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농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새글

감괴
작품등록일 :
2023.05.26 15:47
최근연재일 :
2024.06.30 23:56
연재수 :
164 회
조회수 :
10,737
추천수 :
573
글자수 :
1,068,691

작성
23.09.09 18:35
조회
34
추천
3
글자
17쪽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10)

DUMMY

덜커덕대는 마차 안에서 스라바는 북부에 대해 생각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라바는 북부에서도 보기 힘든 백발과 백안을 가진 한 남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굳이 자신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스니블은 모로 봐도 천재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의 천재성을 입증할만한 여러 일화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스콜라리움의 모든 선생이 그의 교육을 포기한 일화이다.

물론 스니블이 유달리 반항적인 학생이었던 탓에 선생들이 교리 학습이나 경전 해석을 가르치려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 경우엔 가르칠 수 없었다고 하는 편이 옳다.

스니블은 청소년기라고 불러야 할 시기에 이미 수도원의 모든 경전과 성서의 해석을 끝마쳤기 때문이다.


다만 교단에서 스니블의 해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수도원에서 가장 어린 주교의 해석이 가장 큰 권위를 가지는 일은 추기경들의 반발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아무튼 누가 뭐라 해도 역시 스니블은 천재의 전형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스라바에게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천재란 보통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기가 막히게 구분할 줄 아는 법이다.

하지만 스니블은 대주교 자리를 두고 몇 번이나 시노드를 개최했다.

스라바는 어떻게 생각해도 파스토르가 살아있는 한 스니블이 대주교가 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생각했다.

시노드 장에서 표를 던지는 추기경들은 모두 파스토르의 입과 귀, 그리고 눈에 해당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단지 그 어린 녀석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표를 던지지 않는 추기경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어찌 됐든 천재라는 건 존재 만으로도 범재들에게 열등감을 불러 일으키곤 한다.

더불어 두 사람은 수도원 내에서 꽤 시건방지게 굴고 있기도 하다.

지긋한 나이의 추기경들 입장에서 보자면 마음에 들리 만무하다.


북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더 깊이 골몰하려던 순간 다시 마차가 덜커덕거렸다.

아마 바퀴가 돌부리에 걸린 것 같았다.

스라바는 마부에게 주의하라는 말을 건넬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북부에 비하자면 지금의 마차 여행은 그야말로 호화스러움의 극치였다.


북부의 끝자락에서 나고 자란 스라바에게 마차라는 단어는 가끔 시노디아와 비슷한 느낌을 주곤 했다.

그러니까 상상 속의 어떤 것을 부를 때 받을 법한 느낌을 줬다는 말이다.

스라바가 그렇게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눈이 가득한 곳에선 무게 때문에 바퀴가 눈에 빠져버리기 십상이며, 당연히 말도 북부의 추위를 견딜 수 없다.

따라서 북부인들에게 마차란 같은 부피의 장작 더미와 다를 바 없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 대신 북부에는 카니쿨라들이 끄는 썰매가 있다.

각자 장단점이야 있겠지만 스라바는 카니쿨라 썰매 쪽의 장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했다.

썰매를 끄는 카니쿨라들은 적극적이며 의사 표현이 확실하다.

카니쿨라들은 고분고분 마부에게 순종하는 말 같은 도구가 아니다.

도구는 커녕 오히려 그들은 같이 여행하는 친구에 가깝다.

그리고 긴 여행길에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이동 수단이나 든든한 물자가 아니라 언제나 같이 여행하는 친구다.

그렇게 북부를 생각하며 마차 밖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을 때, 문득 맞은 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영지만 거치고 나면 드디어 듀라트 영지로군 그래."


스라바는 창 밖에서 마차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금 전 스라바는 분명 여행에는 좋은 친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굳이 거창한 친구가 아니라 길동무라도 하나 있는 편이 어쨌든 좋을 것이다.

하지만 스라바는 맞은 편에 있는 남자를 친구나 길동무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스라바는 남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맞은 편에 있던 남자는 연신 즐거운 얼굴을 하고서 계속 말을 걸어왔다.


"스라바 자네가 보기에 남부는 어떤가? 자네도 온통 눈 밖에 없는 북부보다야 남부에서의 여행이 즐겁지 않나?"


당연하다는 말투였기에 스라바는 그 점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스라바가 눈썹을 조금 모으며 대꾸했다.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 푸조. 드러낸다고 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지. 드러낼수록 추해지는 법이야. 인간도 자연도 말이지. 그래, 남부의 여자들이 그렇지. 남부 여자들은 창부처럼 온 몸을 드러내고 다니더군. 또 남부인들은 대지를 벗겨낸 뒤에 그 위에 벽돌을 잔뜩 올려놓지. 그래서 너희들에겐 랑그와 같은 좋은 시인이 없는 거야. 온통 겉으로 드러나 있으니 그저 외양을 찬양하기 바쁘지. 시인은 사물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은 아름다움을 말하는 직업이거든."


스라바의 장황한 대꾸를 듣고서 푸조의 눈이 둥그래졌다.


"의외의 대답이구만. 뭐랄까, 그 대답은 마치 계집 아이들이나 할 말처럼 들리는군. 혹시 스라바 자네 평소 감수성이 풍부한 편인가?"


푸조가 장난을 치고 싶다는 얼굴이었기에 스라바는 그냥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생글거리고 있는 푸조를 보며, 스라바는 그날 밤 이 남자를 살려둔 자신의 행동을 약간 후회했다.

스라바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푸조가 속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질문해왔다.


"그런데 그날 밤 말인데. 왜 나를 살려둔 건가? 성물의 존재를 아는 날 죽이라는 것은 분명 자드의 지시였을 테지?"


"...공작은 내게 지시할 수 없어. 나는 공작의 부하 같은 것이 아니니까. 자드가 너를 제거하라는 말을 꺼낸 것은 사실이야. 다만 그것은 부탁이었지. 그게 부탁이라면 내가 일일이 들어줄 이유 따윈 없어."


"흐음... 그렇군. 그런데 하나 더 궁금한 것이 있는데."


스라바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푸조는 마차를 타고 오는 내내 이런 식으로 쉼 없이 떠들어 대고 있었다.

잠시 고민한 스라바는 혹시 다음 목적지가 생긴다면 이런 느긋한 마차 여행 대신 험한 여로를 선택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루 종일 험한 길을 헤치다 보면, 아마 이 늙은 마법사도 제 풀에 지쳐 입을 열지 못할 것이다.

푸조가 스라바의 찡그린 표정을 보고선 웃으며 말했다.


"안심하게 이게 마지막 질문이니까. 어디 보자...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구만. 나는 폴 영지에서 신기한 아이들을 보았지. 처음에 시선이 간 것은 단연 여자아이 쪽이었네. 루나라고 했던가? 걸치고 있는 옷이나 새하얀 피부 역시 특이했지만 그것보다는 역시 기운이겠지. 사람이라고 하기엔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마력이 너무 옅었거든. 하지만 나중에 주목하게 된 건 그 옆의 평범해 보이는 상인 놈이었어. 정말 이상한 기운을 뿜고 있더군."


푸조는 회상하는 것이 분명한 눈길로 마차 지붕을 응시했다. 스라바는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아무튼 자네에게는 이 여정의 진정한 목적을 내게 설명해줄 의무 정도는 있는 것 아니겠나? 나는 목숨을 잃을 뻔했단 말일세. 그 이유가 궁금한 것이야 당연하겠지."


그렇게 말하는 푸조의 태도는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라바는 푸조의 지독한 호기심에 대해 넌덜머리를 느꼈다.

여지껏 만난 마법사라는 족속은 하나 같이 이런 놈들이었다.

목숨을 위협 받았다는 사실보다, 목숨을 위협 받은 이유에 대해 더 궁금해 하는 놈들.

스라바는 무미건조한 말투로 말했다.


"세상에는 타인이 수저를 조금 이상하게 쥔다는 이유 만으로 살해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 인간도 있는 법이야. 자드나 내가 그런 인간이 아닐 거라는 보장은 없지."


"음. 그건 아닐 것 같구만. 자네는 합리적인 인간이야. 그날 펍에서 칼을 휘두르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내 생각에는 말이지, 자네는 내가 필요해. 아니, 정확하게는 마법사가 필요한 거야. 그렇지 않나?"


스라바는 마법사들 중 바보는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푸조는 바보가 아니었고, 실제로 그의 추측은 거의 사실에 가까웠다.

그렇게 안타까움을 느낀 이후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북부의 바보 같은 수뇌부에 대한 분노였다.

스라바는 자신에게 이런 중요한 임무를 맡길 것이었다면, 적어도 따로 통신이 가능한 마법사 정도는 붙여줬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막 피오 교단의 불온한 움직임과, 파스토르와 자드의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참이다.

스라바가 보기에 현재 상황은 노련한 검투사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모습과 비슷했다.

그러니까 어느 한 쪽도 섣불리 먼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콜텐의 마탑에는 북부의 계획에 속한 인물이 있었기에 여태 정기적인 보고에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수도를 벗어난 지금, 아무 도시에 있는 낯선 마법사를 붙잡고 북부와 통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통신을 담당하게 될 마법사가 자드 공작과 연관이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라바는 북부와의 통신을 담당할 개인 마법사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 경우 스라바가 원하는 마법사의 조건이란 상당히 까다로운 편에 속했다.

바로 그 점이 문제였다.


첫 번째로 그 마법사는 자드 공작과 조금의 연관도 없는 남부의 인물이어야 한다.

우선 남부의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다.

자신의 곁에서 북부와의 통신을 담당해야 하니까.

그리고 자드와의 유착관계가 조금도 없어야 하는 점도 당연하다.

마법사는 북부와 통신하는 과정에서 북부의 계획을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혹시라도 마법사가 자신들이 벌이고 있는 사업의 목적을 자드에게 떠벌릴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 조건은 나이였다.

너무 젊은 마법사는 곤란했다.

젊은 놈들은 언제나 그렇다.

혈기에 취해 무슨 바보 같은 일을 벌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고 늙어서 기가 죽어버린 인물도 적절하지 않다.

그런 놈들은 반대로 혈기가 너무 없어서 자신의 험난한 여로를 따라오지 못할 확률이 높다.


종합하자면 스라바가 찾는 마법사란 자드 공작과 어떤 관계도 없는 인물이어야 하며, 북부와의 통신 도중에 계획의 전말을 알게 되어도 동요하지 않을 대범한 인물이어야 했다.

이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는 마법사를 찾기란 당연히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다는 말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누가 봐도 조건은 가혹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서 스라바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어서 스라바는 위와 같은 수 많은 조건에 전부 부합하는 유일한 마법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일단 푸조는 자드 공작에게 목숨을 위협 받고 있으니 당연히 자드의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자드 공작에게 원한을 품고 있을 테니, 자드에게 발설할 위험은 없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무엇보다 푸조는 대범한 마법사였다.

그러니까 오밤중에 자신을 단검으로 찌르려고 했던 자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져 댈 만큼 대범했다.


스라바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함께 다니며 통신을 시킬 작정이었기에 모든 사실을 영원히 숨기고 있을 수는 없었다.

푸조가 북부와의 통신을 계속 돕다 보면, 결국 그 역시 계획의 모든 전말을 알게 될 것이다.

결국 스라바는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스라바는 모든 것을 다 알려줄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가령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흥미로운 계획 같은 것들이 그랬다.

마침내 스라바가 체념한 투로 대답했다.


"그래. 네 말대로 나는 마법사가 필요해, 북부와 정기적인 통신을 할 마법사가. 그 일을 네가 해 줬으면 좋겠군."


"해 줬으면 좋겠다라... 그건 마치 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들리는구만."


"거절해도 괜찮아. 네게 거절할 권리 정도는 있겠지."


푸조가 그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스라바가 무심한 얼굴로 덧붙였다.


"하지만 만약 네가 거절한다면, 그때는 나도 내 권리를 행사하겠어."


"무슨 권리 말인가?"


"강자로서 약자의 목에 단검을 꽂아 넣을 권리."


푸조는 대답하지 않고 싱긋 웃었다.

스라바는 그것이 '제안은 수락할 테니 어서 첫 질문에 대한 설명이나 하라'는 미소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다분히 일그러진 얼굴로 스라바는 설명했다.


"좋아 설명해주지. 이 여정을 설명하자면 우선 이것부터 말해야겠군. 폴 영지에서 너는 성물을 흡수한 아이를 봤겠지."


"그 시건방진 상인 꼬마라면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그보다 역시 성물이 맞았군. 전설로나 내려오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 상인의 이름은 리버다. 북부에서 손에 넣고 싶어하는 아이지. 그리고 성물은 전설이 아니야. 실제로 존재하고 관련된 역사들도 전부 진실이야. 다만 와전된 것이 많을 뿐이지. 그 전설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으니까."


"나한들에 대한 전설이 전부 진실이라고? 그럼 궁극의 마법 재료인 나한의 돌도 존재한다는 말인가?"


"...그건 마법사들의 희망적인 바람이 이야기에 가미된 경우라고 볼 수 있겠군.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런 건 없어."


푸조가 약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스라바는 설명을 이었다.


"어차피 북부와 통신하다 보면 너도 알게 될 일이니 설명해주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북부는 전쟁을 일으킬 계획이다."


"전쟁이라고?"


푸조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모았다.

스라바는 그것이 전쟁이라는 말을 듣게 된 남부인들이 보일만한, 아주 적합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푸조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본 스라바는 이내 그것이 놀라움이 아니라 단순한 의문에 가까운 감정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아니나 다를까 푸조가 지극히 의심스럽다는 투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북부에 전쟁을 일으킬만한 재력이 있던가? 내가 알기로 종교전쟁 이후 북부는 완전히 황폐해졌을 텐데."


"그래, 그때 우리는 완전히 파괴되었지."


스라바는 품 속에 손을 넣고 뒤적거렸다. 그 행동을 지켜보던 푸조의 인상이 갑자기 구겨졌다.

스라바가 품 안에서 꺼낸 것은 작은 장신구함 같은 것이었다.

그 안에는 연초가 수북이 들어 있었고, 스라바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연초 하나를 꺼내 물었다.

곧이어 연초 끝에 불이 붙었다. 마차 내부가 연기로 가득 찼다.

스라바는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푸조를 보며 살짝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너도 머지 않아 알게 될 거야. 우리의 기막힌 사업에 대해서 말이지."


그 말을 끝으로 스라바는 더 이상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잠시 뒤 푸조가 마차 예절에 대해 스라베엑 한 마디 하려던 순간, 마차가 심하게 덜커덕거렸다.

엉덩이가 잠시 붕 떠오르는 체험을 한 푸조는 곧바로 마부석과 연결된 창문을 들며 성을 냈다.


"마차를 어떻게 모는 게냐 이놈아!"


"죄...죄송합니다 나으리, 하지만 맞은 편에서 예절을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보통 말을 탄 쪽에서 마차를 배려해주기 마련인데... 저 녀석들은 거의 부딪히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푸조는 마부에게 더욱 조심히, 하지만 빠른 속도로 마차를 몰라는 역설적인 명령을 내렸다.

그 뒤에는 마부가 말한 무례한 녀석들을 확인하기 위해 창 밖으로 상반신을 쭉 내밀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마부가 말한 녀석들과는 이미 상당한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말을 타고 있는 것은 네 사람이었다.

푸조는 그중 한 명의 덩치가 이상하리 만치 큰 것 같다고 생각했다.

푸조는 그들을 불러 세운 뒤 잘잘못을 따지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마차에 얌전히 착석했다.

고작 이 정도 일로 시간을 허비하기엔 사안이 급했다.

푸조는 어서 빨리 그 아이들을 만나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고 싶었다.

그러자면 듀라트 영지로 가는 것이 우선이다.


"궁금한 점이야 많지만 자네를 따라다니다 보면 어차피 알게 되겠지. 아무튼 우리는 듀라트 영지에 가면 그 두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건가?"


"나는 한 위치에 오래 머무른 성물의 힘을 추척할 수 있어.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는 말이지. 그러니 그들이 이미 듀라트 영지에서 떠났더라도 알 수 없어. 희망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어쩌면 그 놈들은 이미 자드가 기르는 카니쿨라들에게 잡혀 있을 수도 있지. 그런 거라면 좋겠군. 수고를 덜 수 있을 테니까."


스라바는 그렇게 말한 뒤 앞으로는 어떤 질문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푸조 역시 방금 전 설명에 대해 생각하느라 입을 다물었다.

마차 내부는 고요함에 휩싸였다.

허름한 나무로 만들어진, 너무 오래된 탓에 덧칠도 희미해진 마차는 착실하게 대지를 짓누르며 두 사람을 듀라트 영지로 인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간농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6 다면기 (9) 23.10.03 18 3 14쪽
75 다면기 (8) 23.09.28 30 3 13쪽
74 다면기 (7) +1 23.09.28 27 2 17쪽
73 다면기 (6) 23.09.24 54 3 13쪽
72 다면기 (5) 23.09.23 31 2 12쪽
71 다면기 (4) 23.09.21 36 3 12쪽
70 다면기 (3) 23.09.18 34 3 16쪽
69 다면기 (2) 23.09.17 36 3 18쪽
68 다면기 23.09.16 33 3 13쪽
67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13) 23.09.16 36 3 17쪽
66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12) 23.09.15 37 4 12쪽
65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11) 23.09.09 39 3 16쪽
»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10) 23.09.09 35 3 17쪽
63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9) 23.09.05 42 4 17쪽
62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8) 23.09.03 45 4 16쪽
61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7) 23.08.31 44 4 15쪽
60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6) 23.08.30 44 4 14쪽
59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5) 23.08.29 39 4 15쪽
58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4) 23.08.28 45 4 21쪽
57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3) 23.08.27 40 3 21쪽
56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2) +1 23.08.10 62 6 19쪽
55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23.08.10 52 5 17쪽
54 착석 (15) +2 23.08.08 65 5 15쪽
53 착석 (14) 23.08.07 77 4 15쪽
52 착석 (13) +2 23.08.03 137 6 19쪽
51 착석 (12) 23.08.03 62 6 17쪽
50 착석 (11) 23.08.01 60 8 15쪽
49 착석 (10) +1 23.07.31 68 7 17쪽
48 착석 (9) +1 23.07.30 69 6 20쪽
47 착석 (8) +1 23.07.27 64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