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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Smith 님의 서재입니다.

다크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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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Smith
작품등록일 :
2020.05.16 16:22
최근연재일 :
2022.01.0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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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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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7,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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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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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얼음과 눈의 왕국 - 20

DUMMY

영원히 이어지는 겨울의 세계.


그것은 모든 천지를 집어삼키고, 추위와 굶주림으로 가득 채웠다.


지평선 너머로 끝없이 이어지는 동사된 시체들은 왕국 백성들의 말로였으며, 자신들의 나라가 다다를 미래였다.


멈출 줄 모르는 검푸른 냉기의 전선은, 이윽고 태양의 은총마저 잠재우며 암운을 향해 나아간다.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 생명체의 멸종.


이 땅 위의 모든 원주(原住) 생물들이 사라지는 것.


있을 수 없는 광경, 존재할 리가 없는 환상을, 엘리에는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보인 것은 거대한 이형의 구조물.


맑고 푸른빛을 반짝이며, 아름답기까지 한 그 물체는, 끊임없는 폭풍과 혹한의 얼음조각들을 뿜어내고 있었다.


자신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왕도가, 반짝이는 푸른 얼음 덩어리로 덮여 있었다.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도, 해맑게 웃으며 뛰어가던 아이들도,


모든 이들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있던 것이다.


마치 시간이 멈춘듯, 엘리에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혼란스럽고 끔찍한 장면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와 뿌리째 뒤흔든다.


메이즈 스노우는 왕국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광범위한 영역의 확장은 주변국으로까지 넓혀져, 수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막아야만 해. '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떤 수단을 취해서라도.


이 미래를 막아야만 한다.


" ....그렇군... 그런 거였나.... "


방금 전, 엘리에가 도시내로 진입하려 발을 내딛었던 순간,


지금의 장면들이 그녀의 얼굴 앞으로 들이닥치듯 지나쳐갔다.


그리고 그것들이 사라진 후, 돌연 눈 앞에 나타난 이형의 건축물.


방금 전, 그녀의 머리로 흘러들어온 환상 속에서 보았던 것이다.


라그센의 도시 중심부에, 어느샌가 떡하니 세워져 있는 그 모습은 실로 이질적이라고 밖에 형언할 수 없었으나,


엘리에는 저것이 환상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신으로 엄습해오는 불가사의한 압력이, 명확히 그곳에 존재한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본래, 라그센의 영주성—그라노르 요새—의 위엄을 간직하고 있었을 장소에,


그 거대한 구조물은 느닷없이 나타나 있었다.


기하학적인 형상, 높이 1000척 , 넓이 3000평.


엘리에는 여전히 있을 수 없는 광기의 현장을 목도하고 있었다.


푸른색의 얼음 덩어리, 혹은 크리스탈 같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 듯한 그 타원형의 구조물은,


그녀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보아온 어떤 건축물보다도 장대하고 드높았으며,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예술성과 압도적인 기술의 신비를 느끼게 했다.


그곳에 문이나 창문같은 설비는 일체 보이지 않았으며, 타원형의 꼭대기에는 큼지막한 고드름 수십 개가 공중을 떠다니고,


그 주위를 시계방향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어떠한 말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거대한 구조물 전체가, 맥동하듯이 창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건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엘리에는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개인이나 국가따윈, 적어도 그녀가 알고 있는 선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대적하고 있는 존재는 명확히 상궤를 벗어나 있었다.


경외, 혹은 어떤 신성함마저 느끼게 하는 위용이 거기에 있었다.


엘리에는 내딛고 있던 발 한쪽을 천천히 다시 뒤로 옮겼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이형의 구조물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그라노르 성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 역시나.... '


그리고 다시 성벽 가장자리를 향해 발을 내딛자, 이번엔 그라노르 성의 모습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거대한 이형의 구조물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단지, 아까 전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온 환상같은 장면들은 이번엔 보여지지 않았다.


'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알 것 같군... '


아마도, 그라노르 성은 이미 사라졌다.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몰라도 원래 있었던 영주성을 흔적도 없이 치우고,


그 자리에 저것을 만들어 놓았다.


지금 보고 있는 거대한 구조물은 눈속임도 뭣도 아니다. 오히려,


성벽의 가장자리를 경계로, 환영과 진실이 뒤바뀌게 장치해 둔 것 같았다.


누군가가 도시 내로 진입하게 되면 그라노르 성의 환영이 사라지고, 도시의 실체가 드러난다.


반대로, 엘리에가 도달한 이곳 내성벽의 가장자리만큼 가까이 다가오지 못 한다면,


어느 방향에서 도시를 관찰하든 진실에는 다가갈 수 없는 것이다.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광역 환술따윈 들어본 적도 없다.


' ..이제와선 더 이상 놀랄 것도 없지만... 상당히 성가신 상황이 됐군... '


엘리에는 성벽 가장자리 위에 서서 도시 전체를 내려다 보았다.


술수를 밝혀냈으니 전후의 도시 전경을 다시 한번 유심히 관찰했다.


아무래도 환영으로 감추고 있던 구조물은 저것 하나뿐인듯 했고,


그 이외의 건물이나 거리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도시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또 다른 속임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어쨋거나 확실한 건... '


지금도 심장의 맥동처럼, 쉬지 않고 푸른 빛을 번쩍이는 이형의 구조물.


무엇이 기다리고 있건, 해답은 분명 저곳에 있다.


하지만 자신들만으론 부족하다.


아니, 왕국 혼자서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앞으로 틀림없이 일어날, 대재해를 막기 위해선,


모든 인종의 국가군이 하나로 힘을 합쳐야만 한다.



........................................

..............................................................

...........................................................................................



" 모조리 죽여버리면 되는 거지? "


" 그런가 봐. "


증질 — (Grow Leech).


1749 개의 혼탁한 점액성 물질이 들판을 질주한다.


때는 해가 질 무렵, 허나 하늘은 온통 회색의 구름들로 가득했다.


어두운 잿빛 아래에 무수한 모험가들과 마수의 무리가 대치한다.


증질 (Grow Leech). — 모험가 길드에서 산정되어 있는 위험수준은 [ 황색 레벨 ].


몸체의 길이 25cm, 크기 20cm,


온난한 지역을 주 서식지로 삼으며, 그곳에 하나가 보이면 주위로 백 마리가 숨어있다고 말해지는 소형 마수였다.


미끌미끌한 표피는 탁한 회색빛깔을 띄며, 습성과 생김새는 거머리에 가까웠고,


주식으로는 먹잇감의 혈액과 마력을 흡수한다.


비록, 위험레벨은 가장 밑 단계로 책정되는 하등 마수의 한 종류였으나,


이 존재가 진정으로 두려운 점은 비약적인 자가증식 능력에 있었다.


한 마리, 한 마리에는 전투능력이 절무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들이 황색 레벨로 인정되는 순간은, 백여 마리 이상의 증식을 마쳤을 때였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 동 > 등급의 모험가 팀들만으로 충분히 구제할 수 있는 수준의 마수였기에,


'보통' 때라면, 문제조차 없을 상대였다.


" 몬스터는 집단같은 거, 안 이룬다며?! "


화염 속성의 강화 마법이 깃든 검 한 자루가, 허공을 가르고 탁한 점액질 몸뚱이에 닿았다.


" 이 녀석들은 몬스터가 아니라 마수 입니다! , 그리고 집단이 아니라 증식... "


" 그래서 정확히 몇 마리인 건데?! "


이곳은 메이즈 스노우로부터 수백 미터 떨어진 평원의 한 가운데.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 근방의 마수 발생율은 극히 적었으나,


메이즈 스노우가 생겨난 이후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광범위한 기후변화의 영향 아래, 왕국 남쪽 지방의 생태계는 극변을 맞이하고 있었다.


" 잭! , 삼켜지고 싶지 않으면 집중하세요!!... "


그리고 < 동 > 등급의 모험가 팀, '케이헤투스' 역시, 이 마수 토벌전에 참전하고 있었다.


" 그로우 리이치는 생물을 가리지 않고 먹이로 삼습니다. 방어구를 착용한 이상, 두 세마리가 들러붙어도 문제는 없겠지만, 표적으로 집중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


순식간에 50 마리가 넘는 점액질 덩어리를 흙으로 돌려보낸 데언은, 차분히 설명을 이어가면서도,


마치 기계적인 속도로 마수들을 썰어넘기고 있었다.


그들이 거점으로 활동하는 야영지—공동구역은, 이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였기에,


지금과 같은 마수의 발생과 토벌은 모험가들 사이에서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메이즈 스노우가 출현하면서 모험가 길드나 마법사 길드, 상인 길드 등의 조직들은 넘쳐나는 일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들은 많지 않았다.


메이즈 스노우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와 피해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었고,


몬스터나 마수들이 다른 서직지를 찾아 멀리까지 이동하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왕국의 각 지방에까지 그 불씨가 번지려 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 설마 이렇게까지 될 줄은.... '


현재 자신들의 나라에 일어나고 있는 여러 문제들.


데언은 그 근심을 속으로 삼키면서, 동료들의 지원을 계속해나갔다.


" [ [ 충격파 - (shock wave) ] ] "


마법에 의해 발생한 공기 압력파가 그로우 리이치의 몸통을 강타한다.


설령 저계위의 주문일지라 하여도, 마법사의 수준에 비례해 마법은 강화된다.


먹잇감을 향해 뛰어오른 그로우 리이치는 그대로 공중에서 진녹색의 피를 분출하며,


몸통이 반쯤 터지다싶이 죽음을 맞이했다.


고위 신성마법의 사용자인 카밀로가 발하는 마법 공격은 그만큼 강력했다.


" [ [ 충격파 - (shock wave) ] ] "


여전히 주위로 산적해있는 마수들을 향해, 카밀로는 마법을 연사하며 차례대로 정리해나갔다.


신성마법을 사용하는 그녀에게 있어서, 그로우 리이치 같은 악성이 아닌 생물에겐 통용되는 공격 수단이 좁혀지지만,


그렇다 해도, 모조리 죽이는 데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 [ [ 돌화살 - (stone arrow) ] ] "


" [ [ 마력 칼날 - (mana blade) ] ] "


" 저는 그로우 리이치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만.. 그냥 전부 해치우면 되는 건가요? "


마법으로 생성된 거센 돌풍이 주위로 불어닥치며, 다가오는 모든 그로우 리이치들을 날려보냈다.


" 예 , 하지만 어차피 스스로 사멸할 겁니다. "


데언은 카밀로의 물음에 답해주며, 잭과 에딘이 있는 쪽도 지켜보고 있었다.


" 이 정도 숫자로 증식을 한 것을 보면 원래는 스무 마리 정도 였겠지요. "


그로우 리이치는 본래 자웅동체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번식을 목적으로 하는 자가수정과, 극단적인 보존과 생존을 목적으로 하는 자가증식.


라그센 근방의 우거진 산림 속에 서식하고 있던 그로우 리이치는, 갑작스러운 기후의 급변과 생태계의 교란으로 인해 생명활동을 위협받고 있었다.


거기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자기자신의 분열.


100체에 가까운 비약적인 증식을 통해, 적절한 서식지와 먹잇감의 확보를 우선한 것이다.


그리고 100체의 자신들 중, 생존에 성공한 개체들만이 목숨을 계속 이어간다.


적자생존. 그것에 실패한 개체들은 몇일 정도로 자연사를 맞게 된다.


다시 말해, 그로우 리이치에게 있어서 자가증식이란, 목숨을 불태운 최후의 생존이란 것이다.


작가의말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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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얼음과 눈의 왕국 - 22 +1 21.09.19 31 1 12쪽
54 얼음과 눈의 왕국 - 21 +1 21.09.05 39 1 12쪽
» 얼음과 눈의 왕국 - 20 +1 21.08.23 46 1 12쪽
52 얼음과 눈의 왕국 - 19 21.06.30 56 1 12쪽
51 얼음과 눈의 왕국 - 18 21.05.16 72 2 12쪽
50 얼음과 눈의 왕국 - 17 21.04.25 54 1 13쪽
49 얼음과 눈의 왕국 - 16 +1 21.04.05 45 1 12쪽
48 얼음과 눈의 왕국 - 15 +1 21.03.17 57 1 12쪽
47 얼음과 눈의 왕국 - 14 +1 21.02.28 60 1 12쪽
46 얼음과 눈의 왕국 - 13 +2 21.02.14 71 3 12쪽
45 얼음과 눈의 왕국 - 12 +2 21.01.17 99 3 14쪽
44 얼음과 눈의 왕국 - 11 +3 20.12.20 92 3 12쪽
43 얼음과 눈의 왕국 - 10 +2 20.11.15 78 3 12쪽
42 얼음과 눈의 왕국 - 9 +3 20.10.14 104 3 15쪽
41 얼음과 눈의 왕국 - 8 +2 20.09.15 77 4 12쪽
40 얼음과 눈의 왕국 - 7 +4 20.08.25 86 4 12쪽
39 얼음과 눈의 왕국 - 6 +3 20.08.17 83 4 13쪽
38 얼음과 눈의 왕국 - 5 +3 20.08.03 103 3 13쪽
37 얼음과 눈의 왕국 - 4 +4 20.07.25 87 5 12쪽
36 얼음과 눈의 왕국 - 3 +3 20.07.19 98 4 12쪽
35 얼음과 눈의 왕국 - 2 +4 20.07.11 137 4 15쪽
34 얼음과 눈의 왕국 - 1 +6 20.07.04 140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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