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hiteSmith 님의 서재입니다.

다크 소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WhiteSmith
작품등록일 :
2020.05.16 16:22
최근연재일 :
2022.01.01 22:16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8,943
추천수 :
610
글자수 :
317,922

작성
20.06.23 11:35
조회
152
추천
6
글자
18쪽

태동하는 어둠 - 17

DUMMY

데언은 검을 거두며 그 자리에서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떠났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어버린 것처럼,


본래는 사슴의 머리였을 터인 그것은,


어느샌가 완전히 녹아 흘러내려, 그 털가죽으로 뒤덮인 머리통도, 두개골의 뼈도, 뇌수도,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완전히 형체를 잃어버린 채 융해 되어 있었다.


그 옆에 쓰러져있는 몸뚱이도 마찬가지,


핵 기관이 녹아 사라져버렸으니 육체도 더 이상의 재생을 그만두고 스스로 무너져내리고만 것이었다.


“ ......... “


로베크는 그 몬스터의 잔해들을 무표정한 얼굴로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아무 말도 없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데언은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겨우 다섯 명이서 저 괴물과 대항해 맞서싸웠다.


그것도, 자신들보다 압도적으로 강대한 적을 상대로,


데언은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상대하고 있던 몬스터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덩치의 크기나, 뿔의 가지 수,


이 귀신사슴은 통상의 존재보다, 훨씬 더 강화되어 성장한 개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얼굴의 오른쪽 눈 주변이 재생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에게 구조를 부탁한 상인일행은 분명, 그들이 “은” 등급의 모험가 팀이라고 말했다.


거기에 그 중 두 명은 심각한 상처를 입은 상태라고도.


때문에 이미 일찍이 전멸했으리라 생각했었고,


설마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 그 자리에서 대치하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무언가 제대로된 포션이나 아이템도 없이,

이들이 여기까지 해낼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데언 자신도 귀신사슴과 조우해 전투를 치루어 본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 왕국에선 귀신사슴이라는 몬스터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보통은 서방쪽의 국가나, 아니면 왕국의 북쪽 국경선 근처에서 자주 출몰하는 편이기에,


특히 왕국 내에서 좁은 지역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모험가들에겐,

귀신사슴과 조우할 경우가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 데언이 해치운 귀신사슴은 확연하게 힘을 기른 개체.


사용가능한 특수능력의 횟수나 강도도 일반적인 개체 이상이었을 것이다.


설령, 적정레벨에 속하는 < 금 > 등급의 모험가 팀이었다 할지라도 이기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 온몸을 뒤덮고 있는 진한 갈색의 털가죽은 온갖 병장기에 대한 높은 내성과 방어력을 지니고 있으며, 마법에 대해서도 약간이나마 저항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데언이 아는 한해서는, 귀신사슴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인종의 언어를 약간 알아듣는다거나, 마법의 구별을 어느정도 할 수 있는 개체는 만나본적이 있지만,


실제로 마법의 행사가 가능한 놈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하지만 그 대신, 순수한 육체능력은 매우 탁월하다.


이 개체는 그러한 면에서 특히 두르러져 보였고,

재생력 역시 일반적인 귀신사슴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 증거가 놈의 오른눈이다.

명백히 산에 의해 부식되어 입은 데미지였으며,

상황을 봤을 때 아마 핵기관에 해당하는 뇌수까지 닿았던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도 회복속도는 떨어지지 않았고 데언이 상대하기 시작했을 때즈음엔 거의 수복이 끝나가고 있었다.


몬스터의 초재생능력은 각 종족마다, 그리고 각 개체마다 강도가 다르다.


키메라나 히드라같은 경우엔 그 핵 기관만 무사하다면,

거대한 몸통째로 3분안에 재생시킬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귀신사슴은, 몬스터라는 종 안에선 그 재생속도가 상당히 느린 축에 속했다.


또한 몬스터의 핵 기관을 파괴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통상, 화염이나 산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염기(鹽基)에 특화된 산성이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핵 기관에 그것을 직접적으로 닿게 만들 수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거기에, 데언이 자신의 검에 부여받은 [ [ 염기 덮개 - (base cover) ] ] 는 제 4계위 상위열에 속하는 마법으로,


귀신사슴의 마법저항력을 충분히 웃돌만큼의 고위마법이었다.


반대로, 그 오른쪽 눈을 꿰둟려 뇌수가 산에 부식당했음에도 회복이 가능했던 이유는,


사용된 마법의 위력이 부족했던 것도 있지만,

귀신사슴이 개체로서의 성장과 더불어 재생력이나 마법내성의 증가, 산에 대한 저항력까지 어느정도 갖추고 있었기 때문으로,

여러 복합적인 조건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귀신사슴의 육체능력은 확실히 대단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기준에 한해서다.


이 세계에는 괴물 이상으로 괴물같은 강자들이 우글댄다.


데언은 스스로 경험했기에 자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참격이나 다른 물리적인 공격도 마찬가지, 어디까지나 그에 대한 높은 내성을 갖추고 있을 뿐,

완전내성이나, 무효화같은 능력이 아닌 이상, 보다 월등하고 진화된 힘에 밀려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야말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혼신의 일격을 먹인,


압도적인 강자에 맞서 싸운 그들이야말로, 칭송받아야 마땅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이다.


당당히 가슴을 펴도 될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 저희를 도우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무겁게,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해오는 그에게는,


그런 말 따위는, 절망한 이에겐 아무런 소용도 없다. 닿을 수 있을리가 없다.


“ 아뇨, 저야말로.. 좀 더 빨리 오지 못해 죄송합니다. “


데언은 그의 눈에서 어떠한 작은 빛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어둠에 집어삼켜질 것만 같은,


그래서 데언은, 어떻게든 말을 건네보려 했다. 무엇인지 모를 불안감이, 그를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았기에,


“ 동료분의 치료는 저한테 맡겨주세요. “


그 때, 앞으로 걸어온 카밀로가 조용히 무릎을 꿇은 채,


아직까지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그의 동료에게 회복마법을 걸어준다.


[ [ 마력 이전 -(mana transfer) ] ].


“ 우선은 급한대로 제 마력을 나누어 줄게요. 그리고.. ”


[ [ 저주 해제 -(break a curse) ] ].


[ [ 중상 치료 - (holy one) ] ].


얼굴에 감겨 있던 붕대를 풀어주고 편하게 눕혀주었다.


“ 귀신사슴들 중의 일부는, 그 손톱에 저주가 깃든 개체가 있어요. 당신의 목에 난 상처 역시 마찬가지죠.”


신성마법을 다루는 카밀로는 순식간에 한 사람의 치료를 끝마치고, 일어나서 로베크에게도 똑같이 회복주문을 걸어주었다.


“ 때문에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상처가 수복되지 않고 출혈 시의 응고력도 사라지고 말아요. ”


로베크는 카밀로에게도 깊이 감사인사를 표했다.


“ 데언, 당신은... 뭐, 스친 곳도 없겠죠. “


사실 움직임이 너무 빨랐기에,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어찌됐든 피 한방울 묻지 않고 끝낸 것이었으니, 물어볼 필요도 없었으리라.


‘ 무리하지 말걸 그랬네... ’


데언은 속으로 조금 챙겨주었으면 하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5년 전만 했었더라도 최대 5개까지 투귀법을 동시사용 할 수 있었지만, 나이를 먹은 탓인지, 단련을 소홀히 한 탓인지, 지금은 4개 정도가 한계였다.


귀신사슴에게 접근하면서 << 오 력 >>이나 << 성 새 >>를 발동했던 것도 만일을 위해서였지만, 사실 쓸 필요성이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었고,


마지막의 << 오광연격 >> 같은, 상급 투귀법은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쓰긴 했지만, 3개분의 기력을 잡아먹는 기술이었기에, 데언은 스스로 쓸데없이 힘만 뺐다고 자조했다.


애시당초, 그가 소지하고 있는 클레이모어부터가,

‘청광석’을 제련시켜 만들어낸 마법적 금속의 도검이었기 때문에,


귀신사슴의 털가죽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강도 차이가 있었다.


“ 의식이 돌아오는 것 같아요. “


카밀로의 말과 함께, 누워있던 로베크의 동료가 조금씩 정신을 차리며 눈을 뜨고 있었다.


“ 이제 괜찮아... 미첼. ”


로베크는 그 얼굴을 들여다 보며, 조용히 말을 건네었다.


“ 괜찮으니까 누워있어. 내가 옆에 있을테니.. “


카밀로와 데언은 그 둘을 보며, 이제까지 신경쓰였던 한 가지를 물어보기로 한다.


주위에는 잭과 에딘, 상인일행도 함께 모여 있었다.


“ 저기.. 한 가지 신경쓰이는게 있었습니다만.. “


조용히 입을 여는 데언.


“ 혹시 이곳까지 오면서, 귀신사슴과 마주친 지점이 대략 어디였었나요? ”


일행들은 서로 마주보며 그 중에서 대표로 호위병이 대답했다.


“ 저 앞쪽 너머의 숲 속 입니다.”


그가 손가락으로 멀리 가리킨 곳은, 현재 데언 일행이 서 있는 황무지 바깥 너머의,


조그맣게 펼쳐져 있는 듯한 푸른 숲이었다.


부르올그 시까지 이어져 있는 가도를 쭉 따라 가게 되면 데언 일행도 마주치게 되는 숲이다.


“ ...그렇군요.. ”


데언은 그 방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우선은, 이분의 동료분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 묻어드리도록 하죠.. ”


그리고,


그들은 모두 각자 말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험가로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워준 전사들을 위해.





....................................

....................................................................



“ 이것도 함께 챙기면 되나요? ”


에딘이 상인들 중 한 명에게 천에 감싸인 무언가를 보이며 물었다.


“ 예, 감사합니다.. ”


그렇게 말하는 상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 굳이 여러분들까지 나서게 만들어서 죄송하네요... ”


귀신사슴에 의해 반파되어 뒤집힌 마차 주변에서, 그들은 널브러진 짐들을 회수하고 있었다.


이미 못 쓰게 되어버린 물건들이 많았지만, 상인들의 입장으로서는 어찌되었든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찾아서 가져가야만 했다.


“ 그런데, ‘흑롱석’이 전혀 안 보이네요... ”


상인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 중요한 물건인가요? ”


에딘이 그렇게 물어보자 그는 애매한 표정으로,


“ 음... 그렇게까지 값비싼 건 아니지만, 장신구 등의 보석으로 쓰이기도 하는 광석이라.. ”


“ 이 주변으로는 다 둘러보았는데.. 혹시 어떻게 생긴 광석이죠? ”


“ 여러 상자에 나눠서 담아두었습니다만... 아마 바깥으로 나왔다면 검게 빛나는 듯한 느낌이라.. 찾을 수 있을 텐데.. ”


그가 말하는 흑롱석이란, 그 특유의 성질과 희귀성으로 시중에서도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는 원석 중의 하나였다.


보통, 흑롱석은 대부분의 다른 광석들을 캘 때, 거기에 함께 붙어나오는 식의 광석이었지만,


결코 흔하게 발견되는 것은 아니었고, 한번에 캐서 얻는 양도 적은 물건이었다.


단단하지는 않고 무르며, 땅에 떨어지면 쉽게 조각이 나 부서진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 광석은 이제까지 아무도 제련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일광석을 다루는 장인조차, 이 돌만큼은 제련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가열 자체가 불가능한 광석이다.


거기에 또 한가지 특이한 성질로,

일정이상의 크기까지 조각나버리면 그 이상으로는 아무리 쎄게 쳐도 부서지지 않는다.


이러한 특질로 인해, 보통은 장신구 등에 가장 많이 쓰이는 광석이지만,

상인들이 끌고 온 선두와 가운데의 마차에는 그것들이 다수 있었고, 만약 찾는다면 그 주변에 분명 있을 터였다.


“ 어쩔 수 없죠... 다시 가도를 올라가면 반파되어 있는 다른 마차들이 있으니 돌아가면서 둘러보도록 하죠. 일단은 챙길 수 있는 다른 짐들부터 서둘러서.. ”


상인들은 그렇게 서로 의견을 나누며 물건들을 차례대로 정리해나갔다.



..........................................


그 한편에선,


데언과 호위병이 아까 전의 이야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위에는 다른 이들도 함께 짐을 정리하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 저희는 어제 정오쯤에 부르올그에서 출발했습니다만, 저 숲에 들어간 것은 오늘 아침이 되어서 입니다. ”


호위병은 그렇게 말을 이어가며 아까 전 가리켰던 방향의 숲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데언에게 말해주었다.


“ 원래는 다른 모험가 팀 분들과 함께, 모두 세 대의 마차가 있었습니다만.. ”


호위병이 처음으로 자신들을 정식으로 소개하며 말했던 것은,

그들 상인 일행 모두가 프레인아츠 상회 소속의 관계자들이라는 것이었다.


호위병은 상회의 전속 병단에서 일을 받는 병사였고,

다른 호위병들과 함께 총 14명이 마차와 상인들의 호위를 맡았다고 한다.


중간에 잭이 상회의 이름을 듣고 살짝 눈썹을 움직였지만, 이야기는 그대로 계속 되었다.


그 14명의 호위병들과 포함해서, 상회에서 고용해준 < 은 > 등급 모험가 세 팀과, < 동 > 등급 모험가 한 팀까지,


총, 네 팀의 모험가들이 마차의 호위를 맡아주었으나,


“ 솔직히 저희도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처음 숲 입구 근처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 외엔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서...“


그들의 이야기로는 귀신사슴이 아마 자신들 외에도,

다른 장소의 마을까지 습격한 것 같았다고 한다.


본 것은, 하늘 위로 넓게 피어오르는 여러 개의 칙칙한 회색 연기들.


“ 그 숲 지역의 근처에는 분명 작은 촌락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들은 그들대로, 상회의 짐을 싣고 도시를 향하던 와중이었기에, 그 순간에도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귀신사슴이 촌락을 괴멸시킨 것이 사실이라면, 그 다음 타겟이 된 것은 바로 그들이다.


“ 숲 속의 가도를 달리고 있던 중에, 가장 선두에서 달리고 있던 저희 마차를 갑자기 공격해왔고, 마부와 말은 순식간에 죽임 당했습니다. ”


그 후에는 일행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차례차례대로 목숨을 앗아갔다고 한다.


“ 이 곳 근방에... 귀신사슴이 출몰한다는 얘기는 단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어.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


그 때, 조용히 말해온 것은 로베크였다.


“ 당신들은 무언가 알고 있는 건가? “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데언에게 묻는다.


데언은 그의 심정을 이해했다. 이 지역 근방에는 정말로 몬스터 따윈 출몰하지 않는다.


굳이 얘기하자면 아주 가끔씩, 숲 근처나 황무지 너머에서 스켈레톤들이 몇 마리 나타나는 정도였으며,


그 정도의 저급한 언데드는 농기구를 든 농민들로도 충분히 해치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곳에서 귀신사슴이라는 위험한 몬스터가 돌연 출현했다라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할 만한 사태였다.


“ 추측이긴 하지만, 짐작가는 바는 있습니다.. “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데언에게로 모이고, 그는 이어서 말했다.


“ 아마도, 라그센의 이상변화와 관계가 있을 겁니다. ”


그리고 데언은, 자신이 생각한 가설을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 지금은 특수이상지대라고 불리고 있는 것 같지만, 그 혹한의 영역이 확대를 하기 시작한 것은 벌써 세 달 가까이 전 입니다. 이미 그 주변으로 여러 이상현상들이 관측되고 있다 하죠. ”


초기에는, 한겨울의 추위가 그 영역 가까이에서만 느껴질 뿐이었다고 한다.



허나,


시간이 지나갈 수록, 날을 거듭해갈 수록,


그 혹한의 기후는 영역 바깥으로까지 힘을 넓혀갔다.


이윽고, 반경 수백리 이상에 다다르는 광범위한 지대에 걸쳐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고,


그 근저에 존재하는 여러 도시나 마을들에까지 계절을 무시한 겨울이 찾아왔다고 한다.



즉,


“ ...생태계에 교란이 일어났다는 건가요?... ”


상인들 중 한명이 자연스레 이끌리듯 말을 꺼냈다.


“ 어디까지나 가설이지만, 어둡고 외진 산 속이나 숲 속에 서식하는 몬스터와 마수들은 무언가 영향을 받은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본래 영역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생존반경을 옮긴 것이죠. ”


실제로,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이나 도시 주변에서도,

원래는 보이지 않았을 터인 마수나, 아종까지도 심심찮게 관측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미 알게 모르게 그런 소문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앞으로의 여행길에서도 안전을 장담하지 못하겠군요. ”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상인들의 호위병인 그가 누구에게랄 것 없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 일단은 저희와 함께, 다시 부르올그까지 돌아가는 게 좋을 거에요. ”


카밀로가 그렇게 의견을 내며 말해왔다.


“ ...그렇군요. 그 방법밖에 없겠죠... 어차피 마차는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고... ”


상인들은 복잡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이미 쓰레기처럼 뒤집혀버린 마차를 보고 있었다.


“ 싣고 있던 짐들 중의 상당수도 분실해버리고 말았으니... 이곳에서의 일을 한 시라도 빨리 보고하는게 급선무겠네요. ”


그들은 이제 다시 길을 떠날 채비를 모두 마쳤고,


마지막으로,


“ 기도를 올려도 될까요? 로베크 씨. ”


카밀로는 그의 동료들이 잠든 곳으로 다가갔다.


로베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 [ 신성 - (sacred) ] ]


죽은 사자에게 부정한 힘이 깃들어, 언데드로 다시 태어나는 경우는 흔하다.


그렇기에,


카밀로와 같은 이들이 있는 것이다.


악에게 맞서 싸운 그들이,


죽어서도 부정에 고통받지 않도록,


그들은 진심을 다해 신성을 외운다.


두 무릎을 꿇은 채, 그녀는 자신이 믿는 명신의 성표를 왼손으로 꼬옥 쥐었다.


그들의 평온을 바라며,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그녀는 신께 기도를 바친다.



....................................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푸르렀던 하늘은 아름다운 주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 풍경 안에서,

그들은 작은 그림자가 되어 점점 멀어져갔다.


작가의말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크 소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21.01.16 52 0 -
공지 연재와 완결에 대해. +1 20.06.23 131 0 -
공지 모든 배경 스토리는 하나로 합쳐집니다. 20.05.23 244 0 -
58 시체제왕(屍體帝王) - 상 22.01.01 43 0 18쪽
57 시체제왕(屍體帝王) - 중 21.12.12 35 0 18쪽
56 시체제왕(屍體帝王) - 하 21.10.16 43 1 14쪽
55 얼음과 눈의 왕국 - 22 +1 21.09.19 31 1 12쪽
54 얼음과 눈의 왕국 - 21 +1 21.09.05 38 1 12쪽
53 얼음과 눈의 왕국 - 20 +1 21.08.23 45 1 12쪽
52 얼음과 눈의 왕국 - 19 21.06.30 55 1 12쪽
51 얼음과 눈의 왕국 - 18 21.05.16 72 2 12쪽
50 얼음과 눈의 왕국 - 17 21.04.25 53 1 13쪽
49 얼음과 눈의 왕국 - 16 +1 21.04.05 44 1 12쪽
48 얼음과 눈의 왕국 - 15 +1 21.03.17 57 1 12쪽
47 얼음과 눈의 왕국 - 14 +1 21.02.28 60 1 12쪽
46 얼음과 눈의 왕국 - 13 +2 21.02.14 70 3 12쪽
45 얼음과 눈의 왕국 - 12 +2 21.01.17 99 3 14쪽
44 얼음과 눈의 왕국 - 11 +3 20.12.20 92 3 12쪽
43 얼음과 눈의 왕국 - 10 +2 20.11.15 78 3 12쪽
42 얼음과 눈의 왕국 - 9 +3 20.10.14 104 3 15쪽
41 얼음과 눈의 왕국 - 8 +2 20.09.15 77 4 12쪽
40 얼음과 눈의 왕국 - 7 +4 20.08.25 86 4 12쪽
39 얼음과 눈의 왕국 - 6 +3 20.08.17 82 4 13쪽
38 얼음과 눈의 왕국 - 5 +3 20.08.03 103 3 13쪽
37 얼음과 눈의 왕국 - 4 +4 20.07.25 87 5 12쪽
36 얼음과 눈의 왕국 - 3 +3 20.07.19 98 4 12쪽
35 얼음과 눈의 왕국 - 2 +4 20.07.11 137 4 15쪽
34 얼음과 눈의 왕국 - 1 +6 20.07.04 139 7 15쪽
33 태동하는 어둠 - 18 +4 20.06.28 126 5 15쪽
» 태동하는 어둠 - 17 +4 20.06.23 153 6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