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hiteSmith 님의 서재입니다.

다크 소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WhiteSmith
작품등록일 :
2020.05.16 16:22
최근연재일 :
2022.01.01 22:16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8,951
추천수 :
610
글자수 :
317,922

작성
21.06.30 23:11
조회
55
추천
1
글자
12쪽

얼음과 눈의 왕국 - 19

DUMMY

이제까지 수 차례의 공략전을 치뤄오면서.


라그센의 돌파를 시도할 때마다, 그들은 형용할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저 성벽 위에는 아무도 지키는 자가 없는가?


이 정도로 상식을 벗어날만큼의 일을 벌인 자들이, 그런 기본적인 방어전도 준비를 안 했을까?


정말 중요한 거점이라고 한다면, 어째서 라그센을 지키는 병력들을 이 정도 수준에서 머무르게 하는가?


라그센은 이른바, 메이즈 스노우라는 거대한 영역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장소다.


모든 사건이 일어난 발생지. 근원이 숨겨져 있으리라 생각되는 곳이다.


그런데도, 수호하는 병력들을 강화하거나 보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리 기사 군단이 가진 물량의 힘은 확실히 매우 위협적이기는 하나, 제 1차 공략전 때부터 그들의 모습은 전혀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무기를 휘두를 뿐인 집단이며, 어떠한 원거리 공격 수단이나 전력의 변화조차 없었다.


메이즈 스노우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은, 기본적으로 말도 안 되는 것 투성이지만,


만약, 이 영역을 만들어낸 미지의 적들이 그럴 마음만 먹는다면,


빙하지대 전체를 포함해, 라그센을 지금보다 더한 난공불락으로 만드는 것쯤은 손 쉬운 일일 터.


그런데도, 메이즈 스노우의 다른 지역들이 조금씩 변화해가는 것과 다르게,


라그센을 지키는 빙판 위의 문지기들은 처음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자신들로서는 알 수 없는 이유가 있다거나, 상상밖의 무언가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다간 끝이 없을 것이다.


때문에, 공략대는 자신들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과 직감을 믿기로 했다.


마치 누군가 돌파해 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계속 덤벼오기를 바라는 것처럼, 자신들을 유도한다는 느낌.


그것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 처음으로, 이곳까지 왔군... "


그녀가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은, 라그센의 외성벽이었다.


어느 정도는 도박이었느나, 예상했던대로 바람의 벽은 발동하지 않았다.


허공디딤을 최대한 성벽 가까이에 붙여 건너온 것이었지만,


아마 조금이라도 거리가 멀었거나, 성벽보다 높은 위치에서 뛰려고 했다면, 엘리에는 바람의 벽에 휩쓸려 날아갔을 것이다.


라그센의 성벽 위에는 아무도 지키는 존재가 없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것은 확실하며,


그것이 성벽 전체에 이르는 광범위한 수호역할을 대신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벽. 보통 때에는 바람 한점 불지 않는 곳이지만,


성벽의 위로 침입하려는 자가 나타나면, 태풍에 버금가는 풍력을 한 순간에 발생시켜 몰아낸다.


이제까지 몇 명이나 튕겨져 날아가는 것을 목격했고, 벽을 채 올라가기도 전에 서리 기사들에게 죽임당하는 것을 보아왔다.


이곳까지 도달하는데에 성공한 것은 그녀 자신이 처음이었다.


절묘한 위치와 최적화된 타이밍, 축적된 정보와 경험이 바탕되지 않았더라면 바람의 벽은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반대로 보자면,


결국 바람이 발생하지 않고 이렇게 침입을 허용했다는 것 자체가, 자신들의 추측이 옳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완전한 난공불락으로 두지 않고, 공략할 수 있는 최소한의 틈을 열어두고 기다린 것이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어찌돼든 상관없었다.


" 빌어먹을.... "


엘리에의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얼음과 죽음의 도시였다.


눈은 내리지 않는다. 하늘은 여전히 불가사의한 파란 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그녀의 뒤쪽 성벽 아래에선 공략대원들이 외치는 고성과 파괴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서리 기사 군단과 공략대의 치열한 전투는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 [ 허공디딤 - (steppingstone of air) ] ] "


이중성곽 도시 라그센의 외성과 내성 사이의 거리는 약 20미터.


그녀의 신체능력이라면 건너가는 것은 순식간.


어떠한 방해도 나타나지 않고, 그녀가 내성벽까지 도착하는데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사전에 약속한 시간내로 공략대 본진에 돌아가지 못하면, 그들은 먼저 후퇴를 시작할 것이다.


이로써, 그들—공략대가 당초에 목적한 것은 대부분 달성되었다.


앞으로 남은 것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최소한도의 피해로, 메이즈 스노우에서 빠져나가는가.


현재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서리 기사 군단은, 라그센의 빙판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공략대 본진을 물샐 틈 없이 둘러싸며 포위하고 있는 상황.


정면돌파로 후퇴하는 것은 불가능, 이대로 불리한 소모전을 계속하다간 확실하게 전멸하고 말 것이다.


허나, 공략대는 퇴로할 수단을 이미 확보해 두었다.


이 빙판으로부터 그들이 탈출할 방법은 처음부터 한 가지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라그센의 성벽 바로 앞까지 전진해왔다.


폭풍과도 같은 풍력을 내뿜는 라그센의 바람벽을 목표로.


' 하지만.. 이런 대규모로 시험해본 적은 없어.. 부디 잘 통해야 될 텐데... '


엘리에는 살짝 뒤를 돌아보며 전투소리가 울려퍼지는 성벽 밑으로 의식을 향했다.


왕복용으로 가져온 허공디딤의 개수는 솔직히 말해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공략대 전원을 태우기엔 충분할 것이다.


문제는, 바람의 벽을 발동시키기 위해 라그센의 성벽 14미터 높이까지 그대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


그 때까지 천 명을 태운 허공디딤을 무수한 적들로부터 지켜내야만 했다.


두겹, 세겹으로 방어 마법을 펼치고, 그 밑으로 공격해오려는 서리 기사들을 전력으로 저지한다.


만일 그러지 못한다면 허공디딤은 잠시도 못 버티고 파괴되고 말 것이다.


물론, 화력을 쏟아붓는다면 성벽 위로 올라갈때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겠지만.


엘리에는 내성 위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라그센의 시내 전경이 잘 보이는 담벼락 근처까지 다가갔다.


그녀의 시야 안에 들어온 것은, 더 이상 사람의 온기를 가진 도시가 아니었다.


건물도, 땅바닥도, 온통 푸른 빛을 머금은 얼음으로 뒤덮인, 차가운 죽음의 도시.


신목의 뿌리라고 짐작되는 나무 덩쿨들과 함께 뒤엉켜, 얼어붙어 있었던 것이다.


이형의 땅. 이질의 장소. 더는 왕국민들이 알던 도시는 없었다.


" ............... "


그녀의 새하얀 입김이 허공으로 흩어진다.


적어도 눈이 닿는 곳 어디에서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고, 아무런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의 도시처럼.


뒤쪽의 시끄러운 소리와 대비되게 도시 안의 풍경은 침묵과 한기만이 가득했다.


지금의 이 상황을 보는 한해서, 라그센의 주민들이 아직까지 살아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으리라 생각되어졌다.


단지, 라그센에서 이변이 일어났었던 당시 상황을 짐작케 하는 것이 있었다.


' ...산채로 얼어붙었군.... '


건물의 옥상과 지붕 위 곳곳에, 마치 얼음 조각상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지근거리가 아니기에 확실하게 판별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그람핀들의 동사체로 보였다.


그리고...


' .....맙소사... '


라그센의 시내 대로를 따라간 안쪽 끝에, 건물에 가려져 전부가 보이지는 않았으나.


수십 필의 말들과 함께 그 위에 올라탄 자들이 보였다.


그림핀과의 공성전으로부터, 라그센에 발생한 최초의 이변까지,


메이즈 스노우가 탄생했던 그 장면을 현장에서 목격한 왕국군과 모험가들은 엘리에에게 이렇게 증언했었다.


[ 하얀 연기 같은 게, 도시를 한 순간에 집어삼켰어요... ]


[ 구름같은 새하얀 연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습니다!! ]


[ 그람핀들과의 협상을 위해, 라그몬드 후작 님께서 도시 내로 들어가신 이후였습니다... ]


[ 후작 각하가 아직 도시 안에...!! ]


[ 도시 바깥에서 연기가 사라진 후에.. 저 괴물들이 출현했습니다. ]


그들에게서 들은 여러 목격증언과, 지금 이곳에서 마주하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하건대,


저 곳에 있는 기마집단은 거의 틀림없이, 에드가드 폴 그렌 라그몬드 후작이 이끌었던 병사들일 것이다.


" ....역시 직접 확인해야겠어. "


엘리에는 도시 안으로 진입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론 당시 상황이 어땠을지, 그녀로서는 짐작조차 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후작 일행은 어찌할 방도도 없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이다.


에드가드 후작은 그녀와 같은 여왕파벌로서, 서로 이름으로 부를만큼 격식 없는 사이였었다.


뿐만 아니라, 왕국을 지탱하는 대들보처럼, 서로가 맡은 소임에 존경심 또한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죽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해야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슬픔이나 분노, 후회를 곱씹을 시간은 나중에도 충분하다.


비탄에 빠져있을 때는 지금이 아닌 것이다.


그녀는 손에 쥔 검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


절대내성과 무효화조차 관통하는 빙하지대의 냉기 데미지는, 그녀의 육체조차 침식하고 있었다.


영하 70도를 가볍게 넘는 극한의 환경은 빙하지대라는 초'특수이상지대의 불가사의한 힘과 합쳐져,


방어불가라는 극악의 추위를 가능케하고 있었다.


엘리에가 장비하고 있는 다수의 매직 아이템들 중, 블리자드맨으로부터 획득한 [ 겨울의 원석 ] 을 가공한 목걸이는 냉기의 절대내성을 부여해주지만,


이곳 빙하지대에선 그 효과가 60% 정도로 열화된다.


물론 그 밖의 다른 매직 아이템들과 마법 주문으로 다중 보호를 받고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의 투귀법으로도 냉기에 대한 저항을 끌어올리고 있었지만,


모든 냉기를 완벽히 차단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아주 조금씩, 육체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조금 전의 << 일광극격 >> 을 사용한 반동으로 적지 않은 체력을 소모했다.


이 특수한 투귀법은 거대한 기력을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약간의 마력도 필요로 한다.


그 결과, 사용자의 몸에는 큰 부담을 만들고 피로를 누적시킨다.


엘리에는 지금 자신이 라그센 안으로 혼자 들어갔을 경우를 생각했다.


아직까지는 시야 내에 어떠한 적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없을리가 없다.


도시 안으로 진입하게 되면 가장 먼저 주민들의 생사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분명 어딘가에 숨어있을,


이 모든 재앙을 초래한 악도들을 찾아내 토벌해야 한다.


그것이 마무리 되지 않는 이상, 메이즈 스노우는 끝나지 않을 테니까.


' ...아니, 지금은....'


허공디딤이 새겨진 양피지—매직 스크롤—의 개수는 충분하다.


그녀는 성벽의 가장자리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담벼락을 타고 도시 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필요한 정보만을 수집하고 다시 돌아온다.


분하지만 현 상황으로는,


그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략대의 본진은 서리 기사들에게 천천히 깎여나가고 있었다.


태세를 재정비하고, 다음번엔 완전한 전력을 갖춰 라그센을 되찾으러 온다.


엘리에는 마법이 새겨진 또 하나의 스크롤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정신마법 제 4계위 상위열의 마법주문이 담긴 매우 고가의 매직 스크롤.


가지고 있는 수량도 단 하나 뿐이었다.


만약, 그녀가 도시에 들어간 후, 예의 이변이—라그센을 뒤덮었다는 하얀 연기가 또 다시 발생할 경우,


이 스크롤은, 그녀를 외성벽 바깥으로 단거리 전이—순간이동—를 시켜줄 것이다.


" ............ "


한 손에는 검을, 다른 한 손에는 스크롤을.


그녀는 성벽 담벼락을 향해 달려나갔다.


우선은 라그센 주민들의 확인부터다.


그들은 그람핀들이 도시를 점령했을 때부터 건물안에 갇혀있었다고 했으니,


비록 모든 장소를 돌아다닐 수는 없더라도, 마주칠 진실이 얼마나 가혹하다 하더라도,


그녀는 모든 것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적들의 단서를...


" ...뭐.......?.. "


뛰어내리기 위한 발을 내딛었을 때, 그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휩싸였다.


작가의말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크 소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21.01.16 53 0 -
공지 연재와 완결에 대해. +1 20.06.23 131 0 -
공지 모든 배경 스토리는 하나로 합쳐집니다. 20.05.23 245 0 -
58 시체제왕(屍體帝王) - 상 22.01.01 43 0 18쪽
57 시체제왕(屍體帝王) - 중 21.12.12 36 0 18쪽
56 시체제왕(屍體帝王) - 하 21.10.16 43 1 14쪽
55 얼음과 눈의 왕국 - 22 +1 21.09.19 31 1 12쪽
54 얼음과 눈의 왕국 - 21 +1 21.09.05 39 1 12쪽
53 얼음과 눈의 왕국 - 20 +1 21.08.23 45 1 12쪽
» 얼음과 눈의 왕국 - 19 21.06.30 56 1 12쪽
51 얼음과 눈의 왕국 - 18 21.05.16 72 2 12쪽
50 얼음과 눈의 왕국 - 17 21.04.25 54 1 13쪽
49 얼음과 눈의 왕국 - 16 +1 21.04.05 45 1 12쪽
48 얼음과 눈의 왕국 - 15 +1 21.03.17 57 1 12쪽
47 얼음과 눈의 왕국 - 14 +1 21.02.28 60 1 12쪽
46 얼음과 눈의 왕국 - 13 +2 21.02.14 70 3 12쪽
45 얼음과 눈의 왕국 - 12 +2 21.01.17 99 3 14쪽
44 얼음과 눈의 왕국 - 11 +3 20.12.20 92 3 12쪽
43 얼음과 눈의 왕국 - 10 +2 20.11.15 78 3 12쪽
42 얼음과 눈의 왕국 - 9 +3 20.10.14 104 3 15쪽
41 얼음과 눈의 왕국 - 8 +2 20.09.15 77 4 12쪽
40 얼음과 눈의 왕국 - 7 +4 20.08.25 86 4 12쪽
39 얼음과 눈의 왕국 - 6 +3 20.08.17 83 4 13쪽
38 얼음과 눈의 왕국 - 5 +3 20.08.03 103 3 13쪽
37 얼음과 눈의 왕국 - 4 +4 20.07.25 87 5 12쪽
36 얼음과 눈의 왕국 - 3 +3 20.07.19 98 4 12쪽
35 얼음과 눈의 왕국 - 2 +4 20.07.11 137 4 15쪽
34 얼음과 눈의 왕국 - 1 +6 20.07.04 140 7 15쪽
33 태동하는 어둠 - 18 +4 20.06.28 126 5 15쪽
32 태동하는 어둠 - 17 +4 20.06.23 153 6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