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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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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683
추천수 :
28,216
글자수 :
2,269,960

작성
14.11.1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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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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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글자
22쪽

하트의 반(VAN) - 2-20 균열(8)

DUMMY

2.20 균열 (8)



어쨌든 영주 일행의 안전이 우선이었기에 아게드에게 지시 사항을 전하고 기사 대장은 몇 몇 기사들과 먼저 성을 빠져 나가 바닷가로 향했다.


날이 훤히 밝아오고 햇살이 조금씩 따스해 질 때쯤 안뜰의 상황은 어느 정도 종료되었다. 여기저기 숨겨져 있던 물건들을 찾아낸 장사꾼들이 자기 물건을 정리하는 동안 성으로 향하는 구경꾼들은 조금씩 더 늘어났다.


“오후 행사를 앞당기니 먼저 바다로 가시오.”

성문 앞에 상자 하나를 놓고 그 위에 올라가 병사들이 성문을 통과하려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시합 놓치기 싫으면 다들 바닷가로 가시오 바닷가로.”

그들이 외치는 소리에 사람들 몇이 다가가 왜 일정이 바뀌었는지 묻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런 이유에 큰 관심이 없었는지 별다른 의구심 없이 발을 돌리고 있었다.


그렇게 병사들이 성문을 통과하려는 사람들을 바닷가 쪽으로 보내고 있는 동안 키히스는 성문 바로 옆 어느 손수레 앞에 서 있었다.


“자 자. 빨리 가시오. 재밌는 구경 놓치기 싫으면.”


멀지 않은 곳에서 외치는 병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키히스는 발 아래로 굴러온 사과 하나를 주워 올렸다.

“젠장.. 오늘 장사 공쳤네.”

손수레에 사과를 던져 넣으며 장사꾼 하나가 욕을 해댔다.

“어떤 망할 놈이 이 따위 장난을 쳐?”

“그래도 물건은 멀쩡하지 않나. 잘 손질하면 오후에는 장사 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다행은 무슨. 오전은 허탕인데.”

옆에서 날아온 위로에 장사꾼이 코웃음쳤다.


뒤죽박죽 섞여 있던 각종 과일들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는 그들과 서너 걸음 떨어진 앞에 서서 키히스는 손에 쥐고 있던 사과를 공중으로 몇 번 던져 올렸다. 투덜거리면서 장사꾼이 수레에 분류하고 있는 과일은 대부분 깨끗했다. 이것저것 섞으면서도 피해가 없게 조심한 흔적이 자연스럽게 엿보였다.


키히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성문 바로 위에서 두올린의 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조금 전 아게드에게 들은대로 저렇게 경비 초소 가까이 있는 깃대에 접근하는 건 쉽지 않다.

어제 한밤중까지 축제가 계속되어 보초병을 제외하고 보는 눈이 없던 것은 어제 밤 늦게부터 오늘 새벽 전까지 정도. 애들 장난 수준이라고 해도 그 시간 사이 이렇게 조용하고 흔적 없이 마무리했다면 성에 침입한 사람은 적어도 한 명 이상으로 봐야한다.


보통 놈이 아니면서 이런 소동을 일으키는 와중에 나름 장사꾼들을 배려하려 애를 쓴 자.혹은 자들.

얼핏 장난으로 보이는 짓에 기사 대장이 성 전체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생각한 건 당연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반복적으로 던져 올려지던 사과가 그의 손바닥에서 멈췄다.


영주의 성이니 갖은 금은보화가 넘쳐난다. 그러나 동시에 기사와 병사들은 그보다 더 넘쳐난다. 두올린 영주가 귀하게 대접하고 있는 영주들과 중요 인사들까지 머무르고 있었으니 축제 장소보다 사실 성안 경비가 지금 훨씬 더 삼엄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장난으로 눈을 가려 주의를 돌리려 했으니 아직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 아니라는 뜻. 그럼 이 성 어딘가에 침입자들이 남아 지금 이쪽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고 봐야 한다.

병사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 제법 공을 들였으니 뭘 훔칠 생각인지 몰라도 제법 진귀한 걸 가져가겠단 거군.


펄럭이는 깃발을 한 번 더 올려다 보다가 사과를 그대로 손에서 떨어 뜨리고 키히스는 곧 성 안으로 사라졌다. 떨어진 사과가 흙바닥을 몇 번 구르더니 곧 진흙에 걸려 멈췄다.




“그냥 애들 장난은 아닙니다.”

다시 카뷔에 에르디스의 앞으로 와 키히스는 보고했다.

“단순한 좀도둑도 아니고..”

애초부터 이 기간에 영주의 성을 털 생각을 했다면 절대 좀도둑이 아니다.

“무언가 목적이 있어서 성에 잠입한 자가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두올린 영주의 성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어디까지나 영주의 문제였다. 상관없는 상황에 두 사람이 거기까지 나설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두올린의 문제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키히스는 말을 이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시는 게...”


“바다로 가자.”

그가 말을 끝낼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카뷔에 에르디스가 조금 뒤 입을 열었다. 잠시 키히스는 말이 없었다.


“그러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곧 천천히 그가 말했다.

“제가 남아서 일이 마무리 될 때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영주의 성에서 벌어지는 일은 관심 없었지만 바닷가 쪽은 얘기가 달랐다.

“영주님께서 남아 계시면 다음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데다 공연한 의심을 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차질이 생기면 안 되는 일이 이미 예정과 달라졌으니..”

육중하고 차가운 음성이 날아왔다.

“너에게만 맡기고 그냥 갈 생각 없어.”

이미 실수해서 쫓겨나듯 먼저 이쪽으로 오게 된 키히스였다. 가까이 두고 있는 자 중 가장 실력이 좋았기에 심복으로 쓰고 있지만 카뷔에 에르디스의 그에 대한 신뢰는 제한적이었다.

“알겠습니다.”

잠깐 침묵을 지키던 키히스가 곧 말했다.

“영주에게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애초에 카뷔에 에르디스의 결정에 지금처럼 이의를 제기하는 게 불가능한 키히스였다. 한 번 얘기했는데도 결정의 변화가 없다면 더 이상 말하는 건 자신에게도 좋을 게 없었다.


방을 나가는 키히스의 뒤에 남아 있던 카뷔에 에르디스의 표정이 아까 키히스가 처음 이방에 들어왔다 나갈 때보다 조금 더 무서워지고 있었다.













영주의 닦달에 기사 대장을 비롯한 몇 몇 기사들이 바닷가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주들 일행은 바로 들이 닥쳤다. 성문 앞에서 병사들이 부지런히 안내해 준 덕에 바닷가로 이어진 갯벌 근처에서부터 조금 전부터 구경꾼들도 이미 조금씩 붐볐다.


3일 동안의 행사 중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고 즐기는 행사였기 때문에 일정이 바뀌게 된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기분 좋은 얼굴로 삼삼오오 사람들은 바닷가로 몰려들었다.


행사는 물 위에서와 갯벌 위에서 나누어 진행된다. 갯벌에서 가까운 곳에 돛이 두 개 정도 되는 그리 크지 않은 배 두 척이 정박되어 있다. 조금 전 이곳에 도착한 영주들 일행은 그 중 한 척의 배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벌써부터 사람 많네요.”

사람들 틈에 섞여 갯벌을 피해 그다지 무르지 않은 땅에 서서 시즈는 한 손을 눈썹 위에 대고 멀리 있는 배의 갑판 위를 보려고 애를 썼다.

“가서 뭐하는 지 알아볼까요?”


영주들의 마차가 성을 나올 때 두 사람은 성탑의 제일 높은 곳에 있었다. 카뷔에 에르디스가 영주들과 함께 마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 멀찍이 떨어져서 마차를 쫓아 두 사람은 여기까지 왔다.


“일단 기다려보자.”

엘리어트가 대꾸했다. 조금 전 카뷔에 에르디스가 영주들과 마찬가지로 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이미 확인했으니 잠시 지켜볼 것이다.




바닷가에서 무슨 행사를 하나 했는데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곧 알 수 있었다. 역시 축제에는 각종 시합이 빠질 수 없다. 바다를 크게 끼고 있는 영주국답게 오늘 여기서 각종 겨루기 시합이 이뤄진다.


꼬맹이들이 작은 조개나 소라게 등을 누가 더 많이 찾아내나 겨루는 시합에서부터 갯벌에서 맨몸으로 하는 격투 시합. 배 위에서 이미 준비해둔 상품을 찾아내는 시합과 그리고 물 위에서는 봉술 겨루기까지.

“역시 축제엔 이런 게 있어야 제 맛이죠.”

구경꾼 하나가 말해준 소리에 시즈가 끄덕거렸다.


눈에 띄지 않으려면 멀리서 지켜봐야 겠지만 넓게 형성된 만에 사방이 훵해 몸을 숨길 데가 많지 않아 두 사람은 지금 사람들 틈에 섞여 조금씩 앞으로 나왔다. 그러다 보니 의외로 영주들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게 됐다. 다행히 여기에 그의 얼굴을 아는 자는 없으니 에르디스 영주와 직접 대면하는 것만 피한다면 병사들이 옆을 지나간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조금 전 영주들은 배 위로 올라갔다. 밖에서도 갑판쪽이 볼 수 있게 그다지 크지 않은 배는 진흙으로 형성되어 있는 갯벌과 바다물의 경계 위에 얌전히 놓여 있다.


“준비하시오.”

영주들이 올라간 배의 옆에 있던 다른 배 위에서 병사 하나가 나와 소리치자 사람들 틈에서 장정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스무 명 가까운 사내들이 몸을 풀며 배 앞에 섰다.

지시라도 기다리는지 위를 올려다 보고 있던 장정들 뒤에서 참가자가 아닌 사람들은 흥미로운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작이오.”

배 위에서 병사 한 명이 고개를 내밀고 소리치자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정 같은 남자 스무 명이 우르르 배 위로 뛰어 올라 갔다. 배에 대어 놓은 좁은 판자 위로 서너 명이 동시에 올라서려다 시작도 전부터 밀려 두 명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걸 보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머지 남자들은 판자를 걸어 올라가지 않고도 어느새 이미 배의 갑판으로 올라서고 있다. 애초부터 바다에 띄우려고 만들어진 배가 아니었는지 갑판의 높이는 웬만한 성인 남자 키의 두 배 정도 높이밖에 되지 않았다.


“난리네요.”

배에 올라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남자들을 보며 시즈가 중얼댔다. 뭘 찾는지 장정들은 잘하면 배의 바닥이라도 뜯을 기세였다.

“대체 뭘 찾는 거래?”

축제가 처음이었는지 시즈의 옆에 서 있던 남자가 같이 온 일행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상금 든 주머니.”

젊은 남자 하나가 대답을 해주었다.

“축제에 걸린 상금이 제법인데 우승하기 제일 쉬운 게 저거거든. 그러니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찾지.”

남자가 덧붙였다.

“저런 걸로 사람들 흥도 돋고 분위기도 띄우니 좋고.”


배 위를 돌아다니는 덩치가 산만한 남자들이 상금 주머니를 찾느라 정신이 팔려 미처 못 보고 머리를 부딪치는 걸 보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보다 찾기 어려운데 있었는지 배 위에서의 시합이 길어지는 동안 갯벌에서는 꼬마들이 조개나 작은 소라게를 잡는 시합을 시작했고 어른들은 갯벌에서 벌어질 겨루기를 슬슬 준비하기 위해 웃옷을 훌렁훌렁 벗어 재끼고 있었다.


바다위에서 이미 시작된 봉술 시합장 앞에도 사람들은 이미 구름처럼 몰려가 있었다. 작은 뗏목 두 개를 띄우고 그 위에서 봉술을 겨룬다. 균형을 잃고 바다에 빠지지 않기 위해 뒤뚱거리며 상대를 향해 봉을 내리치는 첫 번째 시합이 시작되자 작게 환호성이 일었다.



시합이 벌어지기 시작한 뗏목장 쪽을 보다가 엘리어트는 배 위에서 영주들 일행이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배 위에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영주들 일행은 호위병들을 대동한 채 갯벌 시합장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정말 하시겠습니까?”

갯벌 위를 뒹굴며 두 남자가 겨루고 있는 진흙 시합장 안을 보며 같이 온 기사 대장이 누군가를 향해 걱정스럽게 묻고 있었다.

“우리 군도인이야 말로 맨몸싸움에 익숙한 사람들이오.”

껄껄 웃으며 코넬 레이보스는 말했다.

“이런 시합이 있다면 군도인의 기상을 한 번 보여드릴 수 있지 않겠소.”

“하지만 겨루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기사 대장이 정중히 말했다.

“혹시나 경을 다치게 한다면 무사하지 못할 걸 알테니까요.”

이런 귀빈에게 누가 진흙을 묻히고 바닥에 쓰러뜨리겠는가.

“내가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은 아니오.”

호탕하게 레이보스는 말했다.

“그리고 쓰러지는 게 누구일지는 아직 모르지 않소?”


그렇게까지 말하는데도 난감한 기색으로 기사 대장이 침묵을 지키자 레이보스는 뒤에 있는 사람들 쪽을 돌아봤다.

“당신들은 어떻소?”

질문에 영주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봤다.


“기사님 말대로 후환이 두려워 제대로 시합을 못한다면 내가 나서는 의미가 없지. 그러니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한 번 붙어 봅시다.”

우렁찬 목소리에 영주들은 웃었지만 기색은 좀 난감해 보였다.

“영주님들쪽 사람 중에는 이런 시합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신 분 없으시오? 재밌을텐데.”

선뜻 입을 여는 사람이 없자 레이보스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대륙인은 생각보다 겁이 많구려.”


“그럼 우리 쪽에서 한 번 나서볼까요.”

침묵을 깨고 그 중 누군가가 말했다. 레이보스가 쳐다보니 어제 늦게 여기 온 토렌의 영주가 한 발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다치더라도 책임을 물으시면 안 됩니다.”

유쾌한 기색으로 짐짓 그가 말했다.

“물론이오.”

호탕하게 레이보스가 대답했다.


토렌의 영주는 어제 오후에 여기 왔다.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던 두올린에는 몇 년만의 방문이었다. 며칠 전 토렌의 성에서 협정을 체결하고 불과 며칠 사이 두올린까지 온 것은 바로 이 자 코넬 레이보스가 온다는 것을 두올린 영주가 귀뜸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군도쪽과 교역을 틀 목적으로 그와 친분을 쌓기 위해 여기 왔으니 이런 남자의 호기에 장단을 맞춰주는 것도 접대의 한 방식이었다. 적당히 상대하다 마지막에 모른 척 져주면 그것만큼 환심을 사게 되는 방법도 없을 것이다.




“자, 자. 뒤로 물러나시오.”

높으신 분들끼리 뻘에서 맨손 시합을 한다는 소리에 흥미로운 기색으로 몰려 있는 구경꾼들을 병사들이 뒤로 물러나게 했다.

“뒤로 물러나시오 어서.”


방금 전 시합할 때보다 더 멀찌감치 물러서게 하며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병사들이 그 앞을 막고 섰다. 병사들 사이로 얼굴을 들이 밀며 구경꾼들은 코넬 레이보스와 토렌의 기사가 서 있는 둥그런 원 안쪽을 쳐다 보았다.


봉술 겨루기는 한 쪽이 바다에 빠지면 끝나지만 갯벌에서의 시합은 어느 한 쪽이 졌다는 표시를 할 때까지 계속된다. 발이 빠지는데다 진흙이 묻으면서 몸이 자꾸 무거워지니 결국 체력이 좋은 쪽이 우승하게 되는 시합이었다.


“진짜 하려나 보네.”

웃통을 벗어 재낀 채 레이보스가 상대편 기사의 주위를 뱅뱅 돌기 시작하는 걸 보고 시즈는 반신반의한 기색이 되었다.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기산데.”

“싸움에 능숙한 건 저쪽도 마찬가지야.”

체격이나 근육이 잘 발달된데다 몸 여기저기 칼에 찔린 듯한 흉터가 여러 개 있는 게 보인다. 토렌의 기사도 그 점을 알아봤을 것라고 생각하며 엘리어트는 대꾸했다.


“제대로 상대하기 곤란한 입장은 오히려 토렌일거야.”

어차피 저런 싸움에 이기려고 나서진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 맞붙는 것을 보며 엘리어트는 배 위쪽으로 힐끔 시선을 돌렸다. 정말 구경이라도 하러 나온 것인지 어제와 마찬가지로 배에서 내려오지 않은 몇 사람과 함께 그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시합장 쪽을 주시하고 있는지 이쪽에서 보는 시선은 어제와 달리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지금 키히스는 옆에 없다. 성에서 마차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그는 랭더발 영주의 옆에 있었다. 거리를 두고 따라와 중간에 시야에서 몇 번 놓쳤다. 그 사이 사라진 건지 아니면 아직 배 안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와-!”

환호성이 일었다.

쳐다보니 기사를 향해 돌진한 레이보스가 그대로 기사를 들이 받고 있었다. 어느 한쪽으로 넘어지지 않고 두 사람이 서로 팽팽히 버텼다.


기사는, 사실 몇 번 받아주다 못이기는 척 넘어지려고 했지만 시합이 시작되자마자 거칠게 달려드는 레이보스의 기세에 반사적으로 몸에 힘을 주며 몇 번 위기를 넘기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져줄 때가 아니었는지 당장은 서로 간에 지지 않으려는 기색이 팽팽했다.


뻘이 얕은 곳이라 발이 빠지는 건 덜했지만 두 사람 다 이제 온 몸이 진흙투성이다. 진흙에 뒹굴기 시작하면서 미끄럼과 사투하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뒤뚱거리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손이 몇 번 헛돌긴 했지만 조금 전 시합에 비하면 힘과 기술에서 훨씬 뛰어난 경기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했다.



예상 외로 결론이 빨리 나지 않았다.

“우와. 대단하다.”

시즈까지 어느새 주먹을 불끈 쥔 채 시합에 집중하고 있을 정도였다.


드러내지 않고 배위쪽의 기척을 살피다가 레이보스의 시합 쪽으로 고개를 돌려 엘리어트는 잠시 그쪽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치고받는 두 사람을 잠시 보다가 엘리어트는 곧 그 느낌이 레이보스 쪽에서 오는 것을 알앗다. 이상할 게 없는데 느껴지는 이질감에 그는 레이보스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처음에는 뭔지 몰랐는데 곧 그것이 그의 등 여기 저기 묻어 있는 진흙이라는 걸 알았다. 두 사람 다 이미 진흙범벅이다. 계속 엎디락 뒤치락 하는 통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러나 잠시 후 질퍽한 진흙 한 줄기가 그의 등을 타고 위로 올라가는 것을 엘리어트는 분명히 보았다.


의외로 흥미진진한 시합에 다들 정신이 팔려 있었으니 자세히 보려고 하지 않으면 알아 챌 수 없다. 시합보다는 주변의 움직임을 더 주시하고 있던 엘리어트였기에 눈치 챌 수 있었던 이질감이었다.


희미한 흐름이 이제 코넬 레이보스의 어깨까지 올라가고 있는 보고 엘리어트가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서는데 누군가 그를 잡았다.

“간신히 찾았네요.”

언제 나타났는지 헨터만이 옆에 서 있었다.

“한참 헤맸습니다.”

한시름 놨다는 듯 그가 말했다. 이엘과 헤어진 뒤 그는 곧장 이쪽으로 왔다.

“우리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반갑다는 듯 시즈가 물었다.

“레이한테 들었습니다.”


성문 근처에 몸을 숨긴 채 출입하는 사람들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가 헨터만이 오는 것을 먼저 발견하고 레이가 상황을 전했다.


“저 사람 코넬 레이보스 아닙니까?”

두 사람이 구경하고 있던 시합에서 레이보스를 발견하고는 햋볕을 가리려는 듯 헨터만이 손을 이마에 대며 그쪽을 봤다.

“저기서 지금 뭐합니까?”

갯벌 시합에서 진흙투성이가 된 그를 신기하다는 듯 보며 말하는 헨터만의 옆에서 엘리어트는 레이보스의 어깨를 확인했다. 진흙줄기는 목까지 올라가 있다. 시합에 집중하고 있는 당사자도 그걸 보고 있는 구경꾼들도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엘리어트가 다시 앞으로 나가려는 걸 보고 헨터만이 그의 팔을 잡았다.

“왜 그럽니까? 갑자기.”

“레이보스의 목에..”

뭐라고 말하는데 사람들이 다시 크게 환호해 그의 목소리가 묻혔다.


레이보스가 기사를 향해 몸을 부딪쳤고 이번에는 버티지 못하고 기사가 바닥으로 넘어지고 있었다. 기사와 뒤엉켜 바닥에 쓰러진 레이보스 쪽을 엘리어트는 유심히 보았다. 넘어지는 순간 경련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레이보스의 몸이 움찔움찔 거리는 걸 놓치지 않고 그가 시합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걸 헨터만이 강하게 붙잡았다.

“지금 뭐 합니까. 랭더발 영주가 저기 있습니다.”

시합장 안으로 들어갔다간 꼼짝 없이 눈에 띈다.

“갑자기 왜 그럽니까?”

그대로 엘리어트를 저지한 채 그가 물었다. 대답없이 엘리어트는 레이보스 쪽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졌습니다.”

양 손을 뒤로 집으며 바닥에 주저앉아 기사가 외치듯 말했다. 승자에게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순간 승자는 여전히 바닥에 누운 채 말이 없었다. 그가 일어나길 기다렸지만 움직임이 없자 기사가 레이보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를 들여다보고 다음 순간 기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기, 문제가 생겼습니다.”

창백해진 채 배 위에 대고 그가 소리쳤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 사람들이 어리둥절 보는 동안 배 위에서 기사들이 먼저 레이보스가 있는 쪽으로 뛰어 왔다.


진흙에 누운 채 미동도 없는 것이 레이보스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헨터만 역시 알아채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죠?”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에 헨터만이 중얼거렸다. 그러는 동안 엘리어트는 레이보스의 얼굴 쪽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얼굴도 진흙으로 범벅이 되어 있지만 아까의 이상한 흐름은 사라지고 없었다.


“해산. 다들 이 자리에서 해산하시오.”

기사들이 레이보스의 주변을 둘러싸고 그 중 한 명이 병사에게 뭐라고 지시를 하자 병사들이 뛰어 나오더니 몰려 있던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어서 어서.”

쫓아내듯 사람들을 내모는 병사들의 기세에 조금 전까지 구경 잘하고 있던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며 하나 둘씩 자리에서 발을 돌렸다.

“우리도 가죠.”

나직히 헨터만이 말했다.

“일단.”


다들 자리를 벗어나는데 그들만 여기 멀뚱히 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헨터만과 시즈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에 섞여 자리를 벗어나려다가 엘리어트는 문득 배 위를 올려다 보았다. 배 위에 있던 영주들은 갑작스러운 소동에 무슨 일인가 싶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들과 달리 카뷔에 에르디스의 얼굴에 얼핏 냉소가 섞인 미소가 지나가고 있는 것을 엘리어트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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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하트의 반(VAN) - 2-19 조우(5) +10 14.11.02 1,493 55 19쪽
187 하트의 반(VAN) - 2-19 조우(4) +8 14.08.03 1,680 57 19쪽
186 하트의 반(VAN) - 2-19 조우(3) +6 14.07.31 1,539 52 15쪽
185 하트의 반(VAN) - 2-19 조우(2) +2 14.07.28 1,512 53 10쪽
184 하트의 반(VAN) - 2-19 조우(1) 14.07.27 1,618 60 8쪽
183 하트의 반(VAN) - 2-18 전환(3) +2 14.07.25 1,463 57 12쪽
182 하트의 반(VAN) - 2-18 전환(2) +2 14.07.24 1,436 59 11쪽
181 하트의 반(VAN) - 2-18 전환(1) +6 14.07.23 1,599 61 9쪽
180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9) +4 14.07.21 1,566 62 8쪽
179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8) +4 14.07.20 1,313 64 16쪽
178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7) +6 14.07.19 1,816 64 17쪽
177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6) +2 14.07.18 1,526 65 11쪽
176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5) +6 14.07.16 1,427 72 15쪽
175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4) +4 14.07.14 1,588 66 16쪽
174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3) 14.07.13 1,241 71 14쪽
173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2) +6 14.07.11 1,611 63 16쪽
172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1) +13 14.06.15 1,847 70 8쪽
171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0) +2 14.06.13 1,580 66 15쪽
170 하트의 반(VAN) - 2-17 잠행(9) +8 14.06.11 1,709 66 13쪽
169 하트의 반(VAN) - 2-17 잠행(8) +4 14.06.10 1,593 68 17쪽
168 하트의 반(VAN) - 2-17 잠행(7) +2 14.06.08 2,034 68 10쪽
167 하트의 반(VAN) - 2-17 잠행(6) +10 14.06.06 1,840 75 30쪽
166 하트의 반(VAN) - 2-17 잠행(5) +6 14.06.03 2,142 67 10쪽
165 하트의 반(VAN) - 2-17 잠행(4) +4 14.06.01 1,557 69 18쪽
164 하트의 반(VAN) - 2-17 잠행(3) +14 14.05.18 2,124 75 17쪽
163 하트의 반(VAN) - 2-17 잠행(2) +6 14.05.15 1,945 69 17쪽
162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 +12 14.05.11 1,828 69 13쪽
161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8) +10 14.05.06 1,982 79 22쪽
160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7) +30 14.05.04 1,903 93 23쪽
159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6) +14 14.05.01 1,908 86 18쪽
158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5) +14 14.04.30 1,685 79 13쪽
157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4) +14 14.04.29 2,013 76 7쪽
156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3) +18 14.04.27 1,750 75 15쪽
155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2) +17 14.04.24 2,041 77 13쪽
154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1) +11 14.04.22 2,254 80 9쪽
153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0) +8 14.04.20 1,776 83 24쪽
152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9) +12 14.04.17 2,406 76 13쪽
151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8) +12 14.04.16 2,135 79 21쪽
150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7) +13 14.04.15 2,091 79 9쪽
149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6) +6 14.04.13 2,159 74 14쪽
148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5) +8 14.04.05 2,337 79 15쪽
147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4) +12 14.04.03 1,944 73 15쪽
146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3) +4 14.04.03 2,139 69 13쪽
145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2) +4 14.04.01 2,256 70 9쪽
144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 +2 14.03.31 3,234 183 11쪽
143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7) +8 14.03.29 2,088 75 13쪽
142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6) +6 14.03.28 1,874 68 10쪽
141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5) +10 14.03.26 1,780 65 7쪽
140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4) +2 14.03.25 2,370 170 16쪽
139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3) +4 14.03.24 2,202 65 15쪽
138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2) +8 14.03.22 2,596 65 12쪽
137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1) +8 14.03.21 2,367 75 12쪽
136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5) +10 14.03.20 2,438 82 8쪽
135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4) +16 14.03.19 2,135 75 7쪽
134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3) +4 14.03.19 2,248 83 15쪽
133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2) +6 14.03.18 2,482 76 16쪽
132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1) +14 14.03.17 2,834 82 18쪽
131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6) +6 14.03.15 2,319 76 11쪽
130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5) +10 14.03.14 2,658 75 8쪽
129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4) +6 14.03.13 2,733 85 15쪽
128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3) +6 14.03.12 2,646 86 14쪽
127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2) +12 14.03.11 3,048 84 20쪽
126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1) +6 14.03.10 2,903 76 18쪽
125 하트의 반(VAN) - 2-12 쉐네드 +6 14.03.09 3,009 75 15쪽
124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3) +12 14.03.06 2,888 85 27쪽
123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2) +20 14.02.25 2,548 89 10쪽
122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1) +23 14.02.23 2,761 93 11쪽
121 하트의 반(VAN) - 2-10 글레린(2) +10 14.02.21 2,437 98 17쪽
120 하트의 반(VAN) - 2-10 글레린(1) +10 14.02.19 2,638 114 15쪽
119 하트의 반(VAN) - 2-9 아스드(2) +17 14.02.16 3,409 107 18쪽
118 하트의 반(VAN) - 2-9 아스드(1) +16 14.02.13 3,382 113 12쪽
117 하트의 반(VAN) - 2-8 아쉬 +16 14.02.11 3,056 110 13쪽
116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8) +23 14.02.09 2,642 119 17쪽
115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7) +9 14.02.09 2,760 111 16쪽
114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6) +20 14.02.07 2,790 109 19쪽
113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5) +12 14.02.06 3,226 114 15쪽
112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4) +9 14.02.04 3,299 103 10쪽
111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3) +22 14.02.03 2,905 95 9쪽
110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2) +12 14.02.02 3,128 111 16쪽
109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1) +16 14.01.30 3,152 113 15쪽
108 하트의 반(VAN) - 2-6 전조(5) +6 14.01.29 3,014 117 11쪽
107 하트의 반(VAN) - 2-6 전조(4) +7 14.01.29 2,934 115 18쪽
106 하트의 반(VAN) - 2-6 전조(3) +7 14.01.27 3,112 114 10쪽
105 하트의 반(VAN) - 2-6 전조(2) +16 14.01.26 3,511 111 14쪽
104 하트의 반(VAN) - 2-6 전조(1) +13 14.01.19 4,156 118 21쪽
103 하트의 반(VAN) - 2-5 시마르(2) +9 14.01.16 3,340 116 11쪽
102 하트의 반(VAN) - 2-5 시마르(1) +13 14.01.15 3,686 110 17쪽
101 하트의 반(VAN) - 2-4 재회(6) +19 14.01.13 3,424 126 6쪽
100 하트의 반(VAN) - 2-4 재회(5) +29 14.01.12 5,115 1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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