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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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레스니악(8)
며칠이 지났다.
레스니악에서의 싸움 후 엘리어트와 병사들은 다시 네바렌으로 돌아왔다. 천 여 명의 병사들 중 살아 남은 병사는 대략 육백 정도. 다치지 않은 병사는 거의 없었고 중상을 입은 병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며칠 동안 각 초소 인근 병사들 숙소에서 다들 상처를 치료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초소를 돌며 치료중인 병사들을 살펴보고 엘리어트는 다른 초소로 가고 있었다. 걸어가는 그의 팔과 어깨에도 붕대가 감겨 있다. 그 역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평소처럼 아무 내색도 없이 그는 동쪽 탑을 향해 걸어갔다.
검은 기사단이 기하의 족이라는 게 알려진 이후 북쪽 지방은 크게 술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정체를 들킨 랭더발은 갑자기 침묵에 빠졌다.
랭더발이 전쟁에 기하족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북쪽 지방 전체를 들썩이게 할 만한 일이었고 이 모든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각 혈맹국 대표들이 막 수도로 떠났다는 걸 릴을 통해 들었다.
앞으로 상황은 더 복잡해 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엘리어트는 문을 열고 동쪽 탑으로 들어섰다.
안에 놓여 있는 길다란 평상에 부상을 입은 여러 병사들이 붕대를 감은 채 누워 있었다. 그들 각자를 눈으로 확인하며 엘리어트는 평상의 제일 끝까지 걸어갔다.
“엘리어트.”
가까이 온 그를 보고 평상 끄트머리에 걸터 앉아 있던 시즈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너희는 괜찮아?”
시즈를 비롯한 가슈와 아비크 길더가 거기 있었다.
“저는 괜찮지만..”
이번 싸움에서 다친데가 별로 없는 시즈가 그 말에 난감한 기색으로 대꾸했다. 혼자서 멀쩡하니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 보다 그는 지금 오히려 마음이 불편한 상태였다.
“저나 시즈는 별 거 아니에요.”
가슈가 옆에서 대답했다. 그러나 절벽 위로 다시 올라온 검은 기사들을 상대하면서 가슈 또한 가슴과 어깨에 제법 큰 부상을 입었다.
엘리어트는 평상 한 쪽에 누워 있는 길더 쪽을 보았다.
“어때?”
심하게 다쳐 길더는 레스니악 밖으로 나오자마자 의식을 잃고 하루가 지나 겨우 깨어났다. 지금은 잠 들어 있는 상태다.
“괜찮을 거에요.”
숨소리도 없이 자고 있는 길더를 내려다 보며 가슈는 말했다.
“후유증은 남겠지만, 원래 양손잡이인 녀석이니까.”
싸움 도중 거의 한 쪽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이 녀석이면 후유증 남는다고 그 실력이 줄 것 같지도 않고.”
잠깐 길더를 보다가 그는 맞은편 평상쪽에 있는 아비크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넌?”
“이거 외엔 별 거 없습니다.”
붕대를 감고 있던 한 쪽 팔을 들어올려 보이며 아비크가 대꾸했다.
“다들 무리하지 말고 상처가 나을 때까지 쉬도록 해.”
“남말 할 거 없이 엘리어트야 말로 쉬어야 하는 거 아니예요?”
엘리어트의 팔과 옷사이로 보이는 하얀 붕대를 보며 아비크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지금 제일 말이 아닐 텐데.”
그야 말로 수많은 기사들을 상대했고 그만큼 외상을 입었을 것이다.
“나도 별 거 없어.”
그러나 평소의 기색으로 대꾸하며 엘리어트는 다시 길더를 내려다 보았다.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다시 숙소 안의 문이 열렸다.
“엘리어트.”
릴이 안으로 들어왔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며 예를 갖추자 됐다는 듯 손을 들어보이며 방안에 있던 엘리어트를 향해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공작님께서 찾으신다.”
고개를 끄덕해 보이고는 곧 몸을 돌려 엘리어트가 그를 따라 나섰다.
“무슨 얘기 하려는 걸까?”
직접 와서 엘리어트를 데려가는 릴을 보고 뒤따라가는 엘리어트의 뒷모습을 보며 의아하다는 듯 시즈가 중얼거렸다.
“무슨 얘기 겠냐?”
아비크가 대꾸했다.
“랭더발을 처음으로 물리친 데다가 그게 기하 족이란 걸 밝혔으니, 포상이 두둑하지 않겠어?”
그날 싸웠던 기사단이 기하의 족이라는 건 이미 모두 알고 있다. 잠깐 생각하는 얼굴로 아비크는 말을 이었다.
“포상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 공이면 당장 네바렌의 행정관 중 한 자리까지 올린다고 해도 공작님 주변 노친네들이 아무 말 못할걸.”
시즈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정말 그렇게 되는 거야?”
“세운 공을 생각하면 그럴 지도 모른단 거지.”
“우와~”
“감탄할 거 없어.”
탄성을 자아내는 시즈를 보고 앉아 있던 자리에서 자세를 바꾸며 가슈가 말했다.
“네바렌 입장에서야 그렇겠지만 대장 입장에선 다를 테니까.”
“무슨 소리야?”
“그냥 그럴 것 같아서.”
말하던 중 가슴에 통증이 와 살짝 찡그리며 가슈는 덧붙였다.
"궁금하면.. 뭐, 대장 오면 직접 물어보면 되고."
"뭐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투덜대던 시즈는 가슈가 여전히 찡그리고 있는 걸 보았다.
"아파? 아직도."
"아니야."
조심스럽게 묻는 소리에 신경 쓰지 말라는 듯 가슈가 대꾸했다.
그래도 계속 걱정스러운 듯 그를 보다가 시즈는 그 날의 싸움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다들 부상이 심각한 가운데 자신만 무사했던 건 후방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만한 나무들과 어두운 습지. 장소의 잇점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게 자신들에게는 천운이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 피냄새는 뭐였을까?"
문득 생각이 나 시즈는 중얼거렸다.
"글쎄."
가슈는 랭더발만큼 신경에 거슬리던 그 장소의 스산함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게 뭐였는지 알게 되기 전에 싸움이 끝난 게 어쩌면 다행이었을 지도 몰라."
여전히 통증이 오는 옆구리를 손으로 짚고 자세를 바꾸며 그가 덧붙였다.
레스니악으로 가기 전 공작과 마주했던 방에서 엘리어트는 다시 공작의 뒤에 서 있었다. 포상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을 거라는 가슈들의 생각과 달리 방안 분위기는 레스니악으로 떠나기 전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이 모든 일을 밝힌 네바렌은 영주들 사이에서 제법 묵직한 존재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평판을 가지게 된 것과 달리 공작의 얼굴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내게 할 말이 있을 거다.”
이윽고 조용히 공작이 입을 뗐다. 엘리어트는 가만히 있었다.
“랭더발을 끌어내기 위해 저희들을 희생양으로 삼으셨습니다.”
잠시 후 천천히 그는 말했다.
“전략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말하는 목소리가 담담했다.
“하지만 그 병사들이 이 이상 네바렌에 남아 있을 순 없을 겁니다.”
그들은 이미 한 번 버려졌다고 생각한다. 남는 쪽도 받아들이는 쪽도 예전처럼 서로를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양쪽 모두에게 이미 부담이었다.
그런 말이 나올 줄 알고 있었는지 별로 놀라지 않은 기색으로 있다가 이윽고 공작은 엘리어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너는 어쩔 셈이냐?”
공작이 물었다. 잠시 그의 시선을 마주 하다가 곧 엘리어트는 대답했다.
“제게 병사들에 대한 책임을 지우셨습니다.”
조금이나마 그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보냈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그 소임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을 떠난다고 해도 병사들이 당장 갈 곳이 있는 게 아니다. 실력 좋은 병사들은 어느 영주국으로 들어가 갈 수도 있지만 대다수 일반 병사들을 다 받아줄만한 영주국은 많지 않았다.
레스니악에서의 싸움에서 이긴 이유는 결국 자신을 믿고 싸워준 병사들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게 자신이 할 일이라고 엘리어트는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가 너에게 내 자리를 내어 줄 생각이다.”
병사들과 함께 떠나겠다는 엘리어트의 뜻에 가메인 공작은 조용히 말했다.
“그만한 보상으로는 바뀌지 않을 것이냐?”
엘리어트는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 대답 없음이 곧 대답이라는 걸 공작도 엘리어트도 알고 있었다.
“네 심성을 간과한 나의 실수구나.”
잠시 후 나직하게 공작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금 결정하지 말고 한 번 더 생각 해보거라 엘리어트.”
바로 허락하지 않으며 공작은 다시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오랜 정을 생각해 말이야."
나직히 덧붙이는 소리에,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엘리어트는 그대로 잠시 그의 뒤에 서 있었다.
며칠이 더 지난 어느 날.
동쪽 탑 안으로 들어오다가 시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있는 길더를 보았다.
“일어났네.”
반색을 하며 그가 평상 앞으로 뛰어 갔다.
“조금 전에.”
미소 지으며 길더가 그를 맞이했다. 열이 높아 계속 잠을 자던 그는 이제 열도 내리고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상태였다. 그 동안은 잠깐씩 깨어 있을 뿐이었지만 지금은 앉아있을 정도는 된 것 같았다. 얼굴에도 어느 정도 홍조가 돌았다.
“뭐 좀 가져다 줄까?”
“먹었어. 방금 전에.”
방금 전에 성안 시녀들이 가져다 준 죽을 좀 먹었다.
“이 자식한테는 시녀들이 수시로 먹을 걸 갖다 주려고 하니까 걱정할 거 없어.”
그래서인지 그나마 혈색이 돌아온 것 같은 길더를 보며 아비크가 퉁을 놓았다.
“그게 다 타고 나는 거에요.”
웃으며 길더가 응수했다.
“그러니까 얼굴은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고요.”
한 손으로 그는 얼굴 양쪽을 쓸어 냈다.
“난 이게 밑천이니.”
“검 쓰는 놈이 그게 왜 밑천이야?”
“여자들한테요.”
싱긋 웃으며 대꾸하는 소리에 아비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멀쩡해지긴 했나 보네 진짜.”
“그러게.”
미소진 채 옆에서 가슈도 끄덕였다.
“근데.. 늬들 들었어?”
조금 망설이며 시즈는 말했다. 사실 그는 방금 전 성안에 도는 소문을 주워 듣고 조금 놀란 상태로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대장 말이야.”
좀 망설이며 그는 말했다.
“네바렌에서 나간다는 소리가 돌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레스니악에서 돌아온 병사들이랑 네바렌을 떠난단 말이 나오나봐.”
세 사람이 시즈를 쳐다보았다.
“잘못 들은 거 아냐?”
납득이 안가는 얼굴로 아비크가 되물었다.
“그런 것 같진 않아.”
자신도 긴가민가 하지만 조금 전에도 토비어스를 비롯해 병사들 몇 명이 엘리어트를 찾아 우르르 몰려 가는 것을 보았다.
“정말일까? 갑자기.”
“설마.”
셋이서 그렇게 숙덕거리는 와중에도 평상 끝에 앉아 있는 가슈는 별로 놀라지 않은 기색이었다.
사실 그 역시 레스니악에서 살아 돌아온 병사들이 이 이상 네바렌에 있는 건 아마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병사들은 이미 네바렌을 불신할 것이다. 미끼로 내던졌으니 언제 또 다시 그렇게 될 지 모른다는 느낌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해도 병대에 묶인 몸이니 함부로 이탈하는 건 어려울 거고 그래도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엘리어트까지 나간다는 얘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포상 받을 줄 알았는데..”
이런 상황이 뜻밖이라 시즈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갑자기 왜 이렇게 되는 거지?”
“포상 얘기도 있었겠지. 떠난다는 걸 보니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이지만.”
그 말에 가슈가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야.”
정말 이런 결정이 나올 줄은 몰랐다.
“정말 그런 거면 포상도 거부하고 떠난다는 데 그럼 그게 대단한 거냐? 미친 거지.”
아비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보통 기회가 아니었을 텐데..”
“네 생각처럼 출세에 목매는 사람은 아니었나 보지 뭐.”
“이 일 아니어도 진작 그건 알고 있었어.”
“다 죽어가는 줄 알았는데,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그렇게 떠들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목소리가 날아 들어왔다. 고개를 돌리니 레이가 안으로 걸어들어 오고 있었다.
“레이.”
그를 보고 시즈가 반가운 얼굴이 되었다. 편지를 보내 준 레이는 돌아오니 네바렌에 없었다.
"웬 일이야?"
“웬 일은. 못 올 데 왔냐?”
“그게 아니라..”
시즈가 반색했다.
“우리 걱정되서 왔어?”
"그렇지 뭐."
자신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살짝 찡그리며 그는 말했다.
“괜찮아? 너희.”
“나는 괜찮은데 얘들은...”
시즈는 방안에 있는 세 사람쪽을 보며 말을 흐렸다. 여기 저기 붕대를 감고 있는 세 사람을 보며 레이는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 말 안 듣더니..”
못마땅한 듯 그는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꼴 들 하곤.”
“이제 네 말 들어야 한다는 거 알았으니까..”
사람 좋은 기색으로 가슈가 말했다.
“다음에도 부탁해.”
“뭐하러? 어차피 그러나마나 늬들 마음대로 할텐데.”
무뚝뚝한 대꾸에 가슈가 피식했다.
“좌우간 우리 도우려고 거기까지 연락 해주고.”
의자에 앉아 있던 아비크가 앞으로 몸을 일으키며 그러고보니 생각이 난 듯 말했다.
“너 때문에 살긴 했다.”
“됐어.”
그런 인사는 달갑지도 않은 듯 시큰둥하게 레이는 대꾸했다.
“근데 여기 왜 온 거야? 정말 우리 보러?”
“그것도 있고.”
가슈의 말에 의외로 크게 부정하지 않고 레이는 말했다.
“다른 일도 있고.”
“다른 일 뭐?”
그 말에 바로 대꾸하지 않고 레이는 가슈를 향해 물었다.
“엘리어트가 네바렌에서 나간다는 거 진짜야?”
가슈는 눈을 크게 떴다.
“우리도 방금 들었는데 벌써 너한테까지 소식이 들어갔어?”
“진짜구나.”
가슈의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레이는 곧 말했다.
“나 잠깐 대장 좀 보고 올게.”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는 레이를 보고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시즈의 말대로 네바렌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떠나고 싶은 병사들은 떠나도 좋다는 말이 나온 후 레스니악에서 돌아온 병사들은 거의 대부분 떠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하고 있었다.
떠나기로 결정은 되었지만 어떻게 될 지 불안했는지 토비어스를 비롯해 병사들이 하루 이틀 새 계속 엘리어트를 찾아와 엘리어트는 수시로 그들과 얘기 중이었다. 조금 전에도 병사들이 찾아와 얘기를 마치고 돌아갔는데 그들이 나가자 마자 레이가 안으로 들어왔다.
“얘기 들었어요. 네바렌에서 나간다고.”
들어오자 마자 곧장 레이는 말했다.
“아.. 그래.”
대꾸하다가 문득 생각난 듯 엘리어트는 그를 향해 말했다.
“너 때문에 레스니악에서 대비 할 수 있었어. 고맙다 레이.”
“됐어요.”
좌우지간 그런 인사는 영 껄끄러워 조금 전처럼 무뚝뚝하게 대꾸하며 그는 다시 물었다.
“이제 어쩔 거에요?”
“글쎄. 아직 정한 건 없어.”
네바렌을 나가는 건 확실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 엘리어트로서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럼..”
오히려 잘됐다는 듯 레이가 중얼거렸다.
“거기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져 볼래요?”
“무슨 뜻이야?”
“내가 누구랑 같이 왔는데.. 그 사람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해요.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거에요.”
레이는 말했다.
“사실, 밖에서 지금 기다리는 중이고요.”
그렇게 말하는 그를 엘리어트가 잠시 보았다.
성문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열 명의 호위병들이 둘러 싸고 있는 마차 한 대가 있었다. 레이의 안내로 그곳으로 온 엘리어트는 마차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마차로 간 레이가 작은 창을 향해 뭐라고 말을 하자 곧 마차 문이 열리고 안에서 누군가 밖으로 나왔다.
엘리어트는 마차에서 나와 자신의 앞으로 걸어 나오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의 앞에 서서 곧 손을 올려 여자가 쓰고 있던 두건을 머리 뒤로 넘겼다. 밝은색 빨강 머리가 부드럽게 어깨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럼 얘기들 하세요.”
여기까지면 할 일 다 했다는 듯 두 사람에게서 등을 돌리며 레이가 저쪽으로 사라졌다.
엘리어트는 걸어가는 레이쪽을 쳐다보았다.
“이엘 트슈레프라고 합니다.”
그러다 여자가 입을 열자 그의 시선이 곧 그녀쪽을 향했다.
“실례를 무릅쓰고 반트 군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네쉬하트 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조용하고 품위가 있다.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십니까? 공녀님.”
담담하지만 정중한 음성으로 엘리어트가 물었다. 여자가 조금 의아한 얼굴을 했다.
“저를 아시나요?”
“트슈레프라는 이름을 모를 만큼 이 북쪽 지방에 짧게 있진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알고 있다면 길게 얘기할 수고는 덜겠다고 이엘 트슈레프는 생각했다.
“그럼.. 용건을 곧장 말씀드려도 되겠요.”
그녀는 말했다.
“저와 함께 아스드로 갔으면 합니다.”
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을 엘리어트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스드의 영주님께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엘리어트를 향해 상냥한 기색으로 그녀가 말했다.
- 작가의말
아스드로 스카웃 제의 받는 엘리어트.. 이것 때문에 번외편(특히 5편)을 읽어 주십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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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고 죄송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글을, 읽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여러 지적(오타나 단어 지적을 제외한)과 좋지 않은 댓글들이 섭섭지 않게 올라옵니다..
그런 댓글이 달리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수정해 보겠다고 하고 또 수정은 못하더라도 여기서는 좀 지나친가 싶어서 생각이라도 한 번 더 해보곤 합니다. 물론 납득이 안가면 저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두긴 합니다만..
그런데 요즘 그날 글을 써서 그날 올리다보니 지적을 받아도 거기에 대해서 할 말이 없습니다. 1부를 쓸 땐 그래도 글에 대해 나름 파악은 하고 있었는데 요즘에는 줄거리는 생각한 대로 쓰고 있지만 이게 지금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지 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적을 받아도 그게 옳은 지적인지 아니면 제 입장에서 그냥 배제해도 되는 지적인지 판단이 안 됩니다. 물론 지적은 2부 뿐 아니라 1부도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만..
댓글에 휩쓸리지 말라고 추천해주신 분도 말하셨는데 반복적으로 안 좋은 댓글들을 보다보니 저도 사람인지라 흔들리네요..
항상 애정을 갖고 응원해주시는 백미천사님이나 빈츠님 초보아저씨님 한천님 그리고 그 외 많은 분들께는(당장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못썼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역시 안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원래 하던 대로 월,수,금 3회만 일단 올리겠습니다. 다시 의욕이 생기면 그 때 늘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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