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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667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1.04.18 07:00
조회
816
추천
7
글자
11쪽

7-24

DUMMY

“신애야, 아침 먹었어? 나랑 아침 먹으러 갈까?”


“아침은 안 먹었어요. 그런데 일행들이 있어서 함께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 그럼 우리 잠깐만 걸을까? 할 얘기가 있는데”


“그....그래요? 그럼 저쪽 산책로가 괜찮아요. 저쪽으로 가요, 오빠.”


이신애가 조영의 손을 잡고 손현준과 산책하고 왔던 길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조영과 이신애가 몇 걸음 떼었을 때였다.

조영의 뒤쪽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선배님. 아침부터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에서 뭐 하세요?”


“누가, 술이 덜 깨서 우리 귀한 선배님한테 시비 거는 거야? 응? 너희들 뭐야?”


경영학과 숙소 쪽에서 추리닝 차림의 건장한 사내들 셋이 뛰어오고 있었다.

사내들은 강도수에게 다가가면서도 시선은 조영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도 숙소 쪽에서 강도수와 조영의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쫓아온 듯했다.

조영이 그들의 접근을 무시하고 이신애와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사내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어이, 형씨. 당신 뭐야? 왜, 아침부터 우리 숙소에 와서 도수 선배 기분을 망쳐놓는 거야? 응? 야, 이 새끼야. 사람이 말을 하면 듣고 대답을 해야 할 거 아냐?”


조영이 피식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사람이 하는 말 같지 않아서 돌아보지 않은 건데, 짖어대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군. 강도수, 이 덩치들도 네 부하들이냐?”


조영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강도수가 아닌 새로 나타난 사내들이었다.


“우리는 도수 선배의 경영학과 후배들이다. 너는 국문과 학생이냐? 몇 학번이야? 왜, 아침부터 우리 선배한테 시비를 거는 거야?”


“초면에 말이 짧은 친구들이군. 한국대 경영학과에 들어오려면 공부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들었었는데, 몸이 좋은 걸 보니 운동도 열심히 한 모양이네?”


“체육특기자로 경영학과에 입학한 선수들입니다. 한국대 축구부 겸 경영학과 소속이에요.”


옆에서 소란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손현준이 말을 꺼냈다.

손현준의 목소리는 낮은 저음이었는데 묵직한 감이 있어서 조영이 흥미로운 눈길을 손현준에게 주었다.


“당신은 우리 신애와 같은 과 학생인가요?”


“오빠, 군대 갔다가 이번에 학교에 복학한 우리 과 선배예요. 87학번.”


“손현준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저 친구들은 운동을 전문으로 한 친구들이라서, 몸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법은 말리고 싶군요.”


“충고 고맙소. 좋은 목소리를 가졌군요. 왠지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니까, 다음에 정식으로 인사를 나눕시다. 오늘은 내가 바빠서 이만. 신애야, 가자.”


조영이 신애의 손을 잡아끌고, 다시 산책로로 방향을 돌리자 축구부원 셋이 흥분해서 걸음을 빨리했다.


“야, 이 새끼야. 지금 아침부터 사람 말을 무시하고 그냥 가는 거야? 응? 거기 서. 거기 서라니까?”


선두에 선 축구부원 한 명이 조영에게 몇 걸음을 더 다가가려고 할 때, 갑자기 조영의 등을 가로막는 사람이 나타났다.

축구부원이 깜짝 놀라서 걸음을 멈추었다.

조영의 뒤를 막아선 사내들은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숫자는 둘이었지만 체격이 탄탄하고 풍기는 분위기가 날카로워서 보는 사람들이 저절로 긴장할 정도였다.


“아...아저씨들은 뭐예요?”


대답은 경호원들의 옆에 서 있던 큰 키의 젊은 남자가 대신해주었다.


“학생, 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볼 열심히 차. 괜한 일에 나서다가 다리 부러지면 앞으로 축구 못한다? 그리고, 강도수 씨. 자꾸 이러면 내일 아침에 강정훈 회장의 부름을 받게 될 거요.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요. 흐흐흐.”


만면에 미소를 띄운 채로 무서운 말을 해대는 여한모와, 그 옆에 서 있는 경호원들을 힐끔 쳐다본 축구부원 셋이 고개를 돌려 강도수를 바라보았다.

강도수는 치아가 보일 정도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보니, 조영은 이신애와 벌써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서로 눈길을 마주쳐서 신호를 주고받던 축구부원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더니, 몸을 돌려 숙소 쪽으로 가버렸다.

조영과 이신애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손현준도 숙소로 걸음을 옮기면서, 강도수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천하의 강도수가 꼬리 내리는 모습을 다 보고, 오늘 일진이 좋으려나 보다. 크크크.”


강도수는 양손의 주먹을 움켜쥐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영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빠, 정말 이 시간에 여기까지 어떻게 오신 거예요?”


“비행기 타고, 자가용 타고 왔지.”


“아니 그런 거 말고요. 갑자기요?”


“응, 갑자기 어젯밤에 신애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져서 말이야. 한모를 조금 귀찮게 했지. 그랬더니 한모가 마법을 부려서, 나를 떡하니 이곳에 데려다준 거야. 하하하.”


“피~ 오빠는 거짓말을 너무 못해요. 헤~”


“MT는 재밌었어? 술을 많이 마신 것 같던데?”


“처음이라 그런지 재밌었어요. 선배들과 동생들도 잘 해주고, 좋은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어제는 조금 많이 마셨어요.”


“강도수가 나타나서 불편하게 한 건 아니었어?”


조영이 강도수의 이야기를 꺼내자, 이신애가 잠시 침묵했다.


“불편하기보다는 깜짝 놀랐어요. 그 사람이 이상한 얘기를 하긴 했었지만, 신경 안 쓰려고요. 이제 신학기가 시작이라서 공부해야 할 것도 많을 거고, 바빠질 거에요.”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마. 강도수가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못하도록 내가 지켜줄게. 신애야?”


오솔길을 걷던 조영이 멈춰 서자, 이신애도 걸음을 멈추고 조영을 바라보았다.


“내가 이런 쪽으로는 서툴러서 그동안 말을 못 했었는데, 어젯밤에 확실하게 깨달았어. 너에게 말을 해야겠다고.”


“무....무슨 말인데요?”


“나 김조영은 이신애와 정식으로 교제를 하고 싶습니다. 신애야, 나의 여자 친구가 되어 주겠니?”


이신애가 갑작스러운 조영의 고백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이신애의 앞에 마주 선 조영의 심장도 쿵쾅거리고 있었다.

한 걸음의 간격이었지만, 조영에게는 마치 이신애가 바다 건너 멀리 있는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갑자기 이신애가 바다를 건너 조영의 가슴속으로 뛰어들었다.


“오....오빠. 나도 오빠가 좋아요.”


조영이 품 안에 들어온 이신애를 꼬옥 안아주었다.

이신애의 심장의 울림이 조영의 손을 타고 가슴에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고마워, 신애야.”


“제가 더 고마워요, 오빠.”


고개를 쳐든 이신애가 조영의 눈을 바라보았다.

까만 눈동자에 조영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조영이 고개를 숙여서 이신애의 얼굴로 가까이 다가갔다.

조영이 양손을 올려 이신애의 볼을 받쳐 안았다.

부드러운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이신애의 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한동안 이신애의 부드러운 입술을 탐닉하던 조영이 입술을 떼어내서는 이신애의 이마에 키스했다.

안주머니를 뒤적인 조영이 예쁘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꺼내어서 이신애의 눈앞에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선물이야, 열어 봐.”


이신애가 조심스럽게 상자의 포장을 벗겨냈다.

작은 상자의 뚜껑을 열자, 반짝이는 반지가 두 개 들어있었다.


“아아~ 너무 예뻐요, 오빠.”


“마음에 들어? 다행이네. 어디 보자, 내가 끼워 줄게.”


조영이 두 개의 반지 중에서 작은 것을 꺼내어, 이신애의 왼쪽 손 약지에 끼워 주었다.


“잘 맞아?”


“네, 오빠. 딱 맞아요. 너무 예뻐요. 호호호. 오빠 거는 제가 끼워드릴게요”


이신애가 상자 안에 남아 있는 반지를 꺼내서 조영의 왼손 약지에 끼워 주었다.


“정말, 너무 예뻐요. 고마워요, 오빠.”


“신애가 기뻐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혹시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꽤 많이 했었거든. 하하하.”


“흥, 너무 늦게 얘기한 거라고요. 저는 오빠가 아무런 말이 없어서, 나 혼자만 좋아하는 줄 알고 얼마나 애를 태웠는데요. 몰라요.”


이신애가 왼손을 들어 조영의 옆구리를 꼬집는 시늉을 하자, 조영은 아파 죽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내 두 사람은 하하, 호호 웃으며 손을 잡고 길을 걸었다.

이신애는 쉴 새 없이 재잘댔다.

어제 청량리역에서 본 수많은 인파와, 기차 안에서 노래와 게임을 하면서 놀았던 일, 경영학과와 시합을 했는데 축구부원들이 나타나면서 내기에 져서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었던 일, 캠프파이어에서 춤추고 술 마시던 일 등, 요즘 이신애가 경험하고 느낀 모든 일들을 조영에게 들려주고 싶어 했다.

조영은 이신애의 이야기에 적당한 반응과 리액션을 해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단지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데도 기분이 좋아지고, 평안해지는 것이 조영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 그렇게 되어서 손현준이라는 선배와 아침 산책을 하고 들어오던 길이었구나?”


“맞아요, 그때 갑자기 강도수가 나타났고, 뒤이어 오빠가 나타난 거죠. 오빠, 아까는 정말 백마 탄 왕자님 같았어요. 호호호.”


“그래? 그러면 다음에는 승용차 말고 진짜 백마를 타고 나타나 볼까? 내가 신애 학교에 백마를 타고 등장하면 다들 재밌어하겠는데? 하하하.”


“오빠, 여 팀장님한테 백마 얘기는 하지 마세요.”


“왜?”


“여 팀장님은 왠지 백마를 정말로 준비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호호호.”


다정하게 웃으며 산책로를 한 바퀴 돌은 두 사람이 숙소가 보이는 위치까지 도착했을 때는 학생들이 제법 일어났는지, 숙소가 부산한 느낌이었다.


“가서 일행들하고 남은 일정 보내고 와. 나는 한모하고 서울에 가 있을 테니까, 나중에 연락해.”


“오빠, 제가 그냥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짐 챙겨서 나올게요. 같이 가요.”


“아니야, 나 때문에 너의 일상생활 모두를 버려서는 안 돼. 학교 사람들도 신애 너의 인생에서 소중한 일부가 될 사람들이야. 나는 네 얼굴 본 것만으로도 충분해. 며칠간 서울에 머무를 예정이니까, 오후에 연락해.”


“평창동에 계실 거에요?”


“아마도. 일단 그쪽으로 연락해.”


“알았어요. 그러면 조심해서 올라가시고, 제가 오후에 전화할게요.”


왼손을 들어 밝게 흔들어주는 이신애의 손가락에서 작은 반지가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서, 조영도 왼손을 들어 흔들어주었다.

주차장으로 다가오는 조영을 보면서, 승용차에 기대어 서 있던 여한모가 손을 흔들었다.


“차에서 좀 쉬고 있지, 뭘 나와 있어?”


“차에 있다가 담배 피우러 나왔어요. 신애 씨한테 고백은 하셨어요? 잘 됐어요? 설마 차인 건 아니시겠죠? 흐흐흐.”


“나도 담배 하나 줘봐라. 그리고 차이다니, 네가 이 형님을 가끔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여한모에게 장난스럽게 눈을 흘겨준 조영이 왼손을 들어 올려 약지에 끼워져 있는 금반지를 여한모의 눈앞에서 흔들어주었다.


“우와~ 성공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보스. 나도 서울 가면 말숙이한테 반지 끼워줘야겠어요. 흐흐흐.”


조영에게 담배를 건네주고, 불을 붙여 주면서도 여한모는 뭐가 좋은지 헤헤거리고 있었다.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가 내뱉은 조영이 여한모의 옆에 기대어 서서, 멀리 숙소 쪽에서 바쁘게 오가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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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8-12 21.06.05 706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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