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의 반(VAN) - 2-4 재회(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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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재회(6)
아침이 될 때까지 다들 한 방에 모여 잠 들었다. 아비크가 돌아가고 자신들만 남게되자 다시 조금씩 불안해져 잠이 올 것 같지 않았지만 아이들 먼저 하나 둘씩 잠에 빠지고 조용한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자니 피곤이 전신을 감싸고 있는 두 사람도 곧 잠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살짝 찡그리며 디에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나무로 된 바닥에 얇은 모포 한 장을 깔고 누워 있었더니 온 몸이 배겨 여기저기가 욱신거릴 지경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그녀는 옆에 바짝 붙어 누워 있는 아이들쪽을 보았다. 잠자리가 불편할텐데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다들 죽은 듯이 자고 있다. 집 안 여기저기 떨어져 있던 낡은 모포 몇 장 덕에 그래도 다들 맨바닥에 눕는 건 피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앉아서 눈을 비비며 디에나는 방안을 둘러 보았다. 셰릴은 그녀의 맞은편 끝에 앉아 있었다.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아이를 내려다 보며 조용히 앉아 있는데 보아하니 깨어 있은지 한참은 된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있는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이불을 더 덮어 주고는 디에나는 셰릴의 옆으로 걸어갔다.
“한숨도 안 잔 거에요?”
그녀의 옆에 앉아 목소리를 낮추며 디에나가 물었다.
“좀 전에 깼어요.”
대답은 그렇게 하지만 기색으로 봐선 전혀 잠을 자고 있던 게 아닌 것 같았다.
“더 자요 디에나.”
밖에서 혹시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조금 전처럼 귀를 기울이며 셰릴은 말했다.
“지금은 괜찮은 것 같으니까.”
“난 이제 충분해요.”
팔을 위로 쭉 뻗어 길게 기지개를 켜며 디에나는 뻐근한 등을 좀 폈다. 그러면서 그녀는 다시 셰릴 쪽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깼으니 그녀보고 좀 더 자두라고 하고 싶지만 어차피 그러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셰릴은 잠이 든 아이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이 사뭇 심각했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 아마 혼자서 수 십 가지는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배고파요.”
가벼운 투로 디에나는 말했다. 그 말에 그제야 생각에서 벗어났는지 셰릴이 고개를 들었다.
“깨어나면 다들 그 말부터 할 거에요.”
이쪽을 보는 시선에 디에나는 덧붙였다.
“렌케이 씨가 놓고 간 식료품이 있어요.”
반지를 팔고 남은 돈으로 샀는지 다시 와서 그가 식료품을 놔두고 갔다.
셰릴이 가리키는 구석 한 쪽에 놓여 있는 자루를 보고 디에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이 제법 되네요.”
안을 확인하며 그녀가 말했다. 이 정도면 이삼일은 문제없을 것이다.
“우연치 않게 만나서, 여러모로 도움을 받네요.”
뭐가 있는지 자세히 보려고 자루에 손을 넣어 디에나는 안을 뒤적였다.
“헬렌에서 봤을 땐 남 일에 별로 관심 안두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꽤 의리가 있나 봐요, 도움 필요한 사람 그냥 못 두고 가는 걸 보면.”
잠깐 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도와줘서 고마웠고 그리고 사실 반가웠다. 다시 만나서.
“헬렌에 있을 때 하던 걸 생각하면...”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상기하며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디에나는 말을 이었다.
"진짜 의외라니까요."
그러다 뒤가 조용하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듣고 있어요? 셰릴?”
부르는 소리에 셰릴이 그녀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 네.”
무슨 생각을 또 하는 중이었는지 그녀는 주의가 다른 곳으로 가 있던 듯 했다. 잠깐 그 모습을 보다가 손을 몇 번 털어내며 디에나는 셰릴의 옆으로 걸어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디에나가 물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뭔데요? 아까부터 계속..”
그녀는 셰릴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걱정할 일 있으면 같이 해요. 혼자 그러지 말고.”
“걱정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럼요?”
멀뚱멀뚱 그녀가 셰릴을 보았다. 말을 듣지 않고서는 물러설 것 같지 않은 기색에 잠깐 사이를 두었다가 셰릴은 입을 뗐다.
“그 때... 숲에서 도망치고 있을 때, 도와준 사람이 있었어요.”
그녀는 말했다.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위험했을 거에요.”
“그런데요?”
무슨 뜻인지 몰라 디에나가 되물었다.
“그 도와준 사람이 다치기라도 했어요? 무사한지 신경 쓰여서요?”
“그 사람은 무사해요. 단지..”
잠시 셰릴은 말을 멈추었다.
말하는 표정이 평소답지 않아 보여 의아한 듯 디에나가 다시 채근했다.
“뭔데요?”
“그냥 그 땐 정신이 없어서 생각을 못했는데..”
나직히 셰릴은 말했다.
“어쩌면...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무는 그녀를 디에나는 여전히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는 사람? 아는 사람 누구요?”
되묻는데 옆에서 칭얼거리는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이 떠드는 통에 잠에서 깬 아이를 보고 서둘러 입을 다물며 디에나는 그쪽으로 갔다.
잠결에 울먹이는 아이를 끌어안고 다독이는 그녀를 보다가 셰릴 역시 무릎에 누워 있는 아이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아이를 내려다 보며, 생각에 빠진 그녀의 표정이 사뭇 굳어져 있었다.
- 작가의말
방금 전에 집에 오는 바람에 글이 좀 짧습니다. 내일은 일이 있어서 못 올릴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한 회 쉬고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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