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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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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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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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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6.1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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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하트의 반(VAN) - 2-17 잠행(8)

DUMMY

2.17 잠행(8)



“이번 일에 낄래?”

엘리어트가 안으로 들어오자 곧장 엔지프는 말했다.


“어디서 지내던 돈이 필요할 거 아냐?”

엘리어트의 시선에 그가 덧붙였다.

“어떤 영주의 성에서 상자 하나만 가져 오면 되는 일이야. 별로 어렵지 않을 거야.”

정확히는 좀 다르지만 그는 일단 그렇게 말했다.


“상자?”

“응.”

“거기 뭐가 들었는데?”

“몰라.”

엘리어트가 빤히 쳐다보자 엔지프는 덧붙였다.

“정말 몰라. 그렇게만 들었어.”

그건 사실이다.


“뭔지도 모르는 걸 훔치는 건 대단히 뒤가 찜찜할 거 같은데?”

조금전만 해도 엔지프가 생각했던 것을 엘리어트가 소리내어 말했다.

“상관없어. 훔치는 건 어차피 같으니까.”

이제 마음을 정했으니 더 고민하지 않기 위해 아까 세이지가 했던 말을 그대로 하며 엔지프는 루카가 문을 닫고 들어간 방 쪽을 보았다.


“이번에 루카는 두고 갈거야.”

그러나 그러면서도 만에 하나 모를 일이어서 허점이 될 만한 요소는 줄여야 겠다는 생각에 그는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 자리 비어.”

그렇게 말하며 엘리어트를 향해 엔지프는 어떻게 하겠냐는 시선을 보냈다.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때?”

그 시선을 마주하다가 잠시 후 엘리어트는 말했다.

“정체가 불분명한 일은 안 하는 게 좋아."


“말 했잖아. 아무리 도둑이라도 발붙일 곳이 있으려면 해야 될 일이 있다고.”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기도 했고 이올라 씨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어차피 공짜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뒷돈도 두둑하게 들어오니까”

보통은 심부름 중에 부수적으로 챙기는 재물이나 돈이 꽤 됐지만 이번에는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돌아오라는 말과 함께 슬로런이 직접 보수를 지불하겠다고 했다. 그 보수가 상당했다.


“그 영주의 성이란 건..”

“여기서 북서쪽으로 대략 만 아드쯤 떨어진 곳에 있어.”

그 정도 거리면 오늘 출발해 밤새 말을 달린다고 해도 하루 반은 걸린다.


“나도 가본 적 없는 곳이야. 하지만 성 구조는 다 비슷하니까.”

어지간한 성 수십 개는 이미 들어가 봤으니 거기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올라씨가 차려준 점심만 먹고 바로 출발할 거니까 그 때까지 한 번 생각해 봐.”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무는데 다음 순간 엘리어트의 뒤로 열린 창을 통해 낯선 남자 둘이 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게 보였다.

“누구지?”

엔지프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엘리어트가 고개를 돌렸다. 마당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아비크가 가슈를 보고 그는 잠깐 가만 있었다.



마당안으로 들어와 두 사람은 허름한 오두막과 작은 화단을 둘러 보았다.

“여기 이상한데?”

주위를 살피며 아비크가 말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

"좀."

묻는 소리에 가슈 역시 끄덕였다. 이런 깊은 산속에, 사람이 찾아올 수 있게 만든 마을이 아니다.


“이런 데서 뭐하려고요?”

밖으로 나오는 엘리어트를 보고 아비크가 물었다.

"엘리어트."


“뭘 하고 돌아다니는지 궁금해서요.”

이제 엘리어트가 쳐다보는 시선에 약간 난감한 미소를 띄며 가슈는 덧붙였다.


마을에서 엘리어트와 루카가 떠나자 마자 두 사람 다 엘리어트를 미행했다. 엘리어트가 눈치 채지 않게 하려면 상당한 거리를 두어야만 했고 그 덕에 마지막에는 놓쳐 조금 길을 헤매야 했지만 다행히 근처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 뒤를 쫓아올 수 있었다.


“말도 없이 사라져서 걱정시켰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죠?”

엘리어트의 시선에 가슈가 다시 말했다.








“엔지프.”

엔지프가 밖에서 엘리어트와 얘길 하고 있는 남자들을 보고 있는 동안 루카가 방 밖으로 나오며 그를 불렀다.

“언제 갈거야?”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아까보다 좀 나아진 기색으로 루카는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시간 없다고 했잖아.”

그렇게 말하며 엔지프 옆으로 걸어오던 루카는 마침 창밖으로 가슈와 아비크가 서 있는 걸 알아 보았다.

“어? 저 사람들...”

“아는 사람이야?”

묻는 소리에 루카가 끄덕였다.

“엘리어트 친구래.”

그리고는 그가 잠깐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저기.. 그리고 엘리어트. 기사래.”

엔지프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뭐?”

“두 사람이 대장이라고 불렀어.”

다시 좀 의기소침해져서 루카가 끄덕였다.

“엘리어트도 그렇다고 했고.”


“루카.”

엔지프가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렸다.

“그런 건 진작 말했어야지.”


엘리어트가 기사란 사실은 그냥 지나갈 소리가 아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기사라니. 그런 줄도 모르고 조금 전 그 얘길 다 했다.

“미안.”

반응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루카는 당황했다.

“바로 얘기해야 하는 거야?”


“기사라면서?”

엔지프의 목소리는 점점 더 화가 난 기색을 띄고 있었다.

“그건 경우에 따라서는 우릴 다 죽일 수도 있단 뜻이야.”

“그런 짓 안 할 거야.”

루카가 더듬거렸다.

“엘리어트는 좋은 사람인 걸.”

갑자기 엔지프가 말을 딱 멈추었다. 루카를 보며 잠깐 사이를 두었다가 이윽고 그가 다시 말했다.

“넌 너무 순진해 루카.”

엘리어트가 나쁜 사람이란 뜻이 아니다.


엔지프는 깊이 숨을 들이 마셨다. 화는 났지만 곧 침착해질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할 지 그는 빠르게 머릿를 굴렸다.


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매번 그렇게 조심했는데 이렇게 크게 실수 할 줄이야. 같이 일을 하려던 게 틀어진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이미 마을까지 알려졌다. 어느 영주국에 속한 기사인지는 몰라도 이 마을을 토벌하려 든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기척을 감추며 조용히 엔지프는 밖을 내다 보았다. 무슨 얘길 하는지 엘리어트와 낯선 두 남자는 서로 아직도 뭐라고 얘기 중이다. 그 중 제일 키가 큰 남자의 기색이 별로 좋지 않았고 엘리어트와 나머지 한 명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들키지 않고 여기까지 쫓아온 걸 보니 저 둘도 아마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넌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올라 씨랑 같이 있어.”

나직히 엔지프가 말했다.

“왜?”

“들어가라면 들어가.”

말하는 목소리가 무뚝뚝했다. 망설이며 그를 보다가 몸을 돌려 루카는 곧 이올라가 점심 준비를 하고 있는 부엌으로 걸어갔다.






루카가 부엌으로 들어가자 엔지프는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부엌 뒷문으로 나가면 마을 밖으로 이어지는 샛길로 통한다. 당장 도망칠까. 그러나 이올라 씨나 꼬맹이들을 데리고 안전하게 도망친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고 여기 남아서 저 셋을 상대하는 건, 모르긴 해도 자신의 실력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마을을 버리고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너무 오랫동안 떠돌이 생활을 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 자신들에게 여긴 고향이나 마찬가지였다.


천천히 엔지프는 가슴 제일 안쪽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는 품안에서 손가락 반마디 만한 작은 꾸러미를 꺼냈다.

코로 들이마시면 그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 유사시를 대비해 꽤 오랫동안 가지고 다녔지만 운이 좋아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걸 쓸 생각을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도 못했다.


눈치 채지 못하게 접근할 수 있을까.

지크를 비롯한 세 사람을 한 방에 제압했으니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나머지 두 명도 보통은 아닐 것 같은데 어쩐다.

셋이 모여 있으면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엘리어트가 먼저 안으로 들어오길 기다리는 순간을 노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엔지프는 여전히 밖에 있는 세 사람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렇게 엔지프가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동안 밖에서 엘리어트에게 대충 상황을 듣고 아비크와 가슈는 놀라고 있었다.

“지금 농담해요?”

기가 막힌 듯 아비크가 말했다.

“기사 서임한지 얼마나 됐다고, 여기서 도둑들 대장 노릇이나 하고 있었단 거에요 지금?”

대략적인 설명을 한 뒤 이제 엔지프가 말한 성이란 곳을 떠올리며 엘리어트는 대꾸했다.

“여기선 막내야.”

그 말에 가슈는 피식했지만 아비크는 어이 없는 얼굴이 되었다.

“뭐하자는 거에요? 진짜.”


“어쨌든 여기 왔으니 내가 돌아올 때까지 너흰 여기 있어줘.”

차라리 잘됐다는 듯 엘리어트는 말했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알아서 처신해주고.”

자신들이 없는 동안 보든 일행이 다시 올지도 몰랐다.


“정말 우리가 같이 안 가도 되겠어요?”

가슈가 물었다.

“괜찮아.”

엘리어트는 덧붙였다.

“이번엔 정말 따라 올 필요 없어.”


두 번이나 말을 어길 만큼 두 사람 다 엘리어트를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으니 그 말에 끄덕이며 가슈는 되물었다.

“가서 정말 도둑질할 생각은 아니죠?”

“글쎄. 그건 가봐서.”

모호하게 엘리어트가 대꾸했다.









손가락 사이에 보이지 않게 작은 주머니를 끼워 넣은 채 엔지프는 혼자 있었다. 얘기를 마쳤는지 두 사람을 내버려 둔 채 엘리어트가 이제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언제 출발할 거야?”

들어와서는 엔지프를 향해 곧장 엘리어트가 물었다.

“어딜?”

손가락에 주의를 집중 한 채 엔지프가 되물었다.

“같이 가자면서 그새 생각이 변했어?”


그 말에 엔지프는 엘리어트를 빤히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혹시 마을에서 떨어 뜨려 놓은 뒤 뒤에서 여길 치려는 걸까. 하지만 그렇게 비겁한 수를 쓰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그것만은 알 수 있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엘리어트를 뚫어지게 응시하다가 이윽고 엔지프가 입을 뗐다.

“기사라는 거 들었어.”

엘리어트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우릴 아니 이 마을을 어떻게 할 거야?”

이런 걸 대놓고 묻는 게 미친 짓이란 걸 알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된 건지 말이 술술 나오고 있었다.

“어쩌다니 뭘?”

여전히 의심의 눈으로 보는 엔지프를 향해 엘리어트는 말했다.

“며칠 신세진 것에 대한 보답을 하려는 것 뿐이야.”

담담히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 지금 손에 쥔 건 그냥 넣어 두고 결정 됐으면 이제 가자.”


엘리어트로 말하자면 들어올 때부터 엔지프가 긴장한 채 손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더 늦어지기 전에."

멈칫하는 엔지프를 향해 이제 엘리어트가 다시 덧붙였다.
















꼬박 하루를 말을 달려 다음날 아침 엘리어트와 엔지프 일행은 출발한 곳에서 북서 방향으로 대략 만 아드쯤 떨어진 곳에 도착하고 있었다.


“영주의 성이라더니..”

도착하자마자 엔지프를 비롯한 일행은 길 가장자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커다란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그들의 옆에서 엘리어트는 절벽 끝에 우뚝 서 있는 성을 보고 있었다.

“저기야?”

“그래.”

슬로런이 건내준 지도에 표시된 곳을 확인하며 세이지가 대꾸했다. 엘리어트는 저 멀리 절벽 끝을 다시 보았다. 척 봐도 그냥 성이 아니라 요새였다.


“성벽 한 번 높네.”

그러나 그 점을 알아차린 건 엘리어트 뿐이었는지 옆에서 이제 준비해온 밧줄과 갈고리를 챙기는 세이지와 쿈은 별로 놀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벽 타는 건 자신 있으니까.”

두 사람에게는 엘리어트가 기사란 걸 아직 말하지 않아서 둘 다 이렇다할 경계심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높은 벽으로 쌓여진 성벽을 엘리어트는 눈으로 살폈다. 크기로 보아 저 정도면 기본적으로 상주하고 있는 병력만 해도 천은 될 것이다. 저런 곳에 들어가 요새를 털라니. 아무리 도둑질에 솜씨가 탁월한 엔지프들이라고 해도 여간해선 불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들어갈 생각이야?”

엘리어트가 물었다.

"늘 하던 대로 수로로.”

일반 귀족의 성이면 수로까지 경비를 철저히 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주요 거점지가 되는 요새라면 그렇게 허술하지 않았다. 그리로 들어가려 했다간 몸뚱이는 아마 그대로 과녁판이 될 것이다.


“어디에 속한 성인지 알고 있어?”

엘리어트가 물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국경 초소 하나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에 속한 요새인지 아직 몰랐다.


“몰라.”

평소 보여준 행동으로 봤을 때 엔지프라면 그 정도는 알줄 알았는데 의외로 모른다는 대답이 날아왔다.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엔지프로서도 슬로런에게 받은 건 지도 한 장과 상자가 있는 위치가 다 였고 어느 곳에 있는 성인지 묻긴 했지만 대답해 주지 않아 더 이상 질문은 하지 않았다. 엘리어트는 질문을 달리 했다.

“이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영주국이 어디야?”

“여기?"

세이지가 대답했다.

"여기서면 아마 파비앙과 토렌이 그나마 가까울걸?"

“파비앙?”

뜻밖의 이름이 나왔다.


처음으로 이상한 느낌을 갖는데 구불구불 이어진 저 위 길에서 깃발이 조금씩 올라왔다. 엘리어트와 세 사람이 서둘러 몸을 숙였다. 깃발이 위로 올라오고 곧 수십 마리의 검은 말이 나타났다.


“파비앙 깃발인데?”

옆에서 세이지가 작게 하는 소리를 들으며 엘리어트는 자신들이 숨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길을 따라 요새로 향하고 있는 행렬을 보았다.

“예전에 본 적 있어.”

세이지가 중얼거렸다.

“깃발을 보아하니 역시 파비앙이 맞나봐.”


세이지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엘리어트는 좀 떨어진 길 위에서 펄럭이고 있는 푸른색 기를 보고 있었다.


파비앙.

북쪽 지방의 3대 영주국 중 하나다. 물론 네바렌이나 아스드에서 거리가 가까운 게 아니어서 엘리어트도 이름만 들었을 뿐 실제로 얽힌 적은 없다.


에들러 혈맹국 중 하나이고 아쉬에 속해 있는 아드리엥이나 퍼보스에 비해 정치적인 행보는 많지 않지만 아드리엥에 버금가는 강력하고도 방대한 영주국. 아는 건 대략 그 정도뿐이었다.






선두를 이끌고 있는 스무 명의 기사들의 뒤를 이어 영주의 마차가 움직이고 있었다. 마차 바로 옆에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이 마차를 철통같이 호위하고 있는 것을 보니 파비앙의 영주나 아니면 그에 버금가는 중요한 인물이 마차에 타고 있는 듯 했다.


엘리어트는 마차 바로 옆을 호위하고 있는 기사들을 주시했다. 무장한 채 마차 옆에서 주변을 확인하는 눈빛들이 보통 기사보다는 날카로웠다. 다들 갑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그 중 마차문 옆에서 말을 끌고 가고 있는 남자 한 명 만이 다른 기사들과 복장이 달랐다.


엘리어트는 그쪽을 가만 보았다. 차림새 때문에 우연히 눈길이 가게 된 거지만 그 얼굴이 어쩐지 눈에 익었다. 이런 데서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는데도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다.



“역시 그만 두는 게 좋겠어.”

요새의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일행을 보다가 잠시 후 엘리어트가 말했다.

“그건 안 돼.”

엔지프가 대꾸했다. 시간을 허비할 수 없는 일이라고 슬로런이 분명히 했다. 그런 이상 지금 그냥 돌아가서 실패했다고 얘기하면, 모르긴 해도 슬로런은 아마 보든처럼 팔 하나로 끝내려 하진 않을 것이다.

“끼지 않을 거면 넌 돌아가.”

무뚝뚝하게 엔지프는 말했다.


반쯤은 얼결에 여기까지 같이 왔지만 그리고 오는 동안에도 계속 엘리어트를 믿을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같이 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만약 엘리어트가 방해 한다면 싸우고 만약 정말 도와준다면 그냥 받아들이자고 그는 생각했다.


전적으로 믿을 순 없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못 믿을 사람도 아니라는 느낌에, 억지로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사실 경계심은 이미 조금씩 흐려져 있었다.


“정 그렇다면 너하고 나 둘만.”

세이지와 쿈을 향해 엘리어트는 말했다.

“너희는 여기서 기다려.”

“아, 왜?”

세이지가 발끈했다.

“수로도 이용 못하고 그렇다고 정면으로도 접근 못해.”


아무 낌새 없이 조용해 보이지만 방금 행렬이 들어간 성문으로 그냥 가까이 다가가기 만해도 어디서 화살 수십 개는 동시에 튀어 나올 것이다.


“그럼?”

“뒤로 갈 수 밖에.”

“뒤? 저기 뒤가 어딨어? 거긴 절벽인데.”

무심코 말하다가 그제야 말뜻을 알아채고 세이지의 표정이 변했다.

“미쳤어?”

“그러니까 여기 있어.”

대꾸하며 엘리어트는 쿈이 들고 있던 밧줄과 갈고리를 손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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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4) +14 14.04.29 2,013 76 7쪽
156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3) +18 14.04.27 1,750 75 15쪽
155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2) +17 14.04.24 2,041 77 13쪽
154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1) +11 14.04.22 2,254 80 9쪽
153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0) +8 14.04.20 1,777 83 24쪽
152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9) +12 14.04.17 2,406 76 13쪽
151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8) +12 14.04.16 2,135 79 21쪽
150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7) +13 14.04.15 2,091 79 9쪽
149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6) +6 14.04.13 2,160 74 14쪽
148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5) +8 14.04.05 2,338 79 15쪽
147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4) +12 14.04.03 1,944 73 15쪽
146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3) +4 14.04.03 2,140 69 13쪽
145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2) +4 14.04.01 2,257 70 9쪽
144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 +2 14.03.31 3,234 183 11쪽
143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7) +8 14.03.29 2,088 75 13쪽
142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6) +6 14.03.28 1,874 68 10쪽
141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5) +10 14.03.26 1,780 65 7쪽
140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4) +2 14.03.25 2,371 170 16쪽
139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3) +4 14.03.24 2,204 65 15쪽
138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2) +8 14.03.22 2,597 65 12쪽
137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1) +8 14.03.21 2,367 75 12쪽
136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5) +10 14.03.20 2,438 82 8쪽
135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4) +16 14.03.19 2,135 75 7쪽
134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3) +4 14.03.19 2,248 83 15쪽
133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2) +6 14.03.18 2,483 76 16쪽
132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1) +14 14.03.17 2,835 82 18쪽
131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6) +6 14.03.15 2,319 76 11쪽
130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5) +10 14.03.14 2,658 75 8쪽
129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4) +6 14.03.13 2,734 85 15쪽
128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3) +6 14.03.12 2,648 86 14쪽
127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2) +12 14.03.11 3,048 84 20쪽
126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1) +6 14.03.10 2,903 76 18쪽
125 하트의 반(VAN) - 2-12 쉐네드 +6 14.03.09 3,010 75 15쪽
124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3) +12 14.03.06 2,888 85 27쪽
123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2) +20 14.02.25 2,548 89 10쪽
122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1) +23 14.02.23 2,761 93 11쪽
121 하트의 반(VAN) - 2-10 글레린(2) +10 14.02.21 2,438 98 17쪽
120 하트의 반(VAN) - 2-10 글레린(1) +10 14.02.19 2,639 114 15쪽
119 하트의 반(VAN) - 2-9 아스드(2) +17 14.02.16 3,409 107 18쪽
118 하트의 반(VAN) - 2-9 아스드(1) +16 14.02.13 3,382 113 12쪽
117 하트의 반(VAN) - 2-8 아쉬 +16 14.02.11 3,056 110 13쪽
116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8) +23 14.02.09 2,644 119 17쪽
115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7) +9 14.02.09 2,760 111 16쪽
114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6) +20 14.02.07 2,791 109 19쪽
113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5) +12 14.02.06 3,226 114 15쪽
112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4) +9 14.02.04 3,299 103 10쪽
111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3) +22 14.02.03 2,907 95 9쪽
110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2) +12 14.02.02 3,128 111 16쪽
109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1) +16 14.01.30 3,154 113 15쪽
108 하트의 반(VAN) - 2-6 전조(5) +6 14.01.29 3,014 117 11쪽
107 하트의 반(VAN) - 2-6 전조(4) +7 14.01.29 2,934 115 18쪽
106 하트의 반(VAN) - 2-6 전조(3) +7 14.01.27 3,113 114 10쪽
105 하트의 반(VAN) - 2-6 전조(2) +16 14.01.26 3,512 111 14쪽
104 하트의 반(VAN) - 2-6 전조(1) +13 14.01.19 4,156 118 21쪽
103 하트의 반(VAN) - 2-5 시마르(2) +9 14.01.16 3,340 116 11쪽
102 하트의 반(VAN) - 2-5 시마르(1) +13 14.01.15 3,686 110 17쪽
101 하트의 반(VAN) - 2-4 재회(6) +19 14.01.13 3,426 126 6쪽
100 하트의 반(VAN) - 2-4 재회(5) +29 14.01.12 5,115 1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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