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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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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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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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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2.0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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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6)

DUMMY

2.7 레스니악(6)



지금 앞에서 말하고 있는 지휘관은 기사가 아니다. 듣기로는 귀족도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자신들을 향해 말하는 목소리에는 어떠한 권위적인 느낌도 위압감도 없었다.

표정은 진지했고 말하는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솔직했다.


병사 토비어스는 마흔 두 살이 될 때까지 네바렌 병대에서 십 수년 간을 보낸 남자였다. 실력이 고만고만해 지금껏 크게 위로 치고 올라가진 못했지만 불만은 전혀 없었고 그저 제 할 도리나 하면서 목숨 부지하고 조용히 지내면 된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이라는 게 무시 못 할 훈장이라 어쩌다 보니 일반 병사들 사이에서 나름 큰 형님 취급당하며 무슨 일이 있으면 곧잘 앞으로 떠밀리곤 했다.


조금 전에도 뭔가 분위기가 수상하다면서 옆에 있던 병사들이 등 떠미는 통에 반 강제적으로 앞으로 나와 지휘관에게 얘길 묻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듣게 된 말이 결국 속편한 내용은 아니고.




엘리어트라는 지휘관의 말은 간단했다. 저 아래 늪지 바로 너머에 이곳의 절반정도 되는 크기의 터가 있다. 그리로 가려면 어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길다란 늪을 통과해야 했으니 그쪽으로 유인해 싸워보자는 것이었다.


“그게 답니까?”

고작 늪에 빠지길 바래보자는 건가 싶어 잠깐 넋놓고 있다가 겨우 토비어스가 다시 물었다.

“그 외에 여기보다는 이용할만한 게 있으니..”

늪지 바로 앞쪽만 확인했지만 여기보다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 아니어서 몸을 숨길 만한 곳은 더 있었던 걸 생각하며 엘리어트는 대답했다.

“어떻게 할 진 가서 정할 겁니다.”

조금 전 장소와 위험 요소가 없는지만 대충 확인하고 올라왔다. 피냄새는 있었지만 적어도 가까운데서 풍겨 오는 건 아니었는지 그 장소에 맹수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말하는 엘리어트를 토비어스는 멍하니 보았다. 그러다가 무의식적으로 그가 한 손으로 머리를 마구 문질렀다. 거쳐 간 지휘관만 해도 수십 명이었고 같이 싸우다 죽은 동료만 해도 수백 명이었으니 실력은 고만고만해도 그도 지휘관을 알아 보는 눈 정도는 있었다.


여기 엘리어트라는 이 젊은 지휘관은 그의 감으로 적어도 완전히 못 믿을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말이 너무 짧고 설명이 부족했다.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대체.’

“길게 설명해 봤자 소용 없습니다 토비어스. 지금 그럴 시간도 없고.”

그의 생각을 알았는지 엘리어트가 다시 말하고 있었다.

“어쨌든 내려가 볼 수밖에 없어요. 여기 가만 있다간 이길 확률이 희박합니다.”

토비어스는, 그의 입에서 이길 확률이란 말이 나온 것도 놀라웠지만 이 와중에 그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게 더 놀라웠다.

“병사들 사이에 큰형님으로 여겨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엘리어트는 말했다.

“이 상황을 잘 전해 주면 합니다.”

서로 쌓은 시간이 부족한 병사들에게 그가 말해봤자 일부라면 몰라도 모두를 설득하긴 어려울 것이다. 토비어스 같은 남자가 중간에서 말을 잘 해준다면 좀 더 병사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

“정말로.. 이길 작정으로 싸우는 겁니까?”

조심스럽게 토비어스가 다시 물었다.

“말했잖습니까. 우린 살아남을 거라고.”

대답하는 목소리가 담담하지만 확고하다.

“이길 겁니다. 우리가.”


엘리어트를 보다가 토비어스는 잠깐 생각하는 기색이 되었다. 곧 그가 다시 머리를 박박 문질렀다.

“알겠습니다. 까짓 거..”

이판사판 해보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엘리어트를 쳐다보았다.

“맡깁니다 그럼.”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지금까지의 지휘관에게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소리를 그가 소리내어 말했다. 그리고는 곧 몸을 돌려 허둥지둥 뛰어갔다.





“아비크. 길더.”

토비어스와 나머지 남자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 자기네들끼리 뭐라고 얘길 나누고 있는 것을 보며 엘리어트는 두 사람을 불렀다. 아비크와 길더가 앞으로 왔다.

“따라온 자들 중에 웬만큼 실력 있는 용병들이 얼마나 되지?”

두 사람이 잠깐 생각했다. 여기까지 온 용병들은 대략 삼백 남짓.

“그럭저럭 대충 백 가까이요.”

대부분 얼굴이나마 아는 녀석들이었고 그 중 실력이 괜찮다고 볼만한 자들은 그 정도 섞여 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길더도 동의한다는 듯 끄덕였다.

“그 중 발이 빠른 자들 위주로 인원을 꾸려봐. 반은 아래로 내려가고 나머지 반은 나하고 같이 여기서 랭더발을 유인할 거야.”

“네.”

“알았어요.”

두 사람이 끄덕이자 엘리어트는 옆에 있는 가슈를 보았다.

“궁병들과 함께 절벽 위에서 대기하고 있다 후방을 맡아 가슈.”

“네.”

따라온 궁병들의 수는 이 백. 그들 중 반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가슈가 궁병들 쪽으로 몸을 돌리자 엘리어트는 토비어스가 뛰어간 병사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앞서 말을 나누었던 용병과 병사들이 말을 전하자 병사들은 동요했다. 다행히 토비어스 들이 중간에서 말을 잘 전했는지 동요하면서도 그들 역시 방법이 없다는 걸 이해했고 그리고 일단 싸워보자고 마음을 정하는 듯 했다.


결정 됐으면 이제 서둘러야 했다.





밧줄 수십 개가 동시에 떨어지며 절벽 아래로 길게 늘어뜨려 졌다. 선두에서부터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최대한 빨리 그들은 아래로 내려갔다.

병사 팔백 명이 먼저 아까 엘리어트와 시즈가 섰던 장소에 내려왔다. 몰랐는데 늪지 앞쪽 뿐 아니라 뒤쪽에도 제법 터가 넓게 이어져 있었다.


횃불을 밝힐 때 쓰는 기름이 든 가죽 주머니는 혹시 모르니 사용하지 않아야 했다. 늪 가장자리 위치를 확인할 때 켠 하나의 횃불이 꺼지자 그 다음부터 그들은 어둠 속에서 움직여야 했다. 어둠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가. 하지만 그것은 저쪽에게도 이쪽에게도, 독이 될 수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윽..!”

늪지를 건너다가 어둠에 익숙하지 못한 병사 한 명이 발을 헛딛고 아래로 빠졌다. 그 순간 뭐가 잡아당기기라도 한 듯 더욱 아래로 휩쓸리는 병사를 뒤에서 엘리어트가 잡아 위로 끌어 올렸다.

“뭐가 있어요.”

위로 들어 올려지자 잠깐 숨을 고르며 그러면서 병사가 말했다.


발이 늪에 빠지는 순간 뭔가 두껍고 길다란 것이 발을 스치고 지나가는 걸 느끼고는 병사의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엘리어트는 여전히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늪지 한 가운데의 소용돌이를 보았다. 어쩌면 저것은 여기 사는 무언가가 움직이며 만드는 소용돌이 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싸움에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그리고 자신들이 이용할 수 없는 무언가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지만, 지금으로선 저대로 끼어들지 말고 가만 있어주길.






중간에 몇 명이 늪으로 빠질 뻔 하는 것을 보고 다들 벽에 바짝 붙어 이동해서 인지 그 뒤로 반대쪽에 도착할 때까지 다행히 진짜 로 늪에 빠진 병사는 나오지 않았다.


늪지를 건너 반대에 있는 굳은 땅으로 내려올 때쯤 다들 어둠도 조금씩 눈에 익어 있었다. 완전히 캄캄한 어둠은 아니어선지 어느 정도 사방을 분간할 정도는 되었다.


제일 먼저 늪을 건너와 아비크는 싸움터가 될 장소를 둘어 보았다. 위에 있는 풀밭보다 반 정도 되는 크기로 마찬가지로 가장자리에 크고 작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 있었다. 그 중 크기가 큰 나무들을 보자니 어찌나 웅장한지 급박한 와중에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둘레가 장정 서른 명은 있어야 둘러싸일 것처럼 보인다. 그것도 모자라 나무들끼리 서로 똬리를 튼 것처럼 엉겨있었다.




“엘리어트.”

바닥으로 내려선 병사들이 다들 잠깐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근처를 확인하고 있던 길더는 개중 크기가 작고 색이 거무스름한 나무 한 쪽을 긁어보며 코에 대고 냄새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거 기름이에요.”

아주 드물지만 기름이 나오는 나무 종류가 있다.

보통은 날이 따듯한 곳에서 주로 자라는데 어찌된 일인지 지금 여기에서도 몇 그루 보였다. 남쪽 영주국 출신인 길더의 마을에도 비슷한 종류가 있어 그도 어느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았다.


“잘 하면 이용할 수도 있겠어요.”

손에 묻은 기름 얼룩을 문지르며 길더가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찾아서 병사들에게 준비시켜 봐.”

“네.”

엘리어트의 말에 그가 끄덕였다.








“피냄새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

길더가 병사들과 함께 기름이 나오는 나무 몇 그루를 찾는 동안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사방을 보며 시즈가 중얼거렸다. 아까보다 피냄새는 훨씬 더 짙어져 있었다. 마치 어딘가에서 뭔가가 이쪽으로 조금씩 다가오는 것 같다.

“어차피 여기서 보이는 건 없잖아.”

어디 몸을 숨길 데가 없나 주위를 보던 아비크가 옆에서 말했다.

“그럼 적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좀 되지 않겠어?”

“그렇게 믿고 있다 우리가 사단날 까봐 그러지.”


적도 적이지만 여기 있다가 정말 뒤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그것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무들 너머 잘 보이지 않는 어슴푸레한 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가 시즈는 문득 눈 앞에 있는 거대한 교목을 다시 올려다 보았다.

“생각보다 낮네.”

둘레가 끝이 없어 거기 정신 파느라 몰랐는데 높이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앞으로 뛰어가 시즈는 나무를 올려다 보았다. 둘레가 넓은만큼 여러 명이 밟고 올라가 숨어 있기도 용이해 보인다.

“노포용 활 만들 수 있어 아비크?”

그 위에 양 쪽으로 넓게 벌어져 있는 가지를 보며 시즈가 물었다.

“포목판 다듬던 실력으로 대충은 할 수 있지.”

옆으로 다가와 아비크는 시즈가 보고 있는 쪽을 올려다 보았다.

“왜?”

“저걸 이용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시즈가 손으로 가리키는 나무 위를 보며 아비크는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니...”

일손을 얻기 위해 그가 모여 있는 병사들 쪽으로 몸을 틀었다.











아래로 내려간 병사 팔백이 준비하는 동안 엘리어트는 다시 풀밭으로 올라왔다.


절리벽과 낭떠러지 사이의 풀밭은 100아드 정도. 대략 쉰 마리의 말이 일렬로 섰을 때 해당하는 길이다.


엘리어트를 비롯해 발이 빠른 용병과 병사, 백여명이 여기서 기사단을 기다릴 것이다. 다른 백명의 궁병들은 절리벽을 올라가 위에서 매복. 나머지 병사들은 지금 준비하는 곳에서 싸움을 기다린다.


싸움터로 정한 늪지 저쪽은 여기보다 더 스산하고 피냄새까지 베어 있는 곳이다. 어쩌면 또 다른 위험요소가 있을지 몰랐지만 투석기나 노포 같은 무기도 없이(그것들은 다른 영주국에서 가져 오는 줄 알고 있었으므로), 그들은 오직 인술로 랭더발과 싸워야 했으니 지금 일일이 모든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엘리어트는 자신과 함께 풀밭에 남아 있는 용병들 쪽을 보았다. 랭더발을 늪지쪽으로 유인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선발대들 사이에는 살짝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 싸움에 익숙했으니 어설프게 실수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풀밭에서 몸을 풀며 잠시 후 있을 싸움을 기다리고 있는 용병들을 지나쳐 엘리어트는 혼자서 절리벽 가까이 다가섰다.













“놈들이 생각대로 움직일까요?”

병사들이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반대로 절리벽 위를 기어 올라온 가슈 일행은 절리벽 위에서 엎드린 채 저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기척을 죽인 채 그들은 여기 숨어 있을 것이다.

“그러길 바래야지.”

절리벽 위로 올라온 엘리어트가 그 말에 대꾸하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태양이 가까워 여기는 주변이 밝다. 정오가 다 되었다. 이제 곧 랭더발이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아까, 그런 말 했다고 돌아가면 처벌 받는 건 아니죠?”

농담처럼 가슈가 물었다.

“도망치자고 한 거.”

“그럴 생각은 없지만, 앞으로 다시 또 날 떠본다면 또 모르지.”

무슨 의도로 한 말이었는지 알고 있었는지 엘리어트가 하는 소리에 가슈는 어깨를 움츠렸다.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소리에 엘리어트는 그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진짜로 내가 그러자고 했다면 아마 너한테 제일 먼저 칼을 맞았겠지.”

“설마요.”

피식 웃지만 그러나 그 말에 별로 당황한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당신이 그런 지휘관이 아니어서 안심했어요.”

가슈는 말했다.

“난 대장이 마음에 드니까.”

“그거 고맙다고 해야 하나.”

말하던 엘리어트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저 멀리 절리벽 아래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온다.”

나직히 엘리어트는 말했다.


가슈가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절리벽 사이 통로 중간쯤 무언가가 이쪽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얼마나 되 보여요?”

아직 거리가 가깝지 않아 가슈는 눈을 가늘게 떴다.

“천? 이 천?”

“삼 천.”

움직임을 눈으로 가늠하며 엘리어트는 말했다.

“대략.”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 이쪽이 세 배라고 해도 어려운 판에..

“후방 지원 확실히 해.”

“알았어요.”

이미 물러설 수 없는 싸움에 각오를 다지며 가슈는 대답했다. 몸을 돌려 엘리어트는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는 절벽 아래로 뛰어 내려 갔다.










아래로 내려와 랭더발의 도착을 알리자 용병과 병사들은 무기를 손에 쥐었다. 눈으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리에 있으니 도착하려면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땅의 울림이 이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느끼며 엘리어트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오래 시간 끌지 않고 아래로 유인하는 겁니다.”

예기치 않게 이곳에서 길게 맞붙는 걸 경계시키자 용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에서 지휘관의 명령을 따르는 중요성에 대해서는 말 안해도 잘 알만큼 경험이 풍부한 사내들이었으니 엘리어트의 지시대로 랭더발을 유인하는데만 신경을 쏟을 것이다.



병사들 중 반이 중간에서 준비를 하자 남은 오십 여명의 용병들과 함께 엘리어트는 절리벽 옆으로 갔다. 그들은 그대로 절리벽 측면에 등을 대고 섰다. 땅의 울림을 감지하며, 모두 조용히 기다렸다.


둔탁한 땅의 진동이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그것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음이 느껴지는 찰나 절리벽 사이에서 검은 갑옷의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두에서 들어오던 검은 기사단이 먼저 본 것은 풀밭 중간쯤 서 있는 오십 여명의 용병들이었다. 그들의 손에 들린 화살을 기사단이 알아채는 순간 벽근처에 숨어 있던 용병들이 옆에서 달려 나왔다.


기습에도, 기사들은 조용했다. 어쩌면 눈치를 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중에도 없는 기색으로 그들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남자들을 보고 있었다.


그 선두에 엘리어트가 있었다.

엘리어트의 검이 맨 앞에 서 있던 남자의 검에 부딪쳐 들어가고 연이어 양쪽에서 검을 날렸다. 그 솜씨에 기사들의 기색이 이제야 살짝 달라졌다.

대여섯 명의 기사들이 그에게 접근하며 코앞으로 검을 날리자 엘리어트가 뒤로 물러났다. 유인하려면 여기서 실력을 보일 필요는 없다.


근처에 있던 다른 용병들도 엘리어트의 지시대로 여러 명이 동시에 몰려 한 두 명을 공격했다 물러 서고 있었다. 풀밭 위에 있던 용병들은 엘리어트와 용병들이 서 있는 가장자리를 피해 중앙으로 화살을 날려댔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기사들에게 꽂히지 않고 방패를 맞고 떨어졌다.


양 옆에서 직접 공격을 당해 반격한 기사들을 제외하고 갑작스런 공격에도 검은 기사단은 의외로 섯불리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활을 쏘던 용병들이 주춤거리더니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곧 그들이 먼저 풀밭 끝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낭떠러지 앞까지 오자 길게 늘어 뜨려 놓았던 밧줄을 붙잡고 용병들이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여러 명이 순식간에 밧줄을 타고 내려가 신호와 동시에 절벽에 발을 대고 옆으로 달렸다.

어두워서 아래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표시를 해놓아 늪을 건너는 위치를 알고 있었다.


활을 쏘던 병사들이 순식간에 아래로 사라지고 위에서 기사단을 대적하고 있던 남은 용병들도 뒤이어 달려와 밧줄을 잡으려 할 때쯤, 검은 기사단이 서서히 풀밭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용병들은 빨랐다. 그런데 기사단도 빨랐다. 어느새 그들의 머리 위에 한 두개의 그림자가 우뚝 서고 있었다. 아직 미처 아래로 밧줄을 잡지 못한 용병을 그대로 절벽 아래로 밀어내며 기사 하나가 걸려 있는 밧줄 하나를 검으로 내리쳤다.


하나의 밧줄에 매달려 있던 대 여섯 명의 용병들이 아래로 길게 떨어졌다. 비명 소리가 길게 절벽 사이를 울렸다. 검을 번쩍 들어 기사가 그대로 다음 밧줄을 잘라 내려는데 그의 코 앞까지 달려온 엘리어트가 기사의 검을 가로 막았다. 챙-하고 검이 부딪치며 옆으로 튕겨 나갔다.


투구 속에서 기사의 시선이 엘리어트를 향하는 찰나 엘리어트의 검이 그의 투구 바로 아래로 깊숙이 찔려 들어 가고 있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 순간을 미처 보지 못한 채 기사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넘어지는 기사의 몸에서 엘리어트가 검을 빼내자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얼굴에 튄 피를 닦아낼 새도 없이 이제 기사의 바로 뒤에서 나타나 그를 향해 덤벼드는 기사들을 향해 엘리어트가 다시 검을 날렸다. 대여섯개의 검이 일사불란하게 엘리어트를 향해 날아들었다.

엘리어트의 검이 그것을 동시에 막아냈다. 상상 이상의 힘이 그를 내리 눌렀다. 허리가 뒤로 꺽였다. 그러나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엘리어트의 몸이 절벽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한 손을 걸친 채 그대로 다시 위로 튀어 올라온 엘리어트가 옆에서 남자들을 향해 발을 날렸다. 발에 채인 기사들이 절벽 아래로 우르르 떨어졌다.


엘리어트는 아래를 보았다. 밧줄에 매달린 용병들이 남아 있지 않음을 확인하고 그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 나머지 기사들이 코앞까지 몰려들어와 있다. 그들 중 선두에 있던 기사의 검이 그에게 날아오는 순간 검으로 남은 밧줄을 한꺼번에 내리치고는 엘리어트가 그대로 아래로 뛰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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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하트의 반(VAN) - 2-17 잠행(7) +2 14.06.08 2,034 68 10쪽
167 하트의 반(VAN) - 2-17 잠행(6) +10 14.06.06 1,841 75 30쪽
166 하트의 반(VAN) - 2-17 잠행(5) +6 14.06.03 2,143 67 10쪽
165 하트의 반(VAN) - 2-17 잠행(4) +4 14.06.01 1,557 69 18쪽
164 하트의 반(VAN) - 2-17 잠행(3) +14 14.05.18 2,124 75 17쪽
163 하트의 반(VAN) - 2-17 잠행(2) +6 14.05.15 1,945 69 17쪽
162 하트의 반(VAN) - 2-17 잠행(1) +12 14.05.11 1,830 69 13쪽
161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8) +10 14.05.06 1,982 79 22쪽
160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7) +30 14.05.04 1,903 93 23쪽
159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6) +14 14.05.01 1,908 86 18쪽
158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5) +14 14.04.30 1,685 79 13쪽
157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4) +14 14.04.29 2,013 76 7쪽
156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3) +18 14.04.27 1,750 75 15쪽
155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2) +17 14.04.24 2,041 77 13쪽
154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1) +11 14.04.22 2,254 80 9쪽
153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0) +8 14.04.20 1,777 83 24쪽
152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9) +12 14.04.17 2,406 76 13쪽
151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8) +12 14.04.16 2,135 79 21쪽
150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7) +13 14.04.15 2,091 79 9쪽
149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6) +6 14.04.13 2,159 74 14쪽
148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5) +8 14.04.05 2,338 79 15쪽
147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4) +12 14.04.03 1,944 73 15쪽
146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3) +4 14.04.03 2,140 69 13쪽
145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2) +4 14.04.01 2,257 70 9쪽
144 하트의 반(VAN) - 2-16 엘리어트(1) +2 14.03.31 3,234 183 11쪽
143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7) +8 14.03.29 2,088 75 13쪽
142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6) +6 14.03.28 1,874 68 10쪽
141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5) +10 14.03.26 1,780 65 7쪽
140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4) +2 14.03.25 2,370 170 16쪽
139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3) +4 14.03.24 2,204 65 15쪽
138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2) +8 14.03.22 2,596 65 12쪽
137 하트의 반(VAN) - 2-15 보쇼의 성(1) +8 14.03.21 2,367 75 12쪽
136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5) +10 14.03.20 2,438 82 8쪽
135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4) +16 14.03.19 2,135 75 7쪽
134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3) +4 14.03.19 2,248 83 15쪽
133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2) +6 14.03.18 2,482 76 16쪽
132 하트의 반(VAN) - 2-14 베이그릴스(1) +14 14.03.17 2,835 82 18쪽
131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6) +6 14.03.15 2,319 76 11쪽
130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5) +10 14.03.14 2,658 75 8쪽
129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4) +6 14.03.13 2,734 85 15쪽
128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3) +6 14.03.12 2,647 86 14쪽
127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2) +12 14.03.11 3,048 84 20쪽
126 하트의 반(VAN) - 2-13 이센제(1) +6 14.03.10 2,903 76 18쪽
125 하트의 반(VAN) - 2-12 쉐네드 +6 14.03.09 3,010 75 15쪽
124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3) +12 14.03.06 2,888 85 27쪽
123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2) +20 14.02.25 2,548 89 10쪽
122 하트의 반(VAN) - 2-11 기하의 족(1) +23 14.02.23 2,761 93 11쪽
121 하트의 반(VAN) - 2-10 글레린(2) +10 14.02.21 2,438 98 17쪽
120 하트의 반(VAN) - 2-10 글레린(1) +10 14.02.19 2,639 114 15쪽
119 하트의 반(VAN) - 2-9 아스드(2) +17 14.02.16 3,409 107 18쪽
118 하트의 반(VAN) - 2-9 아스드(1) +16 14.02.13 3,382 113 12쪽
117 하트의 반(VAN) - 2-8 아쉬 +16 14.02.11 3,056 110 13쪽
116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8) +23 14.02.09 2,644 119 17쪽
115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7) +9 14.02.09 2,760 111 16쪽
»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6) +20 14.02.07 2,791 109 19쪽
113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5) +12 14.02.06 3,226 114 15쪽
112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4) +9 14.02.04 3,299 103 10쪽
111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3) +22 14.02.03 2,907 95 9쪽
110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2) +12 14.02.02 3,128 111 16쪽
109 하트의 반(VAN) - 2-7 레스니악(1) +16 14.01.30 3,153 113 15쪽
108 하트의 반(VAN) - 2-6 전조(5) +6 14.01.29 3,014 117 11쪽
107 하트의 반(VAN) - 2-6 전조(4) +7 14.01.29 2,934 115 18쪽
106 하트의 반(VAN) - 2-6 전조(3) +7 14.01.27 3,113 114 10쪽
105 하트의 반(VAN) - 2-6 전조(2) +16 14.01.26 3,512 111 14쪽
104 하트의 반(VAN) - 2-6 전조(1) +13 14.01.19 4,156 118 21쪽
103 하트의 반(VAN) - 2-5 시마르(2) +9 14.01.16 3,340 116 11쪽
102 하트의 반(VAN) - 2-5 시마르(1) +13 14.01.15 3,686 110 17쪽
101 하트의 반(VAN) - 2-4 재회(6) +19 14.01.13 3,425 126 6쪽
100 하트의 반(VAN) - 2-4 재회(5) +29 14.01.12 5,115 1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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