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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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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괴
작품등록일 :
2023.05.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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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0,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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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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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착석 (15)

DUMMY


디스토니아 중앙 수도원의 지하에는 일반 주교들은 물론이고, 수도원의 내부 사정을 샅샅이 꿰고 있는 이들조차 알지 못하는 공간이 있다.

도시의 한 구역과 비견될 정도로 넓은 그 지하에 스니블이 있었다.

스니블은 복도라고 할 수 있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의 걸음걸이는 느릿했다. 스니블은 스스로 그 지하를 방문했음에도 정말 자신이 그곳에 가길 원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고, 그 마음에 그대로 걸음걸이에 반영된 듯했다.

한참 내려가자 철문 하나가 나왔다. 스니블은 철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연기가 훅 끼쳐와서 스니블은 인상을 찌푸렸다.

스니블은 미리 준비해왔던 물에 적신 천을 얼굴에 둘렀다. 그리고 문 안쪽으로 진입했다.


조명이 모자란 탓에 그곳은 전체적으로 어두컴컴했다. 그나마 밝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 곳들도 연기로 뒤덮여 있어서 여전히 시야는 불투명했고, 그 탓에 그 지하실은 다소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스니블은 지하실 한 가운데를 가만히 가로질렀다.

숨 쉬기가 여간 불편했다. 얼굴에 두른 천은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었다. 천을 떼어내버릴까 무수히 고민하던 스니블은 그러나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곳에 가득 찬 연기를 들이마실 바에야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는 편이 나을 게 분명했다.


부지런히 걸으며 스니블은 힐긋 지하실을 둘러보았다.

지하실의 공간 대부분은 커다란 탁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탁자의 크기는 장정 두 명은 그 위에 거뜬히 누울 만큼 큰 편이었다.

탁자 위의 모습은 도시의 공방을 연상케 했다. 탁자 위에는 유리 용기나 시험관 같은 것이 있었고, 용기 안에선 이름 모를 액체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 외에도 지나치게 큰 집게나, 반대로 너무 작은 집게들, 혹은 스포이드 같은 것들이 보였다.

지하실은, 그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 보았다면 도무지 그 용도를 짐작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도구들과 더불어 작업을 하고 있는 인간들의 면면 또한 특이했다.

손과 다리를 벌벌 떨거나 저는 인간. 손가락을 몇 개 잃어버린 인간. 허리가 잔뜩 휜 인간. 눈 한 쪽이 텅 비어있는 인간들이 있었다.

그들은 일반적인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결함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결함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기는 했다. 그들은 모두 거나하게 취한 사람처럼 흐리멍텅한 눈을 하고 있었다.


다시 스니블이 몇 걸음 앞으로 걸었을 때, 문득 작업자 세 명이 스니블 앞으로 다가왔다.

세 명 중 허리가 잔뜩 굽은 작업자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스니블을 알아본 것인지 가벼운 목례를 건네왔다.

일반 신자가 주교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는 것은 수도원의 율법에 어긋나는 일이다. 하지만 스니블은 그 신자의 무례함을 탓하지 않았다. 아무튼 그 신자는 이미 허리가 굽을 만큼 굽어 있다. 따라서 그로서는 인사를 하는 동시에 목례를 하는 셈이다.

그 생각을 떠올림과 동시에 스니블은 천 밑에서 옅게 웃었다. 스니블은 손을 들어 올려 인사를 대신했다. 그리고 세 명의 작업자에게 명령했다.


"가 봐."


작업자들이 떠났고, 스니블은 다시 걸었다. 얼마 걷지 않아 스니블은 지하실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처음 철문보다 훨씬 커다란 문이 있었다.

스니블은 주저하지 않고 손잡이를 내린 뒤 힘껏 문을 밀었다. 문은 바깥의 연기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일부러 보다 육중하고 빈틈없이 설계되어 있었다. 문 안 쪽에 들어선 스니블은 얼른 문을 닫아버렸다.

쿵- 하는 무거운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스니블은 얼굴을 덮은 천을 잡아 뜯었다. 천은 지하실을 가로지르는 동안 그 더러움과 눅눅함, 퀴퀴함 같은 것을 전부 머금어버린 듯했다. 천은 더럽고 축축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스니블은 자신이 다른 천을 가져오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스니블은 자책하며 소파에 앉았다.

철 문의 반대편에는 곧바로 응접실 같은 공간이 있었다.

응접실의 공기는 바깥과 달리 쾌적했다. 스니블은 소파에 앉아 몇 번이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스니블이 공기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었을 무렵, 응접실과 이어진 안 쪽의 방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여성의 목소리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북부 여성들에게서는 통 들어볼 기회가 없는 나긋나긋하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응접실 안쪽에서 잠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 후에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스니블?"


"오랜만이에요 미오."


미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스니블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눈높이는 고작해야 스니블의 가슴께 밖에 오지 않았다. 물론 위로 바짝 솟은 두 귀까지 키에 포함시킨다면 그녀는 스니블보다 더 컸다.

일반적인 쿠니들처럼 그녀 역시 몸의 대부분이 하얀 털로 덮여 있었다. 하지만 군데군데 불규칙하게 회색 털이 돋아 있는 걸로 봐서는 지금이 털갈이 시기인 듯했다.

앙다문 미오의 입술 양 쪽으로는 투명하고 긴 수염이 몇 가닥 나 있었다.

까만 눈은 흰자위가 드러나지 않아서 얼핏 보기에 동공이 없어 보이는 느낌을 주었지만, 자세히 보면 실은 까만 동공이 너무 큰 탓에 그렇게 보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미오는 바깥의 신자들과 마찬가지로 작업복 비슷한 것을 걸치고 있었다. 미오의 작업복에는 작은 플라스크 같은 것과 알 수 없는 약초, 혹은 건초 같은 것이 무질서하게 꽂혀 있었다.

미오는 천천히 스니블 앞으로 다가와 섰다.

상체에 비해 짧은 다리 탓에 미오의 걸음은 아장거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았다.

스니블 앞에서 미오가 주둥이를 오물거렸다.


"별일이군. 네가 여기까지 직접 행차하다니. 그래, 무슨 일이지?"


"스칼과 함께 내일 무벤으로 가게 됐어요. 무벤은 꽤 먼 도시고, 아무래도 우리는 그곳에 꽤 오래 머물러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떠나기 전에 인사하러 왔어요."


미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벤에는 왜? 컨트 시장이 오피디아를 빼돌리기라도 했니?"


미오가 스칼과 정확히 같은 반응이어서 스니블은 저도 모르게 살짝 웃었다.


"아니요. 아시다시피 그는 그렇게 배짱 좋은 인물이 아니니까요. 대주교의 말이 맞다면 아마 다른 세력이 개입한 것 같아요."


스니블의 대답에 미오는 흥미가 식어버린 것 같았다. 미오는 스니블의 맞은 편으로 아장아장 걸어가서 소파에 마주 앉았다. 스니블은 왠지 자신이 불청객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말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지하실을 둘러봤어요. 처음 이 지하를 증설할 때완 완전 딴판이던 데요. 아주 효율적으로 정돈돼 있더군요."


말하던 도중 스니블은 미오가 자신의 얘기에 완전히 무관심하게 변해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스니블은 씁쓸한 기분으로 말을 이었다.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어요? 만약 있다면 제가..."


스니블은 말을 멈췄다. 맞은 편에서 미오가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미오는 불쾌한 듯 역삼각형의 분홍색 코를 몇 번이나 샐쭉거렸다. 미오의 솟아 있던 귀가 절반 쯤 접혀 아래로 축 처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니블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스니블이 사과하기도 전에 미오가 볼멘소리를 냈다.


"불편한 점이 없냐고? 멍청하긴,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니?"


스니블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미오를 바라보았다. 멍청하다는 평가는 스니블에게 지독하게 낯선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스니블은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미안해요 미오. 제가 또 인간처럼 말해버렸네요."


스니블은 자신이 던졌던 질문이 미오에게 어떻게 들렸을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인간 사이의 대화였다면 의미없는 인사치레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미오에게 불편한 점이 없냐고 묻는 것은 그 자체로 실례다.

쿠니는 자연을 사랑하며 미오 역시 마찬가지다. 눅눅하고 더러운 지하실에 갇혀 있는 미오가 불편하지 않을 리가 없다. 어쩌면 미오는 이곳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아돌프들 만큼은 아니지만 쿠니의 후각은 인간보다 민감한 편이다.

어떤 변명을 꺼내 놓을까 고민하던 스니블은 그냥 관두기로 했다. 차라리 서둘러 용건을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저... 미오, 그러니까 무벤으로 가는 김에 그걸 받고 싶어서요."


미오는 말없이 작업복을 뒤졌다. 이내 미오가 허리춤에서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유리병을 바라보던 미오는 킁- 하고 작게 콧방귀를 한번 뀐 다음 고개를 들었다.


"그래, 어차피 이걸 받으러 온 거겠지."


미오는 유리병을 휙 던졌다. 다음 순간 스니블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니블은, 만약 스칼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박장대소할 만큼 허둥대며 유리병을 받아냈다. 다행히 유리병은 스니블의 손에 안착했다. 스니블의 표정이 험악하게 굳었다.

스니블은 대주교의 자리보다 더 소중한 그 유리병을 미오가 함부로 다룬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스니블은 손에 들린 유리병과 미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미오는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식으로 소파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

잠시 후 스니블의 표정이 다시 차분해졌다.

스니블은 자신이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그녀에게 화를 낼 수 없음을 겸허히 인정했다.

지하에서의 생활은 쿠니들에게 있어서는 감옥에 있는 것과 다름 없다. 그리고 미오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그 추레함을 감당해내고 있었다. 따라서 미오의 태도를 불친절하다고 지적하려면, 우선 그녀의 동정심을 이용해 이 생활을 강요하고 있는 자신의 태도부터 지적해야 할 것이다.

스니블은 유리병을 바라보았다. 스니블은 미오에게 감사했다.


"항상 고마워요 미오. 그리고 당신에게 힘든 역할을 강요하고 있는 점은... 언제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꼬맹아?"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스니블은 그러나 미오가 마지막에 덧붙인 말에 우뚝 멈췄다. 그 호칭은 지나치게 마모돼 이제는 낯설게까지 느껴지는 과거에 대한 망향을 불러 일으켰다.

어느 틈엔가 미오는 스니블 앞에 다가와 있었다.

소파에 앉은 스니블과 서 있는 미오의 눈높이는 비슷했다. 미오는 스니블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스니블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스니블은 자신이 마치 고해성사를 들어주는 신부 앞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오의 크고 자위 없는 눈은 도저히 교란 시킬 수 없는 종류의 연만함 같은 것을 품고 있었다.

미오의 입이 오물거렸다.


"스니블. 타인에게 진심으로 고마워 할 줄 아는 인간은, 그런 짓을 하면 안돼."


스니블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거의 타성적으로 되물었다.


"그런 짓이라니요?"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짓과, 앞으로 네가 벌이려는 그 우스운 짓들 말야. 그래. 나는 너희들의 역사가 그런 식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은 알고 있어. 너희들은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해지면 갑자기 주변에 있는 것들을 죄다 때려 부수기 시작하지. 자연은 물론이고 타인까지도 말이야. 그러다 다시 궁핍한 시대가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둘도 없는 절친한 사이로 돌아가. 그 모든 과정을 그네들끼리 발전이나 진보라고 명명하면서."


"스니블. 방금 내가 말한 너희들의 특징은 한없이 무가치한 짓이야. 부수고 만들기를 반복하는 짓 말야. 하지만 그것들은 적어도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들이야. 시간은 분노나 폭력성 그리고 잔인함 같은 것들을 가장 잘 잡아먹거든. 그것들은 세상을 삼킬 것 같다가도, 어느샌가 시간 속에서 무던한 감정으로 소화되어버려. 그렇지만, 적어도 네가 하려는 행동은 그런 종류가 아니야. 시간도 소화불량에 걸리고 말 거야."


스니블은 결국 더 견디지 못하고 미오의 시선을 피해버렸다.


"미오씨는, 인간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군요."


미오는 여전히 안타까운 눈빛으로 스니블을 직시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질 거야. 어쩌면 네 누나처럼..."


계속해서 말할 것 같던 미오는 그러나 도중에 말을 멈췄다. 미오의 맞은 편에서 스니블이 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니블은 분노와 애틋함 그리고 회오 같은 것들이 전부 뒤섞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잠시 응접실에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응접실 내부의 공기는 너무 메말라버리고 건조한 나머지 성냥을 휘두르면 그대로 발화해버릴 것 같았다.

어느 시점에 스니블이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오. 인간 세상은 지금 병들어 있어요. 사기꾼들이 떳떳하게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그것이 불치병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저와 스칼이 그 병을 치료할 수 있어요."


스니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니블은 탁자 위에 놔 두었던 천을 집어 들었다. 천은 그새 완전히 말라 있었다. 스니블은 바로 옆에 있던 물병을 들었다. 깨끗한 물을 천에 적신 스니블은 그것을 얼굴에 두르며 말했다.


"쿠니나 아돌프 그리고 무스들은 조화롭죠. 그들은 자연을 사랑해요. 하지만 인간은 달라요. 우리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만 하죠. 심지어 스스로의 의지도 아니에요. 저는 그들이 진정 원해서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면 그냥 방관했을 거예요. 나무가 자라고 강이 흘러가는 모습을 아니꼽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하지만 대륙의 주요한 몇몇 사기꾼들이 문제예요. 저는 그 사기꾼들을 좌시할 수가 없어요. 저를 위해서도 또 당신네들을 위해서도."


스니블은 두꺼운 문 앞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기 전, 스니블은 몸을 돌려 미오를 쳐다보았다. 미오는 말없이 스니블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문득 스니블은 그녀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늙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쿠니들은 나이와 관계없이 거의 일정한 외형을 가지고 있고, 때문에 다른 종족이 그 겉모습으로 나이를 유추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스니블은 알 수 있었다. 눈 앞의 쿠니는 늙고, 초췌해져 있었고, 그리고 그럼에도 예전과 똑같이 자신에게 끊임없는 연민을 내던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스니블은 그 감정이 얼굴에 나타나기 전에 얼른 문을 밀어 젖혔다. 문의 바깥 쪽에 선 채로 스니블은 미오에게 마지막 안부를 전했다.


"이 일이 끝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제 누나도, 그리고 미오 당신도."


미오는 그저 동정 섞인 눈으로 스니블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쿵- 하는 둔중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스니블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응접실에서 한번 말랐었던 천은 금방 기분 나쁜 냄새로 물들었다. 더러운 냄새를 맡으며 스니블은 오늘 하루 두 노인과 나누었던 대화를 상기했다.

파스토르의 말처럼 계획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성물 전이자가 북부의 인물이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어찌 됐든 이미 대륙에는 세 명이나 되는 성물 흡수자가 있다. 그리고 멍청한 공작은 북부의 계획에 멋모르고 찬동하고 있다.


스니블은 드디어 대국이 시작되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달가운 사실이었다. 스니블은 언제나 자신의 바둑판 앞에 마땅한 기사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래서 스니블은 그저 혼자서 수를 놓아보며 복기로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바둑판 앞에 앉히고 싶었던 기사들이 모두 착석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대국에서 이기기 위해 하나씩 돌을 놓아가면 된다.

생각에 잠겨있자 기분 나쁜 연기가 스니블을 덮쳐왔다. 인상을 찡그린 스니블은 한시라도 빨리 지하실을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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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먹는 것과 뱉는 것의 차이 23.08.10 53 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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