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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Smith 님의 서재입니다.

다크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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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Smith
작품등록일 :
2020.05.16 16:22
최근연재일 :
2022.01.0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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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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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7,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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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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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얼음과 눈의 왕국 - 14

DUMMY

상공 가까이에서 바라본 그 도시의 모습은,


이상하리만치 너무 고요하고 꺼림칙했다.


사람의 그림자따윈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거리도, 건물도, 성탑도, 모든 것이 온통 창백한 빙결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유령 도시처럼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그곳은 더 이상 예전에 알던 왕국의 도시가 아니었다.


그저 뼛 속까지 시리게 하는 찬 바람만이, 아무도 지키지 않는 성벽 위로 쓸쓸히 지나갈뿐이었다.



....................................................



““ 도시 라그센의 성벽을 시인!! 강하합니다!!! ””


공략대의 맨 앞쪽에서부터 차례대로 제창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토벌대는 얼려 죽이는 손을 처치한 직후, 곧 바로 다시 공략대 본대와 합류했고,


라그센의 북문 시벽 근처에 깔려있는 빙판을 목표로 수분 간 비행.


그들 총원 1029명을 태운 수백개의 허공디딤들은 대각선 방향으로 강하를 시작했다


“ 또 한번 출현하기전에 빠르게 이탈해라!!! ”


검사단장, 엘리에 올슨 로버드가드가 발하는 호령이 공략대 전체로 메아리치듯 확성된다.


“ 빙옥촉수의 동태는?!! ”


동시에 왕국 군사들과 모험가들이 섞인, 중대급의 부대를 맡은 장교가 다른 한 쪽에서 소리쳤다.


자신이 장비하고 있던, 철제 건틀릿에 대고.


“ 한 마리 더 출현한 후에도 아직 뒤따라오고 있다!!... ”


그러자, 곧바로 거기에 답신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하지만 더 이상 냉선을 발사할 기미는 없어!! ”


< 삼단 소리향 (triple sound object) >

< 전음의 마구 (tongue of mana circle) >


공략대의 모든 지휘관들이 각자 품에 소지하고 있는 이 두 종류의 매직 아이템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혼잡한 전황 속에서도 아군끼리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정보공유를 위해,


각 부대의 통솔을 맡은 자들에게만 특별히 보급된 귀품이었다.


“삼단 소리향” — 울려퍼지듯 멀리까지 목소리를 확성시켜주는 매직 아이템으로, 음의 증폭은 최대 3단계까지.


“전음의 마구” — 둥그런 형상으로 순환하는 마력의 기본적인 성질을 이용해, 상대방 쪽의 마구로 의사를 전달.


아무리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없는 난전이라 할지라도,

그 장소에 단 한 명의 지휘관이라도 남아있다면 어떻게든 명령하달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실용성은 분명 있었지만 효과가 미치는 범위나 마력충전에 따른 사용가능 시간에 제한이 있었고,


전음의 마구같은 경우에는 짧은 거리문제와 더불어, 사전에 미리 표식된 마구들끼리 외에는 연결이 불가한 문제가 있었다.


이 두 가지의 매직 아이템은 아르제 연방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발명된 시기가 오래되지 않아, 아직 개선해야 될 여러 문제점과 제약들이 남아있었고,


개량이나 상용화를 하기엔 해결해야 될 어려움 때문에, 매직 아이템 자체로선 미완성의 물건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미 각국의 군대에선 이 매직 아이템들을 조금씩 차용하기 시작했고,

실전에서 테스트삼아 사용하는 국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라그 왕국도 그 중 하나였으며, 이번 메이즈 스노우 제 7차 공략전에서 그것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었다.


천 명 정도의 작은 인원수,

운용하는데는 큰 부담이 없었으며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략대는 언제나 최대한 밀집되어 있는 진형을 택했다.


그것이 현 시점에서 공략대의 여건과 상황, 무엇보다 메이즈 스노우의 영역 안에선 그러한 전술이 알맞았기 때문이다.


““ 착지 1분 전!! ””


허공디딤의 조종자들 사이로 도착을 알리는 마지막 신호가 외쳐졌다.


만약 이대로 하늘을 날아 라그센의 성벽을 넘고, 도시 내부로 직행해 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현재의 라그센은 그야말로 난공불락.


날아서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조차를 하기만 해도,


알 수 없는 바람의 벽에 가로막혀 그대로 강풍에 휩쓸려 나가고 만다.


도저히 뚫을 수 없는 폭풍처럼, 완전하게 침입을 거부하는 하늘을 경유해 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정면으로 성벽을 돌파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방금 전의 전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중압이,


공략대 모두의 마음속에 돌연 밀려오듯 생겨난다.


전신의 신경을 곤두세우며, 이윽고 라그센의 북쪽 시벽이 바로 앞에서 선명히 보일만큼 가까워졌을 때쯤,


대원들 모두가 천천히 숨을 고르며 채비를 가다듬었다.


“ 빙옥촉수의 냉선 없음!! ”


공략대는 바로 눈 앞에 펼쳐져있는 그 빙판에 다다를때까지,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영역의 모든 상황변화를 주시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들을 수면의 아래서 뒤쫓아오던 빙옥촉수는, 더 이상 추격이 의미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어느 사이엔가 그 모습을 완전히 감춘 상태였고,


“ 마찬가지로 얼려 죽이는 손, 출현징후 없습니다!!! ”


괴성으로 가득 찼던 파란색의 먹구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했다.


아마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면 새로운 개체가 이어서 출현했을 것이다.


빙하지대의 하늘에서는 결코 오랫동안 전투를 끌면 안 된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스탬피드 현상의 허점을 이용했다고 하나,


완벽한 것은 아니다.


맨 처음의 1개체가 출현한 직후, 일정시간 안에 토벌을 해내지 못하면 곧 바로 다음 개체가 출현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출현빈도수는 높아진다.


그리고 얼려 죽이는 손과 빙옥촉수가 활동, 출현하는 범위에서 일정거리 이상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그 두 가지의 조건을 빠르게 달성해야지만, 최소한의 피해로 라그센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 ................””


긴장의 끈이 팽팽해진 순간,


차가운 칼바람이 성벽 앞의 빙판을 쓸고 지나갔다.


남은 거리, 공중으로부터 약 3m.


공략대의 허공디딤이 빙판 위로 내려서기 바로 직전——


——[ 서리 기사 군단 - (legion the frost knights) ]


그것은 갑작스레 일어났다.


““ 전원!!! 뛰어내려라!!!! ””


빙하지대라는 영역 전체가 아닌,


오직 라그센의 성벽과 성문만을 방어하는 마지막 최후의 관문.


수 많은 이형의 존재가 빙판으로부터 순식간에 솟아나와,


그들-공략대를 마중한다.


기다리고 있던 것은 북쪽 시벽 전역에 출현한 4만의 몬스터 군세였다.


그러나—


“ 정말이지.. 언제봐도 굉장한 지옥도로군... ”


누군가가 그런 말을 흘린다.


이 존재들을 그저 몬스터라고 뭉뚱그려 부르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었으니까.


—[ 청색 ]— 모험가 길드로부터 서리 기사들 하나하나에게 판정된 레벨.


그 모든 개체들이 푸른색의 얼음으로 정교하게 세공되어진 것처럼,


풀 플레이트의 갑옷과 방패, 창, 검, 도끼, 등의 다양한 무구로 무장한 기사의 모습 그 자체를 취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공략대의 바로 눈 앞에 출현했던 시점부터, 마치 철벽과도 같은 대열을 구축.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는 진형은, 어떠한 돌격이나 공세도 막아낼 것처럼 보였으며,


거대한 전개를 이룬 그 모습은 이미 하나의 군단이었다.


“ 허공디딤은 해제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


“ 한 곳으로 결집해라!!! ”


드디어 대치한 공략대와 메이즈 스노우의 군세.


단지 마주한 것 뿐이었으나, 공략대의 대원들은 짓눌릴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그들은 고작 천 명이 조금 넘는 병단.


그에 반해서 상대 적 진영의 총 병력수는 어림잡아도 4만 이상.


공략대의 모든 대원들은 단신으로도 [ 청색 레벨 ]을 상대할 수 있는 강자들이었지만,


전쟁에 있어서 숫자는 폭력이다.


서리 기사 군단은 유일하게 메이즈 스노우 안에서 스탬피드 현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들이며,


공격해오는 적들의 수가 많든 적든, 언제나 압도적인 물량으로 출현한다.


양과 질, 그 모두를 갖춘 병력이었으며, 수십 수백 개체를 쓰러뜨린다고 하더라도, 라그센의 방어를 달성하기 전까진 개체 출현을 멈추지 않는다.


보급이나 물자 따위도 필요없는 완벽한 이상의 군대.


어떠한 공포도, 망설임도 없기에, 모든 공격에 거침이 없다.


메이즈 스노우에서 발생하는 모든 몬스터들이 그렇지만,


특히나 서리 기사들이 전투에 돌입할 시엔, 그 부분이 더욱 부각되었다.


그러니 정면으로 맞부딪히게 될 경우,


‘승리할 가능성은 없겠지..’


그것이 엘리에가 내린 냉철한 판단.


하지만,


“ 애초부터 그게 목적이 아니다.”


회색 투구의 슬릿 너머로 주변에 포진한 모든 서리 기사들을 파악,


<< 기열염진(己熱染眞) >> , << 광완투파(光宛鬪破) >>


육체강화의 투귀법을 다중 발동한다.


“ 절대 흩어지지 마라!!! ”


하나로 응집되어 모인 1029명의 대원들 주위로,


수백 개의 허공디딤들이 겹겹이 쌓이듯 배치, 전개되어 간다.


허나, 그들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무수한 몬스터들의 무리는 그런 것들조차 우습게 만들 위세가 있었다.


마치 거대한 물리적인 힘에 밀려나는 것처럼,


그 절망적일 정도로 많은 숫자는,


대치하고 있는 자들의 마음 속에 두려움을 만들었고, 굳게 다잡았을 터인 각오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생물이라면 당연한 감정.


그러나,


“ ...진짜 더럽게 많네... ”


누군가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은,


“ 하아.... 이미 각오했던 일이지.. ”


“ ...이제와서 물러설 곳도 없어. ”


그 옆으로 전파되어 간다.


“ 엿같은 괴물들에게 한 방 먹여주자고. ”


“ 하핫! , 저 도시 안에 숨어있는 쓰레기한테도 말이지! ”


옆에서 너털한 웃음을 짓는 동료들.


두렵고, 긴장되고, 이제 더는 안 된다고 생각되더라도,


‘절대 멈추지 마라.’


‘더욱 맹렬하게 목숨을 불태워라.’


“ 반드시 모두 함께 살아서 돌아간다!! ”


그들은 몬스터의 대군, 그 너머를 노려보았다.


지금 공략대가 서 있는 위치로부터 라그센 북쪽 성문까지의 거리는 대략 120m.


서리 기사 군단이 막아선 곳은 공략대의 전방뿐만이 아닌,


그들이 빙판의 한 가운데 지점으로 내려왔던 순간부터 그 주변을 포위하는 형태로 출현했다.


일부러 그런 형태로 착지한 것은, 최대한 성문 가까이에서 전투를 시작하기 위해서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선택지가 그것밖에 없기도 했다.


너무 뒤쪽으로,—빙판의 얼음이 깨져있는 수면 쪽—으로 갔다간, 빙옥촉수가 튀어나올지도 모를 일이며,


애초에 성문으로부터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착지할 이유도, 이득도 공략대에겐 없다.


그리고 반대로 성벽에 너무 가깝게 다가가 착지하려 했다간,


바람의 벽에 가로막힐뿐만 아니라, 서리 기사 군단으로부터 온갖 방해공격들을 받게 될 것이다.


서리 기사들에겐 원거리용의 무기가 따로 없다.


그저 자신들이 손에 쥐고 있는 무기들을 계속 생성해서 투척하거나,


혹은 스스로들의 몸을 계단처럼 쌓아 올려, 그 높이까지 순식간에 밟고 올라간다는 등의,


보통의 평범한 군대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아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해괴한 전술이나 행동들을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


때문에 공략대는 그런 모든 변수들을 이제까지의 경험과 정보들을 토대로 최대한 상정 감안하여,


현재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단 최선의 방법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었다.


““ 전진해라!!!! ””


먼저 발을 뗀 것은 공략대,


그들에겐 더 이상 망설임 따윈 없었다.


모두가 필사의 각오를 다진 강자들.


전방위로 펼쳐진 허공디딤들을 방벽삼아 이형의 군세를 향해 돌격을 감행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서리 기사들이 무기를 치켜들었다.


오와 열을 맞추어 진군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철벽.


결코 물리쳐낼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을 피부로 느끼면서도,


그들은 결코 발을 멈추지 않았다.


작가의말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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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얼음과 눈의 왕국 - 21 +1 21.09.05 38 1 12쪽
53 얼음과 눈의 왕국 - 20 +1 21.08.23 45 1 12쪽
52 얼음과 눈의 왕국 - 19 21.06.30 5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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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얼음과 눈의 왕국 - 17 21.04.25 53 1 13쪽
49 얼음과 눈의 왕국 - 16 +1 21.04.05 44 1 12쪽
48 얼음과 눈의 왕국 - 15 +1 21.03.17 57 1 12쪽
» 얼음과 눈의 왕국 - 14 +1 21.02.28 60 1 12쪽
46 얼음과 눈의 왕국 - 13 +2 21.02.14 70 3 12쪽
45 얼음과 눈의 왕국 - 12 +2 21.01.17 98 3 14쪽
44 얼음과 눈의 왕국 - 11 +3 20.12.20 91 3 12쪽
43 얼음과 눈의 왕국 - 10 +2 20.11.15 78 3 12쪽
42 얼음과 눈의 왕국 - 9 +3 20.10.14 104 3 15쪽
41 얼음과 눈의 왕국 - 8 +2 20.09.15 77 4 12쪽
40 얼음과 눈의 왕국 - 7 +4 20.08.25 86 4 12쪽
39 얼음과 눈의 왕국 - 6 +3 20.08.17 82 4 13쪽
38 얼음과 눈의 왕국 - 5 +3 20.08.03 102 3 13쪽
37 얼음과 눈의 왕국 - 4 +4 20.07.25 87 5 12쪽
36 얼음과 눈의 왕국 - 3 +3 20.07.19 98 4 12쪽
35 얼음과 눈의 왕국 - 2 +4 20.07.11 137 4 15쪽
34 얼음과 눈의 왕국 - 1 +6 20.07.04 139 7 15쪽
33 태동하는 어둠 - 18 +4 20.06.28 126 5 15쪽
32 태동하는 어둠 - 17 +4 20.06.23 152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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