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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979,734
추천수 :
28,216
글자수 :
2,269,960

작성
14.03.17 22:06
조회
2,834
추천
82
글자
18쪽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1)

DUMMY

2.14 베이그릴스(1)



남자들이 갑자기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 확인하려고 선원들이 급하게 선실 아래로 뛰어 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막 배위로 올라온 엘리어트는 뱃전으로 다가갔다.


물결은 이제 잠잠해졌다. 아래를 보니 바다에 빠진 자들은 그래도 수영은 할 줄 알았는지 머리를 내민 채 출렁거리는 물 위에 떠 있었다.


엘리어트의 옆으로 선장이 걸어왔다.

“괘씸한 놈들.”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가 이를 갈았다.

“끌어 올려.”

지시에 뒤에 서 있던 선원들이 뱃전으로 몸을 내밀며 아래를 향해 밧줄을 집어 던졌다.





떠내려갔던 남자를 잡아오기 위해 선원들이 남아 있던 구명선을 바다에 띄웠다. 물에 빠졌던 남자들이 위로 건져 올려졌다.


갑판 위로 내던져진 남자들이 기진맥진한 기색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진이 빠진 듯 숨을 몰아 쉬는 그들의 옆에 해먹에 걸려 있던 남자를 마지막으로 끌고온 선원들이 갑판 위에서 그들을 빙 둘러 쌌다.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는 선원들의 한 가운데서 남자들은 이제 겁을 집어 먹은 기색이었다.




“선창 바닥에, 깔아둔 격자 깔판 아래 숨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시대로 배의 선창 하부를 확인하러 갔던 항해사 및 선원들이 잠시 후 돌아와 선원들의 제일 앞에서 남자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 선장을 향해 말했다.


“깔판 아래 짚이 덮혀 있어서..”

출항전에 그런 곳까지 세심하게 확인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느꼈는지 진땀 어린 기색으로 항해사가 말을 이었다.

“다행히 배를 크게 망가뜨리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 확인 중이지만.”

“알았네.”

긴장하고 있는 그에게 더 이상 묻지 않으며 선장은 남자들 쪽을 보았다.


꿇어앉아 있는 다섯명 다 많아봤자 스무살 초반 정도밖에 안 되 보인다. 배가 출발한 지 삼 일째였으니 남자들은 꼬박 삼일을 굶었을 것이다.

무슨 목적으로 있었는지는 몰라도 옷차림은 남루하고 뺨이 홀쭉했다. 거기다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다보니 피죽도 못 먹은 것처럼 다들 안색이 파리해 있었다.

이러다간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캐묻기 전에 먼저 쓰러질 것 같다.


“지하 선창에 가둬둬.”

이윽고 퉁명스럽게 선장은 말했다.

“네.”

대답하며 선원들이 바닥에 꿇어 앉아 있는 남자들을 일으켜 세웠다.


“그냥 두실 겁니까?”

선창 아래로 끌고 내려가는 남자들 쪽을 보다가 엘리어트가 선장을 향해 물었다.

“무슨 짓을 하려고 숨어 들었는지 아직 모르는데.”


엘리어트가 말하는 동안 조타수에게 방향타를 넘긴 시라가 옆을 지나쳐 가는 선원들과 남자들을 보며 두 사람 쪽으로 걸어왔다.


“좀 있다 족쳐 볼 거요.”

선장은 말했다.

“하지만 아마 별 거 아닐 거요. 보아하니 부두 거렁뱅이들이 좀도둑질이나 하려고 숨어 들었다 배가 출발하는 바람에 일을 키운 것 같은데..”

이런 일은 이미 겪어 보았는지 다소 퉁명스럽지만 침착하게 선장은 말하고 있었다.


“저 자들을 어떻게 하실 겁니까?”

엘리어트의 옆으로 와 시라 역시 궁금한 듯 물었다.

“배 안에 송장을 굴러다니게 할 수는 없으니까..”

선장은 대답했다.

“피죽이나 몇 그릇 먹이고 다음 항구에 도착하면 거기 던져 둘 거요. 마을로 돌아가는 건 저 놈들이 알아서 하겠지.”

“선장님.”

아까 청년이 휘두른 몽둥이에 맞은 머리 한 쪽에 피가 고여 있는 것을 보고 남아 있던 선원 하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치료 좀 하셔야 겠습니다.”

선장이 뒷통수에 손을 댔다. 찐덕하게 고여 있는 피가 묻어나는 것을 보며 그가 살짝 찌푸렸다.


“방금 전에 고마웠소.”

선원과 함께 몸을 돌리기 전 엘리어트와 시라를 향해 선장은 말했다. 인사에 두 사람이 고개를 살짝 끄덕해 보였다.


“속도를 유지해. 회항 할 필요 없이 계속 간다.”

키를 잡고 있는 조타수를 향해 길게 말하고는 곧 선장이 안으로 들어갔다.





밖으로 나오다가 마침 선실 안으로 들어가는 선장 일행을 비켜주기 위해 옆으로 비켜나며 아비크가 두 사람 쪽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잠이 덜 깼는지 부스스한 기색으로 그가 머리를 긁적였다.

“배가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배가 크게 기울어지는 통에 선실까지 난리가 났었지만 아비크가 자고 있던 그물침대는 그 와중에 다행히 뒤집어 지지 않았다.

“일은 이미 지나갔으니까 몰라도 괜찮아.”

아비크를 향해 웃으며 시라가 대꾸했다.





밤이 되어 사방이 고요해 졌다. 밤의 어둠과 바다의 어둠이 만나는 곳이 목적지가 되는 것처럼 고요한 밤에 배는 검은 바다를 밀어내며 소리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세째 날의 작은 소동이 지나간 뒤 그 이후 나흘 동안은 별 다른 사고 없이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아스드를 떠난지 정확히 닷새째 되는 날 아침, 배는 베이그릴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나루터에 도착하고 있었다.











나루터로 들어온 배에서 내려 나루터 가에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쳐 엘리어트는 앞으로 나왔다.


“어디로 갑니까?”

옆에 서 있던 아비크가 사람들에게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일단 시장으로 가봐야지.”

엘리어트가 대꾸했다.


“시장이면..”

나루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고 배에서 내리기 전 선원들에게 들은 소리를 생각하며 시라는 나루터를 나서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쪽을 보았다.

“저쪽 같은데..”

여러 갈래 길로 나뉘어 있긴 했지만 그 중 제일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향하고 있는 길이 있다.




같이 온 인부들 중 배멀미로 지친 인원이 있어 일단 나루터 근처에서 쉬게 한 뒤 세 사람은 사람들과 섞여 시장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시장은 널찍한 큰 길을 중심으로 양 가장자리에 크고 작은 가게들이 즐비해 있었다. 대부분의 시장이 그러하듯 그 중간쯤에 커다란 광장이 보였고 거기서 다시 여러 갈래의 골목으로 가게들이 이어져 있었다.


“나눠서 움직일까?”

널찍하게 이어진 길을 따라 주변의 가게들을 확인하며 걷다가 광장으로 들어서자 엘리어트는 말했다. 비단과 세공품들이 한 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 난 이쪽으로요.”

서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즐비한 가게 중 광목 천을 앞에 내어 놓은 가게가 있는 걸 보며 아비크가 말했다.

천이 있으니 저쪽으로 가면 가까운 곳에 비단이 있을 것이다. 그는 어떤 물건도 제대로 볼 줄 아는 게 없었으니 사실 가장 가까운데 있는 아무 거나 집어올 심산이었다.

“뭐 좀 볼 줄 알아?”

그런 생각이 빤히 들여다 보였는지 시라가 물었다.

“제일 가까운데 아무 거나 살 건 아니지?”

“비단이야 다 그게 그거 아닙니까. 미끌거리고 색깔이나 요란한.”

“말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난 이쪽을 따라가야 겠네.”

한숨처럼 중얼거리며 시라는 엘리어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지만 이만한 시장에 세공품을 파는 가게에는 웬만해서 아주 나쁘건 없을 테니까.”

시라는 아비크 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럼 좀 있다 여기서 다시.”

가볍게 덧붙이고 두 사람이 골목으로 들어가자 엘리어트 역시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 저기 둘둘 감긴 천들이 보이긴 했지만 역시 주로 천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골목이었다.

그 중 한 가게에 놓인 좌판 앞으로 걸어가 비단을 확인하는 시라의 어깨 너머를 아비크가 넘겨다 보았다.

"그러는 케이우드 경은 뭐 볼 줄 알긴 합니까?"

“가볍고 수가 깨끗하게 놓여져 있어야 좋은 비단, 이라는 정도?”

"그래요?"

자기보다 낫다 싶긴 했는지 아비크가 으쓱했다.


“성에 장사를 하러 오던 장사꾼들한테 주워들은 소린 좀 있어서.”

사람 좋은 기색으로 시라는 말했다.

“하지만 사실 크게 아는 건 아니고.”

미소 진 채 그는 덧붙였다.

“부지런히 발품 팔아서 돌아다녀보면 어느 정도는 비교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이 골목 안을 다 돌아보자고요?”

골목 안은 의외로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길었다.


“영주한테 바칠 물건인데 대충 가져 갈 순 없잖아. 나름 중요한 일이야.”

태평하게 대꾸하는 소리에 아비크는 머리를 한 번 문질렀다. 이 유순하고 사람 좋게 생긴 대장의 (듣기로는) 고향 친구는 생각보다 꼼꼼한 성격인 모양이다.

“부지런히 가 볼까.”

“네. 네~”

의욕적으로 앞서는 그를 뒤에서 아비크가 너털너털 쫓았다.



그리고나서 얼마 뒤 아직 골목은 반도 안 지났는데 이미 지친 아비크는 어느 가게 앞에서 조금 전 안으로 들어가 아직 나오지 않는 시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라의 말대로 영주에게 갈 물건이니 대충 할 순 없지만 그는 벌써 맥이 빠졌다.


‘차라리 대장을 따라갈 걸.’


그렇게 생각하며 길을 지나쳐 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그의 시선이 무심코 앞에 있는 광목 가게로 향했다. 가게 안에서 걸어나오고 있는 여자가 어딘지 눈에 익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녀를 알아보고는 아비크는 멈칫했다. 여자 역시 그와 눈이 마주치고는 살짝 놀라는 기색이었다.


“어머..”

그를 발견한 디에나가 먼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런 곳에 웬 일이예요?”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자 착각이 아님을 깨닫고, 잠시 가만 있다가 아비크는 성큼 그녀쪽으로 걸어갔다.









“오랜만이에요.”

만나서 반가워 하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그런 인사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오스티아로 돌아간 거 아니었어요?”

다짜고짜 그는 물었다.

“그렇게 됐어요. 어쩌다 보니까.”

가게에서 이어진 계단 서너 개를 내려와 디에나는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렌케이 씨야 말로 여기 웬 일이에요?”

한 두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서며 그녀가 물었다.

“네바렌에서 가까운 곳도 아닌데..”

“난 지금 거기가 아니라..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동시에 든 수가지 의문에 복잡한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아비크는 그녀를 보았다.

"정말 어떻게 된 겁니까?"

기가 막힌 얼굴로 그는 다시 물었다.

“어쩌다 보니까 여기라는 게 대체. 지금 여기가 어딘데..”

“여기, 아마 베이그릴스라는 영주국 근처일 걸요?”

“그걸 묻는 거 겠습니까 지금."

잠깐 생각하다 대답하는 디에나의 소리에 무뚝뚝하게 아비크가 대꾸했다. 이렇게 기가 막힌 건 오랜만이라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 아비크는 다시 입을 뗐다.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여기 있었던 겁니까?”

“대충 그랬어요.”

설마하는 기색으로 묻는 소리에 간단히 디에나가 대답했다. 아젠에서 나와 중간에 딴 곳에 잠깐 있었던 건 며칠 안 됐으니 대략 적당한 대답이다.

“여태 혼자, 아니 그 아가씨랑 둘이요?”

“네.”

디에나가 간단히 대답했다. 그 모습에 다시금 기가 막혀 아비크는 잠시 그녀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과 헤어진 뒤 엘리어트는 반대편 골목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시장은 규모가 상당히 컸다. 교역로 중간 지점 역할을 하는 곳에 몇 번 가보긴 했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곳 중에서도 제일 큰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았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입구에 나무로 된 장식품을 파는 가게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 옆으로 작은 장신구나 노리개가 올려져 있는 좌판이 즐비했다. 맞은편에서 오고 있는 행인들과 부딪치지 않게 몸을 옆으로 하며 엘리어트는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양옆에 있는 가게를 살피며 중간쯤 가니 그 때부터 금이나 은으로 된 세공품이 진열되어 있는 게 보였다.

그 중 제일 첫 번째 가게에 널찍하고 긴 좌판에 여러가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엘리어트는 그 끝 쪽에 잠시 섰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은세공품들을 그가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하지만 헨터만에게 말한대로 엘리어트로서는 한 번도 눈여겨 본 적 없는 물건들이었으니 뭐가 좋은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어쩐다.’

영주에게 보낼 걸 아무 생각없이 사들일 수는 없다.

아까 말하는 걸 봤을 때 이런 면에 있어서는 시라가 나름 안목이 있는 것 같았으니 가서 그를 불러 올까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엘리어트가 힐끔 눈을 돌렸다.


골목이 넓지 않아 앞에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 외에도 지나가는 사람들로 좌판 앞은 복잡했다. 그 와중에 주인은 여기저기 가격을 물어보거나 구경하는 사람들이 물어보는 소리에 대꾸해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인은 지금 엘리어트가 서 있는 쪽에서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과 말을 주고 받고 있었는데 그러고 있는 사이 엘리어트 근처에 근처에 있던 청년의 손이 좌판위로 소리 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주인의 기색을 주시하며 청년은 좌판 위에서 은세공품 하나를 집어 들며 다시 손을 내리고 있었다. 그대로 주머니에 손이 들어가려는 순간 옆에서 누가 그 손을 잡았다. 움찔하며 청년이 옆을 보았다.


팔을 붙잡은 채 이쪽을 가만히 보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순간 그의 얼굴이 새빨게졌다.

“이거 놔.”

“이런 짓은 안 되지.”

아직 엣되 보이는 청년의 팔을 잡은 채 엘리어트는 말했다.

“네 것이 아니잖아.”

“놓으라니까.”

행여나 주인이 들을 새라 목소리를 낮춘 채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려고 청년은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남자의 팔 힘이 어찌나 센지 빠져 나갈 수가 없었다.

운좋게 주인은 아직 이쪽을 쳐다보지 않고 있었지만 움직임이 부산스러워지면 바로 이쪽으로 고개를 돌릴 것이다.


더 일을 키울 수가 없어서 청년이 손을 놓자 들고 있던 세공품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엘리어트를 노려보고는 그대로 청년이 바로 몸을 돌렸다.

행인들에게 섞여 저쪽으로 사라지는 청년을 보다가 엘리어트는 몸을 숙여 떨어진 장신구를 들어 올렸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가게 물건들을 구경하던 엘리어트는 이제 거의 그 골목 끝까지 와 있었다. 여기는 그나마 걸어온 골목 저쪽에 비해 한적했다.

여기까지 오면서도 어떤 걸 골라야 할지 결국 모르겠어서 아무래도 시라를 데려와야 겠다고 생각하며 광장 쪽으로 가려고 엘리어트는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런 그의 앞으로 남자들 몇 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 전엔 잘도 끼어들던데 형씨.”

조금 전 가게 앞에서 마주친 청년과 그들 주위를 에워 싸고 있는 서너 명의 다른 청년들이 엘리어트의 눈에 들어왔다.

“남의 사정은 생각도 안 하고.”


엘리어트는 청년을 가만히 보았다.

“요즘 도둑들은 낯짝도 두껍군.”

혼자말처럼 그가 중얼거렸다.

“도둑이 자기 사정 안 봐줬다고 따지고 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도둑놈은 그 자식이야. 남의 물건 가져가서 대금도 안 주고..!”

얼굴이 다시 시뻘개져서는 청년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도 그래서 그 가게 물건 대신 가져가려던 거라고.”

“그런 거면 훔치지 말고 제대로 가져 가.”

별로 상대해 줄 마음은 없어 무심히 엘리어트는 말했다.

“아까처럼 했다간 사정이 뭐든 잡혀가는 건 너희들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그대로 남자들을 지나치려는데 청년들이 다시 그 앞을 막았다.


“어디 가?”

억울한 얼굴로 청년이 다시 소리쳤다.

“너 때문에 기회 놓쳤으니까 해결해 주고 가.”

억지소리에 엘리어트는 다시 청년을 보았다.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할 지, 도둑치고는 순진하다고 해야 할 지.


"해결은 직접 하고 그만 가."

때려눕히는 건 어렵지 않지만 굳이 그럴 생각은 없다.

“따라오면 더 이상 귀찮게 못하도록 만들어줄거야.”


침착하게 하는 소리였지만 엘리어트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청년들 역시 그렇게 느꼈는지 살짝 흠짓하는 듯 보였다.


“넌 혼자고 우린 다섯이나 되는데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그래봤자 엘리어트가 혼자라고 생각했는지 이내 한 발 앞으로 나오며 위협하듯 청년이 말했다. 그가 뒤를 향해 눈짓을 했다. 정말로 덤빌 생각이었는지 그 눈짓에 청년들이 엘리어트쪽으로 다가오려고 한꺼번에 걸음을 뗐다.


“그만둬요.”

그러고 있는 와중에 남자들 틈을 헤치고 뒤에서 누군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제 친구에요.”

엘리어트는 사람들 틈을 헤치고 앞으로 나온 여자를 보았다. 그녀를 보고 지금껏 태연했던 그가 처음으로 멈칫했다.


“아가씨 친구라고요?”

엘리어트를 막아섰던 청년이 앞으로 나온 여자를 보고는 당황한 듯 되물었다.

“네.”

고개를 끄덕이며 셰릴은 조금 전 저기서부터 보고 온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는지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지금.”

“아니 그게...”

대충 얼버무리는 청년을 셰릴이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엘리어트가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앞에 나타난 그녀가 의외로 껄끄러운 사람이었는지 갑자기 청년이 꼬리를 내리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먼저 가게로 돌아갈게요.”

그 뿐만 아니라 같이 있던 나머지 사람들도 그녀를 보고는 시선을 피하며 자리에서 벗어나는 청년을 따라 서둘러 발을 돌리고 있었다.


서둘러 자리를 빠져 나가는 그들을 잠깐 보다가 셰릴은 곧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는 엘리어트를 보았다.


아까 멀리서 엘리어트가 여기 서 있는 걸 보고 놀랍고 당황했던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조심스럽게 입을 떼며 그녀가 그를 향해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엘리어트.”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를 엘리어트가 가만히 응시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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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4

  • 작성자
    Lv.96 리호
    작성일
    14.03.17 22:56
    No. 1

    푹빠져읽었습니다 궁금한게넘무 많은대 이많은비밀들 풀어주실껀가요
    아버지정체(방패),폭포뒤동굴,먼지많던건물존재,검투장사자제압(마나),화약,모래동굴노파(락터드실종음모설) 락터드의안배, 락터드서신전달기사(젤궁금),기힌족납치복면인,늪지피냄세(몬스터),기하족악마힘 등등 수많은떡밥들이 11년후 말에좌절된겄도있지만 풀어주시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03.18 23:49
    No. 2

    일부는 곧 나옵니다 ^^;; 너무 오래전에 뿌려 놔서 저도 살짝 걱정이 되긴 하는데.. ^^; 언급하신 것 중에 몇 개는 그냥 상상에 맡기려고 꺼내 놓은 것도 있습니다 근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다탄
    작성일
    14.03.17 23:48
    No. 3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셔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03.18 23:45
    No. 4
  • 작성자
    Lv.42 김집사
    작성일
    14.03.18 02:55
    No. 5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03.18 23:45
    No. 6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쩡사
    작성일
    14.03.18 11:24
    No. 7

    좋습니다~ 건필하세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03.18 23:46
    No. 8

    아자..!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nuga
    작성일
    14.03.18 13:37
    No. 9

    우왓 이렇게 만나다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03.18 23:46
    No. 10
  • 작성자
    Lv.73 미파시도
    작성일
    14.03.18 18:37
    No. 11

    아~~ 역시....좋네요....부두가 시장의 풍경이 그려져요~~
    엘리어트가 조금더 말이 많으면 좋으련만...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03.19 00:14
    No. 12

    크.. 그게 캐릭터를 생각하면 말을 길게 하는 게 어떨 땐 오히려 어색할 것 같아서.. 조금 더 말을 많이 할 수 있게 노력 해보겠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고요왕
    작성일
    14.03.18 20:49
    No. 13

    저두요. 저도 떡밥들이 회수되긴(언젠간) 하는지 궁금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03.18 23:47
    No. 14

    일부는 곧.. 이라고 밖에..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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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하트의 반(VAN) - 2-20 균열(8) 14.11.16 1,207 39 22쪽
195 하트의 반(VAN) - 2-20 균열(7) +2 14.11.14 1,408 44 10쪽
194 하트의 반(VAN) - 2-20 균열(6) +2 14.11.13 1,227 43 21쪽
193 하트의 반(VAN) - 2-20 균열(5) +4 14.11.10 1,363 47 11쪽
192 하트의 반(VAN) - 2-20 균열(4) 14.11.09 1,439 53 19쪽
191 하트의 반(VAN) - 2-20 균열(3) +2 14.11.07 1,697 58 14쪽
190 하트의 반(VAN) - 2-20 균열(2) 14.11.06 1,266 53 17쪽
189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 14.11.04 1,779 52 11쪽
188 하트의 반(VAN) - 2-19 조우(5) +10 14.11.02 1,494 55 19쪽
187 하트의 반(VAN) - 2-19 조우(4) +8 14.08.03 1,682 57 19쪽
186 하트의 반(VAN) - 2-19 조우(3) +6 14.07.31 1,539 52 15쪽
185 하트의 반(VAN) - 2-19 조우(2) +2 14.07.28 1,512 53 10쪽
184 하트의 반(VAN) - 2-19 조우(1) 14.07.27 1,618 60 8쪽
183 하트의 반(VAN) - 2-18 전환(3) +2 14.07.25 1,463 57 12쪽
182 하트의 반(VAN) - 2-18 전환(2) +2 14.07.24 1,436 59 11쪽
181 하트의 반(VAN) - 2-18 전환(1) +6 14.07.23 1,599 61 9쪽
180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9) +4 14.07.21 1,566 62 8쪽
179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8) +4 14.07.20 1,313 64 16쪽
178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7) +6 14.07.19 1,816 64 17쪽
177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6) +2 14.07.18 1,526 65 11쪽
176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5) +6 14.07.16 1,428 72 15쪽
175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4) +4 14.07.14 1,588 66 16쪽
174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3) 14.07.13 1,241 71 14쪽
173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2) +6 14.07.11 1,611 63 16쪽
172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1) +13 14.06.15 1,847 70 8쪽
171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0) +2 14.06.13 1,580 66 15쪽
170 하트의 반(VAN) - 2-17 잠행(9) +8 14.06.11 1,709 66 13쪽
169 하트의 반(VAN) - 2-17 잠행(8) +4 14.06.10 1,593 68 17쪽
168 하트의 반(VAN) - 2-17 잠행(7) +2 14.06.08 2,034 68 10쪽
167 하트의 반(VAN) - 2-17 잠행(6) +10 14.06.06 1,841 75 30쪽
166 하트의 반(VAN) - 2-17 잠행(5) +6 14.06.03 2,143 67 10쪽
165 하트의 반(VAN) - 2-17 잠행(4) +4 14.06.01 1,557 69 18쪽
164 하트의 반(VAN) - 2-17 잠행(3) +14 14.05.18 2,124 75 17쪽
163 하트의 반(VAN) - 2-17 잠행(2) +6 14.05.15 1,945 69 17쪽
162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 +12 14.05.11 1,830 69 13쪽
161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8) +10 14.05.06 1,982 79 22쪽
160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7) +30 14.05.04 1,903 93 23쪽
159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6) +14 14.05.01 1,908 86 18쪽
158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5) +14 14.04.30 1,685 79 13쪽
157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4) +14 14.04.29 2,013 76 7쪽
156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3) +18 14.04.27 1,750 75 15쪽
155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2) +17 14.04.24 2,041 77 13쪽
154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1) +11 14.04.22 2,254 80 9쪽
153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0) +8 14.04.20 1,776 83 24쪽
152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9) +12 14.04.17 2,406 76 13쪽
151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8) +12 14.04.16 2,135 79 21쪽
150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7) +13 14.04.15 2,091 79 9쪽
149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6) +6 14.04.13 2,159 74 14쪽
148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5) +8 14.04.05 2,338 79 15쪽
147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4) +12 14.04.03 1,944 73 15쪽
146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3) +4 14.04.03 2,139 69 13쪽
145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2) +4 14.04.01 2,257 70 9쪽
144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 +2 14.03.31 3,234 183 11쪽
143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7) +8 14.03.29 2,088 75 13쪽
142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6) +6 14.03.28 1,874 68 10쪽
141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5) +10 14.03.26 1,780 65 7쪽
140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4) +2 14.03.25 2,370 170 16쪽
139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3) +4 14.03.24 2,203 65 15쪽
138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2) +8 14.03.22 2,596 65 12쪽
137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1) +8 14.03.21 2,367 75 12쪽
136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5) +10 14.03.20 2,438 82 8쪽
135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4) +16 14.03.19 2,135 75 7쪽
134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3) +4 14.03.19 2,248 83 15쪽
133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2) +6 14.03.18 2,482 76 16쪽
»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1) +14 14.03.17 2,835 82 18쪽
131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6) +6 14.03.15 2,319 76 11쪽
130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5) +10 14.03.14 2,658 75 8쪽
129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4) +6 14.03.13 2,733 85 15쪽
128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3) +6 14.03.12 2,647 86 14쪽
127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2) +12 14.03.11 3,048 84 20쪽
126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1) +6 14.03.10 2,903 76 18쪽
125 하트의 반(VAN) - 2-12 쉐네드 +6 14.03.09 3,009 75 15쪽
124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3) +12 14.03.06 2,888 85 27쪽
123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2) +20 14.02.25 2,548 89 10쪽
122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1) +23 14.02.23 2,761 93 11쪽
121 하트의 반(VAN) - 2-10 글레린(2) +10 14.02.21 2,437 98 17쪽
120 하트의 반(VAN) - 2-10 글레린(1) +10 14.02.19 2,639 114 15쪽
119 하트의 반(VAN) - 2-9 아스드(2) +17 14.02.16 3,409 107 18쪽
118 하트의 반(VAN) - 2-9 아스드(1) +16 14.02.13 3,382 113 12쪽
117 하트의 반(VAN) - 2-8 아쉬 +16 14.02.11 3,056 110 13쪽
116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8) +23 14.02.09 2,643 119 17쪽
115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7) +9 14.02.09 2,760 111 16쪽
114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6) +20 14.02.07 2,790 109 19쪽
113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5) +12 14.02.06 3,226 114 15쪽
112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4) +9 14.02.04 3,299 103 10쪽
111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3) +22 14.02.03 2,906 95 9쪽
110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2) +12 14.02.02 3,128 111 16쪽
109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1) +16 14.01.30 3,153 113 15쪽
108 하트의 반(VAN) - 2-6 전조(5) +6 14.01.29 3,014 117 11쪽
107 하트의 반(VAN) - 2-6 전조(4) +7 14.01.29 2,934 115 18쪽
106 하트의 반(VAN) - 2-6 전조(3) +7 14.01.27 3,113 114 10쪽
105 하트의 반(VAN) - 2-6 전조(2) +16 14.01.26 3,512 111 14쪽
104 하트의 반(VAN) - 2-6 전조(1) +13 14.01.19 4,156 118 21쪽
103 하트의 반(VAN) - 2-5 시마르(2) +9 14.01.16 3,340 116 11쪽
102 하트의 반(VAN) - 2-5 시마르(1) +13 14.01.15 3,686 110 17쪽
101 하트의 반(VAN) - 2-4 재회(6) +19 14.01.13 3,425 126 6쪽
100 하트의 반(VAN) - 2-4 재회(5) +29 14.01.12 5,115 1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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