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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979,684
추천수 :
28,216
글자수 :
2,269,960

작성
14.08.03 21:35
조회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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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
19쪽

하트의 반(VAN) - 2-19 조우(4)

DUMMY

2.19 조우(4)



두올린 영주의 성은 부두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었다.

보통 유동인구가 많은 부두를 중심으로 번화가가 형성되기 마련이지만 영주의 성이 있는 마을의 규모가 부두 근처보다 훨씬 크고 화려했다. 그것이 영주의 성향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성 근처에 도착하자 이른 아침인데도 의외로 성 주변은 떠들썩했다.

“축제가 있나 봅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마차를 보며 헨터만이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바닷가 영주국들은 대부분 이맘때쯤 여름 축제가 열렸다.


그 생각이 맞는지 이른 아침부터 성문은 활짝 열려 있다. 그리고 열려진 성문 저쪽으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들어가죠.”

여기까지 왔으니 꾸물댈 거 없다고 생각하며 헨터만이 먼저 앞장섰다. 엘리어트 역시 그의 뒤를 따라 성으로 이어진 넓은 다리 위를 걷기 시작했다.



성문이 워낙 웅장하고 커서 거기서 이어진 다리 역시 마차 서너 개는 동시에 지나다닐 수 있을 만큼 넓었다. 앞장선 헨터만의 뒤에서 엘리어트와 나란히 걸으며 시즈는 다리 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침부터 말과 마차를 비롯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그는 몸을 옆으로 비틀며 걸었다.

“정신없어서 누가 섞여 들어와도 잘 모를 것 같아요.”

문득 생각이 떠올랐는지 시즈의 눈동자가 위로 치켜 올라갔다.

"아, 그게 우린가?"

중얼거리는 시즈의 옆에서 엘리어트 역시 다리 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걷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그들의 발걸음은 바빴고 들떠 보였다. 특이한 점은 없어 보인다.


여기서 비밀리에 누군가를 만난다면 축제가 눈가림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들처럼 누가 섞여 들어와도 알아채기 어렵기도 했으니 사실 이런 축제를 눈가림으로 이용하는 건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성문 안으로 들어오자 본관으로 이어지는 길 앞에 서서 헨터만은 말했다.

“일단 영주에게 가서 상황 좀 파악하고 오겠습니다.”

엘리어트가 끄덕이자 그가 곧 본관 쪽으로 몸을 틀었다.


헨터만이 본관 입구로 사라지자 시즈는 이내 주변 전체를 한바퀴 돌아보았다.

“축제가 엄청 큰 가봐요.”

그러면서 그가 말했다.


엘리어트도 성안을 둘러 보았다. 아스드의 세 배는 되 보이는 성으로 내부도 아주 넓었다. 시장 하나쯤 통째로 들어와 있어도 될만한 크기다.


"그래도 이렇게 일찍부터 너무 소란스럽네요."

산채에서 두올린으로부터 토벌당할 걸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걸 생각하면 예상 못했던 분위기였기에, 시즈가 다시 중얼거렸다.








기사가 찾아와 헨터만이 왔다는 보고를 할 때 두올린 영주는 집무실에 있었다.

“어쩐 일이오?”

병사들의 안내로 집무실로 들어온 헨터만을 보고 두올린 영주는 좀 놀란 기색이 되고 있었다.


“볼 일이 있어 근처에 왔다가 영주님 생각이 나서 들렀습니다.”

영주를 향해 공손히 헨터만은 말했다.

“영주님 안부를 물은지도 오래 되고 해서.”


나이는 쉰 초반. 히끗히끗한 머리는 반쯤 벗겨져 있었지만 체격은 건장하고 혈색이 좋아 얼굴엔 윤기가 흘렀다. 외모만 봤을 땐 인상이 좋다는 느낌을 주는 영주였지만 속에 탐욕이 가득하다는 걸 헨터만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소?”

갑작스러운 방문에 떨떠름한 것 같았으나 더 따지지 않고 두올린 영주는 손으로 집무실 한 쪽을 가리켰다.


“그렇더라도 기별이라도 좀 하고 오지 그랬소.”


영주가 가리킨 쪽으로 걸어가 헨터만은 자리 잡고 섰다.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바다 건너에 있어..”

소식도 없이 불쑥 찾아온 게 평소보다 더 내켜하지 않는 기색이라는 걸 눈치챘지만 모른 척 시치미를 떼며 그는 말을 이었다.

“지금 돌아가면 당분간 여기 올 일이 없어 결례인 줄 알지만 찾아뵙자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두올린 영주에게는 특별한 청탁 없이 뒷돈만 먹여 놓았기 때문에 그가 자신을 부담스러워 할 일은 없었다. 1년 쯤 전에 아무 얘기 없이 찾아왔을 때도 그는 자신을 반갑게 맞이했다.


“바다 이쪽은 참 화려합니다.”

싱긋 웃으며 헨터만은 말했다.

“온 김에 축제 구경이라도 좀 해도 되겠습니까?”

넉살 좋게 하는 소리에 망설이는 기색이 영주의 얼굴에 얼핏 지나갔다.


“좋을데로 하시오.”

그러나 이미 어쩔 수 없다는 듯 곧 영주는 말했다.

“용무가 있어서 내가 옆에서 구경을 시켜주진 못할 것 같소. 혼자라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축제를 구경해도 좋소.”

“바쁘신 영주님을 제가 어떻게 붙잡고 있겠습니까?”

불쑥 찾아왔으니 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는다는 듯 헨터만이 양 손을 옆으로 들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오늘의 결례는 나중에 제가 충분히 보상을 하겠습니다.”

그 말에 영주의 얼굴이 방금 전보다 좀 풀어졌다.

“그럼 그 유명한 두올린 축제가 어떤지 구경 좀 해봐야 겠습니다.”

감사하다는 듯 말하다가 문득 생각난 듯 그가 덧붙였다.

“저와 함께 온 일행이 있는데 같이 축제를 둘러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오.”

그 정도면 얼마든지 양해해줄 수 있다는 듯 영주가 끄덕였다.








헨터만이 나오길 기다리며 엘리어트는 성벽 위와 성주변을 티나지 않게 눈으로 파악했다. 다른 성과 달리 원형의 성벽 구조였다. 가운데 비어 있는 공간이 넓은 만큼 성을 둘러 싸고 있는 성벽간의 거리도 멀다. 위용이 장대한 만큼 외부에서 봤을 때 적을 압도하는 면이 있으나 원형 성벽은 거리가 그만큼 길어지므로 사실 방어에 불리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엘리어트 뒤에서 한 남자가 세 발 수레를 끌고 왔다.

“어 어?”

미처 그를 보지 못하고 있다가 부딪치기 직전 피하려다 수레가 균형을 잃고 옆으로 넘어졌다. 수레 위에 쌓여 있던 과일들이 바닥으로 우르르 쏟아졌다.


"아, 죄송합니다."

화뜰짝 놀라며 과일을 줍는 남자를 보고 엘리어트 역시 몸을 숙여 쏟아진 과일들을 수레에 담기 시작했다.

옆에서 시즈 역시 몸을 숙여 떨어진 과일을 주어들었다.


"감사합니다."

대충 주워 담는 게 끝나자 남자가 미안한 듯 엘리어트를 향해 말했다.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보이려는데 엘리어트의 눈에 남자의 뒤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제 성으로 들어오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엘리어트는 몸을 숙였다. 그리고 발 아래 떨어져 있는 작은 과일 하나에 손을 댔다. 반쯤은 썩어 있어 굳이 주울 거 없는 과일 앞에서 잠시 가만 있는 엘리어트를 보고 남자는 어리둥절한 것 같았다.


"여기 있습니다."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엘리어트가 그것을 남자에게 건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조금은 이상하다는 듯 엘리어트를 보고는 이내 남자가 수레를 밀고 사라졌다.


“왜 그래요?”

눈치껏 가만 있던 시즈는 엘리어트가 일어나자 그제야 의아한 듯 물었다.

엘리어트는 방금 전 세발 수레 뒤로 지나간 남자가 걸어간 쪽으로 시선을 주고 있었다.

“우리가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아서.”

그러면서 그가 대꾸했다.









기사 아게드는 성벽 위 경비 태세를 확인하고 막 본관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들어오다가 영주를 찾아온 남자와 마주쳐 집무실에 데려다 주고 그는 성 중간 층으로 내려왔다.

중간층 복도에 누가 서 있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그가 가까이 다가갔다.


“영주님은 지금 집무실에 계시오.”

남자를 향해 아게드는 말했다.

“갑자기 손님이 찾아와서.”

“누구 말입니까?”

방금 전 성밖으로 나갔다 들어온 키히스가 그 말에 조용히 물었다.

“유시드 헨터만이라고 있소. 페이테드 출신의 책사.”

이 와중에 갑자기 찾아온 자라는 게 의심스러웠는지 키히스가 계속 이쪽을 쳐다보자 기사 아게드는 말을 이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되오. 년에 한 번씩 예고도 없이 불쑥 나타나는 자니까. 이번에도 그냥 우연히 온 걸거요.”

“그래도 무슨 일로 왔나 확실히 알아 두십시오.”

장담을 하는 소리에 그제야 시선을 돌리며 키히스는 말했다.

“알겠소.”

끄덕이며 아게드는 약간 난감한 기색으로 덧붙였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니오?”

토렌의 요새에서 돌아온 뒤 무슨 이유에선지 키히스는 경비를 더 삼엄하게 죄고 있었다.


복도를 지나가는 대여섯 명의 시녀들을 피해 키히스가 조금 몸을 옆으로 했다.

“한 번 실수하고도 그런 소립니까."

아게드에게 이제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그는 말했다.

"미리 대비해서 나쁠 거 없습니다."

대꾸할 말이 없었는지 입을 쩝쩝대는 아게드를 내버려 둔 채 키히스는 생각했다.


아게드가 마주친 정체 불명의 남자가 정말 엘리어트인지 그건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행방에 대해 대답을 듣지 못하고 갔으니 다시 자신을 찾으려 할 가능성이 있었다.


찾아오는 건 상관없지만 지금은 쓸데없는 잡음을 일으켜선 안됐다. 설마 여기까지 찾아올 가능성은 적었지만 그래도 대비를 해야 한다. 방금 전 아게드가 헨터만이란 자를 말하기 전까지는 아직 이 성에서 특별히 문제가 되는 건 없어 보인다.

“시간이 되었으니 이제 슬슬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이제 가서 할 일 할 생각으로 키히스는 말했다.

“아.. 아직 기다리시오.”

아게드가 서둘러 그를 저지했다. 뭐라고 입을 떼며 그가 하는 말을 키히스는 잠시 들었다.






“축제 시작 전에 영주가 일장 연설이라도 할 모양입니다.”

아게드가 전한 말을 듣고 키히스는 성탑 꼭대기 방에 와 있었다.

“거기서 영주님들도 소개하고 싶은 모양인데..”

축제 규모가 워낙 커서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는지 오늘 모인 영주들과 함께 공식 석상에서 그가 간단히 연설을 할 모양이었다.

“관두라고 할까요?”

키히스는 물었다.

“쓸데없는 짓은.”


그의 맞은 편에 서 있던 남자의 시선이 힐끔 그를 향했다.

“내버려 둬.”

곧 카뷔에 에르디스가 냉랭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새벽 일찍 성에 도착해 그는 지금 여기 있다.

“괜히 말을 키우는 게 더 눈에 띄인다.”

그의 목소리는 일관적으로 차가웠다.

“영주가 그러길 원한다면 하고 싶은데로 하게 둬.”

“영주님께서도 참석하길 바라는 것 같았습니다.”

키히스가 다시 말했다.


카뷔에 에르디스가 코웃음쳤다.

“그러지.”

그러면서 그가 대꾸했다.

오늘 자리에 모인 영주들에게 주는 인상 역시 중요했다. 괜히 몸을 사리거나 당당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줄 필요는 없었다.


외부에 나서는 건 최소한으로 했어도 자신의 얼굴을 아는 자들은 이미 있는데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영주들과 접촉하는 이상 이제 노출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배를 타고 소리 없이 들어왔던 건 자신보다는 마르테나의 존재 때문에. 그녀는 지금 키히스가 마련해 놓은 아무도 찾지 못할 장소에 있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그가 그러겠다고 하면 거기에 맞춰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우연히 축제 기간이 겹친 덕에 일이 번잡스럽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키히스는 주군의 말에 정중히 대꾸했다.










엘리어트들이 이른 아침에 도착해 아직 축제는 시작 전이었다. 그런데도 사람이 북적댔는데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성 안은 이제 발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꽉 찼다.


성벽 위에서도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로 병사들은 들떠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팡파레 소리가 성벽 위에서 울려 퍼지고 꽃잎이 아래로 뿌려졌다.


방금 전 성안으로 키히스가 걸어 들어가는 걸 보고 엘리어트는 지금 당장 다시 그를 덮칠 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 성에 있는 걸 알았으니 이제 급할 건 없었다. 어떻게 할까.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소리에 생각을 멈추고 그는 고개를 들었다.


본관 옆에 붙어 있는 탑 중간에 튀어 나와 있는 테라스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쪽을 향해 사람들이 환호하는 걸 보아 아마 그가 두올린 영주일 것이라고 엘리어트는 생각했다. 영주의 뒤에서 그와 몇 몇 남자들이 같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 있었습니까?”

그들이 누군지 알기 위해 엘리어트가 생김새와 옷차림을 유심히 보고 있는 동안 헨터만이 엘리어트를 발견하고 옆으로 걸어왔다.

“한참 찾았네요.”

만나기 쉽게 하려고 아까 헤어진 자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았지만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양 손가락을 입에 넣고 휘파람을 부는 남자와 부딪치지 않게 옆으로 비키며 헨터만은 엘리어트의 바로 옆으로 왔다.

“이즈먼 군은요?”

“성 구조를 확인해 본다고 갔습니다.”

떠들썩해 성벽 위 병사들의 주의가 딴 데로 돌아갔을 때 성의 구조를 알아보겠다고 하며 시즈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허락 받았습니다.”

헨터만은 말했다.

“성 어디를 돌아다니고 있어도 당장은 의심을 사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쓸데없는 곳까지 휘젓고 다녀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몰래 숨어드는 것보다 일단은 움직임이 자유로웠다.


“저 자가 두올린 영주입니까?”

탑 중간에 있는 테라스 밖으로 나와 이제 뭐라고 말하기 시작한 남자를 보며 엘리어트가 물었다.

“맞습니다.”

시선을 쫓아간 헨터만이 끄덕였다.

“탐욕스러운 건 비슷해도 그래도 순진한 편인 베이그릴스 영주에 비해 훨씬 머리가 좋고 잔인한 자입니다. 괜히 눈밖에 났다간 끝까지 쫓아와서 갚아주는 성격이니까 어쨌든 조심할 필요가...”

그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헨터만의 목소리가 끊겼다. 엘리어트는 옆을 힐끔 보았다. 쳐다보니 뭘 봤는지 그는 좀 놀란 얼굴이었다.

“왜 그럽니까?”

엘리어트가 말을 건냈다.

“저 사람을 여기서 보네요.”

헨터만의 시선은 영주의 뒤에 서 있는 남자들 중 누군가에게로 향해 있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몰라도 당신 말대로 저 자를 보게 된 것만 해도 별 일은 별 일이네요.”

정말 놀랐다는 듯 헨터만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 저기 영주의 바로 뒤에 서 있는 검은 머리 남자 말입니다.”

무슨 뜻이냐는 듯 쳐다보는 엘리어트를 향해 말하며 헨터만은 누군가를 가리켰다.


엘리어트는 헨터만의 손 끝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다. 영주의 바로 뒤에 서서 영주의 말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는 남자가 거기 있었다.


"함부로 움직이는 자가 아닌데 어째서 이런 곳까지. 아니 그것보다 이 시국에 왜 여기까지 와 있는지.."

정말로 헨터만은 놀라고 있었다.

“누굽니까?”

남자를 응시한 채 엘리어트가 다시 물었다.

“저 자가.”


“카뷔에 에르디스.”

마찬가지로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헨터만이 대답했다.

“저 자가 바로 랭더발의 새영주입니다.”

예상 밖의 대답에 엘리어트의 시선이 조금 더 깊이 영주의 뒤에 있는 남자에게 고정됐다.




남자는, 선이 굵은 얼굴로 검은 머리칼에 귀 옆으로 잘 다듬어진 검은 구렛나루가 더해져 인상이 강해보이는 자였다. 잘 생긴 얼굴에 차가운 인상으로 못 되도 마흔 중반은 되겠지만 훨씬 더 젊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가만히 서서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영주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이런 행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지 무표정했고 눈빛은 서늘했다.


“정말 별 일이네요. 요즘 소리도 없더니..”

랭더발 영주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실 헨터만은 이전부터 계속 그 쪽에 줄을 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동안 어떤 얘기도 변변히 알아내지 못했다.

영주가 성에 처박혀 꼼짝 안하고 있다는 말도 있고 랭더발 밖으로 나가 몇 달 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어느 하나 정확한 소식이 없어 그로서도 내내 궁금해 하고 있던 차였다.

“여기 와 있었군요.”

그런데 이런데서 이렇게 뜻밖에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영주의 뒤에 조용히 서서 그는 사방에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주위 상황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듯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그렇게 카뷔에 에르디스를 보고 있는 동안, 갑자기 그의 눈동자가 엘리어트와 헨터만이 있는 쪽으로 날아왔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누가 자신을 보고 있는 지 알리가 없을텐데도 낚아채듯 남자의 시선은 두 사람을 곧장 향하고 있었다.


“저 자가 랭더발 영주란 겁니까?”

그 시선을 침착히 마주한 채 엘리어트가 다시 물었다.

"영주의 자리에 오른지 올해로 5년 째 일겁니다.”

끄덕이며 헨터만 역시 태연히 대꾸했다.


그의 시선을 마주하면서도 엘리어트나 헨터만 두 사람 다 동요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벌써 5년이나 흘렀군요.”


이상한 느낌을 받아 이쪽을 본다고 해도 어차피 말소리가 들리는 거리가 아닌데다 군중 속에 섞여 있는 두 사람을 진짜로 알아챘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무서울 만큼 감이 날카로운 자라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그 시선에 엘리어트는 생각하고 있었다.


"5년 전 랭더발의 새영주가 돼서 거의 패망 직전까지 갔던 랭더발을 일으켜 세운 자입니다. 능력은 대단하다고 봐야죠."


두 사람이 워낙 천연덕스럽게 시선을 받아 넘겨서 인지 아니면 수상한 낌새는 있어도 역시 두 사람을 발견한 것은 아니었는지 이쪽을 향하던 남자의 시선은 잠시 후 곧 물러갔다.


"그러고보니 당신하고도 인연이 있군요. 랭더발을 패망 직전까지 가져갔던 싸움의 선봉장이 당신 스승이었으니까."

간지러웠는지 헨터만이 턱끝을 긁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아스드가 그 때 이후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 반면에, 한동안 고전하긴 했습니다만 영주가 바뀐 걸 기점으로 랭더발은 꽤 빠르게 회복세를 탔죠.”

주변에서 관중들의 환호성에 섞였어도 헨터만의 목소리는 정확하게 엘리어트의 귀에 들렸다.


"영주의 자리에 오를 때까지는 뒷말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랭더발의 원로들이 선택을 잘 했다고 봐야겠죠 그러니까."

"무슨 뒷말 말입니까?"

“선대 영주가 급사하는 바람에 저 자가 갑작스럽게 영주가 됐거든요."

헨터만은 으쓱했다.

“아들인 그가 관여했다는 말도 나오고. 좌우간 그것 때문에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갑자기 원로들이 말을 맞춘 것처럼 거기에 대해 입을 다물어서..”

그는 으쓱했다.

“모르죠. 저 자가 뒤에서 어떻게 했을지..”

“기하족을 병사로 부리는데다 그 만한 전쟁을 예고도 없이 일으키고 있으니 평범한 자는 아니란 거군요.”

“그렇죠.”

끄덕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엘리어트는 단상 위에서 두올린 영주와 함께 있는 카뷔에 에르디스 쪽으로 다시 시선을 고정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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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Personacon 고요왕
    작성일
    14.08.03 22:34
    No. 1

    설마했는데 진짜 랭더발 영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08.04 07:38
    No. 2
  • 작성자
    Lv.99 Cura
    작성일
    14.08.04 08:18
    No. 3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08.04 13:05
    No. 4
  • 작성자
    Lv.47 쩡사
    작성일
    14.08.05 03:29
    No. 5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08.05 17:43
    No. 6

    네.. 이제 복선은 거의 회수했고 앞으로만 남았는데 죽겠네요.. 저는 에피소드 별로 얘기가 끊어지는 게 아니라 뒤에 나올 얘기를 앞에 어느 정도 꺼내 놓는데 지금 전개를 못하겠습니다...

    말도 없이 빠져서 죄송합니다... 근데 오늘도 못 올릴 것 같습니다. 정리가 되면 바로 올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3 미파시도
    작성일
    14.10.17 08:48
    No. 7

    작가님... 기다리고 있습니다. 근황이라도 올려주세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10.17 10:18
    No. 8

    ㅠㅠ.. 정말 죄송합니다. 중간에 찔끔찔금 연중하다보니까 독자분들도 지치시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끝까지 스토리라인 확실히 잡아놓자고 결심하고 중단한건데 어영부영 시간이 너무 많이 갔네요. 11월부터는 반드시 올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뭔가 좋은 생각은 안 떠오르고 생각해둔 건 마음에 안 들어서 자꾸 지우게 되니 능력도 안되는데 얘기만 너무 거창하게 잡아 놓았나 싶어서 소침해지네요.
    공지는 올리려다 시간이 너무 지나서 죄송해서 못 올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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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하트의 반(VAN) - 2-20 균열(2) 14.11.06 1,266 53 17쪽
189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 14.11.04 1,779 52 11쪽
188 하트의 반(VAN) - 2-19 조우(5) +10 14.11.02 1,493 55 19쪽
» 하트의 반(VAN) - 2-19 조우(4) +8 14.08.03 1,681 57 19쪽
186 하트의 반(VAN) - 2-19 조우(3) +6 14.07.31 1,539 52 15쪽
185 하트의 반(VAN) - 2-19 조우(2) +2 14.07.28 1,512 53 10쪽
184 하트의 반(VAN) - 2-19 조우(1) 14.07.27 1,618 60 8쪽
183 하트의 반(VAN) - 2-18 전환(3) +2 14.07.25 1,463 57 12쪽
182 하트의 반(VAN) - 2-18 전환(2) +2 14.07.24 1,436 59 11쪽
181 하트의 반(VAN) - 2-18 전환(1) +6 14.07.23 1,599 61 9쪽
180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9) +4 14.07.21 1,566 62 8쪽
179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8) +4 14.07.20 1,313 64 16쪽
178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7) +6 14.07.19 1,816 64 17쪽
177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6) +2 14.07.18 1,526 65 11쪽
176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5) +6 14.07.16 1,427 72 15쪽
175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4) +4 14.07.14 1,588 66 16쪽
174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3) 14.07.13 1,241 71 14쪽
173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2) +6 14.07.11 1,611 63 16쪽
172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1) +13 14.06.15 1,847 70 8쪽
171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0) +2 14.06.13 1,580 66 15쪽
170 하트의 반(VAN) - 2-17 잠행(9) +8 14.06.11 1,709 66 13쪽
169 하트의 반(VAN) - 2-17 잠행(8) +4 14.06.10 1,593 68 17쪽
168 하트의 반(VAN) - 2-17 잠행(7) +2 14.06.08 2,034 68 10쪽
167 하트의 반(VAN) - 2-17 잠행(6) +10 14.06.06 1,840 75 30쪽
166 하트의 반(VAN) - 2-17 잠행(5) +6 14.06.03 2,142 67 10쪽
165 하트의 반(VAN) - 2-17 잠행(4) +4 14.06.01 1,557 69 18쪽
164 하트의 반(VAN) - 2-17 잠행(3) +14 14.05.18 2,124 75 17쪽
163 하트의 반(VAN) - 2-17 잠행(2) +6 14.05.15 1,945 69 17쪽
162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 +12 14.05.11 1,828 69 13쪽
161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8) +10 14.05.06 1,982 79 22쪽
160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7) +30 14.05.04 1,903 93 23쪽
159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6) +14 14.05.01 1,908 86 18쪽
158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5) +14 14.04.30 1,685 79 13쪽
157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4) +14 14.04.29 2,013 76 7쪽
156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3) +18 14.04.27 1,750 75 15쪽
155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2) +17 14.04.24 2,041 77 13쪽
154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1) +11 14.04.22 2,254 80 9쪽
153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0) +8 14.04.20 1,776 83 24쪽
152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9) +12 14.04.17 2,406 76 13쪽
151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8) +12 14.04.16 2,135 79 21쪽
150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7) +13 14.04.15 2,091 79 9쪽
149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6) +6 14.04.13 2,159 74 14쪽
148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5) +8 14.04.05 2,337 79 15쪽
147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4) +12 14.04.03 1,944 73 15쪽
146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3) +4 14.04.03 2,139 69 13쪽
145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2) +4 14.04.01 2,256 70 9쪽
144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 +2 14.03.31 3,234 183 11쪽
143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7) +8 14.03.29 2,088 75 13쪽
142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6) +6 14.03.28 1,874 68 10쪽
141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5) +10 14.03.26 1,780 65 7쪽
140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4) +2 14.03.25 2,370 170 16쪽
139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3) +4 14.03.24 2,202 65 15쪽
138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2) +8 14.03.22 2,596 65 12쪽
137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1) +8 14.03.21 2,367 75 12쪽
136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5) +10 14.03.20 2,438 82 8쪽
135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4) +16 14.03.19 2,135 75 7쪽
134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3) +4 14.03.19 2,248 83 15쪽
133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2) +6 14.03.18 2,482 76 16쪽
132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1) +14 14.03.17 2,834 82 18쪽
131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6) +6 14.03.15 2,319 76 11쪽
130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5) +10 14.03.14 2,658 75 8쪽
129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4) +6 14.03.13 2,733 85 15쪽
128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3) +6 14.03.12 2,646 86 14쪽
127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2) +12 14.03.11 3,048 84 20쪽
126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1) +6 14.03.10 2,903 76 18쪽
125 하트의 반(VAN) - 2-12 쉐네드 +6 14.03.09 3,009 75 15쪽
124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3) +12 14.03.06 2,888 85 27쪽
123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2) +20 14.02.25 2,548 89 10쪽
122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1) +23 14.02.23 2,761 93 11쪽
121 하트의 반(VAN) - 2-10 글레린(2) +10 14.02.21 2,437 98 17쪽
120 하트의 반(VAN) - 2-10 글레린(1) +10 14.02.19 2,638 114 15쪽
119 하트의 반(VAN) - 2-9 아스드(2) +17 14.02.16 3,409 107 18쪽
118 하트의 반(VAN) - 2-9 아스드(1) +16 14.02.13 3,382 113 12쪽
117 하트의 반(VAN) - 2-8 아쉬 +16 14.02.11 3,056 110 13쪽
116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8) +23 14.02.09 2,642 119 17쪽
115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7) +9 14.02.09 2,760 111 16쪽
114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6) +20 14.02.07 2,790 109 19쪽
113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5) +12 14.02.06 3,226 114 15쪽
112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4) +9 14.02.04 3,299 103 10쪽
111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3) +22 14.02.03 2,905 95 9쪽
110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2) +12 14.02.02 3,128 111 16쪽
109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1) +16 14.01.30 3,152 113 15쪽
108 하트의 반(VAN) - 2-6 전조(5) +6 14.01.29 3,014 117 11쪽
107 하트의 반(VAN) - 2-6 전조(4) +7 14.01.29 2,934 115 18쪽
106 하트의 반(VAN) - 2-6 전조(3) +7 14.01.27 3,112 114 10쪽
105 하트의 반(VAN) - 2-6 전조(2) +16 14.01.26 3,511 111 14쪽
104 하트의 반(VAN) - 2-6 전조(1) +13 14.01.19 4,156 118 21쪽
103 하트의 반(VAN) - 2-5 시마르(2) +9 14.01.16 3,340 116 11쪽
102 하트의 반(VAN) - 2-5 시마르(1) +13 14.01.15 3,686 110 17쪽
101 하트의 반(VAN) - 2-4 재회(6) +19 14.01.13 3,424 126 6쪽
100 하트의 반(VAN) - 2-4 재회(5) +29 14.01.12 5,115 1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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