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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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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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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69,960

작성
14.07.20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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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8)

DUMMY

2.17 잠행(18)



어떤 계획을 짜고 있는지 부하들과 얘기하다가 조금 뒤 슬로런이 엘리어트 앞으로 걸어왔다.

“큰 소리는 쳤지만 우리 뒤통수 칠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거야.”

조금 전에, 그녀야 말로 엘리어트를 전적으로 믿어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안 그럼 내 머리가 제일 먼저 땅바닥으로 던져 질테니.”


그렇다고 그가 해준 일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는 것은 또 아니었으니 잠시 후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그녀가 다시 말했다.

“당신네들은 어쩔 건가?”

여기까지 와 준건 그렇다쳐도 같이 싸워줄리는 없다. 그런다면 그거야 말로 이상한 일이다.

"말려들지 않으려면 지금 가야 할 거야."

이미 늦은 감은 있지만 실력으로 보아 그 정도 되면 아마 잘 빠져 나갈 거라고 생각하며 슬로런은 말했다.


"우린 신경쓸 거 없습니다."

거기에 대답하며 엘리어트는 물었다.

“그보다 당신이 여기서 도망치지 않는 이유가 뭔지 듣고 싶은데.”



토벌을 목적으로 몰려들고 있으니 여기 사람들을 생포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도둑이라 싸움에 익숙하다 해도 훈련된 기사와 병사들을 상대해 이기는 건 쉽지 않다. 역시 도망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죽을 생각은 없다고 했으면서.”

그렇게 생각하며 엘리어트가 말을 이었다.


슬로런은 깊이 숨을 들이 마셨다.

“이곳이 어떤지 혹시 알고 있나?”

거기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가 물었다. 엘리어트가 고개를 젓는 걸 보고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얼굴이 됐다.


"바다 건너 저쪽과 여기는 사는 게 많이 달라."

파비앙 영주가 선정을 행하기로 유명한데다 그 후광을 등에 업고 있는 에들러가 평화롭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거기에 가려져 몇 몇 영주국이 폭정을 일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에들러는 평화롭지만 거기 속하지 못한 자들은 다르거든.”

슬로런은 한 쪽에서 부지런히 검과 무기들을 손보고 있는 남자들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죽지 못해 도둑이 된 자들이 많으니 이미 보았지만 그런 자들은 토렌에 원한이 깊지."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여길 버리고 떠나면 다시 또 떠도는 지긋지긋한 생활을 계속해야 겠지. 그러고 싶지 않소.”

“그런 생각은 당신 욕심이오.”

엘리어트는 말했다.

“당신이 수장이니 부하들을 살리고 싶으면 고집을 꺽고 여기서 빠져 나갈 생각을 하는 게 맞습니다."


희미하게 슬로런은 미소지었다.

“이미 말했지 않나. 나는 말리지 않는다고.”

“그렇다고 가만 있는 건 당신 부하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를 바 없죠.”

엘리어트의 말은 간결했지만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이런 곳은 다시 또 만들면 돼. 하지만 죽으면 여기서 전부 끝납니다."

"다시 이런 일을 반복하기엔 젊은이. 그 시간이 보통 길고 어려운 게 아니란 걸 지금까지 경험으로 알고 있거든."

슬로런은 전혀 물러난 기세가 아니었다. 엘리어트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정말 여기서 싸울 생각입니까?"

마지막으로 그가 확인했다.

"우리도 싸울 줄 아는 자들이니까."

그녀가 대꾸했다. 미소지으며 한 말했지만 완강했다.


“두올린의 사자와 같이 있었다는 자들은..”

더 말해봤자 소용없는 게 확실하자 엘리어트는 다시 말을 꺼냈다.

“누굽니까? 정확히”

“잘은 몰라. 오다가다 우연히 얼굴만 아는 자들이었으니.”

그녀는 덧붙였다.

“상황을 보건데 그쪽도 이제 저승길로 향하고 있겠지만 말이야.”


그녀가 하는 소리를 들으며 엘리어트는 생각했다. 도둑단 두목 셋을 모아놓고 두올린이 계획하고 있는 게 무엇일까. 아무 것도 모르니 지금으로선 종잡을 수가 없다. 확실한 건 이렇게 빨리 증거를 없애려고 나선 걸 보아 두올린 쪽에서 확실히 해두고 싶어하는 일임에는 분명하다는 것, 그것 뿐이었다.


“이곳으로 통하는 길이 몇 개입니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문득 그가 슬로런에게 물었다.

“두 개 더.”

갑자기 왜 묻나 싶었지만 잠자코 슬로런이 대꾸했다.

“당신네들이 온 길을 제외하고. 나머진 동쪽과 서쪽 방향에 있지.”

“그 길을 안내 할 수 있는 자를 불러요.”

말하며 엘리어트는 주위를 둘러 봤다.

“길더.”


좀 떨어진 곳에서 시즈와 같이 있다가 부르는 소리에 길더가 엘리어트 앞으로 걸어왔다.


“아비크랑 같이 한 번 더 움직여 줘.”

가까이 걸어온 그를 향해 엘리어트가 말했다.











산채로 통하는 길은 세 개다. 그 길 전부를 아래에서부터 포위한 채 병사들은 산채로 좁혀 들어오고 있었다.


위에서 봤을 때 기사와 병사들은 곧장 산을 올라오고 있었지만 그러나 산채 위치를 정확히 아는 건 아닌데다 길까지 애매한 상태라 산중턱을 지나자 기사 아게드를 비롯한 병사들의 속도는 조금씩 더뎌지고 있었다.


한여름에 울창하게 우거진 수풀과 나뭇가지들이 위로 올라갈수록 앞을 가리는 정도가 점점 심해졌다. 날을 휘둘러 무겁게 내려져 있는 수풀을 헤치며 병사들은 앞으로 나왔다.


“어디냐?”

길잡이 남자를 향해 두올린의 기사 아게드가 물었다.

“거의 다 왔습니다.”

남자가 험난한 길을 보며 대꾸했다.

“이렇게 가다가 놈들이 눈치채고 도망치면 어쩝니까?”

아까 올 때는 천에 가깝게 있던 병사들이 지금은 둘로 나뉘어 진 게 좀 불안했는지 남자가 물었다.

“갈 길이 정해진 놈들이니 도망쳤다면 그쪽을 뒤지면 그만이야.”

여기 모여 있는 도둑들이 토렌쪽으로는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기사 아게드는 알고 있었다. 두올린 쪽으로 가는 건 적진으로 달려드는 셈이니 혹시 도망친다면 남은 길은 파비앙 쪽밖에 없었고 거기로 가봤자 들어가지는 못할 테니 그 중간 어디서 분명 잡을 수 있었다.


"그래도 서둘러라.”

그렇지만 일단 여기서 일을 끝내는 게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기에 살짝 짜증을 섞어 아게드는 말을 했다.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말을 아끼며 길잡이가 앞을 가리고 있는 커다란 나뭇잎을 밀어냈다.

그리고 앞으로 나오려는 순간, 긴 말 울음 소리와 함께 남자를 향해 말들이 달려 들었다.

“윽..!”

말에 밟히지 않기 위해 움찔 몸을 돌린 남자의 머리 위로 아비크와 길더를 태운 말이 뛰어 나갔다.


뒤따르던 아게드가 그들을 향해 재빨리 검을 집어 던졌으나 맞지 않고 말은 길위를 날아 오르듯 달려 내려 갔다.

“잡아!”

울퉁불퉁한 산길을 뛰어 내려가 순식간에 저만치 멀어진 말을 향해 병사들이 뒤를 쫓기 시작했다.


"계속 전진!"

나머지 기사와 병사들을 향해 소리치며 아게드는 검이 떨어진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수풀 사이에 떨어진 검을 주워들고 병사들을 따라가기 위해 그는 몸을 돌렸다. 그런데 스치는 수풀 사이에서 그것과 확연히 다른 느낌의 뭔가가 등에 닿자 그는 그대로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다.


“...누구냐."

등을 누르고 있는 날카로운 검의 감각을 느끼며 천천히 그가 말했다.


"이곳을 공격하는.."

등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차분히 날아왔다.

“명분이 뭡니까?”

아게드는 코웃음쳤다.

“도둑떼를 소탕하는데 명분이 필요한가?”

“명확히 하자면 여긴 당신네들 땅이 아니니..”

슬로런에게서 이곳에 얽힌 토렌과 두올린의 관계에 대해 엘리어트는 들었다.

“지금 이러는 거 월권이오.”

“도둑놈한테 별 소릴 다 듣는군.”

아게드가 계속 대꾸를 하는 건 남자의 주의를 돌리려는 의도다. 검끝을 등에서 떨어뜨릴 찰나를 찾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한 채 아게드는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래봤자 이미 늦었다."


“토렌의 요새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소.”

남자가 검끝에서 벗어날 기회만 찾고 있는 걸 보며 엘리어트는 말을 이었다.

“병사들을 철수 시키고 이 산에 대한 수색을 중지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안 그럼 토렌에 당신들이 한 일을 알릴테니.”

아게드가 멈칫했다. 토렌의 요새에 대한 것은 여두목 혼자만 알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아는 자가 더 있다. 게다가 지금 보니 자신들이 오고 있다는 것까지 미리 알고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산채로 통하는 길은 이미 막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최대한 머리를 굴리며 아게드는 말했다.

"어차피 너희는 여길 빠져 나가지 못해.”

“내가 지금 산채에서 나와 당신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으니 그렇게 확신할 거 없습니다.”

냉담한 음성에 마찬가지로 침착하게 응하며 엘리어트는 말을 이었다.

“게다가 내겐 뛰어난 동료들이 있어서 그 녀석들이 시킨 일을 잘 해낼 거거든."


엘리어트의 지시대로 아비크와 길더는 산을 빠져 나가 토렌의 요새로 갈 것이다.


“지금 당장 병사들을 데리고 산을 내려 가시오. 안 그러면 인장에 대한 걸 토렌 뿐 아니라 파비앙에게도 알릴테니. 이렇게 급히 증거를 없애려 드는 걸 보니 만약 그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당신네들한테 별로 좋을 게 없어 보이니까.”


엘리어트의 말을 들으며 소리없이 아게드는 이를 갈았다. 남자의 말대로 인장에 대한 것은 토렌, 특히 파비앙이 절대 알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 아게드는 방금 전 말을 타고 병사들을 뛰어 넘어간 자들을 떠올렸다. 병사들 일부가 쫓았지만 이 자의 말대로면 그들만으로 무리 일 수도 있다.


"산채인지 토렌인지.."

화난 얼굴속에서도 일순 망설이고 있는 기색을 감지하며 엘리어트는 말했다.

"빨리 결정하는 게 좋을 거요."


“너희 같은 놈들의 약속을 믿고 물러서란 건가.”

험악한 음성으로 천천히 아게드가 말했다.

“여긴 당신네들보다 더 약속은 지키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모여 있거든.”

엘리어트는 대꾸했다.

“어쨌는지 알고 싶으면 앞으로 토렌과 파비앙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면 될거고.”


아게드는 돌아섰다. 자신이 돌아서는 동안 검끝도 그대로 따라왔지만 다행히 더 깊이 찔러 들어오는 기색은 없었다.

뒤에 있는 남자를 아게드는 그제야 볼 수 있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얼굴은 가리고 있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복면 뒤 눈동자만 이쪽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저 복면을 당장이라도 잡아 채고 싶지만 남자는 전혀 빈틈이 없다.


그런 엘리어트를 보다가 아게드는 한 발 옆으로 떨어졌다. 방금 전 말에 대한 동의를 뜻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검끝이 쫓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옆으로 움직여 순순히 자리를 벗어나려는 듯 보이다가 갑자기 아게드가 엘리어트를 향해 달려 들었다.

단숨에 검을 뽑아 엘리어트를 향해 날렸는데 그가 반격할 걸 예상이라도 했는지 엘리어트 역시 앞으로 튀어나오며 그와 검을 맞부딪쳤다. 나무 사이에서 불꽃이 튀며 검이 울리는 소리가 퍼졌다.

그러나 역시 아게드는 엘리어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짧은 싸움과 함께 마지막 부딪친 검이 힘을 못이기고 손에서 떨어졌다. 방금 부딪친 힘에 아직도 진동하는 손을 아게드가 쳐다 봤다.


"이러는 동안 내 친구들은 점점 토렌에 가까워지고 있지."

아게드의 턱에 검을 겨눈 채 엘리어트는 말했다.

"더 지체하면 나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해둬야겠고."


침착한 음성에 약이 올랐지만 아게드는 더 이상 엘리어트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자신이 남자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알아서였기도 했지만 이 상황을 결정해야할 건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다. 파비앙이 자신이 속한 두올린이 한 짓에 대해 뭔가를 아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만 했다.


“그 말을 어기면...”

산을 빠져 나가면 거기서 곧장 달려가는 말을 쫓는 건 쉽지 않다. 아까 그 말 두필을 쫓으려면 여기서 이럴 시간이 없다.

“그 땐 몇 백이 아니라 몇 천을 끌고와 네 놈들을 쓸어 버리겠다.”

“마음대로.”

그 말에 엘리어트가 응수했다.

“하지만 다시 이곳에 오면 그 땐 나도 지금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당신들을 맞이해 줄겁니다.”

조용히 말하는 소리에 소리없이 이를 악물며 아게드는 병사들이 산을 올라간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산채 근처 바위와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도둑들은 병사들이 돌격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래에서는 위가 잘 보이지 않지만 위에서는 아래가 잘 보인다. 어둠속에서도 산 아래에서 이쪽을 향하는 육중한 움직임이 조금전부터 느껴졌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를 올라오면 병사들은 이 산채를 발견할 것이다.


당장 맞붙을 싸움에 다들 바짝 긴장한 채 각오를 다졌다. 슬로런의 신호가 떨어지면 그들은 바로 앞으로 튀어나갈 것이다.


그런데 그 육중한 움직임이 점점 정체되는 것 같더니 더 이상 진전이 없다. 그리고 잠시 후, 두올린 병사들이 아니라 언제 나갔는지도 몰랐던 엘리어트가 혼자 수풀을 헤치고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바위 뒤쪽에 산채 사람들과 같이 몸을 숨기고 있다가 엘리어트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가슈는 앞으로 나갔다.

"잘 됐습니까?"

엘리어트가 어떻게 하려 했는지는 아까 들었다.


“당장은.”

엘리어트가 대꾸했다.


“그럼 인장에 대한 건요?”

과연 그 말대로 수풀 아래에서 느껴지던 인기척이 조금씩 산 아래로 내려가는 걸 알며 가슈는 말을 이었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겁니까?”

“인장을 바꾸지 않았으니 어차피 거기에 대해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야.”

두올린 기사에게 한 약속은 지킬 것이다. 그가 알지 못한 건 두올린이 시킨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단 거였다. 바뀐 게 없으니 자신들이 토렌에게 가서 말을 해봤자 어차피 토렌은 믿지 않을 것이다.


“저 놈들 진짜 그냥 돌아가는 거요?”

싸우다 죽을 각오로 양 손에 검을 꽉 움켜 쥔 채 기다리고 있다가 그대로 돌아가는 병사들을 보고 얼떨떨해져서는 버딘은 같이 숨어 있던 슬로런 쪽을 보았다.

“아무 짓도 안하고?”

슬로런 역시 이 상황이 의외이긴 마찬가지였다. 가슈와 얘기를 하고 있는 엘리어트쪽으로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한 거요?”

슬로런이 엘리어트를 향해 물었다.

“일 키우고 싶지 않으면 그냥 돌아가는 게 나을 거라고 했소.”

“그 정도 말에 순순히 물러간단 말이오?”

"나눈 얘긴 길었지만 간단히 하면 그렇다고 해두죠."

"그러니까 말로 해결봤다고?"

“별로 안 해서 그렇지 입을 열면 나도 할 말은 잘하거든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소리에 멍하니 보다가 슬로런이 헛웃음을 쳤다. 혹시 잔당들이 있을까 싶어 다시 앞을 주시하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이 와중에 농담할 정신도 있고..”

“병사들이 물러갔으니 당장은 한숨 돌릴 겁니다.”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엘리어트는 말을 이었다.

“마을을 버리지 않을 거면 길을 전부 지워야 겠지만.”

“그야 물론이지.”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는지 혼자말처럼 중얼거리며 그녀가 끄덕였다.




산 아래에서는 이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아게드와 두올린 병사들이 돌아가고 한참 뒤, 적막을 뚫고 말 두 마리가 산채로 달려 왔다. 말 위에는 조금 전 산채 밖으로 나섰던 아비크와 길더가 타고 있었다.

산 아래까지 내려가 한참을 달린 뒤 두 사람은 다시 돌아왔다.


“수고했어.”

이제 말에서 내려서는 아비크와 길더를 향해 엘리어트는 말했다.

“그냥 왔다 갔다만 한 건데요 뭐.”

토렌의 요새쪽으로 곧장 말을 달리다가 레이가 보낸 신호를 보고 그대로 말을 돌려 그들은 산채로 돌아왔다.

중간에 이쪽으로 달려오는 두올린 병사들과 마주칠 뻔했지만 몸을 숨겨 피해갈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숨어 있던 곳을 지나쳐 토렌의 요새가 있는 방향으로 그들은 미친듯이 달려갔다.


“좀 아깝네요. 오랜만에 한 판 붙을 줄 알았더니.”

병사들을 순순히 보낸 게 서운했는지 길더가 중얼거렸다.

“또 팔 아작 나고 싶어서 그래?”

“에이. 그런 일 자주 안 생겨요.”

아비크가 하는 소리에 길더가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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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0) +8 14.04.20 1,776 83 24쪽
152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9) +12 14.04.17 2,406 76 13쪽
151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8) +12 14.04.16 2,135 79 21쪽
150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7) +13 14.04.15 2,091 79 9쪽
149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6) +6 14.04.13 2,159 74 14쪽
148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5) +8 14.04.05 2,337 79 15쪽
147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4) +12 14.04.03 1,944 73 15쪽
146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3) +4 14.04.03 2,138 69 13쪽
145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2) +4 14.04.01 2,256 70 9쪽
144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 +2 14.03.31 3,234 183 11쪽
143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7) +8 14.03.29 2,088 75 13쪽
142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6) +6 14.03.28 1,874 68 10쪽
141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5) +10 14.03.26 1,780 65 7쪽
140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4) +2 14.03.25 2,370 170 16쪽
139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3) +4 14.03.24 2,202 65 15쪽
138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2) +8 14.03.22 2,596 65 12쪽
137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1) +8 14.03.21 2,367 75 12쪽
136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5) +10 14.03.20 2,438 82 8쪽
135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4) +16 14.03.19 2,135 75 7쪽
134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3) +4 14.03.19 2,248 83 15쪽
133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2) +6 14.03.18 2,481 76 16쪽
132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1) +14 14.03.17 2,834 82 18쪽
131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6) +6 14.03.15 2,319 76 11쪽
130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5) +10 14.03.14 2,658 75 8쪽
129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4) +6 14.03.13 2,733 85 15쪽
128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3) +6 14.03.12 2,646 86 14쪽
127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2) +12 14.03.11 3,048 84 20쪽
126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1) +6 14.03.10 2,903 76 18쪽
125 하트의 반(VAN) - 2-12 쉐네드 +6 14.03.09 3,009 75 15쪽
124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3) +12 14.03.06 2,888 85 27쪽
123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2) +20 14.02.25 2,548 89 10쪽
122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1) +23 14.02.23 2,761 93 11쪽
121 하트의 반(VAN) - 2-10 글레린(2) +10 14.02.21 2,437 98 17쪽
120 하트의 반(VAN) - 2-10 글레린(1) +10 14.02.19 2,638 114 15쪽
119 하트의 반(VAN) - 2-9 아스드(2) +17 14.02.16 3,409 107 18쪽
118 하트의 반(VAN) - 2-9 아스드(1) +16 14.02.13 3,382 113 12쪽
117 하트의 반(VAN) - 2-8 아쉬 +16 14.02.11 3,056 110 13쪽
116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8) +23 14.02.09 2,642 119 17쪽
115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7) +9 14.02.09 2,760 111 16쪽
114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6) +20 14.02.07 2,790 109 19쪽
113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5) +12 14.02.06 3,226 114 15쪽
112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4) +9 14.02.04 3,299 103 10쪽
111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3) +22 14.02.03 2,905 95 9쪽
110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2) +12 14.02.02 3,128 111 16쪽
109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1) +16 14.01.30 3,152 113 15쪽
108 하트의 반(VAN) - 2-6 전조(5) +6 14.01.29 3,014 117 11쪽
107 하트의 반(VAN) - 2-6 전조(4) +7 14.01.29 2,934 115 18쪽
106 하트의 반(VAN) - 2-6 전조(3) +7 14.01.27 3,112 114 10쪽
105 하트의 반(VAN) - 2-6 전조(2) +16 14.01.26 3,511 111 14쪽
104 하트의 반(VAN) - 2-6 전조(1) +13 14.01.19 4,156 118 21쪽
103 하트의 반(VAN) - 2-5 시마르(2) +9 14.01.16 3,340 116 11쪽
102 하트의 반(VAN) - 2-5 시마르(1) +13 14.01.15 3,686 110 17쪽
101 하트의 반(VAN) - 2-4 재회(6) +19 14.01.13 3,424 126 6쪽
100 하트의 반(VAN) - 2-4 재회(5) +29 14.01.12 5,115 1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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