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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8,088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7.17 07:00
조회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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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8-24

DUMMY

1990년 3월 25일 일요일.


오래간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난 조영은 여한모와 객실에서 식사하고 있었다.

호텔 식당까지 내려가기가 귀찮다는 여한모의 제안에 조영이 동의했다.

아침 식사는 평범했다.


“보스, 어제 개관 파티는 분위기 좋던데요. 카지노도 잘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짜로 내년에 카지노를 또 하나 여실 거에요?”


“응, 조금 즉흥적인 생각이기는 했는데, 괜찮을 것 같아. 프랑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가능할 거고,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카지노 사업만으로도 충분한 수익 사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긴, 이곳 라스베이거스에 와 보니까 도시가 활기차고 관광객들이 많더군요. 주변에 새로운 공사 현장도 많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이제 시작이니까, 사업 성과를 보면서 결정하면 되겠지. 한모야, 베트남에 대한 정보를 모아서 한 번 보고해줘. 급한 건 아니고, 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줄 게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예, 자료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보스. 이번에 일본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쇼핑을 해보시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켁....큭....아이고. 쇼핑? 야, 나는 너하고 함께 쇼핑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여한모가 쇼핑 이야기를 꺼내자, 갑자기 사레들린 조영이 물잔을 집어 들면서 퉁을 놓았다.


“흐흐흐, 보스. 백화점 가서 하는 쇼핑 말고요. 기업 쇼핑을 하자는 얘기입니다.”


“기업 쇼핑? 어떤 기업을 말하는 거야?”


“기업은 엄청나게 많죠. 이번 기회에 잭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좋고요, 반도체 쪽도 앞으로의 전망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리스트는 다시 추려봐야겠지만, 괜찮은 회사들은 많을 겁니다. 제가 이번에 한부 건설 관련된 일을 진행하면서 갖게 된 생각인데요, 한국 기업들은 미국 기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이런 게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잭손이나 알리카가 요구하는 내용들이 일견 비상식적인 요구들인데도 거부하거나, 저항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이,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하면 향후 한국에서의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좋아, 일단 분석팀에서 유망한 기업 리스트를 작성해보도록 해. 마이클과도 의논해봐야겠군. 뉴욕으로는 오늘 건너가는 게 낫겠지?”


“물론입니다, 보스. 마이클과도 축하주 한잔해야죠, 흐흐흐.”


* * *


1990년 3월 26일 월요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국회의원회관 412호실.

의원실 공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개인실은 커다란 창문이 한쪽 면을 채우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잔디밭으로 둘러싸인 국회 분수대가 보이는, 나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전망이 좋은 축에 들어가는 사무실이었다.

물론, 사무실에서 일하는 보좌관들의 책상이 있는 공간에는 창문이 없었다.

국회의원 개인을 위해서만 햇볕이 들어오고, 통풍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고 있었다.

이 사무실은 윤근식의 아버지인 윤지원 의원도 사용했던 곳이었다.

초선 의원일 때 이 사무실을 배정받기 위해서 국회사무처를 뻔질나게 쫓아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이 사무실의 주인인 목포 지역구 재선 국회의원인 윤근식은 요즘 심기가 불편했다.

이달 초에 부산을 지역구로 하는 김철현 의원과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대로라면 지금쯤은 새로운 건설부 장관의 후보로서 자신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려야 하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두어 번의 전화 통화를 했던, 김철현 의원은 당의 지도부와 협의중 이라면서 시간을 끌더니만 최근 며칠 동안은 전화 연결도 잘되지 않고 있었다.

불과 2달 전에 당적을 옮긴 상태라서, 새로 옮겨간 당내에는 딱히 친분이 많은 의원이 별로 없었고, 예전에 있던 당에서 친했던 의원들과는 관계가 서먹해져서 이런 고민을 나눌만한 사람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오늘도 윤근식 의원은 사무실 창밖을 내다보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손끝을 떠난 담배 연기가 작게 열려있는 창문 틈으로 빨려 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더니, 보좌관이 들어왔다.


“의원님, 지역구에서 올라오신 분들과 간담회 시간입니다.”


“오는 사람들이 누구라고 했었지?”


“노인회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서울에 관광 오시는 김에 들르셨다고 했습니다. 큰 의원님 때부터 열성적으로 지지해주시는 분들이십니다. 신경을 조금 쓰셔야 합니다.“


“알았어. 도착하는 대로 모시고 들어와.”


“알겠습니다.”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서 끈 윤근식이 옷걸이에 걸어두었던 겉옷을 집어 들어서 걸쳤다.

보좌관이 큰 의원이라고 지칭하는 사람은 아버지인 윤지원 전(前) 의원이었다.

아버지 때부터 열성 당원으로 활동하던 원로들인 셈이었다.

새나라당에 대한 여론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지만, 윤근식의 지역구가 포함된 호남 지역에서의 반감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선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여론이 흔들릴 때는 열성 당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윤근식도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 방문하는 자들은 정치적 소신을 갖고 정당이나 국회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개개인에게 유, 불리를 따져서 줄을 서는 사람들이었다.

단지, 지금까지는 윤 씨 집안에서 던져주는 이익이 많았기 때문에 따르던 사람들이었고, 이익이 없어질 거라는 판단이 드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상대편 쪽으로 옮겨가면서 등을 돌릴 사람들이었다.

오늘 잘 토닥여줘야, 지역구에 내려가서 여론의 바람잡이를 제대로 할 수 있으리라.


‘제기랄, 이럴 때 장관에 떡하니 올라가 줘야, 저 인간들도 나의 결정에 반발하지 못할 텐데 지도부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아, 답답해. 이럴 때 의논할 수 있는 주변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젠장할.’


속마음에서야 열불이 나고, 욕설이 튀고 있었지만, 노크 소리가 들리고 열린 문으로 지역구의 노인들이 들어설 때 윤근식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어서 오십시오, 어르신들. 제가 주차장까지 모시러 가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하고 있는 업무가 있다 보니까......”


“어허~ 무슨 말씀이십니까, 의원님. 나랏일을 하시는데 저희 같은 촌 무지렁이들이 찾아와서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허허허.”


“우리 의원님의 신수가 훤~~한 것이, 당년의 춘부장의 모습이 그대로입니다, 하하하.”


“예끼, 이 사람아. 예전 큰 의원님도 인물이 좋기야 하셨지만, 지금 윤 의원님만큼은 아니셨지. 암~. 자, 일단 자리에 앉자고, 어여.”


시골에서 올라온 노인들의 복장은 초라했지만, 그들은 마치 자기 동네에서 옆집에 마실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방의 주인인 윤근식은 씁쓸했지만, 그들을 제지할 수는 없었다.

어찌 보면 저들이 이곳 국회의원회관의 사무실을 드나들기 시작했을 때, 윤근식 자신은 코 흘리던 어린아이였을 터였다.

저들이 이곳의 주인인 것처럼 움직이는 것은, 그만큼 윤 씨 집안의 선거에 커다란 공헌을 해왔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앉으시지요, 어르신들. 사무실이 비좁고 누추해서 송구합니다.”


“그러게 말이요, 나라를 대표하고 목포를 대표하는 의원 사무실이 이렇게 좁아서야 어찌 나랏일을 하실 수가 있겠소? 내가 예전에 큰 의원님이 이곳에 계실 때부터 의원 사무실을 넓혀야 한다고 그렇게 떠들어댔건만 아직도 요만하다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의원님.”


“다행스럽게도 국회의원회관을 증축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새로운 사무실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하하하.”


“어이쿠, 내가 그때까지 살아있을 수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의원님. 하하하.”


“맞아, 맞아. 박 영감은 힘들 거야. 술을 그렇게 마셔대니, 어떻게 장수를 바랄 수 있겠는가?”


“예끼, 이놈 김가야. 내가 너보다는 오래 살 것이고, 네 제사상에 술잔을 올려 줄 테니까, 걱정은 하지를 말아라, 이눔아. 흐흐흐.”


노인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윤근식 의원의 사무실은 마치 오일장이 열린 시골 장터처럼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사무실의 막내 여직원이 커다란 쟁반에 커피와 주스를 담은 잔을 가득 올려서 가지고 들어왔다.


“아이고, 그 색시 참 곱다. 올해 나이가 몇인가? 결혼은 아직이제?”


“워메, 박 영감 손버릇 보게나. 이놈, 박가야. 커피를 마시는데 왼손이 왜 처자 엉덩이로 향하는 것이냐?”


한 명이 호통을 치자, 다른 노인들이 모두 킬킬대며 웃었고, 노인의 손길에 당한 어린 여직원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니, 이 색시가 뭘 그리 놀라고 그란댜? 나는 그저, 애를 잘 낳을 수 있는 궁딩이인가 확인해본 것일 뿐이여. 서울 색시들은 다 이렇게 예쁘장한 것인감?”


노인들의 희롱이 수위를 높여가자, 여직원은 재빨리 커피와 음료를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도망치듯이 문을 닫고 사라졌다.


“자, 자. 어르신들 음료 한 잔씩 드십시오. 그래, 요즘 목포는 어떻습니까? 아직 어수선합니까?”


“시끄럽다마다. 이 촌것들이 우리 윤 의원님이 내린 구국의 결단을 몰라주니, 내 속이 다 타들어간다니께.”


“아따, 당장 담달이 선거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여. 암, 그렇고말고. 요거시 이번 참에는 쪼까 오래 갈 듯하던데, 우리 의원님이 좋은 생각을 갖고 계시는것인감?”


“물론입니다.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들이야, 신문 방송에서 나오는 이야기만 듣고 냄비처럼 후끈 달아올라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제가 힘 있는 여당의 일원으로 지역을 위한 여러 가지 발전 계획을 실행한다면 다들 제 뜻을 알아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때까지 여기 계신 어르신들이 많이 도와주십시오.”


윤근식이 이야기의 말미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허리를 숙이자 노인들이 앞다투어 박수를 쳐 주었다.


“오매. 우리 목포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윤 의원님만한 적임자가 있겄는가? 아무 걱정을 하시랑토 마시요잉~ 나가 윤 의원님을 욕하는 놈들의 발모가지를 똑하고 부러뜨려버릴랑게.”


“어르신의 말씀만으로도 기운이 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의원님. 이런 걸 말씀드려도 될랑가 모르겄습니다만....”


박 영감이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자, 김 노인이 막아섰다.


“아니, 박 영감. 그 얘기는 의원님께 드리지 않기로 오는 길에 모두 다 약조했던 일 아닌감? 왜 그 야그를 꺼내려고 하는 거시여?”


“아닙니다, 어르신. 지역의 현안에 대해서 저보다 많이 알고 계시는 어르신들인데, 저에게 하지 못할 이야기가 뭐가 있겠습니까? 괘념치 마시고 편안하게 말씀해 주시면, 제가 경청하겠습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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