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979,768
추천수 :
28,216
글자수 :
2,269,960

작성
14.03.11 23:55
조회
3,048
추천
84
글자
20쪽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2)

DUMMY

2.13 이센제(2)



수풀더미에 걸린 소매 끝을 잡아당기며 앞으로 나오던 시라를 비롯해 뒤에서 나오는 병사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자 조금씩 주위가 부산스러워졌다.

“일단..”

그걸 보고 안 되겠다 싶었는지 시즈가 말했다.

“여기서 벗어나요.”

먼저 그가 몸을 돌렸다.







용병단을 발견한 곳에서 멀지감치 떨어진 곳까지 오자 앞장서 걷던 시즈는 여기까지면 안심이라고 생각했는지 그제야 자리에 섰다.


“무슨 일이야?”

그 때까지 잠자코 따라오던 엘리어트가 걸음을 멈추는 시즈를 향해 물었다.


“근처에 아베키 용병단이 있어요.”

시즈가 말했다.

“아베키 용병단?”

그가 끄덕였다.

“아까 만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요.”


아베키 용병단에 대한 소문은 엘리어트도 들어 본 적 있었다. 고개를 돌려 그는 지금 걸어왔던 방향을 보았다. 여기서는 사방에서 그다지 수상한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마주쳤다간 괜히 피 볼 테니까.”

그 장소에서 멀어지기도 했고 엘리어트까지 만났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시즈가 그러고 있는 엘리어트 옆에서 말을 잇고 있었다.

“그런 놈들이면 멀찍이 떨어져서 눈에 안 띄는 게 상책이라고요.”


“가슈는?”

왔던 방향에서 눈을 떼며 엘리어트는 물었다.

“나머지는 어딨어?”

“트슈레프 님하고 다녀올 데가 있다고 나갔어요. 난 남아 있으라고 해서..”

대꾸하는 소리를 들으며 엘리어트는 다시 숲 전체의 기색을 떠올렸다.


시즈의 말대로 아베키 용병단이면 괜한 소모전이 되지 않게 마주치지 않는 게 낫다. 하지만 그들이 왜 이런 곳에 있는지, 그냥 지나치기에는 마음에 걸린다. 돈만 된다면 아무리 잔인한 짓도 서슴지 않는 그들은 분명 목적을 가지고 여기 왔을 것이다.


물론 그것을 자신들과 관련지을 이유는 없지만 만에 하나 경우에 대비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정도는 알 필요가 있었다.

“잠깐 있어봐.”

그렇게 생각한 엘리어트가 몸을 돌리려 하자 시즈가 좀 당황하며 그를 보았다.

“가보게요?”

“어디로 가는지 보고 오게.”

“그냥 둬요. 뭘 굳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시즈는 그를 말렸다.

“그러다 들키면 어쩌려고..”


그들과 마주친다고 해도 엘리어트가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공연한 싸움을 만들 필요는 없다.

“금방 올테니까 걱정마.”

만류하는 시즈를 향해 말하며 엘리어트는 시라쪽을 보았다.


“같이 가줘?”

그 시선에 지금까지 잠자코 시즈의 얘기를 듣고 있던 시라가 입을 열었다. 엘리어트가 고개를 저었다.

“넌 먼저 나머지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겠어.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시즈 좀 도와줘.”

"알았어."

용병단의 행적을 확인하는데 굳이 둘이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건 마찬가지였기에 시라가 순순히 그 말에 끄덕였다.

“아베키 용병단이면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건 알고 있지?”

그러면서 그가 말했다.


누구에게 고용되어 지금 움직이고 있는지는 몰라도 영주에게 고용되어 있는 이상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용병단에게는 섣불리 손을 댈 수 없다.

“알아.”

끄덕이며 엘리어트가 곧 몸을 돌렸다.










엘리어트가 걸어 왔던 길로 사라지고 잠시 후 시즈의 뒤를 따라 나머지 사람들은 여관으로 왔다.

여관 1층에서 시즈는 엘리어트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꽤 시간이 지나고 있는데도 엘리어트는 돌아올 기미가 없었다.

‘따라가 볼 걸.’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1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시즈가 번쩍 고개를 들어 문쪽을 보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건 엘리어트는 아니었다.

“가슈.”

아까 나갔던 가슈와 아비크, 레이가 여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누구야?”

여관 1층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서있는 병사들을 의아한 얼굴로 보며 가슈는 시즈의 가까이 걸어왔다.

“글레린.”

엘리어트가 아니자 시큰둥한 기색으로 시즈가 대꾸했다.

“글레린?”

그가 다시 방안을 확인했다.

“대장이 여기 왔어?”

“응. 그런데...”

머리를 긁적이며 상황을 시즈가 그에게 전했다.


말을 다 들은 가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베키 용병단은 그로서도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껄끄러운 상대다.

“언제 갔어? 엘리어트는.”

“좀 됐어.”

말하던 시즈는 이번에는 가슈의 뒤쪽에서 이엘과 함께 서 있는 낯선 여자를 발견하고는 의아한 기색이 되었다.

“누구야?”

그쪽을 향해 이번에는 시즈가 물었다.

“테이드 영주가 아가씨.”

묻는 소리에 이제 가슈가 난감한 듯 대꾸하고 있는데 여관 출입문이 다시 열렸다. 엘리어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시즈가 그제야 다행이라는 얼굴을 했다.












엘리어트가 돌아오기 조금 전 여관으로 이엘을 비롯한 가슈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아까 여기서 나갈 때보다 인원이 한 명 늘어 있었다.

종종 땋아 허리를 훌쩍 넘기는 긴 머리에 눈은 동그랗고 넓고 편평한 이마가 야무져 보였다. 이엘이 한 말에 비해 그녀는 그다지 원한에 사무쳐 보이는 것 같지는 않은 여자였다.



엘리어트가 나갔다 온 일도 일이었지만 가슈들이 가져온 일도 문제여서 일단 먼저 가슈가 자신들이 가져온 문제를 그에게 전했다.


가슈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전해 들은 엘리어트의 시선이 곧 이엘을 향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녀가 누구인지 듣고 묻는 소리에 이엘의 표정에 살짝 난처한 기색이 돌았다.

“혼자 내버려 둘 수가 없습니다.”


그곳에서 나가 아스드로 가게 해달라는 피아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숙부 내외의 명으로 반쯤은 유배된 것처럼 살고 있는 그녀를 평소 안타깝게 생각해 오던 이엘이었다. 간곡히 청하는 그녀를 매정하게 뿌리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당분간만이라도 아스드에 와 있게 할 생각에 난처해하는 가슈들에게 부탁해 조금전 그녀를 데리고 일행은 성을 몰래 빠져나왔다. 성은 그다지 삼엄하지 않은 경비였는데 공녀가 성을 빠져 나가 갈 데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다소 느슨한 감시였던 것 같다.


“공녀님.”

그런 생각으로 움직인 그녀를 향해 엘리어트는 말을 이었다.

“지금 테이드 영주가 사람을 함부로 아스드에 들이는 건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닐 겁니다.”

목소리가 진지했다.

“테이드와의 관계에 문제가 될 테니까요.”

이제 막 아스드에 온 그가 보기에도 문제의 소지가 될 일이다.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침착하게 이엘은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만이고, 아버님께 말씀드려서 테이드에 부탁 해보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정중하게 대답하는 이엘을 엘리어트는 잠시 보았다.

남의 일에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이는 걸 보고 있자니, 이 와중에 문득 그녀가 떠올랐다.


“공녀님의 성이 혹시 여기서 멀지 않은 숲가에 있습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더 따지지 않고 조용히 그가 다시 물었다. 이엘은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 지금 그곳에서 오는 중입니다.”

방금 전 엘리어트는 아베키 용병들이 산을 너머 테이드 국경 근처에 있는 숲 한 가운데 성으로 향하는 걸 확인하고 온 참이다.

누가 사는 성인지는 몰라도 테이드 영토내로 들어갔으니 자신들과는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 생각이 틀린 모양이다.


아무래도 공녀의 숙부는 껄끄러운 그의 질녀를 그냥 내버려둘 생각이 아닌 듯 했다. 성에 아무도 없는 걸 알면 용병단은 곧 일대를 수색하면서 그녀를 찾아내려고 할 것이다.

병사들을 통해 이엘이 그곳을 방문한 것을 알아냈다면 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으니 이미 이쪽으로 향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에 하나 테이드 공녀를 여기서 발견한다면 자신들뿐 아니라 지금 이 마을에 있는 사람들도 곱게 두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당장 아스드 영토 내로 들어가는 건 보류해 주십시오.”

죽이려고 했던 질녀가 아스드쪽으로 넘어간다면 모르긴 몰라도 테이드 영주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대로 그녀를 아스드 영지 내로 데리고 들어가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그러려면 적어도 표면적으로나마 테이드 영주에게 동의를 구하고 난 뒤여야 했고 그럴 시간을 가지려면 먼저 아베키 용병단을 해결해야 했다.


“병사들을 보내서 일단 테이드와 아스드 양 쪽 모두에 기별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영주쪽에서 뭐라고 대답을 보낼 지 모르지만 거절하건 동의하건 아스드에서 말없이 공녀를 데려갔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됐다.

“알겠습니다.”

순순히 이엘이 끄덕였다. 그러다가 망설이며 그녀는 말했다.

“여기 계시면 책임이 돌아갈텐데 괜찮겠습니까?”

엘리어트가 오지 않았으면 이 모든 게 자기 탓이 됐겠지만 이미 그가 여기 온 있는 이상 앞으로 전개될 일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신경 쓰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젓는 그를 보고 감사의 뜻으로 이엘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골치 아프게 됐네.”

좀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듣고 있던 가슈가 중얼거렸다.

“뭐가?”

“대장 말이야.”

“대장이 뭐?”

“여기 온 이상 공녀가 얽힌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이제 그 책임을 뒤집어 쓸테니까."

“그런 거야?”

“그래.”

가슈가 혼차말처럼 중얼거렸다.

“차라리 오지 않는 게 나았을텐데.”



“가슈.”

그 말에 움찔하는 시즈의 옆으로 엘리어트가 네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아베키 용병단 얘기 들었지?”

“네.”

“너희들은 여기 대기하면서 공녀님들을 지켜.”

“알았어요.”

가슈를 비롯해 아비크와 레이가 끄덕였다.

“어떻게 할 거에요 근데?”

“생각 중이야.”

하지만 무슨 생각을 해도 결국 용병단을 물리칠 수 밖에 없다.


“저기. 엘리어트.”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엘리어트를 보다가 갑자기 시즈가 말했다.

“미안해요.”

시무룩하게 하는 소리에 생각을 멈추며 엘리어트가 그를 보았다.

“내가 괜히 엘리어트한테 연락해 두라고 해서..”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가슈의 말대로 이건 엘리어트로서도 입장 곤란한 일이 될 것 같다.

엘리어트는 이제 막 아스드에 왔다. 영주는 그를 받아들였지만 만에 하나 잘못되면 오자마자 문제를 일으켰다는 인상을 아스드 내 다른 귀족들에게 줄 수도 있다.


괜히 레이를 채근해서 그에게 연락을 취하지만 않았어도 엘리어트가 여기 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 지금보니 자칫 난감한 문제로 번질 수도 있는 일에 공연히 그가 끼어들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냥 뒀으면 엘리어트가 여기 안 왔을 텐데..”

시무룩하게 말하는 시즈를 보다가 엘리어트는 입을 뗐다.

“이쪽을 지나고 있었으니 너 아니어도 여기 왔을 거야.”

“거짓말.”

기운 빠진 기색으로 시즈는 말했다.

“어디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여기 와요?”


의외로 물러서지 않자 엘리어트는 그를 쳐다봤다.

“너희가 날 대장이라고 부르는 이상 뭐가 됐든 책임은 나한테 있는 거야 시즈.”

“별 게 다 책임이 되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네가 그런 걸 걱정할 이유는 없단 소리야.”

말하며 엘리어트는 시무룩한 시즈의 머리에 손을 얹어 쓰다듬 듯 그의 머리를 한 번 흐트러뜨렸다.

움찔하며 자신의 머리에 손을 대는 시즈를 지나쳐 엘리어트는 시라에게 갔다.


“같이 온 병사들이 얼마나 됐지?”

엘리어트가 물었다.

“호위병으로 쫓아온 삼 십 정도가 다야.”

시라가 대꾸했다.

“하지만 아베키 용병단이면 그 정도 병사로 대응하는 건 생각하지 않는 게 나을 텐데?”

“그래도 여기 호위를 하는 건 도와줄 수 있으니까.”

병사들에게 용병단을 상대하게 할 생각은 엘리어트로서도 없다.


여기서 도망친다고 해도 아스드 영지 내로는 들어갈 수 없고 여기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다.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맞닥뜨리려면 최소한 이곳은 아니어야 했다.

엘리어트는 팔을 옆으로 몇 번 움직였다. 많이 나았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다.


“어쩌게?”

시라가 물었다.

“여기에 도착하기 전에 해결을 봐야지.”

엘리어트가 대답했다.


“정말 그러려고요?”

흐트러진 머리를 바로 잡으며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시즈가 다시 끼어들었다.

“그러지 말고요. 차라리 아스드에 연락해서 병사들을 보내달라고 하고 기다려보는 건.. 아, 물론 난 대장이 한다고 하면 절대로 같이 할 거지만요.”

염려스러운 기색으로 그가 말을 이었다.

“지난 번 상처도 아직 다 안 나았잖아요. 그럼 차라리 싸움은 피하는 게..”

“혹시나 마을 사람들까지 말려들게 될 수도 있으니 그러기 전에 해결하려면 기다릴 시간이 없어.”

엘리어트는 말했다.

“나와 시라 그리고 너. 일단은 이렇게 셋이서 상대할 거야.”

만약을 대비해 가슈나 아비크, 레이는 여기서 공녀들을 지키고 있어야 했으니 움직일 수 있는 건 자신들 셋 뿐이다.


더 할 말이 없었는지 시즈는 엘리어트와 그 옆에 서 있던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엘리어트의 옆에 서 있던 시라라는 남자가 그 시선에 인사라도 건내듯 손을 들어보였다.

“만나자마자 동지가 되겠는 걸.”

태평한 얼굴로 오늘 처음 본 남자가 말했다.







“아, 잠깐 얘기 좀 해 두고.”

이제 더 꾸물거릴 거 없이 밖으로 나가려는 엘리어트를 향해 시라는 말했다. 알았다는 듯 끄덕여 보이고는 엘리어트가 먼저 문으로 걸어갔다.


시라는 글레린에서 같이 온 일행이 있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오웬.”

그의 부관으로 따라 온 기사 오웬을 향해 그가 가까이 다가갔다.

“얘기 하는 거 들었지?”

엘리어트가 하는 말에 기사인 그도 귀를 기울이고 있었을 것이다.

“남아서 나머지 사람들을 부탁해.”

“하지만 케이우드 님.”

글레린에서 병사 서른 명과 함께 시라의 부관으로 따라온 기사 오웬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여기서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아베키 용병단을.. ”

긴장된 표정으로 오웬은 말했다.

“저도 실은 저 아이 말에 동감입니다. 차라리 아스드로 간 병사가 지원병을 데리고 돌아오길 기다리는 게..”

“오웬.”

진지한 기색으로 시라는 그를 보았다.

“지휘관인 네가 그런 태도를 보이면 병사들이 불안해져.”

이만한 일에 긴장하는 걸 보고 주의를 주듯 그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살짝 당황하여 오웬이 대꾸했다.

“지금으로서는 이게 가장 적당한 방법이야.”

이내 온순한 목소리로 시라는 말했다.

“나와 엘리어트 시즈가 나가 있는 동안 남아서 공녀님들을 지켜드려.”

“알겠습니다.”

더 이상 이견을 달지 않고 그가 바로 대답했다.




시라가 밖으로 나오자 세 사람은 곧 여관에서 산을 끼고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길을 따라가 조금 높은 언덕 근처에 도착해 세 사람은 걸음을 멈추었다.


근처에 가까운 마을부터 찾아 볼테니 시간상 이미 이쪽으로 어느 정도는 가까이 오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기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다가 오고 있는 그림자들이 조금씩 보이고 있었다. 그림자들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했다.


“잡히지 않고 숲 쪽으로 유인할 수 있겠어?”

목소리를 낮춘 채 엘리어트가 말했다.

“도망치는 건 자신 있어요.”

발이 빠른 건 일행 중 제일이었으니 염려 말라는 듯 시즈가 그 말에 대꾸했다.


“가봐 그럼.”

엘리어트의 말에 시즈가 곧 길 아래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림자들이 잠시 자리에 섰다. 고함 소리와 뭔가가 부딪치는 마찰음이 나는 듯 하더니 그림자들이 방향을 바꿔 길 가장자리 숲을 향해 조금씩 움직여 들어갔다.


엘리어트는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숲 안으로 들어가는 그림자들을 보았다. 용병단의 수는 백 여명. 말을 해서 물러가게 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하나였다.


“양 쪽에서 맡을까?”

검을 손에 쥐는 엘리어트를 보고 무슨 생각인지 짐작한 시라가 입을 뗐다.

“아니..”

잠시 생각하다가 엘리어트는 말했다.

“넌 지금은 그냥 있는 게 낫겠어.”

아직 글레린의 입장이 확실한 것도 아닌데 지휘관인 시라를 끌어들였다간 나중에 그 뿐 아니라 글레린도 곤란해 질 수 있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아베키 용병단에 손을 대는 건 확실히 조심스러운 일이었고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자신 혼자 나서는 게 나았다.


“괜찮겠어?”

마찬가지로 그 점을 알고 있었는지 잠깐 엘리어트를 보다가 더 나서지 않고 시라가 확인하듯 물었다. 가벼운 투로 들렸지만 기색은 진지했다.

“그래.”

짧게 대답하며 엘리어트가 앞으로 나섰다. 시즈가 용병단을 유인하고 있는 방향을 쳐다보며 그가 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달밤에 숲 한 가운데서, 피냄새와 함께 비명소리가 조금씩 퍼져 나갔다.


엘리어트를 따라온 시라는 숲 한 가운데가 잘 보이는 나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엘리어트의 말대로 자신은 아직 신중해야할 입장이었지만 상황을 지켜보며 여차하면 끼어들 수 있게 대기하고 있다.


나무 위에서 그는 용병들에게 검을 휘두르고 있는 엘리어트를 물끄러미 보았다. 웬만한 기사들도 상대하기 꺼려할 만큼 아베키 용병단은 강했다. 그러나 엘리어트는 그런 그들 전부를 한꺼번에 상대하고 있다.


검은 기사단을 상대했으니 아베키 용병단과 맞서는 건 아마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실력을 보이고 있는 건 놀랍지 않다.

그것보다 그러고 있는 모습 자체가 이질적으로 느껴져 그는 지금 그 점을 의아해 하고 있었다.


시라 역시 이미 몇 번이나 전장을 돌아다닌 경험이 있었으니 사람이 죽는 모습은 익숙했다. 또한 마찬가지로 그도 이미 손에 수많은 피를 묻혔으니 지금 눈 앞에서 엘리어트가 벌이고 있는 일은 그리 놀라운 게 아니어야 했다.


어린 시절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어서 였을까. 그럼에도 지금 저 아래에서 사방에 피를 튀기며 용병들을 살해하고 있는 엘리어트의 모습은 어린 시절과 극명하게 대조되고 있었다.


실력만 봤을 때는 도움이 필요 없을 게 분명했지만 그럼에도 그 모습이 왠지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저 녀석.. 괜찮나.”

아래에 시선을 고정한 채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시라는 용병들을 쓰러뜨리고 있는 엘리어트를 응시했다.







엘리어트의 지시대로 용병들을 유인해 내고 난 뒤 숲 가장자리를 크게 돌아 시즈는 용병들이 지나간 길 뒤쪽으로 빠져 나오고 있었다. 엘리어트를 도울 생각으로 이미 싸움을 시작했는지 피냄새가 날아오는 쪽을 향해 그는 미친듯이 달려갔다.


한참을 뛰어 가던 그는 숲 한 가운데 비어 있는 터가 나오자 자리에 섰다. 빈 터 한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라고는 한 명 뿐이었다. 바닥에 깔린 돌덩이처럼 이미 사방에 시체들이 깔려 있다.

그 한 가운데 마치 유령처럼 혼자 서 있는 엘리어트를 보고 시즈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트의 반(VA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9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1) 14.11.21 1,074 45 20쪽
198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0) +4 14.11.20 1,137 45 16쪽
197 하트의 반(VAN) - 2-20 균열(9) +4 14.11.17 1,462 37 8쪽
196 하트의 반(VAN) - 2-20 균열(8) 14.11.16 1,208 39 22쪽
195 하트의 반(VAN) - 2-20 균열(7) +2 14.11.14 1,409 44 10쪽
194 하트의 반(VAN) - 2-20 균열(6) +2 14.11.13 1,227 43 21쪽
193 하트의 반(VAN) - 2-20 균열(5) +4 14.11.10 1,363 47 11쪽
192 하트의 반(VAN) - 2-20 균열(4) 14.11.09 1,439 53 19쪽
191 하트의 반(VAN) - 2-20 균열(3) +2 14.11.07 1,697 58 14쪽
190 하트의 반(VAN) - 2-20 균열(2) 14.11.06 1,266 53 17쪽
189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 14.11.04 1,779 52 11쪽
188 하트의 반(VAN) - 2-19 조우(5) +10 14.11.02 1,495 55 19쪽
187 하트의 반(VAN) - 2-19 조우(4) +8 14.08.03 1,683 57 19쪽
186 하트의 반(VAN) - 2-19 조우(3) +6 14.07.31 1,540 52 15쪽
185 하트의 반(VAN) - 2-19 조우(2) +2 14.07.28 1,512 53 10쪽
184 하트의 반(VAN) - 2-19 조우(1) 14.07.27 1,618 60 8쪽
183 하트의 반(VAN) - 2-18 전환(3) +2 14.07.25 1,463 57 12쪽
182 하트의 반(VAN) - 2-18 전환(2) +2 14.07.24 1,437 59 11쪽
181 하트의 반(VAN) - 2-18 전환(1) +6 14.07.23 1,599 61 9쪽
180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9) +4 14.07.21 1,567 62 8쪽
179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8) +4 14.07.20 1,314 64 16쪽
178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7) +6 14.07.19 1,816 64 17쪽
177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6) +2 14.07.18 1,526 65 11쪽
176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5) +6 14.07.16 1,429 72 15쪽
175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4) +4 14.07.14 1,589 66 16쪽
174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3) 14.07.13 1,241 71 14쪽
173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2) +6 14.07.11 1,612 63 16쪽
172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1) +13 14.06.15 1,848 70 8쪽
171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0) +2 14.06.13 1,581 66 15쪽
170 하트의 반(VAN) - 2-17 잠행(9) +8 14.06.11 1,710 66 13쪽
169 하트의 반(VAN) - 2-17 잠행(8) +4 14.06.10 1,594 68 17쪽
168 하트의 반(VAN) - 2-17 잠행(7) +2 14.06.08 2,034 68 10쪽
167 하트의 반(VAN) - 2-17 잠행(6) +10 14.06.06 1,841 75 30쪽
166 하트의 반(VAN) - 2-17 잠행(5) +6 14.06.03 2,144 67 10쪽
165 하트의 반(VAN) - 2-17 잠행(4) +4 14.06.01 1,557 69 18쪽
164 하트의 반(VAN) - 2-17 잠행(3) +14 14.05.18 2,124 75 17쪽
163 하트의 반(VAN) - 2-17 잠행(2) +6 14.05.15 1,945 69 17쪽
162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 +12 14.05.11 1,830 69 13쪽
161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8) +10 14.05.06 1,982 79 22쪽
160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7) +30 14.05.04 1,903 93 23쪽
159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6) +14 14.05.01 1,908 86 18쪽
158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5) +14 14.04.30 1,686 79 13쪽
157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4) +14 14.04.29 2,013 76 7쪽
156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3) +18 14.04.27 1,750 75 15쪽
155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2) +17 14.04.24 2,041 77 13쪽
154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1) +11 14.04.22 2,254 80 9쪽
153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0) +8 14.04.20 1,777 83 24쪽
152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9) +12 14.04.17 2,406 76 13쪽
151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8) +12 14.04.16 2,135 79 21쪽
150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7) +13 14.04.15 2,091 79 9쪽
149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6) +6 14.04.13 2,160 74 14쪽
148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5) +8 14.04.05 2,338 79 15쪽
147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4) +12 14.04.03 1,944 73 15쪽
146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3) +4 14.04.03 2,140 69 13쪽
145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2) +4 14.04.01 2,257 70 9쪽
144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 +2 14.03.31 3,234 183 11쪽
143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7) +8 14.03.29 2,088 75 13쪽
142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6) +6 14.03.28 1,874 68 10쪽
141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5) +10 14.03.26 1,780 65 7쪽
140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4) +2 14.03.25 2,371 170 16쪽
139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3) +4 14.03.24 2,204 65 15쪽
138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2) +8 14.03.22 2,597 65 12쪽
137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1) +8 14.03.21 2,367 75 12쪽
136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5) +10 14.03.20 2,438 82 8쪽
135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4) +16 14.03.19 2,135 75 7쪽
134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3) +4 14.03.19 2,248 83 15쪽
133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2) +6 14.03.18 2,483 76 16쪽
132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1) +14 14.03.17 2,835 82 18쪽
131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6) +6 14.03.15 2,319 76 11쪽
130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5) +10 14.03.14 2,658 75 8쪽
129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4) +6 14.03.13 2,734 85 15쪽
128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3) +6 14.03.12 2,648 86 14쪽
»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2) +12 14.03.11 3,049 84 20쪽
126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1) +6 14.03.10 2,903 76 18쪽
125 하트의 반(VAN) - 2-12 쉐네드 +6 14.03.09 3,010 75 15쪽
124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3) +12 14.03.06 2,888 85 27쪽
123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2) +20 14.02.25 2,548 89 10쪽
122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1) +23 14.02.23 2,761 93 11쪽
121 하트의 반(VAN) - 2-10 글레린(2) +10 14.02.21 2,438 98 17쪽
120 하트의 반(VAN) - 2-10 글레린(1) +10 14.02.19 2,639 114 15쪽
119 하트의 반(VAN) - 2-9 아스드(2) +17 14.02.16 3,409 107 18쪽
118 하트의 반(VAN) - 2-9 아스드(1) +16 14.02.13 3,382 113 12쪽
117 하트의 반(VAN) - 2-8 아쉬 +16 14.02.11 3,056 110 13쪽
116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8) +23 14.02.09 2,644 119 17쪽
115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7) +9 14.02.09 2,760 111 16쪽
114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6) +20 14.02.07 2,791 109 19쪽
113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5) +12 14.02.06 3,226 114 15쪽
112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4) +9 14.02.04 3,299 103 10쪽
111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3) +22 14.02.03 2,907 95 9쪽
110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2) +12 14.02.02 3,128 111 16쪽
109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1) +16 14.01.30 3,154 113 15쪽
108 하트의 반(VAN) - 2-6 전조(5) +6 14.01.29 3,014 117 11쪽
107 하트의 반(VAN) - 2-6 전조(4) +7 14.01.29 2,934 115 18쪽
106 하트의 반(VAN) - 2-6 전조(3) +7 14.01.27 3,113 114 10쪽
105 하트의 반(VAN) - 2-6 전조(2) +16 14.01.26 3,512 111 14쪽
104 하트의 반(VAN) - 2-6 전조(1) +13 14.01.19 4,156 118 21쪽
103 하트의 반(VAN) - 2-5 시마르(2) +9 14.01.16 3,340 116 11쪽
102 하트의 반(VAN) - 2-5 시마르(1) +13 14.01.15 3,686 110 17쪽
101 하트의 반(VAN) - 2-4 재회(6) +19 14.01.13 3,426 126 6쪽
100 하트의 반(VAN) - 2-4 재회(5) +29 14.01.12 5,115 133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