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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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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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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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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말할 수 없는 것 (9)

DUMMY

위 아래로 덜컹거리는 시야 속에서 리버는 만약 자신이 여느 상인들처럼 좀 게을렀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고 있었다.

다른 상인들처럼 게을러서, 뱃살이 좀 두둑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덜 고통스러울 것이 확실했다.

현재 토비는 달린다기보다 껑충껑충 뛴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문제는 오로지 한 팔로 리버를 지탱하며 달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리버는 토비가 한 번 뜀박질을 할 때마다 그 충격을 고스란히 복부로 받아내야 했다.


물론 리버는 고작해야 그 정도의 불편함 때문에 토비에게 내려 달라거나, 혹은 좀 더 속도를 줄이는 편이 낫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덮쳐오는 베르미들에게 깔리느니 속이 좀 울렁거리는 편이 낫다는 건 자명해 보였다.

몸 속의 장기들이 제멋대로 출렁거리는 느낌을 받으며 리버는 문득 어떤 사실을 떠올렸다.

이제는 한참 지나가버린 것처럼 느껴지는 잡화점에서의 기억이었다.


"토비! 이제 알겠어요!"


"알겠다니 뭘 말이냐!"


토비는 갑자기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표정으로 리버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토비가 리버를 쳐다보자마자 루나가 제정신이냐고 묻는 듯한 눈빛을 토비에게 쏘아 보냈다.

토비는 달리는 와중에 리버를, 그러니까 자신의 왼쪽 허리를 쳐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목을 앞으로 내뺐기에 순간 토비의 몸이 쓰러질 것처럼 위태롭게 기울었고, 루나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분명해 보였다.

루나의 시선을 눈치 챈 토비는 황급히 영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시 리버가 소리쳤다.


"예전에 당신이 말했잖아요! 듀라트 영지 쪽으로 상인들이 가지 않는다고 말이에요!"


"어, 그랬었지. 그렇군! 그건 저 놈들 때문이었군!"


토비는 그제서야 목걸이 값으로 팔아넘겼던 정보를 떠올리고선 맞장구쳤다.

한편 대화를 듣고 있던 루나는 당연히 그 내용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루나는 적어도 지금은 좀 더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루나가 닦달하듯 외쳤다.


"바보 같은 대화는 나중으로 미뤄 둬! 토비! 이 속도로 얼마나 더 달릴 수 있지?"


"저기 보이는 성벽까지는 충분히 달릴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두 인간을 든 채로 달리는 것은 아돌프에게도 꽤 과격한 노동이었지만 토비는 어떻게든 현재 보이는 영지의 성벽까지는 충분히 도달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루나는 의심스럽다는 말투로 다시 질문했다.


"네 체력을 의심하고 싶진 않지만 솔직하게 대답해 봐! 우리를 들고 이천 큐빗 정도 더 달릴 수 있어?"


"이천 큐빗이라고?"


이번에는 토비 쪽에서 미심쩍다는 어조로 대꾸했다.


"뭔가 착오가 있는 모양인데 저 성벽까지는 기껏해야 300큐빗 정도라고!"


비록 눈대중이긴 했지만 토비는 자신이 아무리 잘못 어림잡았어도 400큐빗은 절대 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순간 토비는 혹시 루나가 공포에 질린 나머지 거리 감각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워졌다.

하지만 루나는 공포에 질려있긴 했어도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인생의 절반을 도망다녀야 했던 루나는 어쩔 수 없이 그런 종류의 침착함을 체득할 수 밖에 없었다.

루나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영지의 인간들이 성문을 열어준다는 보장이 없어! 만약 성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우린 영지의 반대편까지 달아나야 할지도 몰라!"


"뭐야? 인간들이 왜 성문을 걸어 잠근다는..."


말하던 도중 토비는 입을 다물었다.

본인의 모습을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토비는 그것을 시도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토비는 루나의 말이 상당히 그럴듯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튼 영지의 인간들은 양 옆구리에 인간 남녀를 들고 저돌적으로 돌진해오는 아돌프에게 충분히 미쳤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토비는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과대평가 하지도 않았다.

아돌프의 체력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하지만 이 상태로 이천 큐빗을 전력질주 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은 과대평가처럼 느껴졌다.

고민을 끝낸 토비가 말했다.


"...할 수 있는데까지 해 보마."


토비 본인은 꽤 당당하게 말했다고 생각했지만 두 인간이 듣기에 그것은 지극히 불안한 말투였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에, 두 인간은 동시에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토비의 사내다움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감과 체력의 인과관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



성벽 위에서 길버트는 며칠 전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만이 한창 빛을 뿜어 대고 있었을 때 지금과 같은 장소에서 밀러가 했던 말이다.

그때 밀러는 영지에 미친 아돌프라도 한 명 나타나주기를 바란다는 식으로 말했었다.

그리고 현재 성벽의 맞은 편에는 그 말에 정확히 부합하는 모습의 아돌프가 영지를 향해 질주해오고 있었다.

길버트가 묘한 기시감을 느끼고 있었을 때 밀러가 불쑥 말을 꺼냈다.


"도대체 저 녀석들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모르겠구먼. 만약 저 방향에서 쭉 걸어온 것이라면 저들은 롭스 산맥의 중심부를 가로질러왔다는 말이 아닌가."


"아돌프가 끼어 있으니 그런 여로가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흐음... 그래, 생각해보니 그들은 원래 숲의 종족이였으니 그렇다면 가능했겠군. 하지만 저들이 그런 위험한 여로를 감내해야할 이유는 모르겠구먼. 그래서 길,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저들을 대해야 하는 겐가? 나로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겠으니 자네 의견을 말해주게."


밀러가 자문했지만 길버트 역시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길버트는 눈살을 찌푸리며 정면을 응시했다.

고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경우 고민의 시간이 짧았다는 것이 상황이 간단하다는 것의 방증이라고 보기엔 어려울 것이다.

아무튼 현재의 상황은 길게 고민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따라서 길게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길버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성문을 열고 저들을 맞아 들이도록 하지요."


"성문을? 하지만 우리는 저들이 어떤 자인지 전혀 모르지 않나. 나는 우리들이 베르미들과 스퀼라에 더해 미친 아돌프까지 상대하게 된다는 불운한 상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네만..."


"무슨 걱정을 하고 계시는 지 알겠습니다. 저 아돌프가 어젯밤 너무 깊이 잠들어버린 나머지 자신이 밤새도록 만에 노출되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된 미친 아돌프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군요."


"그들의 생리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그렇네. 게다가 지금의 모습을 보자면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구먼."


밀러의 걱정은 황당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실제적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길버트 역시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 때문에 지금껏 아돌프를 관찰했던 것이니까.

확실히 길버트는 방금 전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아돌프의 정신 상태를 추측하고 있었다.

난처한 작업이었고 지난한 작업이었지만 어찌됐든 길버트는 결론을 내리기는 했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는 저 아돌프가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 몇 가지를 발견 했습니다."


"저 장면을 보고서? 그것 참 놀라운 재주로군. 노파심에서 말하는 거지만 그 재주, 주변 사람들에겐 사용하지 말게나."


도저히 웃을 상황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길버트는 그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밀러는 분명 자신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농담을 건네고 있었다.

길버트는 그 사실에 작게 감사하며 설명했다.


"확실히 현재 모습은 괴상하긴 하지만 만약 저 자가 미친 아돌프였다면 애초에 베르미들에게 도망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냥 죽을 때까지 맞서 싸우다 먹혀버렸을 겁니다. 게다가 아무래도 저 아돌프는 두 인간을 살리기 위해 들쳐 메고서 도망치고 있는 것 같군요. 저 정도로 넘치는 인류애가 있다면 어쩌면 저희들의 영지에도 그 인류애의 일부분을 할애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 지켜본 것 치고는 그럴듯한 해석이었다.

그리고 길버트는 자신의 말 이면에 숨은 뜻을 구태여 전부 말하지는 않았다.

현재 저들이 도망치고 있다는 것은 아돌프 역시 저렇게 많은 수의 요괴들을 감당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저 아돌프가 대륙에서 가장 인류애가 넘치는 아돌프라 하더라도 현재 영지가 처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합당한 추리로군."


잠시 후 밀러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밀러는 곧바로 영지 쪽 난간으로 달려가 몸을 내밀고 소리쳤다.


"이봐! 당장 성문을 전부 올려라!"


성문 밑에서 창을 쥐고 있던 병사들이 외침을 듣고선 대번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곧 병사 한 명이 고개를 들며 외쳤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영감님? 지금 밖에는 베르미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에잇 월렛 이놈아!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대관절 네 녀석은 언제부터 상관의 말에 꼬박꼬박 대꾸하게 된 거냐? 그래, 월렛 네 놈은 코를 질질 흘릴 때부터 항상 한 번에 말을 들어 먹은 적이 없었지. 그러니 그때 변소에서도..."


"으악! 알겠으니 그만, 그만 말하십쇼 영감님!"


주변의 병사들은 평소 그토록 준엄하게 행동해왔던 월렛이 당황하며 소리치자 일제히 그를 주목했다.

병사들은 코 흘리던 시절의 월렛이 변소에서 도대체 어떤 변고를 당했는지 캐묻고 싶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월렛은 그 수 많은 시선들을 애써 무시한 채 성문을 여닫는 도르래 옆에 병사를 배치했다.


마침내 성문이 올라가기 시작한 것을 확인한 밀러가 씨익 웃으며 상체를 난간에서 떨어뜨렸다.

물론 조금 전 월렛이 말을 끊은 것은 도저히 상관에 대한 태도라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밀러 역시 그 순간 월렛을 병사로 대하지 않았다.

단지 어렸을 때부터 그를 지켜봐 왔던 어른으로써 말했으니 군법과는 무관할 것이다.

성벽 위에서 서로 눈을 한 번 마주친 길버트와 밀러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밀러는 다시 외벽으로 이동했고 길버트는 서둘러 성벽 밑으로 내달았다.



**



토비가 성벽과 200큐빗쯤 떨어진 곳에 다다랐을 때 성문이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그 변화를 알아챈 토비가 외쳤다.


"성문이 열리고 있다! 우릴 순순히 안으로 들여보내 줄 모양인데?"


리버는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종내에는 흠칫하고 한 번 소스라쳤다.

리버는 성벽과의 거리와 토비의 속도를 대강 어림잡은 다음에 다시 뒤 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파도는 여전히 넓고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리버는 그것이 자신들을 덮치기 전에 성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가늠해보았다.

상인다운 정밀한 계산 끝에 리버는 상당히 초조해졌다.

아슬아슬해 보였다.

아돌프의 뜀박질은 인간과 비견하는 것이 실례일 정도로 뛰어나지만, 자신들을 향해 덮쳐오는 베르미들의 전진 속도 또한 그에 못지 않아 보였다.


운이 나빴다. 베르미들은 아마 평소라면 그렇게까지 빠른 속도로 전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엔 영지 뒤쪽이 수목이 거의 없는 바싹 마른 땅이라는 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태양에 의해 온도가 높아진 대지는 그 위를 덮은 공기마저 잔뜩 데웠다.

데워진 공기는 위로 치솟았고, 결론적으로 세 사람이 있는 곳은 국소적인 저기압이 형성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바람은 저기압으로 흘러 들어간다.

현재 숲에서는 파도를 뒤에서 밀어주는 것처럼 강한 바람이 일고 있었다.

비록 베르미들이 변변하다고는 할 수 없는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아예 기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증거로 현재 베르미들은 도약과 동시에 저마다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었다.


다만 그 모습을 비행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위화감이 든다.

베르미들은 자의로 나는 것도 아니었으며 공중에서 선회하는 재주를 부리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지금 베르미들이 뛰어오르는 모습은 항해에 가까웠다.

베르미들의 날개는 바람 좋은 날에 힘을 받고 있는 돛처럼 부풀어 있었다.

날개가 돛이라면 베르미들의 몸은 아주 가벼운 선체였다.

바람을 잔뜩 머금은 돛과, 가벼운 선체.

앞으로 쭉쭉 나아가지 않으면 이상한 조합이다.

아무튼 이런 여러 요인들이 겹친 결과 베르미들은 마치 순풍을 받는 작은 배처럼 허공에서 미끄러질 수 있었고, 따라서 평소보다 훨씬 먼 거리를 도약할 수 있었다.


개중 몇몇은 너무 빠르고, 또 멀리 날아가버린 탓에 바닥에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기는 했다.

그런 녀석들 중에선 무게 중심을 잃고 거꾸러지거나 더한 경우엔 다리가 부러지는 녀석들도 있었다.

절대적인 수치로 보자면 그런 베르미들은 결코 적지 않았지만, 베르미 군집의 압도적인 수를 고려해봤을 때에는 상대적으로 터무니 없이 낮은 비율일 뿐이었다.


순식간에 관찰을 끝낸 토비가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성문은 절반쯤 열려 있었다.

여타 영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격자 무늬의 성문은 나무와 철판을 덧대어서 만들어진 듯했다.

아마 무게가 상당할 테고, 그래서 도르래를 돌리는 데 꽤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라 토비는 생각했다.

영지와의 거리가 100큐빗 정도 남았을 때 마침내 성문이 전부 열렸다.

불쑥 성문 앞으로 중년으로 보이는 인간 남자가 튀어나왔다. 남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오!"


먼 거리 탓에 리버와 루나에게는 들리지 않는 외침이었지만 아돌프다운 청력으로 토비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남자의 외침 직후 토비는 한 가지 가정을 세웠다.

아돌프는 무겁다.

따라서 가벼운 베르미들 만큼 바람의 도움을 크게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토비는 자신 역시 바람을 이용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어느 순간 토비의 허벅지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그와 동시에 뜀박질이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토비에게 매달려있던 리버와 루나는 사람의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에 경이로운 기분을 느꼈다.

마침내 성문과 50큐빗 정도를 남겨 놓은 지점에서 토비는 쏘아지듯 뛰어올랐다.

잠시 후 두 사람이 이쯤이면 다시 바닥에 닿겠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여전히 토비는 공중에 체류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첫 도약 이후 토비의 발이 땅에 닿은 것은 고작 세 번이었다.

토비는 50큐빗의 거리를 단 세 발자국 만에 주파했다.

그리고 토비에게 매달려 있던 두 인간이 장기의 위치가 뒤바뀌는 듯한 느낌과 더불어 격심한 구토감을 느낀 것도 마찬가지로 세 번이었다.


토비는 거의 날아서 성문을 통과했다.

성문을 통과하자마자 두 사람이 격렬히 발버둥치기 시작해서 토비는 둘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 놓았다.

리버와 루나는 체면 따위는 생각하지 않은 채 손바닥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기었다.

마지막 도약은 인간이 견디기엔 끔찍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만약 자신들이 조금만 더 풍족한 아침 식사를 했다면, 지금 그 내용물 중 일부를 다시 볼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정신을 부여잡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을 놔둔 채 토비는 성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성문의 도르래를 필사적으로 돌려대던 병사들 덕분에 성문에 머리를 박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편 길버트는 조금 멍하게 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 도약은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상황을 알아챈 길버트가 곧장 병사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


"문! 성문을 닫아!"


길버트와 마찬가지로 리버 일행을 멍하게 바라보던 병사들은 그 외침에 화들짝 놀라며 다시 도르래를 조작했다.

올라갔을 때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성문이 내려갔다.

이어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듀라트 영지의 역사상 가장 짧았던 성문의 개방이 끝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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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3 v5id
    작성일
    23.07.11 04:43
    No. 1

    저번에 토비가 갈기를 가지고 있다고 봤던거 같은데 아돌프는 어떤 동물 수인 인가요? 아직 안나온 종족인 온순한 성격의 쿠니도 궁금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감괴
    작성일
    23.07.11 10:44
    No. 2

    말하는 순간 스포라 설명이 어렵습니다 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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