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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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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괴
작품등록일 :
2023.05.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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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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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말할 수 없는 것 (10)

DUMMY

"일단 먹고 마시면서 거기에 대해 차분히 얘기해보자고. 아무튼 이 두 가지가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가장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니까."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묻는 아들에게 수잠이 들려준 말-


*


성문 옆에 있던 병사 몇몇과 길버트는 낯선 것을 대할 때의 눈빛으로 리버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그런 눈빛을 보내고 있던 것은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토비가 성문을 통과한 시점부터 거의 모든 인간들이 당연하다는 듯 세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밀러는 그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밀러의 노기 서린 목소리가 성벽 위에서 울려 퍼졌다.


"이 얼빠진 놈들아! 대체 어디를 보고 있는 거냐! 오늘 죄다 초상을 치를 셈이냐!"


병사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본분을 깨달았다. 이내 병사들은 다시 정면에서 몰려오는 파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반면 길버트는 밀러나 성벽 위의 병사들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성벽을 뛰어넘는 베르미들은 즉각적이지만, 땅을 파고 오는 녀석들이 등장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버트는 영지에 불쑥 등장한 낯선 세 사람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었다.


우선 시골에서 아돌프를 보는 것은 귀한 일이다.

그럼에도 길버트는 토비의 종족이 아돌프라는 사실에는 그리 큰 감흥이 들지 않았다.

수도에서 생활할 당시 길버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돌프를 보아왔었다.

물론 방금 전 토비가 보여주었던, 그러니까 50큐빗을 단 세 발자국 만에 주파하는 곡예는 놀라운 것이긴 했다.

길버트는 만약 평온한 시기였다면 그 묘기에 자신이 아마 박수까지 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것은 놀라운 일이긴 해도 아돌프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튼 길버트가 주로 관심을 쏟고 있던 것은 세 사람의 종족이 아니라 세 사람의 행동거지였다.

세 사람의 조합은 어떻게 봐도 상당히 수상쩍었다.

일단 차림새를 고려해 봤을 때 아돌프는 방랑 중인 것이 분명해 보였다.

토비가 몸에 지니고 있는 여행용 장비들과 몸에서 풍기는 희미한 숲내음이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길버트는 자신이 다른 종족의 관습에 대해 전부 꿰고 있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타 종족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하는 것은 대부분 오만함에서 비롯된 착각이라는 것이 길버트의 지론이다.

하지만 아돌프들이 모두 지독한 개인주의자들이라는 것은 꽤 잘 알려진 사실이다.

거기에 더불어 길버트는 방랑하는 아돌프의 경우에는 결코 동료를 두는 일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가끔 해결사 노릇을 하는 아돌프의 경우 일시적으로 타인과 함께 행동하기도 하지만, 길버트는 적어도 그런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 사람이 나온 방향에서 유추했을 때 분명 그들은 롭스 산맥을 뚫고 지나온 것이 확실했다.

만약 아돌프가 해결사 일을 하는 도중이라면 누군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의뢰했다는 말이다

길버트는 누가 됐건 그런 식의 의뢰를 맡길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호기심이나 극기심을 충족한다는 것 외에는, 롭스 산맥을 가로지르는 것에는 어떤 의미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세 사람은 자의로 산맥을 돌파했다고 봐야 한다.

방랑자도, 여행자도, 해결사라고도 생각할 수 없었기에 종내에 길버트는 약간 혼란스러워졌다.

다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그들의 시작점을 추측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폴 영지겠군.'


북부에서 산맥을 타고 내려왔을 리는 없다.

그러니 아마 듀라트 영지의 남쪽 어딘가에서 출발했을 테고, 그렇다면 폴 영지가 유력했다.

여로의 시작점은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지만 세 사람의 의도와 목적을 파악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시점에서 길버트는 성벽 밑의 병사들이 전부 자신과 세 사람을 흘깃 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병사들은 길버트에게 '당신이 상관이니 어서 해결해보라'는 식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작게 한숨을 내쉰 뒤 길버트는 세 사람에게 다가갔다.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방법이다.

타인의 생각과 의도를 알고 싶다면 곁으로 다가가서 대화를 하면 된다.

그것이 가장 간단하고 단순하며, 태곳적부터 내려온 확실한 상호 소통의 방법이다.

길버트는 세 사람의 바로 앞에 섰다.

두 인간은 아직 어지러운 듯 바닥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꼼짝 없이 토비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최악의 경우 처음에 밀러가 말한 것처럼 아돌프의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길버트는 조금 머뭇대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는 길버트라고 합니다."


털 속에 깊게 파고 들어간 흙을 거칠게 털어내고 있던 토비가 손길을 멈췄다.

토비는 눈을 가늘게 뜨며 길버트를 쳐다보았다.


"응? 너는 방금 전 성문 앞에서 소리 질렀던 인간이로군. 반갑다 나는 토비다."


걱정과 달리 멀쩡한 사람의 반응이었기에 길버트는 내심 안도하며 말을 이었다.


"눈썰미가 좋으시군요. 예, 제가 성문을 열라고 지시했습니다. 성벽 위에서 보니 당신들이 쫓기고 있더군요."


"그래? 네가? 그것 참 고맙군. 그런데 말이지..."


말을 멈추고 토비는 성문을 흘끔 쳐다보았다.

촘촘한 격자 무늬 사이로 바깥이 보였다.

그리고 그 무늬들 사이로 자신들을 덮치려 했던 것들이 주둥이를 처박아 대고 있었다.

토비가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


"첫 만남에 대뜸 질문부터 하기에는 뭣하지만... 이건 도저히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겠군. 도대체 저것들은 다 뭐냐? 내 평생 저런 장면은 처음 본다. 여기 인간들은 태평한 걸로 봐서 저것들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태평하다는 평가에 길버트는 쓰게 웃었다. 참으로 아돌프다운 무신경함이었다.


"저희도 아직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확실한 점은 몇 달 전부터 저희들을 공격해오고 있다는 점 정도입니다."


"몇 달 전? 그럼 몇 달 동안 저것들과 싸우고 있었다는 말이냐?"


"그렇긴합니다만,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길버트는 침중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토비는 길버트의 말과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잠시 후 토비는 죄 지은 아돌프처럼 눈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이내 헛바람을 내뱉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허, 참... 살다살다 별 꼴을 다 보겠군."


토비의 솔직한 감상평에 길버트가 작게 웃었다.


"당신이 영지에 대해 궁금한 것처럼 저 역시 당신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만... 아무래도 당장은 어렵겠군요."


그렇게 말하며 길버트는 성문 쪽을 바라보았다.

마찬가지로 시선을 돌려 성벽을 한 번 쭉 훑어본 토비가 충분히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음으로써 대답을 대신했다.

물론 길버트에게 아돌프의 표정을 보고 그 감정을 추측하는 재주는 없었다.

그럼에도 길버트는 눈 앞의 아돌프가 적어도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영지에 들어온 것이 미친 아돌프가 아니라는 것에 길버트는 일단 만족하기로 했다.

길버트는 그쯤에서 대화를 끝내기로 했다.

더 이상 시간을 할애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길버트는 이제 주섬주섬 바닥에서 일어나고 있는 리버와 루나를 힐끗 쳐다본 후에 말했다.


"지금부터 전투가 벌어질 겁니다. 그러니 세 분께서는 안전한 곳으로 물러나 있으십시오. 물론 당신에게 베르미 몇 마리는 큰 위협이 되지 않겠지만, 저 중에는 베르미 뿐만 아니라 스퀼라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일방적인 통보 후에 길버트는 그대로 곧장 성벽을 향해 뛰어갔다.

토비는 그 뒷모습을 보며 인상을 찡그리며 팔짱을 꼈다.

대화 도중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두 인간이 바닥에서 일어나 있었다.

루나가 몸 여기저기를 툭툭 털었고, 먼저 일어나 있던 리버는 길버트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토비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남자가 뭐라고 했어요?"


"곧 전투가 벌어질 테니 우리더러 안전한 곳으로 물러나 있으라더군."


"전투요? 설마 저것들이랑?"


리버가 뭐라 대꾸하려고 했을 때 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세 사람은 거의 동시에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을 쳐다보았다.

푸쉭-하고 그들 앞에 있던 한 지점이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이어서 스퀼라의 집게 달린 앞발과, 베르미들의 주둥이가 꾸물꾸물 그 좁은 틈을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토비는 황급히 두 사람을 팔로 밀어내며 발을 들어 올렸다.

토비가 스퀼라를 밟아 터뜨리려 했을 때 창을 든 병사 한 명이 맹렬한 기세로 뛰어왔다.

병사는 누가 봐도 구덩이를 향해 적의를 품고 있었기에 토비는 얼른 그 병사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어진 것은 무미건조한 움직임이었다.

구덩이 앞에 자리 잡은 병사는 표정 변화도 거의 없이 그저 창을 들었다가 구덩이를 향해 쑤셔 넣기를 반복했다.

작은 구멍 안에서 베르미들과 스퀼라들은 곤죽이 되어갔다.

가끔 구멍 밖으로 피가 푸쉭하고 튀어 오르거나 했다.

마치 질퍽한 내용물이 꽉 들어차 있는 절구를 찧는 듯한 모습이었다.


토비는 그 행위가 아돌프들의 전투만큼 박력이 넘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싸움에 익숙한 토비에게 병사의 행동은 너무 기계적으로 느껴졌다.

확실히 그것은 박진감이라곤 조금도 없는, 그저 처절함과 너절함만이 가득한 전투였다.

옆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리버가 외쳤다.


"저 정도라면 우리도 할 수 있을 거에요! 도와주죠!"


리버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눈빛으로 토비를 바라봤다.

하지만 리버의 기대와 달리 토비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다가, 이윽고 리버에게서 시선을 홱 돌려버렸다.

당장이라도 달려갈 태세였던 리버는 토비가 움직이지 않자 의아함을 느끼며 제 자리에 섰다.

리버는 딴 곳을 쳐다보고 있는 토비의 옆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느 순간, 정확하지는 않지만 리버는 낯설음에 가까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토비의 짙은 색 갈기로 둘러싸인 얼굴, 튀어나온 주둥이, 갈기에 비해서는 조금 듬성한 눈썹.

아돌프의 모습은 예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토비의 얼굴은 리버에게 어떤 사실을 일깨워 줬다.

눈 앞에 있는 아돌프는 자신의 친구이긴 하지만 결코 인간은 아니었다.


리버는 생경한 것을 보는 눈빛으로 자신의 오래된 친구를 바라보았다.

종의 차이를 깨닫고 나자 친구의 얼굴이 이상하리만치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래, 인간이라면 어린 아이가 절벽으로 걸어가는 상황에서 저런 태도를 취할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토비는 털 달린 아돌프였다.

그때까지 묵묵히 전장을 바라보고 있던 토비는 이어지는 리버의 시선을 더 견디지 못하고서 갈기를 손으로 마구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조금 전에 길버트라는 남자는 우리더러 물러나 있으라고 했다. 말하는 걸로 봐선 아마 이곳의 지휘관인듯 싶더군. 그렇다면 길버트의 말에 따르는 것이 맞지 않겠냐."


"...그건 단순히 예의를 차린 거에요. 낯선 여행자들에게 선뜻 자신들을 도와 달라고 말하기 부담스러웠던 거겠죠."


그때 옆에서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루나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어서 루나는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를 대하는 눈빛으로 리버를 바라보았다.


"모든 오해는 멍청함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수잠의 말이 사실이었군."


"오해?"


"그래 오해. 지금 리버 네가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지는 알겠어. 너는 나와 토비를 일말의 동정심도 없는 냉혈한으로 생각하고 있겠지. 그리고 토비가 저들을 도와주지 않는 것이, 너와 다른 종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고."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리버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리버의 표정을 들여다 본 루나가 한심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나는 어떨지 몰라도 토비는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네가 잘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토비는 너를 따라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나를 따라서?"


"그래, 그것이 동정심의 발로가 아니라면 다른 설명이 가능해? 물론 공작의 추적은 집요하겠지. 하지만 토비는 그냥 숲으로 달아나면 그만이었어. 설령 제국군이라 해도 숲에서 아돌프를 추격할 수는 없으니까."


그제야 리버는 루나가 하는 말의 의도를 알아챘다.

토비가 현재 다른 종족이라는 이유로 시민들을 돕지 않고 있는 거라면 굳이 리버를 따라 험한 여정에 동참할 필요도 없었다.

토비에게 숲은 위험한 곳이 아니며, 롭스 산맥 부근에도 아돌프들의 부락은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그 부락에 토비와 어울리는 적절한 짝이 있는지는 다른 문제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뭐가 어찌 됐든 토비는 리버를 따라 나섰다는 점이다.

숲에서 음식을 구해왔으며, 불침번을 자처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루나의 말대로 토비가 자신을 동정했기 때문이다.

리버는 토비를 바라보았다. 토비는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리버는 자신이 터무니 없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때 다시 루나가 말했다.


"그리고 네가 말한 대로 우리는 낯선 여행자들이야.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는 나설 수 없는 거지. 물론 나는 전쟁에 관련해서는 무지해. 하지만 만약 내가 수천 명을 지휘하는 위치라면 방금 전에 나타난, 게다가 수상하기 그지 없는 여행자를 대뜸 부하로 삼지는 않을 것 같군. 우린 지휘 체계도 모르니 혼란만 더 가중 시키겠지. 그래, 유명한 전략가였던 타레토의 말을 인용하자면 '제 멋대로 행동하는 병사 한 명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적군 백 명보다 더 곤란한 존재'라는 거지."


지당하고 합당한 논리였기에 리버는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었다.

리버는 루나의 말을 곱씹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인정했다.

잠깐 동안의 침묵의 시간이 흐른 뒤에 리버는 토비를 독촉하는 대신 눈 앞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관망하는 쪽을 선택했다.

세 사람은 말없이 전장을 관찰했다.


듀라트 영지의 전투는 전체적으로 지리멸렬했다.

그런 표현이 잘 어울리는 전투였다.

어느 전쟁이나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비참할 테지만, 듀라트 영지의 전투는 참담하다거나 무참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싶었다.

리버는 현재 영지민들의 행동이, 마치 손바닥으로 해일을 막으려는 것처럼 터무니 없다는 감상마저 받았다.

사방에선 치르륵대는 날개가 마찰되는 소리.

고함 소리. 그리고 반복적으로 푹푹 땅을 찔러 대는 소리가 들려와 리버의 정신을 어지럽혔다.


갖은 소음 속에서 멍하게 전투를 지켜보던 리버는 어느 순간 자신의 눈 밑이 젖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갑작스러운 감촉에 리버는 황망함을 느끼며 얼른 손을 들어 올렸다.

눈가를 만지자 축축한 물기가 느껴졌다.

리버는 적잖이 당황했고, 그래서 시간이 꽤 흐른 후에야 그것이 자신이 흘린 눈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때 어느 병사가 환호에 찬 목소리로 허공을 향해 소리 질렀다.


"비... 비다! 비가 오고 있다...! 비야!"


한 병사가 외치자마자 환호의 감정이 순식간에 주변으로 전염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다만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사람들이 날뛰었다고 할 수는 없다.

리버와 토비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버는 이 흔해 빠진 자연 현상에 어째서 병사들이 저토록 환호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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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말할 수 없는 것 (8) +1 23.07.03 99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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