스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돼?

해일 - 테니스? 굳이? 골프나 배우셔

나 - 아니 테니스가 멋있어 보여서

해일 - 너 테니스가 얼마나 힘든 건 줄 알아?

너 라켓이나 휘두를 수 있겠어? 땡볕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게 좋냐?

나 - 골프랑 별로 차이 없어 보이는데

해일 - 골프랑은 천지 차이지. 잔디랑 맨땅이랑 같냐. 아니면 콘크리트. 무릎 다 나가

나 - 흠... 넌 안 가르쳐 준단 말이지? 알아써


최성구가 가르쳐 주면 좋겠다.

그런데 안 되겠지. 너무 바쁘잖아.


가장 가까운 강습 센터를 찍어서 전화를 했다.


일단 나와서 상담을 받으란다.

알았다 하고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몸이 무겁지만 너무 오래 누워 있었더니 허리가 아프다.


이럴수록 운동을 해야 해.


세안을 하고 나오는데 전화가 온다.

차도일이다.


지금까지 차도일 전화는 안 받았지만 이번엔 좀 달래야겠다 싶어서 받는다.


"여보세요."

"야. 서연주."

"어, 오빠..."


"너 나한테 이러면 안 돼. 나한테 왜 이러냐 정말?"


"어제 경찰한테 처벌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내가 그거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난 그런 거 겁 안 나. 연주 너가 나 무시해서 이런 거잖아."


"아, 아니 무시하는 게 아니라 나 오빠 기억이 안 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기억 안 난다고 발뺌하면 있었던 일이 없어지냐? 너랑 나랑 쌓았던 그 추억이 없어지냐고?"


추억은 개뿔.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아니, 그래도 기억이 안 나는 걸 어떡해요. 나한테 오빠는 모르는 사람이나 마찬가진걸요."


"그러지 말고 내일 우리 좀 만나자. 오늘은 내가 강습이 많아서 안되겠고. 내일 저녁 6시 그때 우리 커피 마셨던 S벅에서 보자."


"아, 아니 그렇게 일방적으로 정하면 어떡해요. 내일 나 약속 있는데."


"난 기다릴 거니까 그렇게 알아. 끊어."


하아... 얘를 진짜 어쩌면 좋지?


아 몰라 몰라. 테니스 강습이나 받을래.


청바지와 티를 입고 거울을 쳐다보다 화장을 한 번 해볼까 싶어서 화장대를 살펴본다.

로션이나 에센스, 선크림 이런 건 알겠는데 모르는 게 더 많다.


복잡해...


눈썹은 짙어서 굳이 칠 할 필요가 없겠다.

그냥 로션에 선크림 바르고 립글로스나 발라야겠다 눈화장은 아직 자신없다.


안 해도 예쁘구만 뭐.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십니까, 강남 경찰서 삼성 파출소 이상화 경사입니다. 서연주씨 되십니까?"

"네."

"어제 차도일씨 폭행 건으로 연락드렸는데요,"

"아 네..."

"혹시 차도일씨 처벌을 원하시나요?"

"어제 제가 처벌 원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거든요."

"예예, 다시 한번 확인 전화드렸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종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차라리 처벌 해달라고 할 걸 그랬나?


그래봐야 벌금형일 거다. 차도일의 화만 돋구게 되겠지.


테니스 센터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잘 됐네 걸어 다니면 되겠다.


테니스 센터는 건물 지하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천장이 꽤 높아서 테니스를 쳐도 될만해 보인다.


여기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회원이 많다고 강사가 자랑한다.

인터넷 카페도 따로 있고 매주 토요일마다 올림픽 공원이나 양재 테니스장에 모여서 레슨 겸 게임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특별 할인해 드릴 테니 꼭 회원가입을 해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한다.

그래서 이십 퍼센트 할인으로 3개월 과정을 끊었다. 레슨은 내일부터.


일단 라켓과 신발을 사야 하고, 테니스복도 나중에 준비하면 좋다고 한다.


주말에 테니스복 사러 백화점 갈까...


백수인데 주말까지 왜 기다려 오늘이나 내일 가면 되지.

아니, 주말에 최성구랑 같이 가서 좀 봐달라고 해볼까. 그럼 좋겠다.


만약 내가 최성구에게 그런 톡을 보낸다고 하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뜬금없다고 생각할까.


그런 건 연인 사이나 최소한 오래된 친구 사이라야 가능한 거라고.

그렇게 되기엔 너랑 나랑 거쳐야 할 단계가 몇이나 있다고.

스피딩 하지 말라고 할까.


관계란 그런 거라고. 한 번에 뛰어넘는 퀀텀 점프 같은 관계는 없다고.


그래서 내가 정상인일 때 인간관계를 싫어했었지.


기억과 추억의 퇴적층 위에 비로소 세워지는 관계란 것.


그래야만 튼튼하고 흔들림 없는 관계가 된다고,

그렇지 않은 관계는 불안정하고 휘발성이 강할 수 밖에 없다고.


그러하다면, 지금 내가 맺고 있는 관계는 모두 쓰레기 같은 건가.


그들과의 기억이나 추억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내가 갑자기 끼어든 것과 같은 거니까.


하지만 안정적이고 튼튼한 관계란 건 뭘까.


그런게 있기나 한걸까.


나와 아빠의 관계는?


나에게는 아빠와 딸로서 쌓아올렸던 23년이란 세월도, 새벽에 들어와서 다리를 더듬는 행동 하나로 끝장이 나버렸잖아.


서연주에게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관계일지도 모른다.


인간관계란 건, 기본적으로 불안하고 연약할 수밖에 없다.


나는 정상인일 때 그걸 알았던 거다.

그래서 관계 맺길 거절했던 거다.


우리의 연약함이 관계맺기 위한 조건일까.


사람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관계 맺는 거라기 보다는

상처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계를 맺는 것 아닐까.


난 지금 너무 외롭다.


외로워서 미칠 것 같다.


자신의 연약한 부분을 드러내므로서 보다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내 연약한 부분을 보여주면 상대가 경계를 푸니까.


길 옆 벤치에 앉아서 최성구에게 보낼 메시지를 쓴다.


- 안녕하세요,

저,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되세요?

저기, 제가요, 테니스 레슨을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주말에 테니스복 사러 백화점에 갈 건데

혹시 시간 되시면 따라가 주실래요?


하지만 결국 보내기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난 나자신의 연약함을 쉽사리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인가보다.


"하아..."


나는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머리를 어질어질하게 만드는 감정들을 하나씩 살펴본다.


나는 최성구에게서 뭘 원하는 걸까.


최성구를 유혹하는 건 자신 있다.

남자를 육체적으로 유혹하는 것, 누워서 떡 먹기다.

열 여자 마다하는 남자 없으니까.


하지만 그러고 나면 뭐가 남지.


내 껍데기를 충분히 탐하고 나면 그는 달아나 버릴 것이다.


내 외모는 일회용 접시에 담긴 콜라 같은 것이다.


그는 빨대로 빨아마시기 시작하지만 금방 바닥을 드러내는 스티로폼 접시 같은 건 미간을 찌푸리며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그 자세로 벤치에 앉아있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머리칼을 살랑살랑 흔들고 지나갈 때까지.


나는 조증 환자처럼 열띤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쳐들고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간다.


흥, 내가 먼저 연락하나 봐라.


이제 최성구 생각은 그만하자.


"실례해요, 학생."


뒤에서 들리는 남자 목소리.

돌아보니 웬 선글라스 쓴 아저씨가 웃음 띤 얼굴로 나를 보고있다.


"네?"

"귀찮게해서 미안해요. 저는 이런 사람인데요,"


명함을 준다. 받아보니 무슨무슨 에이전시, 누구누구 어쩌고 되어있다.


"혹시, 모델 알바 해 보실 생각 있으시면 여기로 연락 부탁드려요.

우리 회사는 큰데라서 이상한 곳 아니..."


"아, 네..."


나는 남자가 더이상 말을 못 붙이도록 휙 돌아서서 걷는다.

명함은 받았다. 돌려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달라붙을 것 같아서.


"페이도 세니까 꼭 연락줘요 학생!"


남자가 뒤에서 소리친다.


페이 얼만데? 시급 20 만원 쯤 되면 생각해 볼게요.


집에 도착하니 해일에게서 전화가 온다.


"응 해일아."

"야, 이따 저녁에 좀 보자."

"어 저녁에? 어디서?"

"너네 집으로 갈게."

"아... 아니 그 S벅 있잖아 거기서 봐."

"알았다. 내가 6시에 글로 갈게 끊어."


해일을 집에 들이면 또 피곤한 일이 생길까봐서 S벅으로 오라고 했는데 차도일이 떠올라서 좀 찝찝하다. 다른데로 바꿀까.


그런데 해일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좀 거칠다. 화가 난 것 같은데.


무슨 일이지?





“너 우리과 단톡방 확인 안 해?”


해일이 S벅 이층 창가 자리에 앉자마자 약간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우리과 단톡? 아... 확인 안 했는데... 왜?”


“너 안 들어온다고 말이 있어서. 퇴원한 거 다 아는데 왜 들어오지도 않냐고.”


“아니... 뭐 그냥... 아직 기억도 완전하지 않고... 누가 누군지 기억이 잘 안 나서 그런 건데. 근데 꼭 들어가서 확인해야 하는 건가?”


“들어가 보면 알겠지. 무슨 말이 오간지는.”


“무슨 말이 오갔는데?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후...”


해일이 한숨을 쉰다.


“너 나연이 알지? 유나연."


내가 알 리가 없잖아.


"걔가 너 어떤 남자랑 같이 있는 거 봤다는데 누군지 물어보더라."

"아..."


아 씨... X됐다. 차도일이구나.


"너 얘기하다가 걔가 며칠 전에 저녁에 어떤 남자랑 한강변 걷고 있는 거 봤대. 잘못 봤나 싶어서 다가가서 자세히 봤는데 너 맞았다던데. 그 얘길 하길래 내가 따로 톡으로 물어봤어."


어, 차도일이 아니라 H 아저씨와 같이 있는 걸 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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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뭘 원해? (3) 22.06.24 20 0 13쪽
24 23화 뭘 원해? (2) 22.06.22 19 0 13쪽
23 22화 뭘 원해? (1) 22.06.20 16 0 13쪽
22 21화 테니스 클럽 (4) 22.06.19 17 0 16쪽
21 20화 테니스 클럽 (3) 22.06.19 23 0 14쪽
20 19화 테니스 클럽 (2) 22.06.17 18 0 13쪽
19 18화 테니스 클럽 (1) 22.06.16 25 0 13쪽
18 17화 새로운 관계는 22.06.15 23 0 15쪽
17 16화 그래도... 괜찮아 22.06.13 32 0 14쪽
16 15화 그래도 인생은 22.06.11 24 0 13쪽
15 14화 관계의 의미 22.06.11 21 0 13쪽
14 13화 균열 22.06.06 20 0 13쪽
13 12화 균열 22.06.05 20 0 13쪽
» 11화 혼돈 22.06.04 19 0 12쪽
11 10화 혼돈 22.06.03 19 0 13쪽
10 9화 연주의 엄마, 아빠 22.05.31 26 0 13쪽
9 8화 연주의 엄마, 아빠 22.05.30 25 0 13쪽
8 7화 H 22.05.28 30 0 13쪽
7 6화 최성구, H 22.05.27 28 0 12쪽
6 5화 차도일 22.05.26 35 0 13쪽
5 4화 차도일 22.05.25 39 0 13쪽
4 3화 서연주 22.05.24 52 0 13쪽
3 2화 서연주 22.05.23 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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