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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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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괴
작품등록일 :
2023.05.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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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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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11)

DUMMY

황궁 경비병들의 얼굴 바로 앞으로 희뿌연 연기 몇 가닥이 지나갔다.

매캐하고 진득한 연기였다.

보통 인간이었다면 그 냄새에 대번에 얼굴을 찡그렸을 테지만 경비병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자드의 집무실을 지키는 경비병들은 그저 문을 등지고서 묵묵히 복도를 주시하며 서 있었다.


집무실 안에서는 자드 공작이 무심한 얼굴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탁자에서 말없이 편지를 바라보고 있던 자드는 문득 짜증스러움을 느꼈다.

최근 들어 자주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자드는 그 짜증스러움의 원인을 찾기 위해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려 했다.

그리고 잠깐 뒤에 곧바로 그 짓을 그만두었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짜증스러움의 원인은 명확했기 때문이다.

무용한 고민을 떨쳐버린 자드는 편지에서 소파로 시선을 옮겼다.

편지의 주인공이 거기에 있었다.

정보 길드의 수장 말콤이 집무실 소파 위에서 연초를 피워 대고 있었다.


자드는 눈썹을 찡그렸다.

최근 저 소파에 앉은 인물은 세 명이다.

세 명이란 각각 자신의 딸 마를렌과 스라바 그리고 지금 연초를 뻑뻑 피워 대고 있는 말콤이다.

세 명 사이엔 일견 어떤 연관점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드가 보기에 세 명은 아주 특기할만한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셋 모두 자신이 제어하기 어려운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자드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이 너무나도 불쾌한 감정이었기에, 자드는 혹시 자신이 지배욕에 지나치게 도취되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볼 지경이었다.

그런 의심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

일단 타인을 제어한다는 말은, 타인을 지배한다는 말과 본질적으로 같다.

그리고 보통 타인을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지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권력이다.

따라서 모든 위정자들의 권력에 대한 욕망은 대개 지배욕에 기인한다.


타인을 지배하고 싶다는 욕망은 더없이 강렬한 법이다.

아니, 어쩌면 가장 강렬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아 헤매는 법이니까.

강력한 권력이 좋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강한 권력은 굳이 완벽한 이해자를 찾아 다닐 필요가 없게 만들어준다.

어차피 일정 수준 이상의 권력은 자신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뜻을 강제로 통일 시켜버리기 때문이다.


잠시 후 생각에 잠겨 있던 자드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건 어설픈 권력을 지닌 자들이나 가질 법한 생각이었다.

조그마한 권력을 가진 남자는 보통 주위 사람을 지배하려 든다.

대표적인 예로 가부장적인 남자들이 그렇다.

하지만 자드가 가진 권력이란 대륙을 통제할만한 지고한 것이었다.

굳이 주변 사람을 일일이 통제할 필요도 없으며, 지배욕을 느낄 이유도 없었다.


자드가 말없이 지긋한 시선만 보내고 있자 연초를 피우던 말콤이 어느 순간 고개를 돌렸다.

자드와 똑바로 눈을 맞춘 말콤은 마지막으로 연초를 한입 더 피운 후 감탄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좋은 물건입니다 공작님. 이런 물건이라면 팔리지 않을 리가 없지요. 예, 역시 탁월하신 안목입니다. 이 사업은 성공하겠군요. 성공하고 말구요."


공감과 칭찬을 곁들인 말이었지만 자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말콤의 말은 허공에 의미 없이 흩어졌고, 결국 혼잣말 비슷한 것이 되었다.

무안할 법도 했지만 말콤은 그런 사실에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말콤은 다시 감탄한 얼굴로 연초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실 자드는 그 북부제 연초가 좋은 물건이라는 말콤의 말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웃으며 맞장구쳐주기에는 소파 위 남자가 너무 천박했다.

말콤의 천박함이란 이전에 자드의 방에 방문했던 스라바와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차라리 스라바의 태도는 이해하기 편했다.

어찌 됐든 스라바는 북부인이다.

북부인이 남부의 예절을 지키지 않는 것은 기분이 다소 나쁘긴 해도 비난할 만한 점은 아니다.

반면 말콤은 남부식 예의에 관해서는 철저했지만 결코 유쾌한 종류의 예의는 아니었다.


자드는 왜 눈 앞에 있는 남자의 태도가 이토록 기분 나쁜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다.

사실 천박함이나 혐오감이란 감정이 대개 그렇기는 하다.

어째서 그런 감정이 드는지 누구도 설명할 수 없다.

그저 혐오스러울 뿐이고, 그저 천박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래도 굳이 하나의 이유를 꼽자면 아마 말콤의 직업이 문제일 거라 자드는 생각했다.


아무튼 남부 대륙에서 자드의 방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당연하게도 그 의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자드 본인이다.

그리고 말콤은 소위 말하는 도둑놈이었고, 그중에서도 우두머리였다.

자드는 이 중요하고 의미 깊은 공간에, 마침내 도둑놈들의 우두머리까지 드나들게 되었다는 사실이 불쾌했다.


그때 말콤이 공작을 힐끗 쳐다봤다.

말콤은 일견 비굴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공작은 그것이 도둑놈들 특유의 상대방을 관찰하는 시선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말콤은 공작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과장된 표정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드러냈다.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알겠습니다 공작님. 저 같은 미천한 녀석이 이 유서 깊고 지엄한 곳에 들어온 것이 문제겠지요. 당연히 자각하고 있습니다요. 공작님은 지나치게 훌륭한 분이시고 저는 일개 소시민이니까요. 하지만 공작님이 저를 도둑놈으로 보는 것은 억울합니다. 저는 제 이웃의 비싼 물건을 훔친 적도 없고, 그건 제 길드원들 역시 마찬가지지요. 그러니 도둑놈을 보는 듯한 그 시선은 부디 거둬주십쇼."


"비싼 것을 훔치진 않겠지. 너희 도둑놈들이 훔치는 건 정보니까."


날 선 말에 말콤이 울상을 지었다.

자드는 그 표정과 몸짓 전부가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말콤은 여전히 억울한 투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말하시면 아무리 저라도 상처를 받고 맙니다요. 이렇게 오해를 산다면, 저는 존경하는 공작님 앞에서 제 자신을 변호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지 않겠습니까. 달변가인 공작님에게 그런 토론을 자처하는 것은 정말 원치 않습니다.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저희가 하는 일은 여타 장사치들이 하는 것과 별반 차이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양심적인 편이지요. 아무튼 정보에는 원래 값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장사치들은 되팔 물건들을 구입할 때 흔히들 값어치를 속입니다요. 하지만 저희는 대개 일반 시민들이 쓸모없어하는 것들을 주워서 팝니다. 그러니 저희들의 직업은 고물상에 가깝다고 해야겠지요."


너무 뻔뻔한 말이었기에 자드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말콤의 말대로 정보 길드는 정보를 다룬다.

그것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예술가들이 모인 길드에서 예술을 다루고, 대장장이나 목수의 길드가 철과 목재를 다루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물론 같은 점이야 있다.

목수들은 질 좋은 목재를 구한 뒤에 그 목재를 다듬고 가공한 후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마찬가지로 정보 길드에선 정보를 구한 뒤 가공하고, 분류하고, 세공하고, 가끔은 묘하게 비틀어버린 후에 그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거시적으로 보자면 여타 길드와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정보 길드는 정보를 생산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보를 훔치고 갈취한다.

그리고 정보를 갈취하는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다툼과, 옅은 피비린내가 난다는 사실은 대륙의 어떤 인간도 알고 있는 점이었다.

때문에 정보 길드에 속한 인물들이 판매원이나 정보원으로 불리는 일은 결코 없다.

대륙의 시민들은 정보 길드를 도둑 소굴이라고 부르며, 그곳에 속한 길드원들은 보통 도둑놈이라는 특별한 명칭으로 부르곤 한다.


자드는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동안 방 안의 여러 집기를 흥미롭게 관찰하던 말콤이 문득 생각났다는 투로 얘기했다.


"그나저나 공작님. 슬슬 사업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저야 한량에 가까우니 상관없지만 공작님의 시간은 저 같은 놈의 시간보다 훨씬 소중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시간을 제가 훔칠 수야 없겠지요. 공작님의 시간은 언제나 대의를 위해 헌신되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본론만 말해라."


자드가 인상을 구기며 대답했다. 말콤은 작게 미소를 걸치며 연초를 눈 앞에 들어 보였다.


"예 공작님. 정말로 이 훌륭한 물건들을 저희들 쪽에서 취급해도 되는 거겠지요? 당연히 공작님을 의심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있을 수 없는 행운을 의심하는 건 가련한 소시민의 자세이니 부디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마라. 애초부터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여기까지 왔겠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무튼 허락해 주신다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공작님. 이 사업은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참 괘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괘씸한 일?"


"무벤에 있는 피오 교단 말입니다! 황제 폐하나 공작님의 손도 닿지 않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을 만들어 놓다니요. 그것도 도시 하나를 통째로 말입니다. 아, 물론 저도 충실한 피오의 신도 중 한 명입니다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얌전히 신의 뜻이나 받들 것이지 현실의 권력과 투쟁하다니요. 정말 어이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자드의 미간에 주름이 접혔다.

자드가 듣기에 지금 말콤의 말은 '네 권력이 닿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장사를 해 주니 고마운 줄 알라'는 말처럼 들렸다.

순간적으로 자드는 밖에 있는 경비병을 부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정보 길드의 도움이 없다면 무벤에서의 사업을 통제할 수단이 없었다.

말콤은 연신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말했다.


"그나저나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연초는 북부에서 왔다고 하셨지요? 고작해야 추위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그 야만적인 놈들이 이런 좋은 물건을 만들어내다니요. 신기한 일입니다. 연초야말로 사치와 향락의 본보기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수잠도 그런 식으로 말한 적이 있지요? 먹는 것은 행복하고 뱉는 것은 불행하다고 말입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만... 이 연초는 제외 시켜야겠군요. 이건 들이마시는 순간도, 뱉는 순간도 행복하지 않습니까. 수잠이 최고의 학자라는 점은 인정하겠지만 역시 여자라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너는 말이 너무 많군. 수잠은 그 따위 사유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다."


"아이고, 그렇습니까. 저야 그저 주워들은 것이라 알지 못했습니다. 저 같은 놈이 그런 책을 읽어봤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공작님. 대화 도중 약간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만... 이 훌륭한 연초는 무슨 재료로, 또 어떻게 만들어진 것입니까?"


"그걸 남부에서 알고 있었다면 굳이 북부의 야만적인 놈들에게 구입해올 필요가 없었겠지."


자드는 경멸감을 감추지 않고 대꾸했다. 말콤은 황송하다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아 미처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국가 단위의 거래란 그런 것이군요. 하지만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는 점은 여전히 이 범부를 불안하게 만듭니다요."


"나는 몇 년 동안 그것을 피워왔고 현재 내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다."


"예? 공작님께서 몸소 확인하셨다는 말입니까? 그럼 안심하고 유통할 수 있겠지요.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그보다 말입니다. 예상보다 피오 교단 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더군요. 제 말은 그런 말입니다. 유통이라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인류의 가장 근본적인 사업 아니겠습니까? 어떤 상품도 그 자리에 가만히 있다면 아무런 가치도 없을 겁니다. 예, 그렇고 말고요. 상품이란 움직여야 하지요. 누군가는 사고 누군가는 팔아야 합니다요. 저희 길드원들이 밤낮없이 행하고 있는 일도 바로 그런 종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 유통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수고가 드는 일입니다. 무벤에는 남부와 북부를 아울러 수 많은 유명 인사들이 있지요. 예. 안전하고 볼 거리가 많은 도시니까요. 아무튼 제 말은..."


"그만. 연초에 대한 정보 길드의 점유율을 일 할 늘리겠다. 대신 자네에게 두 가지를 부탁하지."


자드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기 힘들다는 기분을 받았다.

말콤의 시선과 화법은 피부에 진득하게 달라붙는 연기 같았다.

자신 내부에 이토록 험악한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에 자드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말콤이 연신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꼭 그런 뜻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감사합니다. 역시 남부는 자드 공작님 없이는 움직이질 않는군요. 헌데 제게 부탁이라니요? 공작님께선 그런 것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남부는 공작님의 손 안에서 굴러가는 주사위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그냥 명령하시면 그걸로 족합니다. 저를 그저 공작님의 종처럼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 편이 제 마음도 더 편할 것 같습니다."


말콤이 그렇게 말했지만 공작은 묵살하고 자신의 얘기를 꺼냈다.


"...첫 째. 무벤에서 피오 교단의 움직임을 내게 상시 보고해라.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아주 사소한 것도 전부 보고해."


"쉬운 일입니다. 신의 뜻을 따르는 자들은 뭐든지 숨기는 법이 없으니까요. 그들은 어떤 것도, 그러니까 심지어는 감정마저도 포함해서 무언가를 숨기는 일 자체가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웃기는 일 아닙니까? 정작 그들이 모시는 신은 보이지도 않는 어딘가에 꽁꽁 숨어 있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그 명령은 정말로 따르기 쉬운 것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명령은 무엇입니까?"


"당장 이 방에서 꺼져라."


말이 끝나자마자 말콤이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물론입니다. 오늘 제가 무슨 실례를 저지른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 저희들의 사업에 축복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럼 부디 행복한 오후 되십시오."


말콤이 단정치 못한 발걸음으로 집무실을 나섰다.

분노를 감추지 못한 얼굴로 문을 바라보던 자드가 이내 말콤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자 밖에는 언제나처럼 경비병들이 무심한 얼굴로 서 있었다.

자드는 근엄하게 일렀다.


"지금부터 내가 이 방에서 나올 때까지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라."


경비병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곧 경비병들 중 한 명이 복도를 가로질러 뛰어갔다.

자드는 그 병사가 황궁 내 다른 병사들에게 명령을 전달할 것임을 짐작했다.

경비병들의 일처리는 항상 과묵하고 신속했다.

자드는 그 모습에 기분이 한층 나아짐을 느끼며 문을 닫았다.

집무실 안에서 자드는 깊게 심호흡을 한 뒤, 탁자 위에 있던 램프를 들고 방 한쪽으로 움직였다.

책장이 있는 곳이었다.

책장은 집무실의 벽면 하나를 가득 메울 정도로 컸다.


책장 앞에 선 자드는 망설이지 않고 책 몇 권을 빼냈다.

그렇게 빼낸 책들은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자드는 책장을 바라보았다. 책을 빼낸 뒤쪽 벽면에 작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책이 꽂혀 있을 때는 보이지 않는, 교묘한 위치에 새겨진 마법진이었다.

자드는 마법진 위에 손을 가져다 댔다.

곧바로 쿠릉-하는 작은 굉음과 함께 책장이 양쪽으로 스르륵 벌어졌다.


재빨리 몇 걸음 뒤로 물러선 자드는 벌어진 책장 안쪽을 주시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얼핏 보였다.

램프에 불을 붙인 자드는 연초 몇 개를 챙겼다.

다시 물끄러미 어둠 속을 바라보던 자드가 이내 그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자드가 안으로 들어서자 등 뒤에서 드르륵대는 소리와 함께 책장이 닫혔다.

자드는 어둠 속을 가르며 계단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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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12) 23.09.15 37 4 12쪽
»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11) 23.09.09 39 3 16쪽
64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10) 23.09.09 34 3 17쪽
63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9) 23.09.05 42 4 17쪽
62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8) 23.09.03 44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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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4) 23.08.28 45 4 21쪽
57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3) 23.08.27 40 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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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23.08.10 52 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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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착석 (14) 23.08.07 77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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