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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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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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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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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69,960

작성
14.05.0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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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글자
23쪽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7)

DUMMY

2.16 엘리어트(17)



밖으로 나온 엘리어트는 회의실 옆 복도 한 쪽에 있었다. 또 다시 안으로 불려 들어갈수도 있으니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이제 시간이 꽤 지났지만 아직 회의실 문은 열리지 않는다.


엘리어트는 고개를 돌려 열려진 창으로 보이는 검은 하늘을 내다 보았다. 창이 열려 있어 바람이 복도로 불어 들어오고 있다. 선선한 바람이 얼굴에 닿았다. 아까부터 지금까지 계속 무뎌져 있던 정신이 그제야 좀 돌아오는 듯 했다.


그런 김에 안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을지 잠깐 생각하는데 복도 저끝에서 셰릴이 걸어왔다.

"엘리어트."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엘리어트는 그 쪽으로 다가갔다.


“뭐라고 해?”

엘리어트가 앞으로 오자 걸음을 멈추며 조심스럽게 그녀가 물었다.

“안에서는..”

아까 상황을 전해 들은 남작이 바로 엘리어트를 뒤쫓아 간 뒤 또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 두 사람 다 돌아올 기미가 없었다. 아버지도 엘리어트도 각기 다른 이유로 걱정이 되어 그녀는 이쪽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아무 말도.”

엘리어트가 대답했다.


“아버진?”

“안에 계셔.”

“회의실에?”

엘리어트는 밖에 있고 반대로 아버지인 오니트 남작이 안에 있다는 소리에 셰릴은 의아해졌다.

“왜 안에...”


“남작님께서 스승님께 부탁 받은 문서를 가져 오셔서..”

“문서? 무슨 문서?”

의아한 듯 되묻는 소리에 엘리어트는 잠시 가만있었다.

“당신께서 날 아들로 인정하시겠다는 양자 입적에 관한 문서.”

곧 그가 말했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셰릴은 새삼 그를 보았다.

“정말이야?”

믿지 못하겠다는 음성이었다.

“정말 아저씨께서 그런 걸 만들어 두셨대?”


엘리어트는 그녀를 물끄러미 보았다.

.. 정말이다.


“응.”

스스로에게 답하듯 엘리어트가 대답했다.


“왜.. 그런 걸 만들어 두셨으면서 말하지 않으셨을까?”

그런 기색을 눈치채지 못한 채 생각에 빠진 얼굴로 셰릴이 중얼거렸다. 왜 그랬는지는 둘째 치고 어째서 그런 일을 엘리어트에게 말하지 않았는지 지금은 그게 더 의아했다.

“모르겠어.”


왜 그러셨는지 그 역시도 얘길 들은 후부터 지금까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엘리어트한테는 다행.. 이겠지?”

그런 문서가 있으면 엘리어트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에 조금이나마 안도감을 느끼며 셰릴은 물었다.

“그렇지?”

그거면 일이 다 해결되는 게 아닌가 싶어 그녀가 엘리어트를 향해 묻고 있는데 문이 다시 열리는 소리가 났다.



회의실 문을 열고 오니트 남작이 밖으로 나왔다. 엘리어트를 찾으려고 복도 양쪽을 번갈아 보다가 좀 떨어진 곳에 있던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남작이 앞으로 걸어왔다.

“돌아가도 되겠네.”

왜 셰릴이 여기 와 있는지는 굳이 묻지 않으며 남작이 엘리어트를 향해 말했다.

“오늘 밤 안에 자네를 다시 부를 일은 없을 걸세.”


안에서는 아직 얘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엘리어트를 다시 안으로 부를 일은 아마 오늘 밤 안에는 없을 것이다. 이제 영주들과 기사들은 결론을 낼 것이다. 그리고 아기실 영주나 모튼 영주, 그리고 몇 몇 노기사들의 분위기로 보아 아마 엘리어트에게 나쁜 쪽은 아닐 것이라고 남작은 생각했다.


트슈레프 영주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자신이 같이 있어주길 바라는 듯 했지만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는데다가 또한 자신은 전적으로 엘리어트의 편에 있는 사람이었으니 그들이 결론을 내리는데 있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는 게 남작의 생각이었다.


“돌아가세.”

벌써 밤이 늦었는데다 낮에 그런 일을 겪은 후여서 이제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그리고 아마 그것은 이 청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오늘밤은 쉬고 내일을 기다리세.”

그렇게 말하며 남작이 먼저 걸음을 뗐다. 그 걸음에 힘이 없어 보여 서둘러 옆으로 가며 셰릴이 남작의 팔을 잡았다. 아버지를 부축해 걷는 그녀와 오니트 영주를 보다가 엘리어트 역시 두 사람을 따라 복도를 걸어갔다.









새벽에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누운 엘리어트가 다시 잠을 깬 건 아침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였다. 병사 하나가 숙소로 들어와 엘리어트를 깨웠다. 깊이 잠 든 것도 아니었으므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어트는 그대로 탑을 내려갔다.




회의실에는 어제밤과 마찬가지로 트슈레프 영주를 비롯한 네 명의 영주들과 다섯 명의 기사들이 원탁의 테이블에 빙 둘러 앉아 있었다. 밤을 샌 건지 아니면 아침 일찍 다시 모인건지는 몰라도 그들은 다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어제 밤과 똑같아 보였다.

“오래 기다렸네.”

그들 사이에 앉아 있던 트슈레프 영주가 입을 뗐다.

“우리끼리 얘기를 해보았고 이제 결론이 났네.”

거기까지 말하고 트슈레프 영주가 기사들 쪽을 보았다.


“공인된 문서가 있다고 해도 자네는 그 사실을 알기 전부터 스승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했네."

기사 로한 키요프가 조용히 입을 뗐다.

"어떤 뜻으로 그랬다고 하더라도 그 점은 그냥 간과될 수 없는 죄일세.”

엘리어트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알고 있습니다.”

대답하는 얼굴에 괴로운 기색이 지나가는 게 보여 기사는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우리는 그 일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했네.”

나직하게 기사는 말했다.

“그러기로 한 것은 자네 때문이 아닌 자네 스승 때문일세.”


모든 상황을 떠나 결국 락터드가 정식으로 인정한 청년이었다. 그런 그에게 굳이 모든 것에 대해 시시콜콜 죄를 물을 생각은 그를 비롯해 나머지 사람들이나 심지어 레보트 영주에게까지도 없었다.

물론 레보트 영주는 이 결론에 대해 아직 못마땅한 기색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머지 사람들의 결론에 더 토를 달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결론을 낸 이상 이제 자네를 그의 정식 후계자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게 대할 생각일세.”

로한 키요프의 말이 이어지자 몇 몇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락터드가 그렇게 정했다면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 중 몇 몇 기사들은 사실 그게 무슨 일이라고 해도 덮을 것이고 따를 사람들이었다.


“엘리어트 네쉬하트 군. 이제 앞으로 어디서 새디를 아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자네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할 일은 없을 걸세. 그러니 그 이름에 걸맞는 자긍심을 가지고 행동해도 좋을 거라고 그렇게만 말해두겠네.”

그렇게 말하고 기사가 입을 다물었다.


"우리 얘긴 아마 여기까지일 걸세."

더 입을 여는 사람이 없자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는지 트슈레프 영주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 말에 잠시 있다가 엘리어트가 곧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정중히 몸을 숙였다.






영주와 기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얘기가 다 끝났으니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 레보트 영주가 여전히 못마땅한 기색으로 제일 먼저 회의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나머지 기사들도 천천히 몸을 틀었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그들 각자는 다들 각각 엘리어트를 향해 시선을 주고 있었다. 엘리어트와 눈이 마주친 그들 중 몇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 일은 잘 마무리되어 다행일세.”

하나 둘 자리를 빠져 나가는 기사들의 뒤를 따라 엘리어트의 옆을 지나가며 모튼 영주가 그를 향해 미소지어 보였다.

“또 보세나. 네쉬하트 군.”

그렇게 말하며 문밖으로 향하는 모튼 영주를 향해 엘리어트가 허리를 숙여 보였다.


“수고했네.”

제일 뒤에서 영주들을 따라 나가던 트슈레프 영주가 엘리어트의 옆으로 걸어와 그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다.

“이제 한시름 놨구먼.”

그렇게 말하며 이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기색으로 느릿하게 영주가 밖으로 나갔다. 영주가 나가는 걸 지켜보다가 엘리어트는 원형 테이블에서 마지막으로 일어나 옆으로 걸어온 남자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네에게 다시 내 소개를 해야겠네.”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아기실 영주는 이제 엘리어트와 둘만 남게 되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왔다.


“내 이름은 제이버 쿼드린일세.”

청년의 시선을 마주하며 쿼드린은 입을 열었다.

“아기실의 영주이자, 그리고 새디와 마지막을 함께했던 전우일세. 그 때 그가 내 목숨을, 그리고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구했었지.”

그는 말했다.

“그런 그에게 아주 오래전에 부탁 받은 게 있었네. 절대 잊어서는 안 될 부탁이었네.”


엘리어트는 쿼드린이 품 안에서 꺼내는 무언가를 보았다.


“자네에게 전해달라고 내게 남긴 걸세.”

엘리어트는 쿼드린의 손에 들려 있는 편지를 보았다.

“진작 전해야 했지만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이 편지는 사실 락터드가 개인적으로 엘리어트 본인에게 전하는 편지였기에 회의에서의 결과에 상관없이 엘리어트에게 바로 전했어도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쿼드린은 청년이 과연 이 편지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확신이 없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말을 꺼내지 않고 있었다.


“미안했네. 그건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닌 걸 알았지만 새디의 믿음을 배신하는 청년이라면 그러고 싶지 않아서.”

엘리어트는 그가 손에 들고 있는 편지를 여전히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확인해 보게.”

그 시선을 느끼며 쿼드린이 손을 내밀었다.

“주인이 아니었으니 열어 본 적 없는 편지라 내용은 나 역시 알지 못하네만 아마 새디가 자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적혀 있을 걸세.”


그의 손에서 편지가 엘리어트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말 해두고 싶은 게 하나 더 있네.”

쿼드린은 말했다.

“말했지만 나는 새디에게 목숨을 빚진 사람일세. 이제 아기실로 돌아가지만 만에 하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나를 찾게. 새디를 대신해 이제 그의 아들인 자네에게 그 빚을 갚을 생각이니."

어제 오늘 이틀 동안의 상황을 봤을 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지나치게 호의를 보이는 말이었지만 쿼드린으로서는 진심이었다. 조금전 기사도 말했지만 이제 그를 락터드의 후계자로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겠다고 아기실 영주는 결심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자네는, 그를 닮았군.”

지난 번 베이그릴스에서의 일이나 어제 오늘 청년의 태도를 떠올리며 문득 쿼드린이 중얼거렸다.

“고맙네.”

엘리어트가 쳐다보자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인사를 쿼드린이 그를 향해 말했다.

"그럼 또 만나세."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으로 엘리어트를 보고는 곧 그가 몸을 돌렸다. 그런 그를 향해 엘리어트가 정중히 몸을 숙여 보였다. 잠시 후 쿼드린이 문밖으로 사라지자 곧 회의실안이 조용해졌다.



쿼드린을 마지막으로 회의실에는 이제 엘리어트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엘리어트는 손에 들려 있는 편지를 보았다. 언제 쓰여졌는지 낡은 종이는 이미 빛이 바래 누래져 있다. 곧 천천히 그가 편지를 펼쳤다.




-잘 지내냐, 엘리어트.




가장 첫줄에 쓰여진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스승의 음성이 귀에 들려오는 듯 해 엘리어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엘리어트는 그대로 다시 편지를 읽어내려 갔다.




- 많은 얘길 하고 싶지만 편지를 쓰는 것도 여기선 여의치 않구나.


이곳에선 매일 많은 병사들이 죽어가고 전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진다. 그러나 나는 내게 주어진 사명에 노력하고 있다. 그곳에서 너와 데이먼이 매일을 그렇게 보내는 것처럼.


엘리어트. 만약 언젠가 네가 나와 같은 곳에 있게 된다면, 그래서 언젠가 나와 같은 길을 가게 된다면 한 가지 말해주고 싶어 너에게 이 편지를 보낸다.

기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수없이 많은 전장을 돌아다니는 우리 같은 자들에게, 최상의 결과란 것은 없다. 언제나 최선의 노력만 있을 뿐이지. 그 사실과 윌더른의 언덕에서 본 풍경을 잊지 않는다면 어디에 있든 너는 절대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엘리어트 너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분명 그런 너를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그러니 부디 그 사실을 잊지 말고 네 자신을 믿었으면 한다.


... 많이 보고 싶구나. 때가 되면 다시 만나자꾸나.


나의 아들 엘리어트에게 새디 락터드 반 네쉬하트로부터. -




편지를 들고 있던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미동도 없이 자리에 서서 엘리어트는 그대로 계속 가만히 움직이지 않았다.









본관으로 들어와 회의실 근처까지 걸어온 셰릴은 마침 문이 열려 있어서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영주들과 기사들이 조금 전 마차를 타고 성을 떠났다. 그리고 나서 한참이 지났는데도 엘리어트가 보이지 않아 혹시나 해서 그녀는 여기까지 와 본 참이었다.


아무도 없는 빈 회의실에 엘리어트가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걸 보고 그녀는 또 걱정스러워졌다. 아버지께서는 아마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날 거라고 하셨는데 얘기가 잘 되지 않았던 걸까..


“엘리어트.”

조심스럽게 그를 부르며 셰릴은 안으로 들어갔다. 의자 한 쪽을 붙잡은 채 서 있던 엘리어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 눈빛이 흐릿해 보여 셰릴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왜 그래?”

그런 눈빛이 처음이라 살짝 놀라며 그녀는 그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엘리어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셰릴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다 그대로 그가 그녀를 끌어 안았다. 엘리어트가 갑자기 자신을 끌어 안자 그녀는 당황했다.

“엘..”

“다시 스승님을 만나면...”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나직히 엘리어트가 중얼거렸다.

“내가 제대로 뜻에 따르고 있는지 묻고 싶었어.”


스승에게 인정받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엘리어트는 늘 최선을 다했다. 간절히 원하는 것처럼 진짜 아들은 될 수 없었지만 실력만이라도 스승이 자랑스러워할만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그걸 보여주고 인정받을 수 있는 스승은 없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할 줄 그 때부터 아셨을까. 편지에는 그가 듣고 싶은 말은 모두 적혀 있다. 그러나 듣고 싶은 말을 들었다고 해도 스승에 대한 그리움은 가라앉지 않았고 오히려 묻어 뒀던 울분이 한꺼번에 복받치고 있었다.


스승의 죽음과 땅에 떨어진 그 명예와, 지금 옆에 없다는 사실까지 엘리어트는 화가 나고 억울했으며 여전히 스승이 그리웠고 그리고 여전히 그를 만나고 싶었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쏟아내는 엘리어트의 목소리를 셰릴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의 등에 살짝 손을 얹으며 그녀는 잠시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영주와 기사들이 돌아간 뒤 오니트 남작은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하루를 성에서 지냈고 그러고 나자 아직 셰릴은 그리 내켜하지 않았지만 이제 슬슬 오스티아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어볼 게 있네.”

회의가 끝나고 하루가 지난 오늘 문안 차 방에 찾아온 엘리어트를 향해 남작이 물었다.

“서류를 가지고 나에게 왔을 때 그가 말했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준비해 두는 것이니 돌아와서 자네의 의중을 묻고 정식으로 허락을 받겠다고 말이야. 이제 이렇게 됐으니 자네 대답과는 상관 없겠지만 그래도 확인하고 싶네.”


회의에서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지만 그래도 엘리어트의 입으로 직접 들어야 했다.


“말해보게. 이것이 자네 뜻이라고 생각 해도 되겠는가?"

“기사 수업을 받은 이후부터..”

남작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엘리어트가 대답했다.

“계속 스승님이 제 아버지이길 바랬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엘리어트의 눈에 그리움이 깊어 보여 남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걸 알았네.”

그는 말했다.

“그러니 서운해 하지 말게. 그도 분명 그 사실을 알고 갔으니.”


남작이 다시 물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물어 볼 게 있네. 기사 서임을 했는가?”

엘리어트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럴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남작이 끄덕거렸다.

“락터드 경이 떠나기 전에 내게 부탁을 한 건 양자 입적 서류만이 아닐세.”


무슨 말을 하는지 남작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는 엘리어트를 향해 그는 말했다.

“자네의 기사 서임에 대한 대리를 내게 부탁했네. 만에 하나 그가 돌아오지 못할 때를 대비해.”

그 옛날의 일을 떠올리며 남작은 말을 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그는 자신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자네가 서임을 받을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부탁을 자신에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보니 그 생각이 맞았나 보군.”


남작의 말을 엘리어트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 옛날 전장으로 떠나기 전에 스승은 약속했었다. 돌아와서 서임식을 해주겠다고. 그 약속을 했을 때 그러므로 만일 스승이 아니라면 어느 누구에게도 서임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엘리어트는 속으로 맹세했었다.


“가기 전에 그 약속을 지켜야 겠네.”

생각에 잠긴 얼굴로 남작이 다시 말했다.






서임식은 남작이 말을 꺼내고 바로 하루 뒤 트슈레프 영주의 허락으로 성의 본관 1층에 있는 접대실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접대실은 제일 앞에 계단 두 개로 이어진 낮은 단상이 있었고 그 위에 영주의 의자 하나가 놓여 있을 뿐 아무 것도 없는 빈 방이었다.


며칠 전까지 사기꾼의 오명을 받고 있던 엘리어트가 갑자기 과거 저명한 어떤 기사의 양자가 되어 이제 기사 서임식을 받게 되었다는 얘기는 시즈와 레이가 발빠르게 퍼뜨리고 다닌 덕에 이미 성 안에 파다하게 소문이 퍼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서임식에 참가해 달라고 누구에게 말한 것도 아닌데 서임식 전 집무실에는 엘리어트에게 이미 호기심과 호감 어린 시선을 가지고 있던 성 사람들이 그다지 길지도 않은 서임식을 구경하기 위해 접대실로 모여 들었다.


"많이도 왔네."

마찬가지로 서임식이 진행되는 걸 보기 위해 와 있던 아비크가 안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성 사람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다 내 덕분인 줄 알아."

으시대듯 시즈가 말했다. 이틀 동안 병사들을 비롯해 성 사람들에게 말을 퍼뜨리기 위해 그는 꽤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너만 그런 건 아니지."

그 말에 옆에서 레이가 끼어들었다. 입을 놀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였지만 이번에는 엘리어트에 대한 평판을 빨리 뒤집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시즈와 함께 그도 제법 열심히 말을 퍼뜨리고 다녔다.

"엘리어트가 이런 걸 좋아할까요?"

안으로 몰려 들어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생각했는지 방안을 둘러보고 있던 길더가 살짝 갸우뚱거리며 중얼거렸다.


"왜. 그래도 이런 일은 다 같이 보고 축하해 주면 좋은 거잖아."

그 말에 시즈가 반박했다.

"뭐.. 그렇긴 하지."

엘리어트 성격으로 봤을 때 소란스러운 걸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시즈 말도 또 일리는 있어서 이제 다시 아비크가 중얼거렸다.

"쉿."

아비크의 옆에 서 있던 디에나가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는 네 사람을 향해 다들 조용히 하라는 듯 신호를 보냈다.

"이제 시작해요."

그 말에 네 사람 다 자세를 바로 하며 앞을 보았다.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엘리어트는 중앙 단상 바로 아래 서 있었다.


남작은 의자 뒤에 서 있다가 이제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그 손에 다 낡은 검 한 자루가 쥐어 있었다. 손질은 잘 되어 있었지만 이런 기사 서임식에 걸맞지 않은 손잡이가 낡고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검이었다.


그것이 그 옛날 윌더른에서 기사 수업을 받을 때 락터드가 사용하던 연습용 검이란 걸 엘리어트가 알아채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떠나기 전 그가 내게 맡겨 놓았네.”

물끄러미 검을 응시하고 있는 엘리어트를 향해 남작은 말했다. 서류를 가지고 자신을 찾아왔을 때 그 때 락터드가 함께 자신에게 맡겨 두었다.


“이 서임식은 내가 하는 게 아닐세.”

검을 손에 들고 단상 위에 서서 남작은 말했다.


“그의 위임으로 자네의 스승이자 이제 자네의 아비이기도 한 새디 락터드 반 네쉬하트 경의 대리인으로서 행하는 서임식이니 자네는 그에게 서임을 받는다고 생각해야 할 걸세.”

말하며 남작이 검을 앞으로 들어 올렸다.




사람들 틈에서 셰릴 역시 서임식을 지켜 보고 있었다. 이틀 전 회의실에서 엘리어트를 본 이후로 별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이 모든 상황에 사실 그녀는 지금 가슴이 벅찼다.

그 어떤 힘이나 배경보다도 이것은 더 강력하게 엘리어트를 지지하는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아저씨..”

시큰해지는 콧날에 울지 않으려고 숨을 깊이 들이 마시며 작게 그녀가 중얼거렸다.






단상 바로 앞에 엘리어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옆에는 시라와 가슈가 서임식의 증인으로서 서 있었다.


검을 앞으로 들어 올린 남작이 그대로 엘리어트의 한 쪽 어깨에 검을 댔다.


“권력과 부가 아닌 명예와 희생을 추구하는 자가 되기를.”


그가 말을 시작하자 소란스러웠던 주변 소리가 조금씩 사그라 들었다.


“약자를 짓밟는 강자가 아닌 강자에게 맞서 약자를 지킬 수 있는 정의를 가지는 자가 되기를.”


엘리어트의 다른 어깨로 남작은 검을 옮겼다.


“이 양 어깨와 가슴속에 부디 선과 겸허와 용기가 깃들어 그것이 기사로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기를. 진실과 지혜와 용맹함의 수호자로서 그러므로 부디 흔들림 없는 기사의 길을 가기 위한 신의 가호가 늘 함께 하기를.”


말을 끝내고 남작은 엘리어트를 보았다.


“일어서게.”


자리에서 일어난 엘리어트를 향해 단상 아래로 내려가 그가 가까이 다가섰다. 들고 있던 검을 그에게 건내자 엘리어트가 양 손으로 그것을 받아 들었다.


“누군가의 가르침과 누군가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었기를 바라며...”

검을 받아드는 엘리어트의 어깨에 망토를 달아주며 남작은 말을 이었다.

“엘리어트 네쉬하트. 이제 자네에게 기사의 칭호를 내리는 바일세.”


남작을 향해 엘리어트가 정중히 허리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다시 검을 내려다 보았다. 낡았지만 검은 그 옛날과 마찬가지로 날카롭게 번뜩이며 가만히 자신의 시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뒤에서 시즈와 길더를 시작으로 한 작은 환호성이 사람들 사이로 조금씩 커지는 동안,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검을 들고 있는 양 손을 꽉 움켜 잡으며 자신도 모르게 엘리어트는 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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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로 들어와 앞에서 공손히 말하는 그를 오니트 남작은 잠시 보고 있었다.

 “정말 가는 거요?”

 난감한 얼굴로 남작은 머리를 쓱 문질렀다. 

 “이거 참...”

 “그 동안 여러 모로 감사했습니다 남작님.”

 락터드는 말했다.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소.”

 남작은 그의 어깨를 잡았다.

 “무사히 돌아오시오.”

 “네.”

 미소지으며 락터드가 끄덕였다.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공손히 그는 다시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을 드릴 것이 있습니다.”

 들고 있던 서류 한 장을 락터드는 그에게 내밀었다. 

 “이 문서에 공증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니트 남작은 그가 내미는 서류를 받아 들었다.

 “이건..”

 거기 쓰여 있는 내용을 남작이 눈으로 읽어내려 갔다.  

 “돌아오지 못할 때를 대비해 만에 하나 그 앨 지킬 만한 게 하나는 남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적어 두었습니다.”

 “돌아오지 못하게 될 상황까지 대비하는 거요?”

 그 말에 얼굴이 어두워지며 나직히 남작이 중얼거렸다. 

 “전장이니까요.”

 공손히 락터드는 말했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 해 두어야 하는 곳 아닙니까?” 


 락터드의 말에 소리없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남작은 서류를 좀 더 자세히 읽어 내려갔다. 락터드가 내민 서류는 그의 이름이 적힌 양자 입적 서류로 엘리어트의 이름이 거기 적혀 있었다. 


 “아직 그 아이한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남작이 서류를 읽는 동안 락터드는 말했다. 

 “지금 이런 말을 했다가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 같아서.”

 가뜩이나 자기 때문에 전장에 나가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런 얘기가 나오면 더 괴로워할지 모른다. 

 “사실 그 아이 뜻을 묻지 않은 채 이런 일을 벌여도 될까 싶지만 제가 없을 때 만에 하나 상황에서 역시 한 번은 안전장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역시 글렌 후작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역시 글렌 후작 때문에 이 일을 생각했다. 자신이 전장으로 나간다고 해서 엘리어트에 대해서 그가 이대로 가만 있을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니 이것이 엘리어트를 도와줄 안전장치가 될지 아니면 더 위험에 빠뜨릴 도화선이 될지는 모르지만 만에 하나 그럴만한 상황에 남작이 적절히 대처해 줄 것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 돌아올 겁니다만.” 

 좀 웃으며 그가 덧붙였다  

 “그렇지. 나도 그럴 것이라 믿소.”

 남작은 말했다. 

 “그러니 이 내용은 돌아 와서 직접 말을 해주는 게 어떻소?”

 “그럴 겁니다. 돌아와서 그 아이 동의를 구한 다음 그 때 명확히 해두어야죠.”

 좀 염려하는 얼굴로 그는 덧붙였다. 

 “녀석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지만 말입니다.”


 서류를 다 확인하고 난 뒤 책상 앞으로 걸어가 남작은 서류의 마지막 란에 서명한 뒤 그 옆에 밀랍을 떨어 뜨리고 오스티아를 상징하는 문장이 새겨진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양피지를 둥글게 말아 그 위에 다시 밀랍을 떨어 뜨려 도장을 찍고는 서류를 밀봉했다.


 “그것 말고도....”

 서류가 밀봉되는 걸 쳐다보고 있던 락터드가 그를 향해 공손히 다시 말했다. 

 “한 가지 더 청이 있습니다.”

 손에 쥔 것을 내보이며 남작을 향해 말하는 락터드의 목소리가 조용히 방안에 퍼졌다. 


 잠시 후 이야기를 다 마친 락터드는 남작을 향해 정중히 인사의 말을 건냈다.

 “그럼 평안하십시오 남작님.”

 그 말에 남작 역시 그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잘 다녀오시오. 돌아와서 다시 봅시다.”

 인사를 마치고 락터드가 몸을 돌렸다.  


 “락터드 경.”

 밖으로 나가려는 그를 남작이 다시 불렀다.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건 아마 소년의 뜻이기도 할 거요.”

 남작은 말했다 .

 “그러니 이 종이에 적힌 걸 내가 보여주는 것보다 당신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게 그에게는 의미가 있겠지.”

 그 말에 희미하게 락터드는 미소를 지었다. 

 “반드시 돌아와야 할 거요 그러니.”

 오니트 경은 말했다. 

 “그럴 작정입니다.”

 미소 지은 채 다시 한 번 남작을 향해 목례를 해보이고 곧 락터드는 몸을 돌렸다. 


------------------------------------------------------------------- 1-56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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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7) +9 14.02.09 2,760 111 16쪽
114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6) +20 14.02.07 2,791 109 19쪽
113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5) +12 14.02.06 3,226 114 15쪽
112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4) +9 14.02.04 3,299 103 10쪽
111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3) +22 14.02.03 2,907 9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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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하트의 반(VAN) - 2-6 전조(2) +16 14.01.26 3,512 111 14쪽
104 하트의 반(VAN) - 2-6 전조(1) +13 14.01.19 4,156 11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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